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기자도 못 들어가는 기자단’은 누구를 위해 유지되나?

입력 2021.04.18 (22:42) 수정 2021.04.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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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인사드리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김솔희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약속” 오늘 첫 시간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시청자 여러분께 몇가지 약속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저희는 끊임없이 질문하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비평에 안주하지 않고 답을 찾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겠습니다.

끝으로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평을 하겠습니다.

그 과정, 과정에는 채영길, 홍원식, 유현재, 조수진 교수님 등 네 분의 전문가 자문단의 철저한 검증과 함께 시민 패널 150여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디어의 본질을 찾아가겠습니다.

이제 질문하는 기자들 Q 본격적인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첫 질문 대상은 기자단인데요.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34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유착 의혹부터 받아쓰기 기사, 또 조회수 장사라는 비판까지. 결코 기자와 매치돼서는 안 될 부정적인 시각이 생겨나고 있고, 이는 기자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도 이어지고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 내부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선 영상을 통해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기자단의 개념을 살펴보고 그 적나라한 운영 실태까지 살펴보겠습니다.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 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검.

각급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입니다.

이 건물마다에는 기자실이 있습니다.

기자실에서는 해당 기관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이 출퇴근하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씁니다.

이 기자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를 기자단이라고 합니다.

법원과 검찰에 있는 기자단을 이른바 법조 기자단이라고 하는데 40여 개 매체, 260여 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비롯해 다른 정부 기관들에도 기자실이 있고 그곳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기자단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궁금증을 쫓아가봤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기자단의 폐쇄성입니다.

먼저 상당수 정부기관의 기자실은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그리고 대안매체인 셜록은 지난해 12월 기자실을 제공하는 서울고등검찰청과 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지 검찰이나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들 3개 매체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상황.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왜 소송을 제기하신 건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 줄 수 있나요?) 법조 기자단에 소속된 매체에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있었고. 기자단 자체를 과연 기자들이 운영하는 게 맞는 건지. 이런 것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시 한번 짚어보자."]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취재에 제약도 많습니다.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비출입사 입장에서 법조를 취재할 때 불편한 점이 많이 있을 텐데 어떤 점들이 불편할까요?) 비출입사면 청사 법원이나 검찰청에 들어서서 1층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명함을 맡기고 제 인적사항을 기재를 해야 합니다. 거기서 출입증을 발급하면 그거를 가지고 재판을 방청하러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걸 가지고 공보판사에게 가서 비표라는 거를 수령을 한 다음에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법원동으로 다시 가서 이제 그 비표를 들고 재판정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 비표가 없는 상황이면 노트북으로 기재를 할 수가 없어요. 일일이 수첩에만 이렇게 기재를 수기로 해야 합니다."]

특히 공개적인 브리핑이 아닌,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른바 백브리핑은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이나 결정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게 백브리핑의 취지이지만 결국 이 내용도 기사화되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11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공개 브리핑에선 투기 의심 직원이 20명이라고만 했지만 백브리핑에선 해당 직원들의 직급과, 추가 투기의심자 7명이 토지를 소유한 지역 정보가 추가됐습니다.

기자단에 속한 출입기자들만 백브리핑에서 얻은 추가적인 정보로 보다 구체적인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자단 가입은 쉬울까?

법조 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선 우선 반 년 동안 3명 이상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합니다.

이 실적을 근거로 법원, 지검, 대검 각 기자단 투표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각사 법조 최고참들이 모여있는 대법원 기자단에서 추인을 받아야 합니다.

인력이 적어 영세매체들은 기자단 가입이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

법조 제2기자단을 꾸리기도 했지만, 기존 기자단과의 차별은 여전합니다.

[오혁진/투데이코리아 기자 : "(제2기자단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취재 여건이 조금 개선이 됐나요?) 정식으로 만들어진 기자단이 아니기 때문에 뭐 검찰 수사관을 만난다든가 그런 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법조인들하고의 만남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점과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죠. 고등법원이나 고검 담당 공보관분들은 안 만나주시려고 하는 경향이 좀 있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일부 기관에서는 기자단 가입을 위한 촌극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서울시청 취재기자/음성대역 : "기자단 가입을 신청한 각 언론사마다 자기를 선전하는 시간이 있어요. 기자단 앞에서 강당에 가서 나는 누구인데 이래서 출입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자유 스피치 시간이 주어지는데 반대로 말하면 굉장히 굴욕적인 시간이죠. 당시에 같이 출입을 희망했던 경제지에서는 매체를 상징하는 탈을 쓰고 나와서 장기자랑을 했지만 가입이 안 됐고, 또다른 매체의 기자는 '딸이 우리 아빠 서울시 출입기자단으로 뽑아주세요.' 라고 말하는 영상을 틀며 읍소를 했다가 떨어졌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단은 가입 결정권과 함께 소속 기자에 대한 징계권도 갖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하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금지하는 엠바고를 정하고 이를 어기면 출입금지 등 자체 징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징계 수준이 들쭉날쭉합니다.

MBC는 지난 2월, 추경 규모에 대한 단독 보도를 했다가 엠바고 파기를 이유로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6개월 출입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KBS는 역시 기재부 엠바고 사안을 보도했는데 기자단에게 간식을 돌리는 징계에 그쳤습니다.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똑같은 일을 저질렀어도 어떤 매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굉장히 높은데 어떤 매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굉장히 낮고 어떤 매체는 징계를 받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이게 과연 객관적인, 정량적인 평가로 이루어지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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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오늘 함께하실 분들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앞서 영상물 취재를 맡은 한승연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승연>

안녕하세요? 한승연입니다. 열심히 질문하겠습니다.

