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하지 않은 ‘스마트스틱’…함께 고민할 해법은?

입력 2021.04.23 (21:33) 수정 2021.04.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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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전노동자들의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에선 '스마트 스틱'이란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안전엔 도움이 되지만, 노동자들이 쓰기엔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또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김준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스마트스틱' 도입 전에는 고압 전선을 손으로 만져야 했습니다.

이제 그럴 일은 없는 만큼 감전 위험은 줄었습니다.

문제는 '스틱의 무게'입니다.

스마트스틱이라는 도구, 워낙 생소해서 감이 잘 안오실 겁니다.

이렇게 한 번 비교해 보죠.

이 야외 파라솔 무게가 6kg 정도인데, 머리 위로 들고서 최소 1시간 정도 일한다고 생각해보시죠.

당구 큐대 같은 경우는 최소한 10개를 머리 위로 들고 일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입니다.

특히나 항상 한쪽 끝을 잡고서 반대쪽 끝을 계속 올려다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무게와 길이를 미리 알고 있는 기자도 순간순간 놀랄 정도입니다.

["어우, 잠깐만, 이게."]

["어머야."]

스마트스틱이 근골격에 주는 부담을 정밀 측정해봤습니다.

6kg의 무게 가운데 4~5kg 정도가 막대 끝에 쏠립니다.

반대쪽 끝의 노동자에게 극대화된 부하가 걸리는 구조입니다.

[이철갑/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2리터 짜리 물병 2개 정도를 (막대 끝에) 달고 그걸 조작을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팔꿈치나 팔에 3배~4배 정도 더 많은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우리 체형에 맞지 않는 외국 장비를 무작정 들여왔다는 게 배전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한전은 스마트스틱을 더 가볍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실태조사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스마트스틱을 왜 써야할까요.

고압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끊고 작업하는 걸 원칙으로 한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현실입니다.

정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불편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년 배전노동자 수백 명의 목과 어깨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전기 이용의 편의성, 전기 노동의 위험성.

그 사이의 절충점을 함께 찾아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 임태호/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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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하지 않은 ‘스마트스틱’…함께 고민할 해법은?
    • 입력 2021-04-23 21:33:58
    • 수정2021-04-23 22:25:56
    뉴스 9
[앵커]

배전노동자들의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에선 '스마트 스틱'이란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안전엔 도움이 되지만, 노동자들이 쓰기엔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또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김준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스마트스틱' 도입 전에는 고압 전선을 손으로 만져야 했습니다.

이제 그럴 일은 없는 만큼 감전 위험은 줄었습니다.

문제는 '스틱의 무게'입니다.

스마트스틱이라는 도구, 워낙 생소해서 감이 잘 안오실 겁니다.

이렇게 한 번 비교해 보죠.

이 야외 파라솔 무게가 6kg 정도인데, 머리 위로 들고서 최소 1시간 정도 일한다고 생각해보시죠.

당구 큐대 같은 경우는 최소한 10개를 머리 위로 들고 일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입니다.

특히나 항상 한쪽 끝을 잡고서 반대쪽 끝을 계속 올려다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무게와 길이를 미리 알고 있는 기자도 순간순간 놀랄 정도입니다.

["어우, 잠깐만, 이게."]

["어머야."]

스마트스틱이 근골격에 주는 부담을 정밀 측정해봤습니다.

6kg의 무게 가운데 4~5kg 정도가 막대 끝에 쏠립니다.

반대쪽 끝의 노동자에게 극대화된 부하가 걸리는 구조입니다.

[이철갑/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2리터 짜리 물병 2개 정도를 (막대 끝에) 달고 그걸 조작을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팔꿈치나 팔에 3배~4배 정도 더 많은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우리 체형에 맞지 않는 외국 장비를 무작정 들여왔다는 게 배전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한전은 스마트스틱을 더 가볍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실태조사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스마트스틱을 왜 써야할까요.

고압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끊고 작업하는 걸 원칙으로 한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현실입니다.

정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불편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년 배전노동자 수백 명의 목과 어깨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전기 이용의 편의성, 전기 노동의 위험성.

그 사이의 절충점을 함께 찾아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 임태호/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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