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연어’ 나온다더니? 軍 ‘부실급식’ 폭로에 장관 “엄중한 책임감”

입력 2021.04.23 (17:09) 수정 2021.04.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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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군대 급식에 대한 '생생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나타난 '긍정적' 효과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시작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에 올라온 한 도시락 급식 사진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김치와 오이, 닭볶음탕이 반찬으로 담겨 있는데 밥에 비해 반찬 양은 누가 봐도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휴가에서 복귀해 코로나19 예방적 격리 중인 병사로 추정되는데요.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요.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군 ‘부실 급식’ 사진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군 ‘부실 급식’ 사진

이어 20일에는 육군 12사단 모 부대 소속 병사가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대 급식 전반의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저희 부대는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새우볶음밥이 메뉴였는데 수령량이 0개여서 아예 새우볶음밥이 보이지도 않는 날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식사할 사람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뜯어 반으로 갈라 120개로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군대 내 부실 급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어제는 육군 특전사 예하부대원이 "메인반찬 및 국 없음"이라며 글을 올렸습니다. 코로나19 격리 중인 장병에게 제공된 도시락에는 밥과 김치, 호박나물, 우유, 김이 전부였습니다.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22일 ‘특전사 예하부대 격리식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22일 ‘특전사 예하부대 격리식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군대에서의 가장 기본인 '먹는 문제'를 지적한 이 세 개의 게시물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오늘까지 모두 만 3천 4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자신이 속한 부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릴레이 인증샷도 나타났습니다.

육군은 "실제 제공된 급식 사진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부실 급식' 폭로가 쏘아올린 공 ... "국방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육군본부 차원에서 '장성급 지휘관 주관 격리 및 급식 실태에 대한 일체 점검'이 시작됐습니다.
국방부 차원의 현장 점검도 이뤄졌는데요.

경기도 51사단 예하 여단의 경우 "격리 장병이라고 식단 차별은 없었는데 당일 배식을 담당한 조리병이 경험이 없어서 배식양 조절이 잘 안됐고, 버섯된장 찌개를 별도 국그릇 용기에 담아 제공했는데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햄버거빵을 2배로 늘려 '겨우' 빵식을 제공했던 강원도 12사단 예하 대대의 경우 부식을 청구하고 받는 과정에서 일부 수량을 부족하게 수령해 급식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육군은 본부차원에서 부대별 장병 급식 관련 부식 청구 및 수령, 보급 체계를 점검한 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식수인원 파악 및 급식 청구, 수령, 배식' 등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간부에 의한 현장 배식상태 확인감독을 강화하고, 부대별 자율운영부식비와 중앙조달품(라면, 참치, 맛김 등)을 활용한 추가 급식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오늘(23일)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하며 "최근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지원 및 생활여건이 부실하였던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국방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별로 지휘관이 직접 격리시설과 식단 등을 점검해, 격리된 장병들이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생활여건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 계속되는 군대 급식 개선 요구

군대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36사단에서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휴가 후 집단 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급식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병사들에게 김치류를 포함한 2~3가지의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부실 급식’ 사진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부실 급식’ 사진

급식 위생 문제도 꾸준히 지적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국내 식중독 환자 30,257명 가운데 군 장병은 3,79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국내 식중독 환자 100명 가운데 12명 이상이 군 장병인 것입니다.

군 장병의 식중독 발생 원인은 조리환경 위생 불량이 전체 발생건수 139건 가운데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위생 불량·외부급식·부대급식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수원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도 9건이나 됐습니다.

■ 군대리아 대신 '사제' 햄버거, 샤인머스캣 나온다더니...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른바 '맛없는 군대 짬밥'이란 건데요.

국방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잔반량을 측정해 메뉴를 조정하고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급식 식단에 한라봉, 깐쇼새우, 샤인머스캣 등이 추가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연어와 닭강정, 갈비만두 외에 '시중 햄버거'도 공식 군대 급식으로 허용됐습니다. 빵과 딸기잼, 치즈, 양배추, 감자, 수프 등이 나오는 '빵식'을 장병들이 '햄버거'로 만들어 먹는 '군대리아' 대신 사제 햄버거가 1달에 한 번 씩 허용된 것입니다.

국방부는 2021년 급식 방침을 발표하면서 1조 6천억 원을 장병 급식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병 1명당 하루 급식비는 지난해(8,493원)보다 3.5% 오른 8,79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메뉴'는 누가 맛본다는 걸까요?

