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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노사상생’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에선 “노조 가입할 거냐?” 집중 질문
입력 2021.04.25 (07:02) 수정 2021.04.25 (07:02) 취재후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은 정말 소중한 기회입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매력을 면접관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인재를 뽑으려면 질문 하나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업이 면접에서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노조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 노사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입니다.

■ 국내 최초 노사상생형 일자리 기업 '광주글로벌모터스'

'광주형 일자리'라고 들어보셨나요? 광주광역시가 주도한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입니다.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와 보육시설 등 복리 후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같이 살자는 게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입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가 광주글로벌모터스입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자동차의 완성차를 위탁 생산하는 공장으로 오는 9월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채용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2월에 모집한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7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취업난을 겪는 지역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 '노사 상생' 거듭 강조...면접에서는 '노조 가입할래?'

KBS가 접촉한 취업준비생 A씨도 지난 2월 광주글로벌모터스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 지원했습니다. A씨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봤습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면접장에서 A씨는 예상 밖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처음에는 직무 관련 내용을 물어보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노조 관련 질문을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노조 가입하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야기했어요.그랬더니 면접관님께서 '그러면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노조 들어가겠다는 거네요?'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듯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A씨를 비롯해 면접장에 같이 들어간 3명은 모두 노조 질문을 받았습니다.

"또 한 분은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그 회사에서 노조가 있대요. 그러면 '여기 회사 말고 거기에도 노조가 있는데, 노조 가입했냐? 아니면 거기서 활동하느냐?' 이런 것도 면접관이 물어봤어요. 아무래도 일을 할 직원을 뽑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그쪽 면접에서는 노조 할 거냐 안 할 거냐만 거의 물어보는 느낌이었거든요. 노조원을 뽑는 건지 정말로 자동차 조립에 대한 이런 전문성을 보는 건지 의심된다고 해야 되나..."

■'파업하면 어떻게 할 거냐?'...인터넷에 올라온 면접 후기

인터넷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 후기인터넷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 후기

노조 관련 질문은 A씨만 받은 건 아닙니다. 인터넷 취업정보 게시판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에서 노조 관련 질문이 있었다는 후기가 적혀있습니다. '노조 가입 의사'부터 '노조의 필요성이 있는지', '파업하면 노조와 회사 가운데 어디를 선택할지'를 묻는 등 당황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는 글이 남겨져 있습니다. 한 지원자는 '입사 면접이 아닌 노동조합 면접을 본 것 같다'는 내용의 후기를 올렸고, 또 다른 지원자는 '회사가 노조에 반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도 게시판에 썼습니다.

면접자들은 10분가량 진행된 면접에서 몇 가지 질문을 제외하면 노조 관련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노조 관련 질문이 많았다는 후기가 나오다 보니, 지원자들은 관련 질문을 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역량 관련 질문은 30%가 채 안 됐어요. 오후에 면접 본 친구 말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싹 다 노조질문이라고 하더라고요."

■GGM 측 "노조 관련 질문 인정, 당락과는 무관"...노동계 "노조 부정이자 사상검증"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은 "노조 관련 질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항의가 들어와서 바로 중단했고, 합격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상생의 가치를 지원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노조 이야기가 나간 것이고, 노조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은 노사 상생을 회사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정의당 광주시당과 노동존중 사회연대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기자회견지난 15일 열린 정의당 광주시당과 노동존중 사회연대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기자회견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지원자들을 상대로 한심한 면접을 진행하고 반노동적인 행태를 보여줬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성명서를 내고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볼모로 사상검증을 한 것"이라며 "노사 상생은 허울뿐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채용면접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사라진 노조 관련 질문...'상생의 일터' 지켜가길

KBS 보도가 나간 다음 날,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채용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노조 관련 질문은 빠진 상태였습니다. 면접 전날까지 노조 관련 질문을 열심히 준비한 지원자들은 조금 허탈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더 많이 말할 수 있었다고 면접 소감을 털어놓았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은 이달 말에 준공됩니다.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세워지는 완성차 공장입니다. 공장 정문에는 '상생의 일터'라는 표지석이 붙어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 지역이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입사하기 전부터 노조 관련 질문이 나오면서 노사 상생의 정신을 잘 지켜나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출발을 앞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스스로 노사 상생의 진정성을 잘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 [취재후] ‘노사상생’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에선 “노조 가입할 거냐?” 집중 질문
    • 입력 2021-04-25 07:02:16
    • 수정2021-04-25 07:02:23
    취재후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은 정말 소중한 기회입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매력을 면접관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인재를 뽑으려면 질문 하나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업이 면접에서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노조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 노사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입니다.