이어서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김솔희>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나오셨습니다.

<한승연>

안녕하세요?

<김솔희>

우선 영상을 보고 나서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기자단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게 된 건 처음이었는데요.

그러고 나서 뒷이야기들을 보면서 받은 느낌은 충격적이다.

이렇게 폐쇄적이구나. 이런 걸 처음 느껴봤는데요.

기자는 이미 KBS 기자로 기자단에 속해서 여러 출입처에서 이미 기자단으로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10년 이상을. 그런데 오늘 이렇게 기자단에 대해서 취재를 해보고 나니까 어떠셨어요?

<한승연>

참 씁쓸하다는 그런 느낌도 들고요. 지금 영상에서 나왔지만 오혁진 기자라고 영세매체에 속한 기자가 겪은 일을 소개를 해 드리자면 경찰 취재를 하려고 했는데 경찰관의 연락처를 몰라서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에게 연결을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출입기자가 하는 말이 연결을 해 줄 테니까 그럼 오 기자 네가 취재하고 있는 단독 아이템을 나한테 줘라. 그러면 기자단 가입 투표를 할 때 내가 찬성표를 던져주겠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김솔희>

이런 갑질을 <한승연> 기자단 가입을 갖고 일종의 거래를 제안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영세매체의 입장에서는 이 기자단 가입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오히려 이용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김솔희>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시민들은 기대를 하는데 오늘 영상을 보고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기자단 자체가 어떤 권력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채영길>

사실은 뭐 관행적인 어떤 취재와 보도를 행하는 기자들로서는 어떤 권력을 이렇게 향유한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자단에서는 어떠한 취재와 보도 자원 통제를 통해서 무엇이 가능하냐 무엇이 불가능하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거든요.

밖에 있는 어떤 기자들은 그런 것을 사실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솔희>

저는 애초에 기자단이라는 게 처음에 어떻게 생겨나게 됐나 그게 궁금해요.

<채영길>

사실 이게 192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김솔희>

100년 정도 됐네요, 거의.

<채영길>

일제강점기 때부터 기자단이라는 것은 꾸려졌었고요. 지금과 같은 어떤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러면서 군사 정권, 엄혹한 시절 견디면서 기자단이 나름대로 역할들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80년대 민주화를 지나고 그리고 9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이게 관행화가 되어가기 시작합니다.

기자단과 권력을 비유하는 게 악어와 악어새, 이런 말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어떤 기자단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대상과 어떤 긴밀한 상생의 관계까지 있다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김솔희>

그래서 그 기자단에 속한 기자들의 어떤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협회장으로서 이런 폐쇄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김동훈>

매체가 굉장히 많아진 상황에서 문턱을 좀 낮추고 폐쇄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을 합니다.

그러면 어느 선까지 기자단에 가입해야 하는가, 이것도 또 하나의 과제거든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돼 있는 정기 간행물만

2만 개가 넘습니다.

그중에서 한국기자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언론사는 195개거든요.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과연 어느 선까지 출입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이것도 상당히 지금 숙제고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기자단이 폐쇄적인 어떤 운영에 문제가 있지만 동면의 양면 같아서 또 순기능도 분명히 있습니다.

<김솔희>

어떤 걸까요?

<김동훈>

기관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어떤 일상화돼 있는 과거 박종철 치사 사건 같은 경우에도 언론이 상주하면서 그런 어떤 느낌을, 낌새를 차려서 특종을 했던 거고요.

여러 사례가 있지만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같은 경우도 검찰 출입하는 기자가 대검에서 취재를 하면서 거기에서 우연히 들은 얘기가 특종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는데 그런 순기능적인 부분도 있어서 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김솔희>

이 정보가 어느 선까지 공개가 되어야 하고 언제 공개가 되어야 하고 이런 게 분명히 존재할 거 아니에요.

뭐 소위 말하는 엠바고, 이런 걸 지키기 위해서 기자단이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김동훈>

엠바고라는게 보도 보류잖아요. 예를 들어 경찰 출입 같은 경우에 기획 수사를 하고 있는데 한 명 두 명 검거하고 있는데 그것을 언론에서 먼저 단발성으로 보도를 해버리면 김이 빠져버리잖아요.

이것은 이제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기획수사의 한 단면인데 그렇기 때문에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엠바고를 요청해 왔을 때 기자들은 좀 대부분 받아들이거든요.

<한승연>

제가 김 협회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거는, 엠바고를 파기했을 때 그거를 징계하는 게 해당 기관에서 하는 게 어쩌면 맞을 수도 있을 텐데 지금 징계하는 거를 보면 기자단에서 스스로 결정을 하는 거잖아요.

징계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이런 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김동훈>

어떤 사안은 정말 엠바고를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안인데 그걸 깼다고 해서 기자단의 어떤 결속과 유지를 위해서 본보기식으로 징계를 내리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경우에는 저도 상당히 유감스럽고요.

<채영길>

엠바고라는 것은 사실 국가의 안위나 시민의 안전, 이런 것과 직결될 때, 정말 필요할 때 제한적인 경우에 이렇게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많은 경우에 엠바고라는 것이 기자단의 어떠한,아까도 말씀드렸죠.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동훈>

기자단 안에서 엠바고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기자단에 들어와 있지 않은 매체들이 엠바고에 자유롭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 요즘에 엠바고가 예전보다는 많이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솔희>

또 궁금한 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채영길>

물론 미국 같은 경우에도 기자단을 꾸릴 때가 있고요.

그리고 다른 서구 언론에서도 어떤 취재처라는 것을 두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도.

그렇지만 운영 방식이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율적입니다.

