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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표절 신고해도 사후 조치는 ‘유야무야’…대학 믿을 수 있나?
입력 2021.04.21 (18:00) 탐사K
국회의원 학위논문 검증 연속 보도③
문장·표 여러 쪽 일치…대학은 '문제없다' 결론
청문회서 문제 된 논문 19건…정식 조사는 6건뿐
대법원 "관행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면할 수 없어"


21대 의원 30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183명. KBS는 이들이 정당한 노력을 들여 학위를 받았는지 검증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치인의 반복되는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학의 책임은 없는지 짚어본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2016년 한양대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석사 논문의 표절 여부를 조사했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검증한 연구 윤리 전문가는 한양대 판단과 달리, 표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김 의원 논문은 타 대학 논문과 20여 쪽에 걸쳐 일치했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표절·부실 의혹이 제기된 논문 19건에 대해 대학 대부분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상 대학은 표절 의심 제보를 받거나, 이를 자체 인지할 경우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

■ 문장·표 여러 쪽 일치…대학은 '문제없다' 결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2008년, 지방의 한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하면서 한양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그런데 김 의원 논문에 대해 2016년 총선 당시, 표절이 의심된다는 제보가 학교에 접수됐다. 한양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했고 해당 논문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KBS가 김 의원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다른 대학 석사 논문과 문장, 표 등이 여러 쪽에 걸쳐 일치했다. KBS가 확인한 것만 모두 24쪽 분량이다. "상품의 하드적 가치"란 문구를 연달아 두 번 써놓은 부분도 있는데, 다른 논문에서 줄을 바꿔 쓴 부분을 복사해 붙이다가 생긴 오기로 보인다.

KBS의 의뢰로 김 의원 논문을 검증한 이인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는 한양대 판단과 달리 "전형적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적절한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아 제3자가 보기에 김 의원이 쓴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인용 표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쓴 논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논문 작성 시점보다 앞선 2007년에 만들어졌다.

KBS는 한양대의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조사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내부 규정상 국가기관의 요구 등 공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 청문회에서 문제 된 논문 19건, 사후 조치는?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이나 부실 논문 의혹이 제기된 경우, 대학들의 후속 조치는 소극적이었다.

KBS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시비 등으로 문제가 된 논문 19건에 대해 후속 조치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연구진실성위원회 등 대학의 연구 윤리 검증 기구에서 정식 조사가 이뤄진 것은 6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없었다", "부정 정도가 경미하다"는 판정을 받아 논문 철회나 수정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학 대부분은 조사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대학의 책임으로 "인지하거나 제보받은 연구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대법원 "관행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면할 수 없어"

같은 학위 논문이라도 정치인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생명윤리 심의위원)는 " 정치인에게 엄격한 연구윤리를 적용해야 되느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 현재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아카데미에서 일한 사람도 아닌데 라고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불철저하게 심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 윤리 위반에 대한 조사와 사후 조치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것도 '봐주기 조사'가 계속되는 이유로 꼽힌다.

이러다 보니, 대학이 표절이 아니라고 한 박사 논문을 대법원이 표절이라고 판결한 경우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해고 무효 소송 판결문(2015다5170)을 보면, 대학은 A씨가 인용 표시 없이 다른 논문의 내용을 가져다 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용 부분을 고의로 누락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저자의 저술과 타인의 저술을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는 경우 타인의 저술을 베껴 자신의 것처럼 하려는 인식과 의사가 추단된다고 봐야 하고, 종전의 관행에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인재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는 "작은 잘못이 계속 반복해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잘못을 해도 못 느끼거나 아니면은 그것을 오히려 문제없다고 자기 정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원들은 지난해 연구윤리 인식 조사에서 표절 등 연구 부정 의혹 조사가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자 간 온정주의(2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같은 내용은 오늘 'KBS 뉴스9'에서 방송되는 <[탐사K] 국회의원 논문 전수 검증> 마지막 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탐사K] 표절 신고해도 사후 조치는 ‘유야무야’…대학 믿을 수 있나?
    • 입력 2021-04-21 18:00:32
    탐사K
<strong>국회의원 학위논문 검증 연속 보도③</strong><br />문장·표 여러 쪽 일치…대학은 '문제없다' 결론<br />청문회서 문제 된 논문 19건…정식 조사는 6건뿐<br />대법원 "관행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면할 수 없어"


