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의 심사위원 남편은 왜 1저자로 학술지에 등재됐을까?

입력 2021.04.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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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임혜숙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으면 첫 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세간의 관심이 커진 만큼,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 후보자는 반전세살이를 하며 아파트 투기나 자녀 병역문제 등에서 자유로웠지만 논문 의혹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KBS는 교수 출신인 임 후보자와 다른 대학 교수인 남편이 공동 저자로 올라가 있는 논문 등을 살폈습니다. 어제(4월 27일) 보도한 논문 관련 의혹과 임 후보자 측의 해명을 모두 담았습니다.


■ 임혜숙 제자 논문에 남편 임 모 교수 심사위원 …학술지 논문엔 제1저자

임혜숙 후보자와 남편인 임 모 교수는 둘 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연구원 등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임 후보자는 2002년 이화여대, 남편은 일 년 뒤 타 대학의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살펴본 건 임 후보자와 임 후보자 남편이 제 3 저자, 제 1 저자로 각각 올라와 있는 논문입니다. 2006년 한국통신학회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의 주제는 동영상 압축 시 발생하는 오류 복원에 관련한 겁니다. 추가 취재해보니, 임 후보자 제자였던 김 모 씨의 2005년 석사학위 논문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논문에 사용된 수치나 그림 등이 유사했습니다. 특히, 결론 부분은 단락이 아예 같거나 단어만 바뀌거나 수치 등이 추가된 수준이었습니다.


실제, 학계에서 표절 검사를 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검사해봤습니다.
두 논문 간 표절률이 25%로 나왔습니다.


KBS가 주목한 건 임 후보자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 심사위원 명단입니다. 다른 대학의 교수인 임 후보자 남편 임 모 교수가 심사위원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진끼리도 생각이 달랐습니다. 공동 작업 등이 일상화돼있는 학계에서 비슷한 분야의 대학끼리 교류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졸업논문 심사위원이 다른 대학 교수인 남편인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실제, 석사 논문 당사자인 김 씨는 석사 학위 논문에서 지도교수 임혜숙 후보자뿐 아니라 심사위원으로 올라간 임 모 교수에게도 연구 과정과 논문을 지도해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합니다.


■ 전문가들 "석사논문에서 크게 발전된 거 없어" …"심사위원이 제1저자, 통상적이지 않아"

취재진은 관련 업계와 학계 등 다수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단, 논문 내 제1저자 등은 연구 과정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정해지는데, 그에 대해서는 논문을 작성한 이들끼리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석사 논문과 학술지 두 논문을 비교해달라고 의뢰해보니 "논문 내용이 너무 유사하다.", "핵심 아이디어가 비슷하다.", "석사논문을 정리해서 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다만,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저널이나 학회 여러 곳에 중복으로 투고한 것이 아니라 학위 논문을 논문지에 투고했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갸우뚱했던 것처럼, 지도교수가 아닌 심사위원인 교수가 학술지 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되는 건 여러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공통된 판단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추가로 한국연구재단에 문의해보니 개별 논문에 관해서는 설명을 해주기 어렵다고 했고 학술지가 실린 한국통신학회도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아닌 석사논문과의 비교는 학회 차원에서 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 임 후보자 측 "남편 기여도 커 제1저자 등재" …"연구내용 이중 사용은 허용 관행"

남편 "아이디어, 수학적 분석 방법, 분석코드 등을 제안해 제 1저자"
"이공계 연구, 학위논문과 학회지 논문 내용 유사할 수 있어."

취재진은 4월 27일 오전 10시쯤 임 후보자 측에 공식 질의를 했고 임 후보자 측은 저녁 7시쯤 문의에 대한 해명을 보냈습니다. 질의는 간단했습니다. 제자 김 모씨의 석사논문 심사위원이었던 임 모 교수가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된 것과 지도교수였던 임혜숙 후보자가 논문 저자로 등재된 경위에 관해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시원하지 못했습니다. 하나하나 보겠습니다.