그리고 기자단이 다른 기자를 어떻게 선발하거나 그리고 어떠한 엠바고를 어겼다고 해서 징벌을 하는 이러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단과 취재처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서 어떤 권력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어떤 보도가 잘못되고 있는지,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건 우리나라만의 시스템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결국은 출입기자실은 출입처 안에 있는 거잖아요. 이를 테면 정부 부처 안에.

그런데 앞서 자료에서 나왔던 서울고등법원 같은 경우에는 자기들은 기자실, 공간만 제공할 뿐이다.

기자단을 가입하고 제공하고 이런 건 일체 기자단에 일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왔는데 진짜 그렇게 전혀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간만 제공하는 건지. 다른 정부 기관들도 다 그런 식으로 하고 있나요?

<한승연>

그래서 저희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기자단만 기자실을 쓸 수 있는 정부 부처, 주요 출입처 11곳에 질의를 보내봤는데요.

기자실을 제공을 할 뿐이고 기자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곳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는데요.

이러한 점은 분명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가 기자단을 통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를 하면서 정작 관리와 운영에 대한 책임은 떠넘기는, 기자단에 떠넘기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이런 가운데 새로운 공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 공수처에서는 엠바고와 재가입에 대한 권한도 역시 기자단에게 일임을 했거든요.

이런 걸 보면 기존 기자단의 문제를 또 답습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김솔희>

그러게 말입니다. 시민 패널들의 생각을 이쯤에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기자단의 존재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시민 패널에게 던져봤는데요.

응답을 해 주신 157명 중에 112명이 알고 있다고 답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기자단의 존재를 알고 계신 분들께 기자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또 기자단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먼저 기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을 주신 분들은 그 이유로 현장 접근성과 엠바고의 필요성, 또 양질의 취재 접근권 보장 등 주로 취재상의 필요성을 이유로 들어주셨습니다.

또 반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분들은요. 정부의 입장 대변,

또 획일화된 보도, 출입처 유착 등 앞서 이야기한

공생관계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로 해주셨습니다.

여기 나온 시민분들이 답해준 답변들을 보면요.

기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

다 어떤 면에서 수긍이 가고 납득이 가더라고요.

채 교수님께서는 현실적으로 어떤 면이 더 작용하고 있다고 보세요?

<채영길>

기자단 시스템이 관행화됨으로써 보도나 기사의 퀄리티가 얼마나 향상이 되었는가 우리의 삶의 어떤 개선이 보도나 취재를 통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렇게 쭉 이어져왔다면

사실 이런 어떤 기자단의 운영에 대해서 이런 불신과 어떤 권력이라고 하는 비판, 그리고 폐쇄적이라고 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비판, 이런 것들이 그렇게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협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동훈> 저는 이게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나 기관의 정보 공개의 투명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보 공개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감추고 또 때로는 언론을 통제하고 이런 상황에서 기자단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좀 자료를 내놓고 또 언론의 취재에 응하고 이런 상황이 좀 되고 있는데요. 저는 사실 지금 기자단, 그러니까 기자실, 프레스룸이죠. 프레스룸은 브리핑룸화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상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브리핑룸이 되면 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것이죠.

<김솔희> 그렇군요. 출입처 제도, 기자단 시스템에 대해서 그동안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요. KBS를 포함한 언론사 내부에서도 이런 출입처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영상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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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KBS에서는 출입처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엄경철 전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2019년 11월 취임 당시 출입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엄경철/KBS 통합뉴스룸 국장/2019년 12월 15일 저널리즘토크쇼J : "출입처 중심의 한국 언론의 보도가 대부분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양산해내고 관점도 균질화되어있고. 이렇게 해서는 뉴스 이용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데 만족하지 못한다, 신뢰가 떨어진다, 이런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각 취재부서에 출입처를 벗어난 기획 취재팀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는 정치부에 '의정팀'만 남아 있습니다.

기획 취재팀이 없더라도 '일하다 죽지 않게' 시리즈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출입처 제도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엄경철 전 국장은 서면 답변을 통해 어떤 기사가 더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내부 반대를 극복할 만한 확실한 대안적 취재 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방송사의 사정은 어떨까.

[MBC 기자/음성변조 : "출입처를 폐지하고 기획이나 심층 위주의 보도를 하자. 설득력을 기자들한테 확실히 얻어야 추진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출입처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정치 권력, 사법 권력, 이런 취재원을 만날 수 있는 출입처가 고급 출입처라는 인식이 좀 있어요. 그거를 지향하는 기자들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걸 부정할 수는 없는 거고..."]

["수뇌부에서는 출입처 제도 문제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개혁을 하려는 그런 의지가 있나요?"]

[MBC 기자/음성변조 : "있죠. 매년 국장 바뀔 때마다 새로운 안을 내놔요. 이슈대응팀을 만들었다가 출입처 폐지하는 게 어떠냐, 이렇게 나왔다가 이제 반대에 부딪치거나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여론이 많아서 이름을 바꿔서 인권이나 이런 걸 좀 강화하는 측면으로 갔고, 또 하나는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걸 만들어서 그쪽으로 좀 파고들었던 게 있는데, 답이 잘 안 나오네요."]

출입처 중심의 기자단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의 시도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검찰 기자단 해체' 국민 청원 참여자가 34만 명이 넘자 청와대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국무총리실은 2월부터 개방적인 브리핑을 열고 있습니다.

출입 여부와 상관 없이 어느 기자나 참여할 수 있고 일반 시민도 SNS를 통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곳 정부서울청사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총리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누구든지 정책 현안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 있고 정 총리가 이에 대해서 답변을 하는데요.

