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마셨어요”… 살인행위 ‘음주운전’ 여전

입력 2021.04.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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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서 마셨어요"… '슬금슬금' 후진하다 적발

늦은 밤, 충북 청주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경광등을 켠 순찰차 두 대가 출구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의 기습적인 음주 단속 현장입니다.

출구로 차를 몰던 한 대형 화물차 운전자는 단속반을 보고 후진해서 빠져나가려다 경찰에 잡힙니다. 또 다른 화물차 운전자는 시동만 켠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단속 경찰관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다가가 비접촉식 음주 감지기를 들이댑니다.

"삑!"

대구로 가던 이 운전기사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서 끝까지 발뺌했지만, 결국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43% 수치가 나왔습니다.

태연하게 출구를 빠져나가려던 또 다른 화물차 기사의 음주 운전 행각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의 추궁 끝에, "소주 반병을 차에서 마셨다"고 시인했습니다.

휴게소 주차장 곳곳에 수시로 음주 단속을 벌인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내걸렸다.휴게소 주차장 곳곳에 수시로 음주 단속을 벌인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내걸렸다.

■ '단속 경고'에도 버젓이 음주

경부고속도로의 이 휴게소는 주차 공간이 넓어 대형 화물차들이 평소에도 꽉 들어차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휴게소 곳곳엔 '상시 음주 단속'을 하겠다는 경고성 현수막까지 내걸릴 만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많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량이 시속 100km 이상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음주 단속을 벌일 수는 없는 상황.
결국, 휴게소 출구에서 기습적으로 단속하자 음주 운전자가 줄줄이 확인된 겁니다.

이들은 어디서 술을 마신 걸까요? 차 안에서 마신 걸까요?
술을 마신 상태로 고속도로로 진입한 걸까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관리 민간 위탁사 사이에 맺은 '휴게시설 임대차계약서'에 따라 술을 판매할 수 없는 곳인데 말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음주 운전 사고로 384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음주 운전 사고로 384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 고속도로 화물차 음주운전으로 해마다 70여 명 사상… "살인 행위"

대형 적재물이나 유해화학물질 등을 주로 싣고 다니는 화물차는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사고라면, 사방으로 흩어진 적재물로 2차 피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화물차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라면, 살인 행위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범죄라고 입을 모읍니다.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화물차 음주 운전 사고 한 해 평균 40건 꼴로 203건이나 됩니다. 이 기간 384명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윤환기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화물차는 적재 중량에 비례해 제동 거리가 길어진다"며, "사고가 날 경우 낙하 피해 등 2차 사고로 동반된다"고 설명합니다.

또 "짐 무게에 비례해 그만큼 충격력도 커지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피로가 쌓여있는데, 술 까지 마시면 그만큼 치사율도 높게 나타난다"고 경고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화물차 사고 치사율은 2.8%입니다. 일반 차량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화물차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라면 치사율은 3.4%로 늘어납니다.

경찰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속이 느슨할 것이란 잘못된 생각으로 음주 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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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에서 마셨어요”… 살인행위 ‘음주운전’ 여전
    • 입력 2021-04-17 07:00:26
    취재K

■ "차에서 마셨어요"… '슬금슬금' 후진하다 적발

늦은 밤, 충북 청주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경광등을 켠 순찰차 두 대가 출구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의 기습적인 음주 단속 현장입니다.

출구로 차를 몰던 한 대형 화물차 운전자는 단속반을 보고 후진해서 빠져나가려다 경찰에 잡힙니다. 또 다른 화물차 운전자는 시동만 켠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단속 경찰관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다가가 비접촉식 음주 감지기를 들이댑니다.

"삑!"

대구로 가던 이 운전기사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서 끝까지 발뺌했지만, 결국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43% 수치가 나왔습니다.

태연하게 출구를 빠져나가려던 또 다른 화물차 기사의 음주 운전 행각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의 추궁 끝에, "소주 반병을 차에서 마셨다"고 시인했습니다.

휴게소 주차장 곳곳에 수시로 음주 단속을 벌인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내걸렸다.
■ '단속 경고'에도 버젓이 음주

경부고속도로의 이 휴게소는 주차 공간이 넓어 대형 화물차들이 평소에도 꽉 들어차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휴게소 곳곳엔 '상시 음주 단속'을 하겠다는 경고성 현수막까지 내걸릴 만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많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량이 시속 100km 이상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음주 단속을 벌일 수는 없는 상황.
결국, 휴게소 출구에서 기습적으로 단속하자 음주 운전자가 줄줄이 확인된 겁니다.

이들은 어디서 술을 마신 걸까요? 차 안에서 마신 걸까요?
술을 마신 상태로 고속도로로 진입한 걸까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관리 민간 위탁사 사이에 맺은 '휴게시설 임대차계약서'에 따라 술을 판매할 수 없는 곳인데 말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음주 운전 사고로 384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 고속도로 화물차 음주운전으로 해마다 70여 명 사상… "살인 행위"

대형 적재물이나 유해화학물질 등을 주로 싣고 다니는 화물차는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사고라면, 사방으로 흩어진 적재물로 2차 피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화물차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라면, 살인 행위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범죄라고 입을 모읍니다.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화물차 음주 운전 사고 한 해 평균 40건 꼴로 203건이나 됩니다. 이 기간 384명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윤환기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화물차는 적재 중량에 비례해 제동 거리가 길어진다"며, "사고가 날 경우 낙하 피해 등 2차 사고로 동반된다"고 설명합니다.

또 "짐 무게에 비례해 그만큼 충격력도 커지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피로가 쌓여있는데, 술 까지 마시면 그만큼 치사율도 높게 나타난다"고 경고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화물차 사고 치사율은 2.8%입니다. 일반 차량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화물차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라면 치사율은 3.4%로 늘어납니다.

경찰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속이 느슨할 것이란 잘못된 생각으로 음주 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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