우선, 논문 연구 과정에서 남편 임 모 교수의 기여도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야당 의원실에서 제기한 다른 논문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임 후보자는 비슷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또, 제자 석사학위 논문 이후 학술지 논문이 게재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제자 석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 제출 시기는 같다고 설명하고, 이어 논문 간 유사도도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취재진과 동일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했는데 수치가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한 검사에서 표절률은 25% 였는데 임 후보자 측이 밝힌 건 표절률이 18% 였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비교 대상이 달랐습니다. 남편 임 모 교수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인지 석사 논문 이전 남편이 1 저자인 논문을 추가해 비교했습니다.

취재진이 비교한 논문은 임 후보자 측에서 제시한 논문 ②와 논문 ③인데 임 후보자 측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비교했습니다. 설명자료를 그대로 첨부합니다.


그러면서, 이공계 연구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결과가 대부분이라 학위논문과 학회지 논문의 내용이 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 등을 첨부해 허용되는 관행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 취재진 '심사위원 제1저자 등재 경위' 물었지만 임 후보자 측 '무응답'

특히 심사위원이었던 후보자의 남편이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등재된 이유에 대한 답변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임 후보자 측은 '이공계 분야의 지도교수가 자신이 지도한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연구과제의 결과물로 보고서를 제출했을 경우 연구 윤리위반에 해당하는가?'라는 연구 윤리 질의 응답집을 보내왔습니다. 물론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물은 건 지도교수가 아닌 심사위원이었던 후보자의 남편이 1저자로 등재된 이유였습니다. 학술지에 1 저자로 등재한 남편을 심사위원이 아닌 지도교수로 봐야 한다는 뜻일까요? 다른 대학교수인 남편이 임 후보자의 제자 석사 논문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었는지, 석사 논문 심사위원이 학술지 논문 제1 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관련해서 임 후보자 측이 앞서 해명했던, 남편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와 방법 등을 제공했다는 답만 들은 셈입니다.

■ 교수 출신 단골 '논문 의혹'과 '관행 해명' 되풀이될까?

하나 더 붙이자면, 심사위원인 2003년 조교수로 임용된 남편 임 모 교수는 2007년 부교수가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통 대학교에서는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교수 등으로 일하게 되는데 해당 대학교에 문의해보니 연구 실적과 연구비 수주 등 종합적 평가를 토대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학문을 탐구하는 연구계 관행을 모르는 무지에서 빚어진 오해일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시기 등이 공교롭게 맞아떨어진 것일까요? 다음 달 4일, 인사 청문회에서도 동상이몽이 이어질지, 제기된 여러 논문의 의혹이 속 시원하게 해명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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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혜숙의 심사위원 남편은 왜 1저자로 학술지에 등재됐을까?
    • 입력 2021-04-28 18:20:02
    취재K
임혜숙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으면 첫 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세간의 관심이 커진 만큼,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 후보자는 반전세살이를 하며 아파트 투기나 자녀 병역문제 등에서 자유로웠지만 논문 의혹은 피하지 못했습니다.<br />KBS는 교수 출신인 임 후보자와 다른 대학 교수인 남편이 공동 저자로 올라가 있는 논문 등을 살폈습니다. 어제(4월 27일) 보도한 논문 관련 의혹과 임 후보자 측의 해명을 모두 담았습니다.

■ 임혜숙 제자 논문에 남편 임 모 교수 심사위원 …학술지 논문엔 제1저자

임혜숙 후보자와 남편인 임 모 교수는 둘 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연구원 등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임 후보자는 2002년 이화여대, 남편은 일 년 뒤 타 대학의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살펴본 건 임 후보자와 임 후보자 남편이 제 3 저자, 제 1 저자로 각각 올라와 있는 논문입니다. 2006년 한국통신학회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의 주제는 동영상 압축 시 발생하는 오류 복원에 관련한 겁니다. 추가 취재해보니, 임 후보자 제자였던 김 모 씨의 2005년 석사학위 논문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논문에 사용된 수치나 그림 등이 유사했습니다. 특히, 결론 부분은 단락이 아예 같거나 단어만 바뀌거나 수치 등이 추가된 수준이었습니다.