저는 기자단 문제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정세균/前 국무총리 : "(3월 11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의 1차 합동조사 결과 브리핑 때에는 브리핑 이후에 백 브리핑이 진행이 됐었습니다. 이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하자는 취지와는 맞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백 브리핑이 필요하면 백 브리핑을 하는 것이 좋겠고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그 부분은 언론인들의 입장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결국 공은 다시 기자들에게로 넘어왔고, 지난 2일엔 한국기자협회와 문체부는 기자단 운영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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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영상을 보고 나니까요.

뭐 출입처, 정부 측도 그렇고 언론사 측도 그렇고 현재 기자단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개선해야겠다는 해법은 양측 다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한승연>

엄 전 국장이 출입처 폐지를 밝혔을 때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고 보는데요.

한 가지는 내부 구성원과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기 전에 외부 매체를 통해 구상을 밝힌 점이 있었고 또 하나는 기자들이 느끼기에 출입처에 나가지 않고도 밀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기반 형성이 제대로 되 있지 않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영길>

저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걸 실패라고 하는 어떠한 접근은 그런 것을 지양하고 기존에 실패한 제도가 어떤 완고하고 견고한 체제로 남아 있다고 하는 부분을 드러내는 어떤 그런 계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기자들 내부에서도 지금의 어떤 기자단 제도, 출입처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출입처를 못놓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취재의 효율성? 그런 것 때문에?

<김동훈>

외부로 바깥으로 돌면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더 무서운데 문제는 뭐냐 하면 기자실에 기자단이 가입돼 있으먼 최소한 물은 먹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낙종은 안 하는 거죠.

<김솔희>

기본은 할 수 있는 거죠.

기자단에 대해서 취재하면서 여러 기자분들이 인터뷰를 거부하고 두려워하고 이러셨는데 SBS의 임찬종 기자 같은 경우에는 왜 출입처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글을 올린 게 있더라고요.

좀 소개를 하자면.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고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언론사 등록제로 전환이 될 경우에 그러면 이른바 유력 언론사나 대형 언론사의 상대적 우위가 더 공고해질 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 이야기는 뭐냐하면 기자단이 없으면 대형 언론사들이 다시 연합을 해서 기관과 소통할 대표 기자를 뽑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그 대표 기자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대표 기자를 정보 공개 소통의 창구로 삼게 된다는 얘기이고.

<김솔희>

그럴 수 있죠.

<한승연>

그렇게 될 경우에는 그 모임의 성격은 지금 현재 기자단보다 더 사적인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훨씬 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력 매체와 비유력 매체의 차별은 더심해질 것이다.

<채영길>

저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만 언론사가 취재처를 그리고 기자단을 꾸리지 않는 곳이 있는데 바로 시민들의 삶 속이라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취재처를 두지 않고 즉 기자실을 벗어난 어떤 곳에 취재처를 두지 않는 것은 이유가 딱 하나예요.

시민들과 유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언론사는 시민들과의 유착이 절대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취재처를 벗어나고 기자단을 나오는 것이 저는 첫 번째 어떤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앞서 영상 말미에 지난 2일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기자협회의 만남 소식이 잠시 나왔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고 전해졌는데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좀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김동훈>

기자단 역시도 기자들 주요 출입처 기자들 간사들도 생각들이 다 다릅니다.

왜냐하면 기자들이 사실 각 언론사, 소속되어 있는 언론사도 다르고 또 처지와 환경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자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파편화된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프레스룸의 브리핑룸화, 정보 공개의 투명성 그러면서 기자 자율기구에 맡겨서 출입할 출입할 수 있는 기자들의 어떤 선을 정하는 이 세 가지 정도를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김솔희>

지금 제시되고 있는 대안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에 국한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미디어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1인 미디어도 늘어나고 대안 매체도 많고요.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또 어떤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채 교수님?

<채영길>

얼마 전에 닷페이스라는 곳에서 이러한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95년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리고 2003년에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

그리고 2014년에 세월호 참사. 이 세 개의 어떤 큰 재난을 비교를 하면서 공통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언론의 관행적인 취재와 보도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러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저널리즘 환경을 위한 새로운 취재와 보도 재료들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김솔희>

오늘 질문하는 기자들 Q 첫 시간으로 기자단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관행적으로 해 왔던 일이기도 하고 또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는데요.

그래도 현재 기자단 시스템, 출입처 의존 경향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히 있고 또 분명히 어떤 변화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도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마무리하면서 세 분 한 말씀씩 들어볼까요?

<채영길>

저는 현 시대를 가장 핵심적으로 꼽는다면, 저널리즘과 관련해서.

언론의 자유라는 키워드보다 모두를 위한 언론 그리고 평등한 언론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유에 무게가 실린 곳에서 이제는 평등 쪽으로 옮길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이러한 언론과 취재 관행에 참여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들이 많이 진척되다 보면 우리가 오늘 논의했던 이 부분들도 좀 해법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김 협회장님.

<김동훈>

요즘 언론에 대한 어떤 신뢰 추락, 그다음에 기자들이 불신받는 세상이잖아요.

올바른 뉴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우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출발점이 바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겠죠.

그것이 어떤 한 축의 정보 공개 투명성이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기자들 역시도 좀 공정하게 투명하게 전달을 해야겠죠.

<한승연>

같은 맥락에서 정보 공개 청구 제도를 현실화해서

지금 공개 결정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또 공개하는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란 말이죠. 이런 거를 좀 현실화를 해서 했으면 좋겠고.

결국 이렇게 해야 정부 접근에 대한 차별을 좀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솔희>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본 기자단 개혁,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세 분 고맙습니다.

