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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D-1…〈미나리〉 정이삭 감독에게 떨리나 물었더니
입력 2021.04.25 (07:11) 수정 2021.04.25 (14:52) 취재K
영화 <미나리>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가 우리 시간으로 하루 뒤면 판가름난다.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정이삭 감독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대되고요, 특히 윤여정 선생님께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시상식을 목전에 둔 소감을 묻자 환한 웃음과 함께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우조연상과 남우주연상, 각본상과 음악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어떻게 해서 <미나리>를 만들게 되었을까.

"이렇게까지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를 촬영해야지 생각을 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영화의 역할에 대한 바람을 묻자 확고한 생각을 내비쳤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또 '희망'에 대해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에서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어찌 보면 매우 비극적인데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데 그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이유는 있다고 믿어요. 그게 바로 '가족'이, 서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이삭 감독은 1982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자신이 이민자 부모님 밑에서 보낸 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영화 속 상황들은 많은 부분이 자신의 가족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온 가족이 바닥에서 다 같이 잠을 자는 장면 등 몇몇 부분들은 실제로, 어디에서 살든 언제나 가족이 함께하기를 바란 아버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먼 타국으로 이민 온 1세대가 '가족애'를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미나리'에 대해서는 실제로 어렸을 때 할머니가 농장에 씨를 심으셔서 미나리를 따러 가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면서도 그때는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제목을 '미나리'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나리는 첫해에는 수확을 하지 않고 그냥 죽게 내버려둬요. 다음 해가 되어야 비로소 수확을 하게 되죠. 저희 할머니도 그러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삶은 정말 어려웠고, 결코 성공을 보실 수 없었죠. 저희 부모님과 저희 세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어요. 할머니 덕분에요."

"그리고 미나리는 물을 깨끗이 정화하는 작용을 해요. 심고 나면 모든 걸 깨끗하게 만들죠. 그런 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할머니처럼요. 그래서 그걸 기리고 싶었어요."


정이삭 감독의 실제 할머니와 영화 속 할머니 순자와는 다르다면서도, 강하고 재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희생하고 한없는 사랑을 주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고, 오직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정직하게 살면서 주위에 사랑을 베푸는 존재라는 점에서 특히 요즘 같은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갈등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구도 속에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그저 사랑을 나눠주고자 하는 존재…….

그래서, 그런 보편성 때문에, 인종과 관계없이 이 영화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 같다고도…….

그럼 정 감독은 <미나리>의 수상을 바라고 있을까?

"상을 받는 건 언제나 영광이지만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 상 주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평범한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고 무언가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해요. 그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스카에서 수상하게 되면 어떻게 축하할지 계획을 묻자 '휴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잠도 자고 휴가도 즐기고 싶다며 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바로 다음 계획은 '쉼'이라고 밝혔다. 물론 "가족과 함께……."

영화 <미나리>와 그 가족들을 응원한다.
  • 오스카 D-1…〈미나리〉 정이삭 감독에게 떨리나 물었더니
    • 입력 2021-04-25 07:11:22
    • 수정2021-04-25 14:52:19
    취재K
영화 <미나리>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가 우리 시간으로 하루 뒤면 판가름난다.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정이삭 감독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대되고요, 특히 윤여정 선생님께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시상식을 목전에 둔 소감을 묻자 환한 웃음과 함께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우조연상과 남우주연상, 각본상과 음악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어떻게 해서 <미나리>를 만들게 되었을까.

"이렇게까지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를 촬영해야지 생각을 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영화의 역할에 대한 바람을 묻자 확고한 생각을 내비쳤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또 '희망'에 대해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에서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어찌 보면 매우 비극적인데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데 그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이유는 있다고 믿어요. 그게 바로 '가족'이, 서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이삭 감독은 1982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자신이 이민자 부모님 밑에서 보낸 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영화 속 상황들은 많은 부분이 자신의 가족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온 가족이 바닥에서 다 같이 잠을 자는 장면 등 몇몇 부분들은 실제로, 어디에서 살든 언제나 가족이 함께하기를 바란 아버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먼 타국으로 이민 온 1세대가 '가족애'를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미나리'에 대해서는 실제로 어렸을 때 할머니가 농장에 씨를 심으셔서 미나리를 따러 가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면서도 그때는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제목을 '미나리'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나리는 첫해에는 수확을 하지 않고 그냥 죽게 내버려둬요. 다음 해가 되어야 비로소 수확을 하게 되죠. 저희 할머니도 그러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삶은 정말 어려웠고, 결코 성공을 보실 수 없었죠. 저희 부모님과 저희 세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어요. 할머니 덕분에요."

"그리고 미나리는 물을 깨끗이 정화하는 작용을 해요. 심고 나면 모든 걸 깨끗하게 만들죠. 그런 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할머니처럼요. 그래서 그걸 기리고 싶었어요."


정이삭 감독의 실제 할머니와 영화 속 할머니 순자와는 다르다면서도, 강하고 재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희생하고 한없는 사랑을 주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고, 오직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정직하게 살면서 주위에 사랑을 베푸는 존재라는 점에서 특히 요즘 같은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갈등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구도 속에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그저 사랑을 나눠주고자 하는 존재…….

그래서, 그런 보편성 때문에, 인종과 관계없이 이 영화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 같다고도…….

그럼 정 감독은 <미나리>의 수상을 바라고 있을까?

"상을 받는 건 언제나 영광이지만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 상 주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평범한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고 무언가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해요. 그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스카에서 수상하게 되면 어떻게 축하할지 계획을 묻자 '휴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잠도 자고 휴가도 즐기고 싶다며 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바로 다음 계획은 '쉼'이라고 밝혔다. 물론 "가족과 함께……."

영화 <미나리>와 그 가족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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