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가 쏘아 올린 ‘비혼출산’…정부, 현실적 제약 검토

입력 2021.04.27 (15:16) 수정 2021.04.2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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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오늘(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적용될 이 계획안의 골자, 한 마디로 '세상의 모든 가족'을 껴안겠다는 겁니다.

혼인이나 혈연, 입양 관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현행법상 '가족'의 정의와 개념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됐던 아빠, 엄마,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이제 29.8%에 불과합니다. 여가부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구성을 받아들일 사회적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고,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어떤 형태의 가족도 각종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가기로 했습니다.

■ 사유리 '보조생식술 비혼 출산'도 검토…현실적 제약 살펴본다

최근 '비혼 출산' 사실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던 방송인 사유리 씨 덕에, 우리 사회엔 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죠. 이번 여가부 계획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건데요. 상반기 중엔 비혼자의 보조생식술 시술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난자·정자 공여나 대리출산 등 생명윤리 사항에 대한 쟁점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정자공여자의 지위와 아동의 알 권리 등도 함께 연구됩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현재 명시적으로 비혼자 대상 보조생식술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지만 여러 현실적 제한이 있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혼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이나 난임 시술비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점, 공공 정자은행이 부재해 정자수증이 어려운 점 등이 언급됐습니다.

정 장관은 "비혼 출산이라는 것은 비혼자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중 또는 가족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논의될 수 있지만, 법적인 또는 윤리적인, 의학적인,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쟁점이 수반된다"며 "부처 간에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긴 어렵지만,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터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이른바 ‘비혼 출산’을 선택해 주목받은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이른바 ‘비혼 출산’을 선택해 주목받은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

'아빠 성' 대신 부모 협의로 …'동거 커플'도 가족 인정

현행 민법상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합니다.

민법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한 28살 이설아 씨는 이러한 관행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구청 공무원에게 아이가 자신의 성을 따를 방법을 문의하자, 낯선 협의서 한 장에 서명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씨는 "왜 아이 성을 부와 모 중 선택하게 하지 않고,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별도로 체크'하게 하는지", "부의 성을 따를 땐 받지 않는 협의서를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받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씨 부부는 "구시대적인 가족 제도에 종점을 찍겠다"며 지난달 민법 781조 제1항, 부성(父性)우선주의 원칙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 이 씨가 혼인신고를 하며 제출한 협의서. “위의 부와 모 사이에서 태어날 모든 자녀의 성과 본을 모의 성과 본으로 정하기로 협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지난해 12월 2일, 이 씨가 혼인신고를 하며 제출한 협의서. “위의 부와 모 사이에서 태어날 모든 자녀의 성과 본을 모의 성과 본으로 정하기로 협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번 여가부 계획안에는 바로 이 민법 조항을 개선해 자녀의 성(姓) 결정방식을 ‘부성우선’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하는 친자관계 법령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 하는 노년 동거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을 법·제도 안으로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상속, 재산관계, 가족돌봄지원제도, 사회보장제도 등 어떤 권리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가부는 비혼 동거의 범위에 '동성'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육아휴직 적용 대상자를 '임금근로자'에서 '특수고용직,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배우자'의 범위에 혼인 관계가 아닌 비혼 동거 등 친밀한 관계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됩니다.

정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계획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와 분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국회에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다양한 동거인에 대한 분별없는 보호와 지원계획은 전통적 혼인과 가족제도에 대한 해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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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가 쏘아 올린 ‘비혼출산’…정부, 현실적 제약 검토
    • 입력 2021-04-27 15:16:28
    • 수정2021-04-27 22:18:48
    취재K

여성가족부가 오늘(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적용될 이 계획안의 골자, 한 마디로 '세상의 모든 가족'을 껴안겠다는 겁니다.

혼인이나 혈연, 입양 관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현행법상 '가족'의 정의와 개념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됐던 아빠, 엄마,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이제 29.8%에 불과합니다. 여가부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구성을 받아들일 사회적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고,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어떤 형태의 가족도 각종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가기로 했습니다.

■ 사유리 '보조생식술 비혼 출산'도 검토…현실적 제약 살펴본다

최근 '비혼 출산' 사실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던 방송인 사유리 씨 덕에, 우리 사회엔 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죠. 이번 여가부 계획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건데요. 상반기 중엔 비혼자의 보조생식술 시술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난자·정자 공여나 대리출산 등 생명윤리 사항에 대한 쟁점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정자공여자의 지위와 아동의 알 권리 등도 함께 연구됩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현재 명시적으로 비혼자 대상 보조생식술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지만 여러 현실적 제한이 있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혼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이나 난임 시술비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점, 공공 정자은행이 부재해 정자수증이 어려운 점 등이 언급됐습니다.

정 장관은 "비혼 출산이라는 것은 비혼자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중 또는 가족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논의될 수 있지만, 법적인 또는 윤리적인, 의학적인,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쟁점이 수반된다"며 "부처 간에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긴 어렵지만,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터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이른바 ‘비혼 출산’을 선택해 주목받은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
'아빠 성' 대신 부모 협의로 …'동거 커플'도 가족 인정

현행 민법상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합니다.

민법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한 28살 이설아 씨는 이러한 관행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구청 공무원에게 아이가 자신의 성을 따를 방법을 문의하자, 낯선 협의서 한 장에 서명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씨는 "왜 아이 성을 부와 모 중 선택하게 하지 않고,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별도로 체크'하게 하는지", "부의 성을 따를 땐 받지 않는 협의서를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받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씨 부부는 "구시대적인 가족 제도에 종점을 찍겠다"며 지난달 민법 781조 제1항, 부성(父性)우선주의 원칙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 이 씨가 혼인신고를 하며 제출한 협의서. “위의 부와 모 사이에서 태어날 모든 자녀의 성과 본을 모의 성과 본으로 정하기로 협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번 여가부 계획안에는 바로 이 민법 조항을 개선해 자녀의 성(姓) 결정방식을 ‘부성우선’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하는 친자관계 법령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 하는 노년 동거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을 법·제도 안으로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상속, 재산관계, 가족돌봄지원제도, 사회보장제도 등 어떤 권리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가부는 비혼 동거의 범위에 '동성'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육아휴직 적용 대상자를 '임금근로자'에서 '특수고용직,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배우자'의 범위에 혼인 관계가 아닌 비혼 동거 등 친밀한 관계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됩니다.

정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계획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와 분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국회에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다양한 동거인에 대한 분별없는 보호와 지원계획은 전통적 혼인과 가족제도에 대한 해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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