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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탐사K]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사망…“과로사 경비원 3년간 74명”
입력 2021.04.15 (21:24) 수정 2021.04.15 (22:11)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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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비원, 이라고 하면 은퇴자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관련 법에도 이런 시선이 반영됐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휴무일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경비원은 예외로 뒀습니다.

쉽고 편한 일이라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에만 과로로 숨진 경비원이 일흔 명이 넘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비원들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괍니다.

과로 사망률을 조사한 여러 직업들 가운데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칩니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과 고용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포함해 대부분 아파트 경비원들이었습니다.

유호윤, 강병수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대표 고가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이나 불안한 고용문제가 그동안 언론에 여러 차례 다뤄졌습니다.

[KBS 뉴스/2014.11.07. : "분신한 53살 이 모 씨가 오늘 끝내 숨졌습니다."]

[KBS 뉴스/2014.12.04. : "나머지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비원 58살 김 모 씨가 퇴근길에 사망했습니다.

김 씨는 휴게시간에 일을 했는데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소송 중이었습니다.

[이기석/압구정 현대 전직 경비원 : "(집에)가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거죠.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벌써 심정지가 돼서."]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과로사라고 판정했습니다.

근로 계약서에는 격일제 근무 형태로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연속 24시간 중 11시간을 쉰다고 명시됐지만, 실제로 쉰 시간은 4시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영득/변호사/과로사 경비원 법률대리인 : "24시간 교대제 근무, 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문제, 이런 열악한 근무 조건이 고인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비원의 사업주인 용역업체는 김씨가 지병이 있었고 휴게시간을 보장했다면서도 과로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김 씨가 일했던 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의 하루를 지켜봤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이중·삼중 주차까지 하는데, 경비원이 직접 차를 빼주고 주차 공간도 정리합니다.

혼자서 관리하는 차가 110여 대.

주차 관리에 더해 분리수거와 택배 또 각종 민원으로 초소를 벗어날 수 없어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면 역시 초소 안 비좁은 침상이나 의자에 기댄 쪽잠이 전붑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 경비원 : "밥 먹고 뭐 이런 거 상관이 없어요. 멀리 나가 있으면 안 되는 거야. 화장실에도 전화 와서 나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는데…."]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는 또 한 명의 경비원이 사망했습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 경비원 : "기자님. 내가 저기 전해드릴 게 있어서. (예. 말씀하시죠.) 명절날 몰랐는데 (경비원) OOO 씨가 집에 들어가다가 돌아가셨구먼."]

과로사 가능성이 있었지만, 유족은 지금으로선 고인의 과로사 인정 절차를 진행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경비원 과로사, 직업군 중 2위…17.5시간 일하고 2.8시간 잤다

[리포트]

경비원 과로사,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만 발생한 일일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경비원들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 3년 치, 414건을 확보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경비원 과로사 신청은 3년간 111명, 이 가운데 74명이 실제 과로사로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 31명, 2019년 18명, 2020년엔 25명입니다.

과로사가 발생한 전체 직업군 가운데 자동차 운전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과로사에 이르게 된 경비원 74명의 근무형태를 살펴볼까요?

과로사 경비원 중 일반 건물이 아닌 아파트 경비원이 59명, 80%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59명 모두가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했는데, 한 명을 제외한 58명이 만성 과로로 숨졌습니다.

24시간 교대제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가 돼야 퇴근인데 24시간 중 평균 8시간에서 많게는 13시간까지 쉬거나 잠을 자는 근무 형태입니다.

하지만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대로 과로사한 경비원들에게 휴게 시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유상철/노무사 : "24시간 중에 노동시간이 있고, 휴게시간이 있고, 수면시간이 있고, 중식시간이 있고 형식적으로는 분류해놨는데, 실질적으로 이분들의 24시간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과로사한 경비원의 노동 시간은 평균 17.5시간, 휴게 시간은 3시간, 수면 시간은 2.84시간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과로사한 장소 80% 이상이 사업장이었는데요.

근무지에 있는 시간이 24시간으로 긴 데다, 1인 근무를 하기 때문에 경비 초소에서 쓰러져도 응급처치 등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과로사 문턱까지 갔다고 표현할 만큼 심각한 경우들이 포함된 업무상 재해 판정 사례도 추출해서 분석해 봤는데요.

최근 3년간 과로성 뇌심혈관계 질환을 인정받은 경비원은 173명이었습니다.

과로사 경비원까지 합치면 3년간 모두 247명.

