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기자단이 뭐길래…’ 가입 투표 거래 제안에 장기자랑까지

입력 2021.04.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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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들 Q>는 첫 방송에서 '출입기자단' 문제를 다룹니다. 언론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기자단은 언론계 안팎에서 꼽히는 한국 언론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마이너 매체에는 가혹한 벽…기자단

취재진은 이른바 '마이너' 매체라고 할 수 있는 투데이코리아 소속의 오혁진 기자를 만났습니다. 오 기자는 기자 일을 한 지 6년이 넘었지만, 기자단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법조 분야 취재를 하지만, 법조 기자단에 들어갈 수 없어서 법조 제2 기자단에 소속돼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제2 기자단에 공간을 마련해 줘서 변호사회관 기자실을 쓰고 있습니다.

오혁진 투데이코리아 기자오혁진 투데이코리아 기자

제2 기자단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취재 당시 생겼다고 합니다. 특검팀이 꾸려지고 나서 이른바 마이너 매체 기자들이 특검 사무실을 출입하려고 했더니 법조 기자단에 가입된 기자들에 한해서만 사무실 좌석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이너 매체 기자들이 항의와 반발을 하면서 법조 제2 기자단을 구성했다는 게 오 기자의 설명입니다.

그럼 제2 기자단이 꾸려지고 나서는 취재 여건이 개선됐을까? 오 기자는 "검찰 수사관을 만난다든가 검사와 저녁 자리를 가진다든가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법조인들과의 만남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정보 파악 과정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이나 중앙지법 공보 담당자들은 덜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나 고검 담당 공보관들은 안 만나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오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오 기자와 같은 마이너 매체 기자가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려면 먼저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합니다.

6개월 뒤에 그동안 법조 기사를 보도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면 법원, 지검, 대검 기자단에서는 각각 투표를 해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이뤄지면 기자실 출입이 허용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대법원 1진 기자실에서 1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기자실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 기자는 기자단과 관련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도 털어놨습니다. 이번엔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의 이야기입니다. 경찰 출입을 할 수 없어서 경찰관 연락처를 몰랐던 오 기자가 2년 전, 아는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에게 경찰관과의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해당 출입기자는 '내가 연결을 해줄 테니 오 기자 네가 취재하는 단독 기사 아이템을 나한테 줘라, 그러면 너 나중에 경찰 출입하고 싶으면 내가 그때 찬성표를 던져줄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기자단 가입을 두고 일종의 거래를 제안한 셈입니다.

기자단 가입 위해 장기자랑에 읍소까지…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수년 전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가입을 위한 자기선전 시간을 목격했습니다. 이 기자는 "강당에 모인 기자단 앞에서 출입을 희망하는 매체 기자들은 자기소개와 함께 출입을 부탁한다는 자유 발언을 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굉장히 굴욕적인 시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자는 "출입을 희망했던 한 경제지 기자는 매체를 상징하는 탈을 쓰고 나와서 장기자랑을 했지만, 가입이 부결됐고, 또 다른 매체의 기자는 '딸이 우리 아빠 서울시 출입기자단으로 뽑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틀며 읍소를 했지만 역시 가입이 부결됐다"고 털어놨습니다.


'법조 기자단 운영 원칙 뭐냐' 소송에 헌법소원까지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취재에 제약도 많습니다. 박서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비출입사 기자는 청사 법원이나 검찰청에 들어서서 1층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명함을 맡기고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면서 "거기서 출입증을 발급하면 그걸 갖고 공보판사에게 가서 비표를 수령을 한 다음에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법원동으로 가서 비표를 들고 재판정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기자는 "비표마저 없으면 재판정 안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고 일일이 수첩에 수기로 적어야 하기에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그리고 대안매체인 셜록은 지난해 12월 기자실을 제공하는 서울고등검찰청과 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지 검찰이나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들 3개 매체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언론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도 제기했습니다. 박 기자는 "법조 기자단에 소속된 매체에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고, 기자단 자체를 기자들이 운영하는 게 맞는지 전반적으로 짚어보자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에서는 출입기자단에 무슨 문제들이 있고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질문해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첫 회는 <폐지냐 유지냐…출입기자단>과 <기자 지망생들이 기자들에게 묻다.> 주제로 18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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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기자단이 뭐길래…’ 가입 투표 거래 제안에 장기자랑까지
    • 입력 2021-04-17 10:14:56
    취재K
<질문하는 기자들 Q>는 첫 방송에서 '출입기자단' 문제를 다룹니다. 언론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기자단은 언론계 안팎에서 꼽히는 한국 언론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마이너 매체에는 가혹한 벽…기자단

