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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항의 문자에 ‘문앞 배송’ 재개…깊어지는 택배 갈등
입력 2021.04.16 (11:57) 수정 2021.04.16 (16:15) 취재K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오늘(16일) 오후 강동구 A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앞 개별배송을 일시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000세대가 사는 A 아파트가 이달 초 택배 차량의 지상 도로 출입을 금지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손수레를 끌고 택배를 배송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아파트 단지 앞에서 개별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뀐 겁니다. 겉으로 보면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택배 노동자에 쏟아진 항의성 전화·문자에 문앞 배송 재개

지난 14일 택배노조의 개별배송 중단, 단지 앞 배송에 참여한 택배 노동자는 우체국택배와 롯데택배의 택배노동자 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입구에 14일 배송분 800개의 택배 물품을 쌓아두고 고객에게 연락해 택배를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택배를 찾아가라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다 보니 이 택배 노동자들의 연락처가 노출됐고, 결국 그 연락처로 항의 전화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 협박성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택배를 전달하며 고객으로 입주민을 만나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문자와 전화는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항의 문자 '강도 세지 않은 것' 일부 공개

택배노조 측은 개별 택배노동자들이 수십 건의 항의, 협박성 문자를 받았고, 한 사람이 대여섯 건의 문자를 보낸 경우도 있었다며 택배노동자들이 입주민에게 받은 문자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

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

택배노조가 공개한 문자를 보면 한 입주민은 "앞으로 상일동역으로 배송이 되면 오배송으로 수취거부 및 신고할 것이고, 앞으로 롯데택배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입주민은 택배노조에 본인 번호 알린 것을 개인정보유출로 신고하겠다고 하고, 택배 못 받은 것에 대한 피해 손해 발생에 대해선 향후 청구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공개된 문자는 택배노동자가 받은 문자 중 강도가 약한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 "오늘부터 매일 촛불집회…택배노동자 참여 늘려 '문앞 배송 중단' 재개할 것"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14일 '단지 앞 배송'에 동참하지 않았던 CJ와 한진 택배노동자들을 만나 설특해서 일시적으로 중단한 '단지 앞 배송'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진 위원장은 또 기자회견을 연 강동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며 오늘부터 매일 저녁 6시 30분쯤 촛불집회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에도 구체적인 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요구하는 등 해결안 도출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다음 달부터 택배 차량 지상출입 금지 아파트 1곳 더 추가

현재 A 아파트 외에 A 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4,000세대 규모 B 아파트와 인근 다른 한 곳 등 총 3개 아파트가 현재 택배 차량 지상 도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역시 인근에 있는 1,800세대 규모 C 아파트도 다음 달 1일부터 추가로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합니다. 단 5월 한 달은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택배 노동자들에게 지상 출입 금지 사실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면서 택배 차량 지상출입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왜 강동구 아파트에서만..?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해 택배 문제로 택배노동자와 입주민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에 400곳이 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A 아파트처럼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지상출입 금지에 따른 택배노동자의 어려움이 큽니다.

지상출입이 금지되면 본인 차량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는 택배노동자는 손수레 등을 끌고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가 클수록 배송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강동구엔 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설계된 공원형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재건축을 통한 신축 아파트인데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 입장에서도 강동구 아파트에서 택배 갈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법 규정 바꿨는데 새 아파트에서도 택배갈등 계속되는 이유는..

이 같은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2018년 다산신도시의 '택배대란' 이후 정부는 즉시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국토부가 이듬해 1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변경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를 기존 택배 차량도 출입이 가능한 2.7m로 높인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짓고 있던 아파트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미 짓고 있는 아파트의 설계까지 변경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부터 지상 차량 출입을 금지하기로 한 C 아파트는 올해 1월에 지어진 그야말로 새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2019년 1월 이미 아파트를 건설 중이었기에 택배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법에 명시된 정확한 기준은 지자체에 제출하는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 신청 일시입니다. 2019년 1월 이전에 신청했다면 지하주차장 높이가 2.3m여도 문제가 없습니다.

승인 신청부터 아파트 준공까지 3년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아직 입주를 시작하지 않은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 택배갈등 상생 해법 '전동카트' 사례 있지만..