21대 의원 30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183명. KBS는 이들이 정당한 노력을 들여 학위를 받았는지 검증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치인의 반복되는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학의 책임은 없는지 짚어본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2016년 한양대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석사 논문의 표절 여부를 조사했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검증한 연구 윤리 전문가는 한양대 판단과 달리, 표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김 의원 논문은 타 대학 논문과 20여 쪽에 걸쳐 일치했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표절·부실 의혹이 제기된 논문 19건에 대해 대학 대부분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상 대학은 표절 의심 제보를 받거나, 이를 자체 인지할 경우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

■ 문장·표 여러 쪽 일치…대학은 '문제없다' 결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2008년, 지방의 한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하면서 한양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그런데 김 의원 논문에 대해 2016년 총선 당시, 표절이 의심된다는 제보가 학교에 접수됐다. 한양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했고 해당 논문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KBS가 김 의원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다른 대학 석사 논문과 문장, 표 등이 여러 쪽에 걸쳐 일치했다. KBS가 확인한 것만 모두 24쪽 분량이다. "상품의 하드적 가치"란 문구를 연달아 두 번 써놓은 부분도 있는데, 다른 논문에서 줄을 바꿔 쓴 부분을 복사해 붙이다가 생긴 오기로 보인다.

KBS의 의뢰로 김 의원 논문을 검증한 이인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는 한양대 판단과 달리 "전형적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적절한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아 제3자가 보기에 김 의원이 쓴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인용 표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쓴 논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논문 작성 시점보다 앞선 2007년에 만들어졌다.

KBS는 한양대의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조사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내부 규정상 국가기관의 요구 등 공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 청문회에서 문제 된 논문 19건, 사후 조치는?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이나 부실 논문 의혹이 제기된 경우, 대학들의 후속 조치는 소극적이었다.

KBS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시비 등으로 문제가 된 논문 19건에 대해 후속 조치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연구진실성위원회 등 대학의 연구 윤리 검증 기구에서 정식 조사가 이뤄진 것은 6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없었다", "부정 정도가 경미하다"는 판정을 받아 논문 철회나 수정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학 대부분은 조사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대학의 책임으로 "인지하거나 제보받은 연구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대법원 "관행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면할 수 없어"

같은 학위 논문이라도 정치인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생명윤리 심의위원)는 " 정치인에게 엄격한 연구윤리를 적용해야 되느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 현재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아카데미에서 일한 사람도 아닌데 라고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불철저하게 심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 윤리 위반에 대한 조사와 사후 조치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것도 '봐주기 조사'가 계속되는 이유로 꼽힌다.

이러다 보니, 대학이 표절이 아니라고 한 박사 논문을 대법원이 표절이라고 판결한 경우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해고 무효 소송 판결문(2015다5170)을 보면, 대학은 A씨가 인용 표시 없이 다른 논문의 내용을 가져다 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용 부분을 고의로 누락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저자의 저술과 타인의 저술을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는 경우 타인의 저술을 베껴 자신의 것처럼 하려는 인식과 의사가 추단된다고 봐야 하고, 종전의 관행에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인재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는 "작은 잘못이 계속 반복해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잘못을 해도 못 느끼거나 아니면은 그것을 오히려 문제없다고 자기 정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원들은 지난해 연구윤리 인식 조사에서 표절 등 연구 부정 의혹 조사가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자 간 온정주의(2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같은 내용은 오늘 'KBS 뉴스9'에서 방송되는 <[탐사K] 국회의원 논문 전수 검증> 마지막 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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