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도 따로…北 ‘2인자 그룹’의 공개 행보?

입력 2021.04.16 (15:59) 수정 2021.04.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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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과 따로…특별한 참배단 1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109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어제(15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속에 태양절 참배를 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다시 집권 이후의 '통상적인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참배에 김 위원장과 동행한 인물들입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참배에 리설주 여사와 조용원 당 중앙위 조직비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 5명이 동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이들이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북한 매체가 오늘 공개한 참배 사진(왼쪽)과 지난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참배 사진(오른쪽). 주요 간부들이 김 위원장과 다 함께 참배했던 2월과 달리, 이번엔 소수의 인원이 따로 참배했다. 연합뉴스 사진.북한 매체가 오늘 공개한 참배 사진(왼쪽)과 지난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참배 사진(오른쪽). 주요 간부들이 김 위원장과 다 함께 참배했던 2월과 달리, 이번엔 소수의 인원이 따로 참배했다. 연합뉴스 사진.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은 김 위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국가적 행사나 기념일마다 참배하는 곳입니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과 내각, 군의 주요 간부가 오와 열을 맞춰 인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데, 이번 태양절 참배에는 5명만 동행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 자 노동신문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5명에 속하지 않는 주요 간부들의 참배 기사를 별도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번 참배에 대해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김일성·김정일 생일 참배에 소규모 인원이 참석한 전례는 2016년에 한 번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 참배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만 따로 참석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소수의 간부만 대동해 따로 참배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입니다.

이번 참배의 참석자들은 모두 김 위원장의 2인자 내지 최측근으로 분류돼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공개적으로 별도의 행사를 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2인자 아닌 '2인자 그룹'의 공개 행보?

'따로 참배' 참석자들의 면면에 공통되는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들을 '2인자'라고 부르기에는 북한의 직제와 권력 서열상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올해 초 당대회를 전후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최룡해가 여전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공식적인 서열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지난해 수해 복구를 주도하며 신임을 얻었지만, 군부 내 서열로는 리병철 당 군사위 부위원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여정과 현송월이 가진 당 부부장이라는 직책은 우리의 '차관급' 정도로 볼 수 있어서 최고위급 직위는 아닙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직제와 서열보다는 능력과 신뢰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그 자리에 없었던 다른 간부들에게는 일종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용인술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참배가 '2인자 그룹'을 공식화했다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참배가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소수 간부의 특별한 행사라고 하기에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특권계급을 경계해온 북한의 최근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도 "참배에 이어진 기념 공연 관람에서 최룡해가 근거리에 있는 모습을 볼 때 권력서열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불참이 코로나19 탓으로 추정되는 것처럼 이번 참배도 '거리두기' 차원에서 소수로 진행됐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대외관계를 맡은 이후 의전과 수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송월 부부장이 색다른 '행사 기획 의도'를 담아 연출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따로 참배'에 참석한 북한의 간부들과 이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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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배도 따로…北 ‘2인자 그룹’의 공개 행보?
    • 입력 2021-04-16 15:59:57
    • 수정2021-04-16 18:20:33
    취재K

■ 김정은 위원장과 따로…특별한 참배단 1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109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어제(15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속에 태양절 참배를 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다시 집권 이후의 '통상적인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참배에 김 위원장과 동행한 인물들입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참배에 리설주 여사와 조용원 당 중앙위 조직비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 5명이 동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이들이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북한 매체가 오늘 공개한 참배 사진(왼쪽)과 지난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참배 사진(오른쪽). 주요 간부들이 김 위원장과 다 함께 참배했던 2월과 달리, 이번엔 소수의 인원이 따로 참배했다. 연합뉴스 사진.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은 김 위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국가적 행사나 기념일마다 참배하는 곳입니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과 내각, 군의 주요 간부가 오와 열을 맞춰 인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데, 이번 태양절 참배에는 5명만 동행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 자 노동신문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5명에 속하지 않는 주요 간부들의 참배 기사를 별도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번 참배에 대해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김일성·김정일 생일 참배에 소규모 인원이 참석한 전례는 2016년에 한 번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 참배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만 따로 참석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소수의 간부만 대동해 따로 참배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입니다.

이번 참배의 참석자들은 모두 김 위원장의 2인자 내지 최측근으로 분류돼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공개적으로 별도의 행사를 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2인자 아닌 '2인자 그룹'의 공개 행보?

'따로 참배' 참석자들의 면면에 공통되는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들을 '2인자'라고 부르기에는 북한의 직제와 권력 서열상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올해 초 당대회를 전후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최룡해가 여전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공식적인 서열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지난해 수해 복구를 주도하며 신임을 얻었지만, 군부 내 서열로는 리병철 당 군사위 부위원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여정과 현송월이 가진 당 부부장이라는 직책은 우리의 '차관급' 정도로 볼 수 있어서 최고위급 직위는 아닙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직제와 서열보다는 능력과 신뢰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그 자리에 없었던 다른 간부들에게는 일종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용인술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참배가 '2인자 그룹'을 공식화했다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참배가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소수 간부의 특별한 행사라고 하기에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특권계급을 경계해온 북한의 최근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도 "참배에 이어진 기념 공연 관람에서 최룡해가 근거리에 있는 모습을 볼 때 권력서열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불참이 코로나19 탓으로 추정되는 것처럼 이번 참배도 '거리두기' 차원에서 소수로 진행됐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대외관계를 맡은 이후 의전과 수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송월 부부장이 색다른 '행사 기획 의도'를 담아 연출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따로 참배'에 참석한 북한의 간부들과 이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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