*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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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기자도 못 들어가는 기자단’은 누구를 위해 유지되나?
    • 입력 2021-04-18 22:42:58
    • 수정2021-04-18 23:30:30
    질문하는 기자들Q
[앵커]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인사드리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김솔희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약속” 오늘 첫 시간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시청자 여러분께 몇가지 약속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저희는 끊임없이 질문하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비평에 안주하지 않고 답을 찾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겠습니다.

끝으로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평을 하겠습니다.

그 과정, 과정에는 채영길, 홍원식, 유현재, 조수진 교수님 등 네 분의 전문가 자문단의 철저한 검증과 함께 시민 패널 150여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디어의 본질을 찾아가겠습니다.

이제 질문하는 기자들 Q 본격적인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첫 질문 대상은 기자단인데요.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34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유착 의혹부터 받아쓰기 기사, 또 조회수 장사라는 비판까지. 결코 기자와 매치돼서는 안 될 부정적인 시각이 생겨나고 있고, 이는 기자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도 이어지고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 내부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선 영상을 통해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기자단의 개념을 살펴보고 그 적나라한 운영 실태까지 살펴보겠습니다.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 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검.

각급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입니다.

이 건물마다에는 기자실이 있습니다.

기자실에서는 해당 기관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이 출퇴근하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씁니다.

이 기자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를 기자단이라고 합니다.

법원과 검찰에 있는 기자단을 이른바 법조 기자단이라고 하는데 40여 개 매체, 260여 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비롯해 다른 정부 기관들에도 기자실이 있고 그곳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기자단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궁금증을 쫓아가봤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기자단의 폐쇄성입니다.

먼저 상당수 정부기관의 기자실은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그리고 대안매체인 셜록은 지난해 12월 기자실을 제공하는 서울고등검찰청과 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지 검찰이나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들 3개 매체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상황.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왜 소송을 제기하신 건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 줄 수 있나요?) 법조 기자단에 소속된 매체에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있었고. 기자단 자체를 과연 기자들이 운영하는 게 맞는 건지. 이런 것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시 한번 짚어보자."]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취재에 제약도 많습니다.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비출입사 입장에서 법조를 취재할 때 불편한 점이 많이 있을 텐데 어떤 점들이 불편할까요?) 비출입사면 청사 법원이나 검찰청에 들어서서 1층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명함을 맡기고 제 인적사항을 기재를 해야 합니다. 거기서 출입증을 발급하면 그거를 가지고 재판을 방청하러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걸 가지고 공보판사에게 가서 비표라는 거를 수령을 한 다음에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법원동으로 다시 가서 이제 그 비표를 들고 재판정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 비표가 없는 상황이면 노트북으로 기재를 할 수가 없어요. 일일이 수첩에만 이렇게 기재를 수기로 해야 합니다."]

특히 공개적인 브리핑이 아닌,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른바 백브리핑은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이나 결정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게 백브리핑의 취지이지만 결국 이 내용도 기사화되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11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공개 브리핑에선 투기 의심 직원이 20명이라고만 했지만 백브리핑에선 해당 직원들의 직급과, 추가 투기의심자 7명이 토지를 소유한 지역 정보가 추가됐습니다.

기자단에 속한 출입기자들만 백브리핑에서 얻은 추가적인 정보로 보다 구체적인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자단 가입은 쉬울까?

법조 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선 우선 반 년 동안 3명 이상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합니다.

이 실적을 근거로 법원, 지검, 대검 각 기자단 투표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각사 법조 최고참들이 모여있는 대법원 기자단에서 추인을 받아야 합니다.

인력이 적어 영세매체들은 기자단 가입이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

법조 제2기자단을 꾸리기도 했지만, 기존 기자단과의 차별은 여전합니다.

[오혁진/투데이코리아 기자 : "(제2기자단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취재 여건이 조금 개선이 됐나요?) 정식으로 만들어진 기자단이 아니기 때문에 뭐 검찰 수사관을 만난다든가 그런 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법조인들하고의 만남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점과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죠. 고등법원이나 고검 담당 공보관분들은 안 만나주시려고 하는 경향이 좀 있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일부 기관에서는 기자단 가입을 위한 촌극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서울시청 취재기자/음성대역 : "기자단 가입을 신청한 각 언론사마다 자기를 선전하는 시간이 있어요. 기자단 앞에서 강당에 가서 나는 누구인데 이래서 출입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자유 스피치 시간이 주어지는데 반대로 말하면 굉장히 굴욕적인 시간이죠. 당시에 같이 출입을 희망했던 경제지에서는 매체를 상징하는 탈을 쓰고 나와서 장기자랑을 했지만 가입이 안 됐고, 또다른 매체의 기자는 '딸이 우리 아빠 서울시 출입기자단으로 뽑아주세요.' 라고 말하는 영상을 틀며 읍소를 했다가 떨어졌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단은 가입 결정권과 함께 소속 기자에 대한 징계권도 갖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하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금지하는 엠바고를 정하고 이를 어기면 출입금지 등 자체 징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징계 수준이 들쭉날쭉합니다.

MBC는 지난 2월, 추경 규모에 대한 단독 보도를 했다가 엠바고 파기를 이유로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6개월 출입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KBS는 역시 기재부 엠바고 사안을 보도했는데 기자단에게 간식을 돌리는 징계에 그쳤습니다.

[박서연/미디어오늘 기자 : "똑같은 일을 저질렀어도 어떤 매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굉장히 높은데 어떤 매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굉장히 낮고 어떤 매체는 징계를 받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이게 과연 객관적인, 정량적인 평가로 이루어지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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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오늘 함께하실 분들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앞서 영상물 취재를 맡은 한승연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승연>

안녕하세요? 한승연입니다. 열심히 질문하겠습니다.

