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백신 접종 효과 100%”…맞으면 코로나19 안 걸린다는 의미?

입력 2021.04.28 (08:01) 수정 2021.04.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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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75세 이상 접종 효과 AZ 백신 100%, 화이자 백신 93.2%"…사실일까?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이 이틀 전(26일) 코로나19 백신 수급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인정되어 접종 중" 이라면서 "75세 이상 접종 효과 분석 결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 화이자 백신 93.2%로 백신 효과가 확인"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효과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홍 대행의 담화보다 꼭 1주일 전인 지난 19일에도 있었습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1분기 접종 대상자 가운데 백신 1회 접종 후 2주가 지난 뒤 백신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90.4%, 화이자 백신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다릅니다.

이 발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발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백신 접종 효과는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 임상 3상 시험 결과, 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20.12.31.화이자 백신 임상 3상 시험 결과, 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20.12.31.

■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Vaccine Effectiveness)' 의미는?

우선 화이자사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게재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보면서 접종 효과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저널에 실린 내용을 보면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는 약 95%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16세 이상인 43,448명을 대상으로 백신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피실험자를 무작위로 반반 나눈 뒤 3주 간격으로 2번씩 절반인 21,720명에게는 화이자 백신 30마이크로그램(㎍)을, 나머지 절반인 21,728명에게는 같은 양의 가짜 백신을 투여했습니다.


피실험자 가운데 2차 투여 뒤 최소 7일이 지나고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70명으로 이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투여한 사람은 8명, 가짜 백신을 투여한 사람은 162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는 진짜 백신을 투여한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의 비율을, 가짜 백신을 투여한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의 비율로 나눈 뒤 계산한 것인데요, 이같은 계산으로 연구진이 밝힌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는 95%였습니다. 즉,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해당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지는 정도를 뜻합니다.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가 95%라는 건 이 백신을 접종할 경우,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코로나19에 확진될 가능성이 95% 줄어들 수 있게 된다는 의미지,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확률을 직접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 "정부, AZ 백신 접종 효과 90.4%"…단순 비교 무리·단정 일러

지난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백신 접종 효과 발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건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이 이뤄졌는데요, 분석 대상은 1분기 접종 대상자 871,283명 가운데 접종 전 확진자 2,778명을 제외한 868,505명으로, 이 중 지난 14일까지 1회 접종을 완료한 접종자는 766,103명, 미접종자는 102,402명입니다.

접종자 가운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부터 시작된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뒤 확진된 사례는 60명으로, 모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자입니다. 접종자 10만 명당 발생률은 8.9명입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이지만 접종을 하지 않은 99,759명 가운데 92명이 확진돼 10만 명당 발생률은 92.2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접종자 중 10만 명당 발생률을 미접종자 중 10만 명당 발생률로 나눈 비율을 100%에서 뺀 수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효과인데, 계산해보니 90.4%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최소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국내 확진자의 확산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럼에도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언론 매체를 통해 이 결과를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화이자의 임상 3상 시험 등과는 달리 비교 대상이 된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관찰 기간도 다른 데다 그 기간의 차이를 정밀하게 보정한 결과도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상식적으로도 각종 변인을 통제한 환경 속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정밀하게 실시한 임상 시험과 단순히 임의 비교를 통한 추정은 구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의 의미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백신이라는 게 접종한다고 해서 해당 질병에 절대로 걸리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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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08:01:52
    • 수정2021-04-28 08:18:09
    팩트체크K
■ 홍남기 "75세 이상 접종 효과 AZ 백신 100%, 화이자 백신 93.2%"…사실일까?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이 이틀 전(26일) 코로나19 백신 수급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인정되어 접종 중" 이라면서 "75세 이상 접종 효과 분석 결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 화이자 백신 93.2%로 백신 효과가 확인"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효과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홍 대행의 담화보다 꼭 1주일 전인 지난 19일에도 있었습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1분기 접종 대상자 가운데 백신 1회 접종 후 2주가 지난 뒤 백신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90.4%, 화이자 백신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다릅니다.

이 발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발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백신 접종 효과는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 임상 3상 시험 결과, 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20.12.31.
■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Vaccine Effectiveness)' 의미는?

우선 화이자사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게재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보면서 접종 효과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저널에 실린 내용을 보면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는 약 95%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16세 이상인 43,448명을 대상으로 백신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피실험자를 무작위로 반반 나눈 뒤 3주 간격으로 2번씩 절반인 21,720명에게는 화이자 백신 30마이크로그램(㎍)을, 나머지 절반인 21,728명에게는 같은 양의 가짜 백신을 투여했습니다.


피실험자 가운데 2차 투여 뒤 최소 7일이 지나고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70명으로 이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투여한 사람은 8명, 가짜 백신을 투여한 사람은 162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는 진짜 백신을 투여한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의 비율을, 가짜 백신을 투여한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의 비율로 나눈 뒤 계산한 것인데요, 이같은 계산으로 연구진이 밝힌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는 95%였습니다. 즉,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해당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지는 정도를 뜻합니다.

화이자 백신의 접종 효과가 95%라는 건 이 백신을 접종할 경우,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코로나19에 확진될 가능성이 95% 줄어들 수 있게 된다는 의미지,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확률을 직접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 "정부, AZ 백신 접종 효과 90.4%"…단순 비교 무리·단정 일러

지난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백신 접종 효과 발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건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이 이뤄졌는데요, 분석 대상은 1분기 접종 대상자 871,283명 가운데 접종 전 확진자 2,778명을 제외한 868,505명으로, 이 중 지난 14일까지 1회 접종을 완료한 접종자는 766,103명, 미접종자는 102,402명입니다.

접종자 가운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부터 시작된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뒤 확진된 사례는 60명으로, 모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자입니다. 접종자 10만 명당 발생률은 8.9명입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이지만 접종을 하지 않은 99,759명 가운데 92명이 확진돼 10만 명당 발생률은 92.2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접종자 중 10만 명당 발생률을 미접종자 중 10만 명당 발생률로 나눈 비율을 100%에서 뺀 수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효과인데, 계산해보니 90.4%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최소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국내 확진자의 확산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럼에도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언론 매체를 통해 이 결과를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화이자의 임상 3상 시험 등과는 달리 비교 대상이 된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관찰 기간도 다른 데다 그 기간의 차이를 정밀하게 보정한 결과도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상식적으로도 각종 변인을 통제한 환경 속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정밀하게 실시한 임상 시험과 단순히 임의 비교를 통한 추정은 구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의 의미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백신이라는 게 접종한다고 해서 해당 질병에 절대로 걸리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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