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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지 말아주세요, 아픈 거예요”…20대 소뇌위축증 환자의 부탁
입력 2021.04.22 (14:10) 수정 2021.04.22 (22:03) 취재K
박지은(가명) 씨는 올해 20대 후반인 20대 여성입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다소 남다르게 보일 수 있고, 때로는 쉽게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여성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을 통제하는 힘을 서서히 잃어 말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남은 삶은 5년 정도입니다.

때때로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걸음걸이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은 삶 동안 만큼은 그런 시선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박 씨의 소원입니다.

그녀는 부디 자신을 보다 따뜻한 배려의 시선으로 봐 달라고 호소합니다.

2016년 소뇌위축증 증상 발현…'1리터의 눈물' 보며 '공포심


박 씨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을 때였습니다. 5년 전인 2016년이었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어지럽고 넘어지는 경우도 잦아지면서, 뭔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게 됐는데 처음에는 의사들도 제대로 된 진단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몸에 별문제가 없고 스트레스성 질환이 아니겠냐는 진단이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을 진료한 의사들에게 '몸에 문제가 없는데 그럼 나는 왜 이런 거냐?'라고 수차례 반문했지만, 의사들은 지켜보자는 답만 되풀이했습니다.

그 무렵, 증상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다 '1리터의 눈물'이라는 일본드라마를 알게 됐습니다. 1리터의 눈물은 소뇌위축증을 앓고 숨진 일본인 여성 '키토 아야'의 수필집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 나타난 주인공의 증상은 자신의 증상과 너무 똑같았습니다.

자신의 증상과 너무 똑같지 않았다면, 눈물 1리터를 흘릴 만큼 주인공과 가족들이 겪는 슬픔에 공감했을 텐데 오히려 그 드라마는 박 씨에게 공포영화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도 결국 저렇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였습니다.


그러다 한 의사가 대형병원에 가서 신경과 정밀 검진을 받아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그 길로 대형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우려대로 '소뇌위축증'이 발병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몸의 운동조절 기능과 평형감각을 소뇌가 담당하는데, 이 소뇌가 위축되면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 수 없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치료제가 없는데다 발병 후 평균 7년에서 10년 사이에 숨을 거두게 될 수 있고, 숨을 거두기까지는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서서히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지능력은 정상인 상태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습니다.


"이 병을 몰라서 나를 놀리는 경우가 많다…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박 씨가 시한부 삶이라는 통보를 받은 지도 벌써 5년이 됐습니다.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몸이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합니다. 보행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모차를 잡고서야 겨우 걸어 다닐 수가 있습니다. 유모차가 없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습니다.

작은 계단 하나조차 자신의 힘으로 오를 수 없어 휘청거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술 취한 사람이 휘청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나 봅니다. 실제로 박씨는 그런 놀림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대낮부터 술 취해서 왜 그러고 다니느냐?", "너 걷는 게 왜 그러냐" 누군가는 핀잔을 주고 누군가는 박장대소를 하며 낑낑거리는 박 씨의 옆을 지나다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놀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웠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내가 그 병에 걸렸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많은 사람이 이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을 알아야 그런 놀림을 덜 받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씨는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 병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튜브로 남기는 투병일기…"유튜브 시작하니 조금 더 기운이 나요"

박지은(가명) 씨는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졌다고 느낀 3개월 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동안 36개의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에 대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그런데 박 씨의 유튜브 활동은 내 삶이 끝나간다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 하루하루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을지대학교 의정부병원 신경과의 박계원 교수는 "소뇌위축증 환자들은 사회적으로도 위축돼 바깥 활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인지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병"이라면서 "절망감을 극복하고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은 씨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몸을 못 움직이게 될거라는 사실 조차 담담하게 말할 정도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서서히 근육을 못 쓰게 되고 말을 못 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남은 기간을 절망 속에서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게 박 씨의 소망이었습니다.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느려져도 여전히 밝은 사람입니다. 맑은 마음과 감정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좀 남달라 보여도 놀리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우리 곁에 있는 아픈 사람입니다.
  • “놀리지 말아주세요, 아픈 거예요”…20대 소뇌위축증 환자의 부탁
    • 입력 2021-04-22 14:10:29
    • 수정2021-04-22 22:03:22
    취재K
박지은(가명) 씨는 올해 20대 후반인 20대 여성입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다소 남다르게 보일 수 있고, 때로는 쉽게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여성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을 통제하는 힘을 서서히 잃어 말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남은 삶은 5년 정도입니다.