이어서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김솔희>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나오셨습니다.

<한승연>

안녕하세요?

<김솔희>

우선 영상을 보고 나서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기자단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게 된 건 처음이었는데요.

그러고 나서 뒷이야기들을 보면서 받은 느낌은 충격적이다.

이렇게 폐쇄적이구나. 이런 걸 처음 느껴봤는데요.

기자는 이미 KBS 기자로 기자단에 속해서 여러 출입처에서 이미 기자단으로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10년 이상을. 그런데 오늘 이렇게 기자단에 대해서 취재를 해보고 나니까 어떠셨어요?

<한승연>

참 씁쓸하다는 그런 느낌도 들고요. 지금 영상에서 나왔지만 오혁진 기자라고 영세매체에 속한 기자가 겪은 일을 소개를 해 드리자면 경찰 취재를 하려고 했는데 경찰관의 연락처를 몰라서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에게 연결을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출입기자가 하는 말이 연결을 해 줄 테니까 그럼 오 기자 네가 취재하고 있는 단독 아이템을 나한테 줘라. 그러면 기자단 가입 투표를 할 때 내가 찬성표를 던져주겠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김솔희>

이런 갑질을 <한승연> 기자단 가입을 갖고 일종의 거래를 제안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영세매체의 입장에서는 이 기자단 가입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오히려 이용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김솔희>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시민들은 기대를 하는데 오늘 영상을 보고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기자단 자체가 어떤 권력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채영길>

사실은 뭐 관행적인 어떤 취재와 보도를 행하는 기자들로서는 어떤 권력을 이렇게 향유한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자단에서는 어떠한 취재와 보도 자원 통제를 통해서 무엇이 가능하냐 무엇이 불가능하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거든요.

밖에 있는 어떤 기자들은 그런 것을 사실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솔희>

저는 애초에 기자단이라는 게 처음에 어떻게 생겨나게 됐나 그게 궁금해요.

<채영길>

사실 이게 192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김솔희>

100년 정도 됐네요, 거의.

<채영길>

일제강점기 때부터 기자단이라는 것은 꾸려졌었고요. 지금과 같은 어떤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러면서 군사 정권, 엄혹한 시절 견디면서 기자단이 나름대로 역할들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80년대 민주화를 지나고 그리고 9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이게 관행화가 되어가기 시작합니다.

기자단과 권력을 비유하는 게 악어와 악어새, 이런 말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어떤 기자단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대상과 어떤 긴밀한 상생의 관계까지 있다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김솔희>

그래서 그 기자단에 속한 기자들의 어떤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협회장으로서 이런 폐쇄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김동훈>

매체가 굉장히 많아진 상황에서 문턱을 좀 낮추고 폐쇄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을 합니다.

그러면 어느 선까지 기자단에 가입해야 하는가, 이것도 또 하나의 과제거든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돼 있는 정기 간행물만

2만 개가 넘습니다.

그중에서 한국기자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언론사는 195개거든요.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과연 어느 선까지 출입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이것도 상당히 지금 숙제고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기자단이 폐쇄적인 어떤 운영에 문제가 있지만 동면의 양면 같아서 또 순기능도 분명히 있습니다.

<김솔희>

어떤 걸까요?

<김동훈>

기관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어떤 일상화돼 있는 과거 박종철 치사 사건 같은 경우에도 언론이 상주하면서 그런 어떤 느낌을, 낌새를 차려서 특종을 했던 거고요.

여러 사례가 있지만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같은 경우도 검찰 출입하는 기자가 대검에서 취재를 하면서 거기에서 우연히 들은 얘기가 특종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는데 그런 순기능적인 부분도 있어서 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김솔희>

이 정보가 어느 선까지 공개가 되어야 하고 언제 공개가 되어야 하고 이런 게 분명히 존재할 거 아니에요.

뭐 소위 말하는 엠바고, 이런 걸 지키기 위해서 기자단이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김동훈>

엠바고라는게 보도 보류잖아요. 예를 들어 경찰 출입 같은 경우에 기획 수사를 하고 있는데 한 명 두 명 검거하고 있는데 그것을 언론에서 먼저 단발성으로 보도를 해버리면 김이 빠져버리잖아요.

이것은 이제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기획수사의 한 단면인데 그렇기 때문에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엠바고를 요청해 왔을 때 기자들은 좀 대부분 받아들이거든요.

<한승연>

제가 김 협회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거는, 엠바고를 파기했을 때 그거를 징계하는 게 해당 기관에서 하는 게 어쩌면 맞을 수도 있을 텐데 지금 징계하는 거를 보면 기자단에서 스스로 결정을 하는 거잖아요.

징계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이런 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김동훈>

어떤 사안은 정말 엠바고를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안인데 그걸 깼다고 해서 기자단의 어떤 결속과 유지를 위해서 본보기식으로 징계를 내리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경우에는 저도 상당히 유감스럽고요.

<채영길>

엠바고라는 것은 사실 국가의 안위나 시민의 안전, 이런 것과 직결될 때, 정말 필요할 때 제한적인 경우에 이렇게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많은 경우에 엠바고라는 것이 기자단의 어떠한,아까도 말씀드렸죠.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동훈>

기자단 안에서 엠바고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기자단에 들어와 있지 않은 매체들이 엠바고에 자유롭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 요즘에 엠바고가 예전보다는 많이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솔희>

또 궁금한 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채영길>

물론 미국 같은 경우에도 기자단을 꾸릴 때가 있고요.

그리고 다른 서구 언론에서도 어떤 취재처라는 것을 두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도.

그렇지만 운영 방식이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율적입니다.

