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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드는 배전노동자들…그들의 현재 또는 미래
입력 2021.04.23 (14:28) 수정 2021.04.23 (16:24) 취재K

우리가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 이 전봇대 상단에 걸려있는 세 가닥 전깃줄에는 2만 2천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가 흐릅니다.

이 전류는 변압기 등을 거쳐 비로소 가정과 공장에 도달하는데요. 이 전깃줄을 설치하고, 옮기고, 수리하는 분들이 바로 배전 노동자들입니다.

전국의 배전 노동자들은 5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배전 노동자들은 몇년 전까지만해도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만지며 작업해 화상과 감전 위험에 노출됐었는데요.

최근에는 또 다른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목디스크나 어깨 힘줄 파열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근골격계 질환을 배전 노동자들이 유독 "직업병"이라고 주장하는 건 왜 일까요?



■ 2미터·6kg '스마트스틱'으로 1시간 이상 작업한다면?

지난 2017년부터 배전 작업 현장에는 '스마트스틱'이란 긴 막대가 도입됐습니다. 길이는 2미터, 무게는 스틱 끝에 다는 공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대 6kg 정도 나갑니다. 절연장갑을 끼고 직접 전선을 만지던 작업 방식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한전은 감전 위험을 줄인다며 도입한건데요.

덕분에 감전의 위험은 줄긴 했지만 신체가 받는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조선대병원이 배전 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근전도 실험으로 스마트스틱을 들었을 때 얼마나 신체에 부담이 가는지 측정해 봤는데요. 1kg의 물체를 들 때보다 압축기를 든 스마트스틱(6kg)을 들었을 때 평균적으로 팔은 3.2배, 어깨는 5배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철갑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스마트스틱 작업을 반복적으로 장기간 하게 되면 어깨나 팔이 다칠 수밖에 없다"며 "감전사고 피해는 줄었지만 사실 근골격계 질환도 사람에게 고통스럽고 다치기 전보다 일상 생활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한전 측에서 배전 노동 작업별로 부담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감전 위험 줄었지만 근골격계 질환 위험 ↑

스마트스틱이 워낙 무겁고 작업 시간도 길어지다보니 배전 노동자들도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24년 경력의 배전 노동자 신진규 씨는 지난해,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요. 야간 수리 작업을 하고 난 다음날, 갑자기 오른손 마비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수술을 받고 9개월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신청 넉 달만에 신 씨의 목디스크가 업무상 질병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준비작업을 포함해 "절연봉, 즉 스마트스틱을 잡고 전선 설치와 절연 방호구 설치 및 철거 작업 등을 하면서 목을 뒤로 젖히고 꺾는 등 목에 부담이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배전 노동자 역시 취재진에게 "저희 회사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얻은 분이 있는데 회사를 안 다닐 수 없어서 병원을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안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전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동료의 현재거나 본인의 미래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2017년부터 3년 동안 신 씨처럼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사람만 최소 58명, 2019년에는 질환이 의심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620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오늘(23일) KBS 1TV '뉴스 9'에서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두번째 순서로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을 안고 일하는 배전 노동자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배전 작업을 발주하는 한전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도 짚어봅니다.
  • 골병드는 배전노동자들…그들의 현재 또는 미래
    • 입력 2021-04-23 14:28:05
    • 수정2021-04-23 16:24:56
    취재K

우리가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 이 전봇대 상단에 걸려있는 세 가닥 전깃줄에는 2만 2천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가 흐릅니다.

이 전류는 변압기 등을 거쳐 비로소 가정과 공장에 도달하는데요. 이 전깃줄을 설치하고, 옮기고, 수리하는 분들이 바로 배전 노동자들입니다.

전국의 배전 노동자들은 5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배전 노동자들은 몇년 전까지만해도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만지며 작업해 화상과 감전 위험에 노출됐었는데요.

최근에는 또 다른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목디스크나 어깨 힘줄 파열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근골격계 질환을 배전 노동자들이 유독 "직업병"이라고 주장하는 건 왜 일까요?



■ 2미터·6kg '스마트스틱'으로 1시간 이상 작업한다면?

지난 2017년부터 배전 작업 현장에는 '스마트스틱'이란 긴 막대가 도입됐습니다. 길이는 2미터, 무게는 스틱 끝에 다는 공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대 6kg 정도 나갑니다. 절연장갑을 끼고 직접 전선을 만지던 작업 방식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한전은 감전 위험을 줄인다며 도입한건데요.

덕분에 감전의 위험은 줄긴 했지만 신체가 받는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조선대병원이 배전 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근전도 실험으로 스마트스틱을 들었을 때 얼마나 신체에 부담이 가는지 측정해 봤는데요. 1kg의 물체를 들 때보다 압축기를 든 스마트스틱(6kg)을 들었을 때 평균적으로 팔은 3.2배, 어깨는 5배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철갑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스마트스틱 작업을 반복적으로 장기간 하게 되면 어깨나 팔이 다칠 수밖에 없다"며 "감전사고 피해는 줄었지만 사실 근골격계 질환도 사람에게 고통스럽고 다치기 전보다 일상 생활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한전 측에서 배전 노동 작업별로 부담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감전 위험 줄었지만 근골격계 질환 위험 ↑

스마트스틱이 워낙 무겁고 작업 시간도 길어지다보니 배전 노동자들도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24년 경력의 배전 노동자 신진규 씨는 지난해,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요. 야간 수리 작업을 하고 난 다음날, 갑자기 오른손 마비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수술을 받고 9개월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신청 넉 달만에 신 씨의 목디스크가 업무상 질병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준비작업을 포함해 "절연봉, 즉 스마트스틱을 잡고 전선 설치와 절연 방호구 설치 및 철거 작업 등을 하면서 목을 뒤로 젖히고 꺾는 등 목에 부담이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배전 노동자 역시 취재진에게 "저희 회사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얻은 분이 있는데 회사를 안 다닐 수 없어서 병원을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안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전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동료의 현재거나 본인의 미래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2017년부터 3년 동안 신 씨처럼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사람만 최소 58명, 2019년에는 질환이 의심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620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오늘(23일) KBS 1TV '뉴스 9'에서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두번째 순서로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을 안고 일하는 배전 노동자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배전 작업을 발주하는 한전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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