■ 국내 최초 노사상생형 일자리 기업 '광주글로벌모터스'

'광주형 일자리'라고 들어보셨나요? 광주광역시가 주도한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입니다.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와 보육시설 등 복리 후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같이 살자는 게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입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가 광주글로벌모터스입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자동차의 완성차를 위탁 생산하는 공장으로 오는 9월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채용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2월에 모집한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7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취업난을 겪는 지역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 '노사 상생' 거듭 강조...면접에서는 '노조 가입할래?'

KBS가 접촉한 취업준비생 A씨도 지난 2월 광주글로벌모터스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 지원했습니다. A씨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봤습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면접장에서 A씨는 예상 밖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처음에는 직무 관련 내용을 물어보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노조 관련 질문을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노조 가입하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야기했어요.그랬더니 면접관님께서 '그러면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노조 들어가겠다는 거네요?'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듯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A씨를 비롯해 면접장에 같이 들어간 3명은 모두 노조 질문을 받았습니다.

"또 한 분은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그 회사에서 노조가 있대요. 그러면 '여기 회사 말고 거기에도 노조가 있는데, 노조 가입했냐? 아니면 거기서 활동하느냐?' 이런 것도 면접관이 물어봤어요. 아무래도 일을 할 직원을 뽑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그쪽 면접에서는 노조 할 거냐 안 할 거냐만 거의 물어보는 느낌이었거든요. 노조원을 뽑는 건지 정말로 자동차 조립에 대한 이런 전문성을 보는 건지 의심된다고 해야 되나..."

■'파업하면 어떻게 할 거냐?'...인터넷에 올라온 면접 후기

인터넷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 후기인터넷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 후기

노조 관련 질문은 A씨만 받은 건 아닙니다. 인터넷 취업정보 게시판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면접에서 노조 관련 질문이 있었다는 후기가 적혀있습니다. '노조 가입 의사'부터 '노조의 필요성이 있는지', '파업하면 노조와 회사 가운데 어디를 선택할지'를 묻는 등 당황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는 글이 남겨져 있습니다. 한 지원자는 '입사 면접이 아닌 노동조합 면접을 본 것 같다'는 내용의 후기를 올렸고, 또 다른 지원자는 '회사가 노조에 반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도 게시판에 썼습니다.

면접자들은 10분가량 진행된 면접에서 몇 가지 질문을 제외하면 노조 관련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노조 관련 질문이 많았다는 후기가 나오다 보니, 지원자들은 관련 질문을 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역량 관련 질문은 30%가 채 안 됐어요. 오후에 면접 본 친구 말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싹 다 노조질문이라고 하더라고요."

■GGM 측 "노조 관련 질문 인정, 당락과는 무관"...노동계 "노조 부정이자 사상검증"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은 "노조 관련 질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항의가 들어와서 바로 중단했고, 합격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상생의 가치를 지원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노조 이야기가 나간 것이고, 노조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은 노사 상생을 회사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정의당 광주시당과 노동존중 사회연대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기자회견지난 15일 열린 정의당 광주시당과 노동존중 사회연대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기자회견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지원자들을 상대로 한심한 면접을 진행하고 반노동적인 행태를 보여줬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성명서를 내고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볼모로 사상검증을 한 것"이라며 "노사 상생은 허울뿐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채용면접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사라진 노조 관련 질문...'상생의 일터' 지켜가길

KBS 보도가 나간 다음 날,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채용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노조 관련 질문은 빠진 상태였습니다. 면접 전날까지 노조 관련 질문을 열심히 준비한 지원자들은 조금 허탈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더 많이 말할 수 있었다고 면접 소감을 털어놓았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은 이달 말에 준공됩니다.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세워지는 완성차 공장입니다. 공장 정문에는 '상생의 일터'라는 표지석이 붙어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 지역이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입사하기 전부터 노조 관련 질문이 나오면서 노사 상생의 정신을 잘 지켜나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출발을 앞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스스로 노사 상생의 진정성을 잘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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