그리고 기자단이 다른 기자를 어떻게 선발하거나 그리고 어떠한 엠바고를 어겼다고 해서 징벌을 하는 이러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단과 취재처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서 어떤 권력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어떤 보도가 잘못되고 있는지,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건 우리나라만의 시스템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결국은 출입기자실은 출입처 안에 있는 거잖아요. 이를 테면 정부 부처 안에.

그런데 앞서 자료에서 나왔던 서울고등법원 같은 경우에는 자기들은 기자실, 공간만 제공할 뿐이다.

기자단을 가입하고 제공하고 이런 건 일체 기자단에 일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왔는데 진짜 그렇게 전혀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간만 제공하는 건지. 다른 정부 기관들도 다 그런 식으로 하고 있나요?

<한승연>

그래서 저희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기자단만 기자실을 쓸 수 있는 정부 부처, 주요 출입처 11곳에 질의를 보내봤는데요.

기자실을 제공을 할 뿐이고 기자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곳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는데요.

이러한 점은 분명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가 기자단을 통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를 하면서 정작 관리와 운영에 대한 책임은 떠넘기는, 기자단에 떠넘기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이런 가운데 새로운 공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 공수처에서는 엠바고와 재가입에 대한 권한도 역시 기자단에게 일임을 했거든요.

이런 걸 보면 기존 기자단의 문제를 또 답습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김솔희>

그러게 말입니다. 시민 패널들의 생각을 이쯤에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기자단의 존재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시민 패널에게 던져봤는데요.

응답을 해 주신 157명 중에 112명이 알고 있다고 답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기자단의 존재를 알고 계신 분들께 기자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또 기자단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먼저 기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을 주신 분들은 그 이유로 현장 접근성과 엠바고의 필요성, 또 양질의 취재 접근권 보장 등 주로 취재상의 필요성을 이유로 들어주셨습니다.

또 반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분들은요. 정부의 입장 대변,

또 획일화된 보도, 출입처 유착 등 앞서 이야기한

공생관계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로 해주셨습니다.

여기 나온 시민분들이 답해준 답변들을 보면요.

기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

다 어떤 면에서 수긍이 가고 납득이 가더라고요.

채 교수님께서는 현실적으로 어떤 면이 더 작용하고 있다고 보세요?

<채영길>

기자단 시스템이 관행화됨으로써 보도나 기사의 퀄리티가 얼마나 향상이 되었는가 우리의 삶의 어떤 개선이 보도나 취재를 통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렇게 쭉 이어져왔다면

사실 이런 어떤 기자단의 운영에 대해서 이런 불신과 어떤 권력이라고 하는 비판, 그리고 폐쇄적이라고 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비판, 이런 것들이 그렇게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협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동훈> 저는 이게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나 기관의 정보 공개의 투명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보 공개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감추고 또 때로는 언론을 통제하고 이런 상황에서 기자단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좀 자료를 내놓고 또 언론의 취재에 응하고 이런 상황이 좀 되고 있는데요. 저는 사실 지금 기자단, 그러니까 기자실, 프레스룸이죠. 프레스룸은 브리핑룸화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상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브리핑룸이 되면 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것이죠.

<김솔희> 그렇군요. 출입처 제도, 기자단 시스템에 대해서 그동안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요. KBS를 포함한 언론사 내부에서도 이런 출입처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영상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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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KBS에서는 출입처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엄경철 전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2019년 11월 취임 당시 출입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엄경철/KBS 통합뉴스룸 국장/2019년 12월 15일 저널리즘토크쇼J : "출입처 중심의 한국 언론의 보도가 대부분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양산해내고 관점도 균질화되어있고. 이렇게 해서는 뉴스 이용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데 만족하지 못한다, 신뢰가 떨어진다, 이런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각 취재부서에 출입처를 벗어난 기획 취재팀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는 정치부에 '의정팀'만 남아 있습니다.

기획 취재팀이 없더라도 '일하다 죽지 않게' 시리즈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출입처 제도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엄경철 전 국장은 서면 답변을 통해 어떤 기사가 더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내부 반대를 극복할 만한 확실한 대안적 취재 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방송사의 사정은 어떨까.

[MBC 기자/음성변조 : "출입처를 폐지하고 기획이나 심층 위주의 보도를 하자. 설득력을 기자들한테 확실히 얻어야 추진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출입처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정치 권력, 사법 권력, 이런 취재원을 만날 수 있는 출입처가 고급 출입처라는 인식이 좀 있어요. 그거를 지향하는 기자들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걸 부정할 수는 없는 거고..."]

["수뇌부에서는 출입처 제도 문제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개혁을 하려는 그런 의지가 있나요?"]

[MBC 기자/음성변조 : "있죠. 매년 국장 바뀔 때마다 새로운 안을 내놔요. 이슈대응팀을 만들었다가 출입처 폐지하는 게 어떠냐, 이렇게 나왔다가 이제 반대에 부딪치거나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여론이 많아서 이름을 바꿔서 인권이나 이런 걸 좀 강화하는 측면으로 갔고, 또 하나는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걸 만들어서 그쪽으로 좀 파고들었던 게 있는데, 답이 잘 안 나오네요."]

출입처 중심의 기자단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의 시도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검찰 기자단 해체' 국민 청원 참여자가 34만 명이 넘자 청와대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국무총리실은 2월부터 개방적인 브리핑을 열고 있습니다.

출입 여부와 상관 없이 어느 기자나 참여할 수 있고 일반 시민도 SNS를 통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곳 정부서울청사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총리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누구든지 정책 현안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 있고 정 총리가 이에 대해서 답변을 하는데요.