취재진은 이른바 '마이너' 매체라고 할 수 있는 투데이코리아 소속의 오혁진 기자를 만났습니다. 오 기자는 기자 일을 한 지 6년이 넘었지만, 기자단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법조 분야 취재를 하지만, 법조 기자단에 들어갈 수 없어서 법조 제2 기자단에 소속돼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제2 기자단에 공간을 마련해 줘서 변호사회관 기자실을 쓰고 있습니다.

오혁진 투데이코리아 기자
제2 기자단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취재 당시 생겼다고 합니다. 특검팀이 꾸려지고 나서 이른바 마이너 매체 기자들이 특검 사무실을 출입하려고 했더니 법조 기자단에 가입된 기자들에 한해서만 사무실 좌석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이너 매체 기자들이 항의와 반발을 하면서 법조 제2 기자단을 구성했다는 게 오 기자의 설명입니다.

그럼 제2 기자단이 꾸려지고 나서는 취재 여건이 개선됐을까? 오 기자는 "검찰 수사관을 만난다든가 검사와 저녁 자리를 가진다든가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법조인들과의 만남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정보 파악 과정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이나 중앙지법 공보 담당자들은 덜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나 고검 담당 공보관들은 안 만나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오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오 기자와 같은 마이너 매체 기자가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려면 먼저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합니다.

6개월 뒤에 그동안 법조 기사를 보도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면 법원, 지검, 대검 기자단에서는 각각 투표를 해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이뤄지면 기자실 출입이 허용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대법원 1진 기자실에서 1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기자실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 기자는 기자단과 관련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도 털어놨습니다. 이번엔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의 이야기입니다. 경찰 출입을 할 수 없어서 경찰관 연락처를 몰랐던 오 기자가 2년 전, 아는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에게 경찰관과의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해당 출입기자는 '내가 연결을 해줄 테니 오 기자 네가 취재하는 단독 기사 아이템을 나한테 줘라, 그러면 너 나중에 경찰 출입하고 싶으면 내가 그때 찬성표를 던져줄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기자단 가입을 두고 일종의 거래를 제안한 셈입니다.

기자단 가입 위해 장기자랑에 읍소까지…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수년 전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가입을 위한 자기선전 시간을 목격했습니다. 이 기자는 "강당에 모인 기자단 앞에서 출입을 희망하는 매체 기자들은 자기소개와 함께 출입을 부탁한다는 자유 발언을 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굉장히 굴욕적인 시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자는 "출입을 희망했던 한 경제지 기자는 매체를 상징하는 탈을 쓰고 나와서 장기자랑을 했지만, 가입이 부결됐고, 또 다른 매체의 기자는 '딸이 우리 아빠 서울시 출입기자단으로 뽑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틀며 읍소를 했지만 역시 가입이 부결됐다"고 털어놨습니다.


'법조 기자단 운영 원칙 뭐냐' 소송에 헌법소원까지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취재에 제약도 많습니다. 박서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비출입사 기자는 청사 법원이나 검찰청에 들어서서 1층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명함을 맡기고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면서 "거기서 출입증을 발급하면 그걸 갖고 공보판사에게 가서 비표를 수령을 한 다음에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법원동으로 가서 비표를 들고 재판정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기자는 "비표마저 없으면 재판정 안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고 일일이 수첩에 수기로 적어야 하기에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그리고 대안매체인 셜록은 지난해 12월 기자실을 제공하는 서울고등검찰청과 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지 검찰이나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들 3개 매체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언론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도 제기했습니다. 박 기자는 "법조 기자단에 소속된 매체에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고, 기자단 자체를 기자들이 운영하는 게 맞는지 전반적으로 짚어보자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에서는 출입기자단에 무슨 문제들이 있고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질문해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첫 회는 <폐지냐 유지냐…출입기자단>과 <기자 지망생들이 기자들에게 묻다.> 주제로 18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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