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입춘’보다 요즘 ‘대한’이 따뜻…서울 1.9도↑

입력 2021.04.28 (14:00) 수정 2021.04.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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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 1950년대 서울 한강에서 열린 빙상대회입니다. 수많은 인파가 서 있는 이곳은 바로 '한강' 한가운데인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도 얼음이 깨질 걱정은 없어 보이죠. 사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요즘은 한강에 얼음이 얼지 않는 해도 있는가 하면, 춥다고 하는 해에도 겨우 살얼음만 얼 정도니까요.

한강 개발로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진 탓도 있지만, '기온 상승'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후변화, 기후변화 하지만 체감하기 힘들었던 기온 상승. 우리나라는 얼마나 높아졌길래 한강의 풍경까지 바꿔 버린 걸까요?


■ 109년간 1.6℃ 상승…'대도시' 기온 상승 집중

기상청이 100년 이상 관측을 시행한 6개 도시의 기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1904년에 관측을 시작한 인천, 부산, 목포와 1907년 시작한 서울, 대구, 1911년 관측을 개시한 강릉이 분석 대상입니다.

1912~2020년 6개 도시의 기온 변화(자료 : 기상청)1912~2020년 6개 도시의 기온 변화(자료 : 기상청)

기상청은 먼저 6개 도시의 관측 기록이 모두 존재하는 1912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온 변화를 분석했는데요. 100년 전보다 평균 기온이 1.6℃ 상승했습니다.

맨 아래 파란색으로 표시된 최저기온이 붉은색의 최고기온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최저기온 상승 폭은 1.9℃로 최고기온 상승 폭(1.1℃)의 2배에 가까웠습니다.

도시별로도 차이를 보였는데요. 6개 도시 중 대구가 2.0℃ 높아져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서울이 1.9℃로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상승 폭이 작은 목포(0.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도시화에 함께 급속하게 진행된 지구 온난화의 증거"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 100년 전 '입춘(立春)' 보다 포근해진 요즘 '대한(大寒)'

계절별로는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의 월별 기온 변화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의 월별 기온 변화

월별로 기온 변화를 보면 1~3월의 상승 폭이 특히 크고, 7~8월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꽁꽁 언 한강을 보기 힘들게 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온 상승은 계절을 나눠주던 '24절기'의 모양도 바꿔놨습니다. 특히 기온이 크게 상승한 겨울철과 봄철 절기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연중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1월 20~21일)'이 대표적입니다. 100년 전 '대한'의 평균 기온은 영하 2.1℃로 24절기 중 가장 낮았습니다. 절기에 걸맞은 추위를 보인 셈이죠.

그런데 최근 30년 대한의 평균 기온이 3도 높아진 영상 0.9℃를 기록했습니다. 100년 전 '입춘(2월 4~5일)'의 평균 기온(영하 0.7℃)은 물론, 봄비가 온다는 절기 '우수(2월 19~20일)'의 평균 기온(영상 0.8℃)보다도 높아진 건데요. 계절이 앞당겨지면서 절기도 뒤죽박죽이 된 겁니다.

특히 최근 대한의 기온은 소한의 평균 기온(영상 0.8℃)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절기 '대한'이 이제는 완전히 이름값을 잃게 된 셈입니다.


■ 대한민국 온난화 '뚜렷' …겨울 22일 짧아지고, 여름 20일 길어져

4계절의 길이도 달라졌습니다. 이미 생활 속에서 체감하셨겠지만, 겨울은 훨씬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습니다.


겨울은 과거와 비교해 늦게 시작해서 일찍 끝나고 있습니다. 겨울 길이도 109일에서 87일로 22일 줄었습니다. 반면 여름은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나면서 98일에서 118일로 20일이나 늘었습니다.

봄은 시작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는데요. 그 결과 과거보다 6일이 늘었습니다. 가을은 길어진 여름 탓에 시작이 늦어져 4일 줄어들었네요.

이 모든 변화가 불가 약 100년 사이에 일어난 건데요.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1년 중 넉 달이 여름으로 바뀌었는데, 기상학자들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이번 세기말에는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 년, 365일의 절반을 에어컨을 켜고 생활해야 한다는 거죠.


■ '매운맛' 폭염·열대야·집중호우 잦아져

진짜 문제는 또 있습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입니다.

100년 전보다 폭염 일수는 1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열대야 일수는 무려 8.4일이나 늘었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것처럼 최고기온보다 최저기온의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기후 변화로 '잠들기 힘든 밤'이 늘어난 겁니다.

생활 속 기후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강수량도 크게 달라졌는데요.


연대별 강수량과 강수일수를 나타낸 자료인데, 보시는 것처럼 강수량은 늘어난 반면, 강수일수는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한번 비가 오면 왕창 쏟아진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하루 8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일수는 과거 대비 0.6일 늘었습니다.