저는 기자단 문제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정세균/前 국무총리 : "(3월 11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의 1차 합동조사 결과 브리핑 때에는 브리핑 이후에 백 브리핑이 진행이 됐었습니다. 이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하자는 취지와는 맞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백 브리핑이 필요하면 백 브리핑을 하는 것이 좋겠고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그 부분은 언론인들의 입장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결국 공은 다시 기자들에게로 넘어왔고, 지난 2일엔 한국기자협회와 문체부는 기자단 운영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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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영상을 보고 나니까요.

뭐 출입처, 정부 측도 그렇고 언론사 측도 그렇고 현재 기자단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개선해야겠다는 해법은 양측 다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한승연>

엄 전 국장이 출입처 폐지를 밝혔을 때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고 보는데요.

한 가지는 내부 구성원과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기 전에 외부 매체를 통해 구상을 밝힌 점이 있었고 또 하나는 기자들이 느끼기에 출입처에 나가지 않고도 밀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기반 형성이 제대로 되 있지 않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영길>

저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걸 실패라고 하는 어떠한 접근은 그런 것을 지양하고 기존에 실패한 제도가 어떤 완고하고 견고한 체제로 남아 있다고 하는 부분을 드러내는 어떤 그런 계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기자들 내부에서도 지금의 어떤 기자단 제도, 출입처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출입처를 못놓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취재의 효율성? 그런 것 때문에?

<김동훈>

외부로 바깥으로 돌면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더 무서운데 문제는 뭐냐 하면 기자실에 기자단이 가입돼 있으먼 최소한 물은 먹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낙종은 안 하는 거죠.

<김솔희>

기본은 할 수 있는 거죠.

기자단에 대해서 취재하면서 여러 기자분들이 인터뷰를 거부하고 두려워하고 이러셨는데 SBS의 임찬종 기자 같은 경우에는 왜 출입처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글을 올린 게 있더라고요.

좀 소개를 하자면.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고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언론사 등록제로 전환이 될 경우에 그러면 이른바 유력 언론사나 대형 언론사의 상대적 우위가 더 공고해질 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 이야기는 뭐냐하면 기자단이 없으면 대형 언론사들이 다시 연합을 해서 기관과 소통할 대표 기자를 뽑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그 대표 기자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대표 기자를 정보 공개 소통의 창구로 삼게 된다는 얘기이고.

<김솔희>

그럴 수 있죠.

<한승연>

그렇게 될 경우에는 그 모임의 성격은 지금 현재 기자단보다 더 사적인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훨씬 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력 매체와 비유력 매체의 차별은 더심해질 것이다.

<채영길>

저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만 언론사가 취재처를 그리고 기자단을 꾸리지 않는 곳이 있는데 바로 시민들의 삶 속이라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취재처를 두지 않고 즉 기자실을 벗어난 어떤 곳에 취재처를 두지 않는 것은 이유가 딱 하나예요.

시민들과 유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언론사는 시민들과의 유착이 절대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취재처를 벗어나고 기자단을 나오는 것이 저는 첫 번째 어떤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앞서 영상 말미에 지난 2일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기자협회의 만남 소식이 잠시 나왔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고 전해졌는데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좀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김동훈>

기자단 역시도 기자들 주요 출입처 기자들 간사들도 생각들이 다 다릅니다.

왜냐하면 기자들이 사실 각 언론사, 소속되어 있는 언론사도 다르고 또 처지와 환경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자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파편화된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프레스룸의 브리핑룸화, 정보 공개의 투명성 그러면서 기자 자율기구에 맡겨서 출입할 출입할 수 있는 기자들의 어떤 선을 정하는 이 세 가지 정도를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김솔희>

지금 제시되고 있는 대안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에 국한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미디어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1인 미디어도 늘어나고 대안 매체도 많고요.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또 어떤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채 교수님?

<채영길>

얼마 전에 닷페이스라는 곳에서 이러한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95년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리고 2003년에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

그리고 2014년에 세월호 참사. 이 세 개의 어떤 큰 재난을 비교를 하면서 공통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언론의 관행적인 취재와 보도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러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저널리즘 환경을 위한 새로운 취재와 보도 재료들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김솔희>

오늘 질문하는 기자들 Q 첫 시간으로 기자단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관행적으로 해 왔던 일이기도 하고 또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는데요.

그래도 현재 기자단 시스템, 출입처 의존 경향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히 있고 또 분명히 어떤 변화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도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마무리하면서 세 분 한 말씀씩 들어볼까요?

<채영길>

저는 현 시대를 가장 핵심적으로 꼽는다면, 저널리즘과 관련해서.

언론의 자유라는 키워드보다 모두를 위한 언론 그리고 평등한 언론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유에 무게가 실린 곳에서 이제는 평등 쪽으로 옮길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이러한 언론과 취재 관행에 참여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들이 많이 진척되다 보면 우리가 오늘 논의했던 이 부분들도 좀 해법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김 협회장님.

<김동훈>

요즘 언론에 대한 어떤 신뢰 추락, 그다음에 기자들이 불신받는 세상이잖아요.

올바른 뉴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우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출발점이 바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겠죠.

그것이 어떤 한 축의 정보 공개 투명성이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기자들 역시도 좀 공정하게 투명하게 전달을 해야겠죠.

<한승연>

같은 맥락에서 정보 공개 청구 제도를 현실화해서

지금 공개 결정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또 공개하는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란 말이죠. 이런 거를 좀 현실화를 해서 했으면 좋겠고.

결국 이렇게 해야 정부 접근에 대한 차별을 좀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솔희>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본 기자단 개혁,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세 분 고맙습니다.

*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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