A 아파트의 경우 택배 노동자들은 입주민과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파트 측은 이미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2.3m 높이의 지하주차장도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저상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은 저상차량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상 차량은 적재 공간이 작아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존 택배 차량을 저상 차량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선 입주민들이 돈을 모아 아파트 내 지상도로에서 탈 수 있는 전동카트를 마련해 택배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이 전동카트에 택배 물품을 실어 나르게 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서도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부담을 줄인 겁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아파트 입주민이 비용을 부담해야 해서 입주민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결국,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양보와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강동구 아파트의 택배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됩니다.
  • 쏟아진 항의 문자에 ‘문앞 배송’ 재개…깊어지는 택배 갈등
    • 입력 2021-04-16 11:57:07
    • 수정2021-04-16 16:15:48
    취재K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오늘(16일) 오후 강동구 A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앞 개별배송을 일시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000세대가 사는 A 아파트가 이달 초 택배 차량의 지상 도로 출입을 금지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손수레를 끌고 택배를 배송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아파트 단지 앞에서 개별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뀐 겁니다. 겉으로 보면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택배 노동자에 쏟아진 항의성 전화·문자에 문앞 배송 재개

지난 14일 택배노조의 개별배송 중단, 단지 앞 배송에 참여한 택배 노동자는 우체국택배와 롯데택배의 택배노동자 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입구에 14일 배송분 800개의 택배 물품을 쌓아두고 고객에게 연락해 택배를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택배를 찾아가라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다 보니 이 택배 노동자들의 연락처가 노출됐고, 결국 그 연락처로 항의 전화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 협박성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택배를 전달하며 고객으로 입주민을 만나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문자와 전화는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입주민 항의 문자 '강도 세지 않은 것' 일부 공개

택배노조 측은 개별 택배노동자들이 수십 건의 항의, 협박성 문자를 받았고, 한 사람이 대여섯 건의 문자를 보낸 경우도 있었다며 택배노동자들이 입주민에게 받은 문자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

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입주민이 택배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제공 : 택배노조)

택배노조가 공개한 문자를 보면 한 입주민은 "앞으로 상일동역으로 배송이 되면 오배송으로 수취거부 및 신고할 것이고, 앞으로 롯데택배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입주민은 택배노조에 본인 번호 알린 것을 개인정보유출로 신고하겠다고 하고, 택배 못 받은 것에 대한 피해 손해 발생에 대해선 향후 청구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공개된 문자는 택배노동자가 받은 문자 중 강도가 약한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 "오늘부터 매일 촛불집회…택배노동자 참여 늘려 '문앞 배송 중단' 재개할 것"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14일 '단지 앞 배송'에 동참하지 않았던 CJ와 한진 택배노동자들을 만나 설특해서 일시적으로 중단한 '단지 앞 배송'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진 위원장은 또 기자회견을 연 강동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며 오늘부터 매일 저녁 6시 30분쯤 촛불집회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에도 구체적인 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요구하는 등 해결안 도출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다음 달부터 택배 차량 지상출입 금지 아파트 1곳 더 추가

현재 A 아파트 외에 A 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4,000세대 규모 B 아파트와 인근 다른 한 곳 등 총 3개 아파트가 현재 택배 차량 지상 도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역시 인근에 있는 1,800세대 규모 C 아파트도 다음 달 1일부터 추가로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합니다. 단 5월 한 달은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택배 노동자들에게 지상 출입 금지 사실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면서 택배 차량 지상출입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왜 강동구 아파트에서만..?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해 택배 문제로 택배노동자와 입주민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에 400곳이 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A 아파트처럼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지상출입 금지에 따른 택배노동자의 어려움이 큽니다.

지상출입이 금지되면 본인 차량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는 택배노동자는 손수레 등을 끌고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가 클수록 배송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강동구엔 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설계된 공원형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재건축을 통한 신축 아파트인데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 입장에서도 강동구 아파트에서 택배 갈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법 규정 바꿨는데 새 아파트에서도 택배갈등 계속되는 이유는..

이 같은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2018년 다산신도시의 '택배대란' 이후 정부는 즉시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국토부가 이듬해 1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변경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를 기존 택배 차량도 출입이 가능한 2.7m로 높인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짓고 있던 아파트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미 짓고 있는 아파트의 설계까지 변경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부터 지상 차량 출입을 금지하기로 한 C 아파트는 올해 1월에 지어진 그야말로 새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2019년 1월 이미 아파트를 건설 중이었기에 택배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법에 명시된 정확한 기준은 지자체에 제출하는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 신청 일시입니다. 2019년 1월 이전에 신청했다면 지하주차장 높이가 2.3m여도 문제가 없습니다.

승인 신청부터 아파트 준공까지 3년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아직 입주를 시작하지 않은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 택배갈등 상생 해법 '전동카트' 사례 있지만..

A 아파트의 경우 택배 노동자들은 입주민과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파트 측은 이미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2.3m 높이의 지하주차장도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저상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은 저상차량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상 차량은 적재 공간이 작아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존 택배 차량을 저상 차량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선 입주민들이 돈을 모아 아파트 내 지상도로에서 탈 수 있는 전동카트를 마련해 택배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이 전동카트에 택배 물품을 실어 나르게 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서도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부담을 줄인 겁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아파트 입주민이 비용을 부담해야 해서 입주민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결국,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양보와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강동구 아파트의 택배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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