■ '벚꽃'의 경고


올해 서울의 벚꽃은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폈습니다. 역시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벚꽃이 일찍 피는 게, 대한이 이름값을 못 하는 게, 여름이 길어지는 게 무슨 큰일이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기후 변화는 단순한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온의 상승은 결국 갖가지 '극한 기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 장마, 2년 전 역대 최다 태풍, 그리고 3년 전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까지. '기후 변화'는 해마다 다른 얼굴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올해 역대 가장 일찍 핀 벚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올해 드러낼 '극한 기상'의 또 다른 예고편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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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 ‘입춘’보다 요즘 ‘대한’이 따뜻…서울 1.9도↑
    • 입력 2021-04-28 14:00:10
    • 수정2021-04-28 15:12:52
    취재K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 1950년대 서울 한강에서 열린 빙상대회입니다. 수많은 인파가 서 있는 이곳은 바로 '한강' 한가운데인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도 얼음이 깨질 걱정은 없어 보이죠. 사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요즘은 한강에 얼음이 얼지 않는 해도 있는가 하면, 춥다고 하는 해에도 겨우 살얼음만 얼 정도니까요.

한강 개발로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진 탓도 있지만, '기온 상승'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후변화, 기후변화 하지만 체감하기 힘들었던 기온 상승. 우리나라는 얼마나 높아졌길래 한강의 풍경까지 바꿔 버린 걸까요?


■ 109년간 1.6℃ 상승…'대도시' 기온 상승 집중

기상청이 100년 이상 관측을 시행한 6개 도시의 기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1904년에 관측을 시작한 인천, 부산, 목포와 1907년 시작한 서울, 대구, 1911년 관측을 개시한 강릉이 분석 대상입니다.

1912~2020년 6개 도시의 기온 변화(자료 : 기상청)
기상청은 먼저 6개 도시의 관측 기록이 모두 존재하는 1912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온 변화를 분석했는데요. 100년 전보다 평균 기온이 1.6℃ 상승했습니다.

맨 아래 파란색으로 표시된 최저기온이 붉은색의 최고기온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최저기온 상승 폭은 1.9℃로 최고기온 상승 폭(1.1℃)의 2배에 가까웠습니다.

도시별로도 차이를 보였는데요. 6개 도시 중 대구가 2.0℃ 높아져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서울이 1.9℃로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상승 폭이 작은 목포(0.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도시화에 함께 급속하게 진행된 지구 온난화의 증거"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 100년 전 '입춘(立春)' 보다 포근해진 요즘 '대한(大寒)'

계절별로는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의 월별 기온 변화
월별로 기온 변화를 보면 1~3월의 상승 폭이 특히 크고, 7~8월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꽁꽁 언 한강을 보기 힘들게 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온 상승은 계절을 나눠주던 '24절기'의 모양도 바꿔놨습니다. 특히 기온이 크게 상승한 겨울철과 봄철 절기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연중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1월 20~21일)'이 대표적입니다. 100년 전 '대한'의 평균 기온은 영하 2.1℃로 24절기 중 가장 낮았습니다. 절기에 걸맞은 추위를 보인 셈이죠.

그런데 최근 30년 대한의 평균 기온이 3도 높아진 영상 0.9℃를 기록했습니다. 100년 전 '입춘(2월 4~5일)'의 평균 기온(영하 0.7℃)은 물론, 봄비가 온다는 절기 '우수(2월 19~20일)'의 평균 기온(영상 0.8℃)보다도 높아진 건데요. 계절이 앞당겨지면서 절기도 뒤죽박죽이 된 겁니다.

특히 최근 대한의 기온은 소한의 평균 기온(영상 0.8℃)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절기 '대한'이 이제는 완전히 이름값을 잃게 된 셈입니다.


■ 대한민국 온난화 '뚜렷' …겨울 22일 짧아지고, 여름 20일 길어져

4계절의 길이도 달라졌습니다. 이미 생활 속에서 체감하셨겠지만, 겨울은 훨씬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습니다.


겨울은 과거와 비교해 늦게 시작해서 일찍 끝나고 있습니다. 겨울 길이도 109일에서 87일로 22일 줄었습니다. 반면 여름은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나면서 98일에서 118일로 20일이나 늘었습니다.

봄은 시작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는데요. 그 결과 과거보다 6일이 늘었습니다. 가을은 길어진 여름 탓에 시작이 늦어져 4일 줄어들었네요.

이 모든 변화가 불가 약 100년 사이에 일어난 건데요.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1년 중 넉 달이 여름으로 바뀌었는데, 기상학자들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이번 세기말에는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 년, 365일의 절반을 에어컨을 켜고 생활해야 한다는 거죠.


■ '매운맛' 폭염·열대야·집중호우 잦아져

진짜 문제는 또 있습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입니다.

100년 전보다 폭염 일수는 1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열대야 일수는 무려 8.4일이나 늘었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것처럼 최고기온보다 최저기온의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기후 변화로 '잠들기 힘든 밤'이 늘어난 겁니다.

생활 속 기후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강수량도 크게 달라졌는데요.


연대별 강수량과 강수일수를 나타낸 자료인데, 보시는 것처럼 강수량은 늘어난 반면, 강수일수는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한번 비가 오면 왕창 쏟아진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하루 8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일수는 과거 대비 0.6일 늘었습니다.


■ '벚꽃'의 경고


올해 서울의 벚꽃은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폈습니다. 역시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벚꽃이 일찍 피는 게, 대한이 이름값을 못 하는 게, 여름이 길어지는 게 무슨 큰일이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기후 변화는 단순한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온의 상승은 결국 갖가지 '극한 기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 장마, 2년 전 역대 최다 태풍, 그리고 3년 전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까지. '기후 변화'는 해마다 다른 얼굴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올해 역대 가장 일찍 핀 벚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올해 드러낼 '극한 기상'의 또 다른 예고편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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