때때로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걸음걸이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은 삶 동안 만큼은 그런 시선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박 씨의 소원입니다.

그녀는 부디 자신을 보다 따뜻한 배려의 시선으로 봐 달라고 호소합니다.

2016년 소뇌위축증 증상 발현…'1리터의 눈물' 보며 '공포심


박 씨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을 때였습니다. 5년 전인 2016년이었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어지럽고 넘어지는 경우도 잦아지면서, 뭔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게 됐는데 처음에는 의사들도 제대로 된 진단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몸에 별문제가 없고 스트레스성 질환이 아니겠냐는 진단이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을 진료한 의사들에게 '몸에 문제가 없는데 그럼 나는 왜 이런 거냐?'라고 수차례 반문했지만, 의사들은 지켜보자는 답만 되풀이했습니다.

그 무렵, 증상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다 '1리터의 눈물'이라는 일본드라마를 알게 됐습니다. 1리터의 눈물은 소뇌위축증을 앓고 숨진 일본인 여성 '키토 아야'의 수필집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 나타난 주인공의 증상은 자신의 증상과 너무 똑같았습니다.

자신의 증상과 너무 똑같지 않았다면, 눈물 1리터를 흘릴 만큼 주인공과 가족들이 겪는 슬픔에 공감했을 텐데 오히려 그 드라마는 박 씨에게 공포영화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도 결국 저렇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였습니다.


그러다 한 의사가 대형병원에 가서 신경과 정밀 검진을 받아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그 길로 대형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우려대로 '소뇌위축증'이 발병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몸의 운동조절 기능과 평형감각을 소뇌가 담당하는데, 이 소뇌가 위축되면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 수 없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치료제가 없는데다 발병 후 평균 7년에서 10년 사이에 숨을 거두게 될 수 있고, 숨을 거두기까지는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서서히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지능력은 정상인 상태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습니다.


"이 병을 몰라서 나를 놀리는 경우가 많다…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박 씨가 시한부 삶이라는 통보를 받은 지도 벌써 5년이 됐습니다.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몸이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합니다. 보행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모차를 잡고서야 겨우 걸어 다닐 수가 있습니다. 유모차가 없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습니다.

작은 계단 하나조차 자신의 힘으로 오를 수 없어 휘청거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술 취한 사람이 휘청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나 봅니다. 실제로 박씨는 그런 놀림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대낮부터 술 취해서 왜 그러고 다니느냐?", "너 걷는 게 왜 그러냐" 누군가는 핀잔을 주고 누군가는 박장대소를 하며 낑낑거리는 박 씨의 옆을 지나다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놀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웠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내가 그 병에 걸렸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많은 사람이 이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을 알아야 그런 놀림을 덜 받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씨는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 병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튜브로 남기는 투병일기…"유튜브 시작하니 조금 더 기운이 나요"

박지은(가명) 씨는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졌다고 느낀 3개월 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동안 36개의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에 대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그런데 박 씨의 유튜브 활동은 내 삶이 끝나간다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 하루하루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을지대학교 의정부병원 신경과의 박계원 교수는 "소뇌위축증 환자들은 사회적으로도 위축돼 바깥 활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인지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병"이라면서 "절망감을 극복하고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은 씨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몸을 못 움직이게 될거라는 사실 조차 담담하게 말할 정도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서서히 근육을 못 쓰게 되고 말을 못 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남은 기간을 절망 속에서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게 박 씨의 소망이었습니다.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느려져도 여전히 밝은 사람입니다. 맑은 마음과 감정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좀 남달라 보여도 놀리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우리 곁에 있는 아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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