제공받은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 전, 군 당국은 미리 대처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며 1년 넘게 '엄격한 방역' 지침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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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인머스캣·연어’ 나온다더니? 軍 ‘부실급식’ 폭로에 장관 “엄중한 책임감”
    • 입력 2021-04-23 17:09:10
    • 수정2021-04-23 21:55:15
    취재K

■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군대 급식에 대한 '생생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나타난 '긍정적' 효과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시작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에 올라온 한 도시락 급식 사진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김치와 오이, 닭볶음탕이 반찬으로 담겨 있는데 밥에 비해 반찬 양은 누가 봐도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휴가에서 복귀해 코로나19 예방적 격리 중인 병사로 추정되는데요.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요.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군 ‘부실 급식’ 사진
이어 20일에는 육군 12사단 모 부대 소속 병사가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대 급식 전반의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저희 부대는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새우볶음밥이 메뉴였는데 수령량이 0개여서 아예 새우볶음밥이 보이지도 않는 날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식사할 사람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뜯어 반으로 갈라 120개로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군대 내 부실 급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어제는 육군 특전사 예하부대원이 "메인반찬 및 국 없음"이라며 글을 올렸습니다. 코로나19 격리 중인 장병에게 제공된 도시락에는 밥과 김치, 호박나물, 우유, 김이 전부였습니다.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22일 ‘특전사 예하부대 격리식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군대에서의 가장 기본인 '먹는 문제'를 지적한 이 세 개의 게시물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오늘까지 모두 만 3천 4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자신이 속한 부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릴레이 인증샷도 나타났습니다.

육군은 "실제 제공된 급식 사진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부실 급식' 폭로가 쏘아올린 공 ... "국방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육군본부 차원에서 '장성급 지휘관 주관 격리 및 급식 실태에 대한 일체 점검'이 시작됐습니다.
국방부 차원의 현장 점검도 이뤄졌는데요.

경기도 51사단 예하 여단의 경우 "격리 장병이라고 식단 차별은 없었는데 당일 배식을 담당한 조리병이 경험이 없어서 배식양 조절이 잘 안됐고, 버섯된장 찌개를 별도 국그릇 용기에 담아 제공했는데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햄버거빵을 2배로 늘려 '겨우' 빵식을 제공했던 강원도 12사단 예하 대대의 경우 부식을 청구하고 받는 과정에서 일부 수량을 부족하게 수령해 급식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육군은 본부차원에서 부대별 장병 급식 관련 부식 청구 및 수령, 보급 체계를 점검한 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식수인원 파악 및 급식 청구, 수령, 배식' 등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간부에 의한 현장 배식상태 확인감독을 강화하고, 부대별 자율운영부식비와 중앙조달품(라면, 참치, 맛김 등)을 활용한 추가 급식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오늘(23일)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하며 "최근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지원 및 생활여건이 부실하였던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국방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별로 지휘관이 직접 격리시설과 식단 등을 점검해, 격리된 장병들이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생활여건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 계속되는 군대 급식 개선 요구

군대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36사단에서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휴가 후 집단 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급식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병사들에게 김치류를 포함한 2~3가지의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부실 급식’ 사진
급식 위생 문제도 꾸준히 지적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국내 식중독 환자 30,257명 가운데 군 장병은 3,79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국내 식중독 환자 100명 가운데 12명 이상이 군 장병인 것입니다.

군 장병의 식중독 발생 원인은 조리환경 위생 불량이 전체 발생건수 139건 가운데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위생 불량·외부급식·부대급식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수원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도 9건이나 됐습니다.

■ 군대리아 대신 '사제' 햄버거, 샤인머스캣 나온다더니...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른바 '맛없는 군대 짬밥'이란 건데요.

국방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잔반량을 측정해 메뉴를 조정하고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급식 식단에 한라봉, 깐쇼새우, 샤인머스캣 등이 추가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연어와 닭강정, 갈비만두 외에 '시중 햄버거'도 공식 군대 급식으로 허용됐습니다. 빵과 딸기잼, 치즈, 양배추, 감자, 수프 등이 나오는 '빵식'을 장병들이 '햄버거'로 만들어 먹는 '군대리아' 대신 사제 햄버거가 1달에 한 번 씩 허용된 것입니다.

국방부는 2021년 급식 방침을 발표하면서 1조 6천억 원을 장병 급식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병 1명당 하루 급식비는 지난해(8,493원)보다 3.5% 오른 8,79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메뉴'는 누가 맛본다는 걸까요?

제공받은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 전, 군 당국은 미리 대처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며 1년 넘게 '엄격한 방역' 지침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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