그러니까 한 해 평균 80여 명의 경비원이 과로로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안재우 김관후 김수현
  • [단독/탐사K]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사망…“과로사 경비원 3년간 74명”
    • 입력 2021-04-15 21:24:16
    • 수정2021-04-15 22:11:06
    뉴스 9
[앵커]

경비원, 이라고 하면 은퇴자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관련 법에도 이런 시선이 반영됐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휴무일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경비원은 예외로 뒀습니다.

쉽고 편한 일이라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에만 과로로 숨진 경비원이 일흔 명이 넘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비원들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괍니다.

과로 사망률을 조사한 여러 직업들 가운데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칩니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과 고용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포함해 대부분 아파트 경비원들이었습니다.

유호윤, 강병수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대표 고가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이나 불안한 고용문제가 그동안 언론에 여러 차례 다뤄졌습니다.

[KBS 뉴스/2014.11.07. : "분신한 53살 이 모 씨가 오늘 끝내 숨졌습니다."]

[KBS 뉴스/2014.12.04. : "나머지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비원 58살 김 모 씨가 퇴근길에 사망했습니다.

김 씨는 휴게시간에 일을 했는데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소송 중이었습니다.

[이기석/압구정 현대 전직 경비원 : "(집에)가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거죠.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벌써 심정지가 돼서."]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과로사라고 판정했습니다.

근로 계약서에는 격일제 근무 형태로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연속 24시간 중 11시간을 쉰다고 명시됐지만, 실제로 쉰 시간은 4시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영득/변호사/과로사 경비원 법률대리인 : "24시간 교대제 근무, 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문제, 이런 열악한 근무 조건이 고인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비원의 사업주인 용역업체는 김씨가 지병이 있었고 휴게시간을 보장했다면서도 과로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김 씨가 일했던 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의 하루를 지켜봤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이중·삼중 주차까지 하는데, 경비원이 직접 차를 빼주고 주차 공간도 정리합니다.

혼자서 관리하는 차가 110여 대.

주차 관리에 더해 분리수거와 택배 또 각종 민원으로 초소를 벗어날 수 없어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면 역시 초소 안 비좁은 침상이나 의자에 기댄 쪽잠이 전붑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 경비원 : "밥 먹고 뭐 이런 거 상관이 없어요. 멀리 나가 있으면 안 되는 거야. 화장실에도 전화 와서 나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는데…."]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는 또 한 명의 경비원이 사망했습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 경비원 : "기자님. 내가 저기 전해드릴 게 있어서. (예. 말씀하시죠.) 명절날 몰랐는데 (경비원) OOO 씨가 집에 들어가다가 돌아가셨구먼."]

과로사 가능성이 있었지만, 유족은 지금으로선 고인의 과로사 인정 절차를 진행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경비원 과로사, 직업군 중 2위…17.5시간 일하고 2.8시간 잤다

[리포트]

경비원 과로사,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만 발생한 일일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경비원들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 3년 치, 414건을 확보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경비원 과로사 신청은 3년간 111명, 이 가운데 74명이 실제 과로사로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 31명, 2019년 18명, 2020년엔 25명입니다.

과로사가 발생한 전체 직업군 가운데 자동차 운전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과로사에 이르게 된 경비원 74명의 근무형태를 살펴볼까요?

과로사 경비원 중 일반 건물이 아닌 아파트 경비원이 59명, 80%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59명 모두가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했는데, 한 명을 제외한 58명이 만성 과로로 숨졌습니다.

24시간 교대제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가 돼야 퇴근인데 24시간 중 평균 8시간에서 많게는 13시간까지 쉬거나 잠을 자는 근무 형태입니다.

하지만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대로 과로사한 경비원들에게 휴게 시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유상철/노무사 : "24시간 중에 노동시간이 있고, 휴게시간이 있고, 수면시간이 있고, 중식시간이 있고 형식적으로는 분류해놨는데, 실질적으로 이분들의 24시간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과로사한 경비원의 노동 시간은 평균 17.5시간, 휴게 시간은 3시간, 수면 시간은 2.84시간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과로사한 장소 80% 이상이 사업장이었는데요.

근무지에 있는 시간이 24시간으로 긴 데다, 1인 근무를 하기 때문에 경비 초소에서 쓰러져도 응급처치 등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과로사 문턱까지 갔다고 표현할 만큼 심각한 경우들이 포함된 업무상 재해 판정 사례도 추출해서 분석해 봤는데요.

최근 3년간 과로성 뇌심혈관계 질환을 인정받은 경비원은 173명이었습니다.

과로사 경비원까지 합치면 3년간 모두 247명.

그러니까 한 해 평균 80여 명의 경비원이 과로로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안재우 김관후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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