실제, 학계에서 표절 검사를 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검사해봤습니다.
두 논문 간 표절률이 25%로 나왔습니다.


KBS가 주목한 건 임 후보자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 심사위원 명단입니다. 다른 대학의 교수인 임 후보자 남편 임 모 교수가 심사위원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진끼리도 생각이 달랐습니다. 공동 작업 등이 일상화돼있는 학계에서 비슷한 분야의 대학끼리 교류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졸업논문 심사위원이 다른 대학 교수인 남편인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실제, 석사 논문 당사자인 김 씨는 석사 학위 논문에서 지도교수 임혜숙 후보자뿐 아니라 심사위원으로 올라간 임 모 교수에게도 연구 과정과 논문을 지도해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합니다.


■ 전문가들 "석사논문에서 크게 발전된 거 없어" …"심사위원이 제1저자, 통상적이지 않아"

취재진은 관련 업계와 학계 등 다수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단, 논문 내 제1저자 등은 연구 과정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정해지는데, 그에 대해서는 논문을 작성한 이들끼리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석사 논문과 학술지 두 논문을 비교해달라고 의뢰해보니 "논문 내용이 너무 유사하다.", "핵심 아이디어가 비슷하다.", "석사논문을 정리해서 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다만,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저널이나 학회 여러 곳에 중복으로 투고한 것이 아니라 학위 논문을 논문지에 투고했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갸우뚱했던 것처럼, 지도교수가 아닌 심사위원인 교수가 학술지 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되는 건 여러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공통된 판단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추가로 한국연구재단에 문의해보니 개별 논문에 관해서는 설명을 해주기 어렵다고 했고 학술지가 실린 한국통신학회도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아닌 석사논문과의 비교는 학회 차원에서 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 임 후보자 측 "남편 기여도 커 제1저자 등재" …"연구내용 이중 사용은 허용 관행"

남편 "아이디어, 수학적 분석 방법, 분석코드 등을 제안해 제 1저자"
"이공계 연구, 학위논문과 학회지 논문 내용 유사할 수 있어."

취재진은 4월 27일 오전 10시쯤 임 후보자 측에 공식 질의를 했고 임 후보자 측은 저녁 7시쯤 문의에 대한 해명을 보냈습니다. 질의는 간단했습니다. 제자 김 모씨의 석사논문 심사위원이었던 임 모 교수가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된 것과 지도교수였던 임혜숙 후보자가 논문 저자로 등재된 경위에 관해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시원하지 못했습니다. 하나하나 보겠습니다.

우선, 논문 연구 과정에서 남편 임 모 교수의 기여도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야당 의원실에서 제기한 다른 논문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임 후보자는 비슷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또, 제자 석사학위 논문 이후 학술지 논문이 게재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제자 석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 제출 시기는 같다고 설명하고, 이어 논문 간 유사도도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취재진과 동일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했는데 수치가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한 검사에서 표절률은 25% 였는데 임 후보자 측이 밝힌 건 표절률이 18% 였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비교 대상이 달랐습니다. 남편 임 모 교수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인지 석사 논문 이전 남편이 1 저자인 논문을 추가해 비교했습니다.

취재진이 비교한 논문은 임 후보자 측에서 제시한 논문 ②와 논문 ③인데 임 후보자 측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비교했습니다. 설명자료를 그대로 첨부합니다.


그러면서, 이공계 연구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결과가 대부분이라 학위논문과 학회지 논문의 내용이 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 등을 첨부해 허용되는 관행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 취재진 '심사위원 제1저자 등재 경위' 물었지만 임 후보자 측 '무응답'

특히 심사위원이었던 후보자의 남편이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등재된 이유에 대한 답변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임 후보자 측은 '이공계 분야의 지도교수가 자신이 지도한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연구과제의 결과물로 보고서를 제출했을 경우 연구 윤리위반에 해당하는가?'라는 연구 윤리 질의 응답집을 보내왔습니다. 물론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물은 건 지도교수가 아닌 심사위원이었던 후보자의 남편이 1저자로 등재된 이유였습니다. 학술지에 1 저자로 등재한 남편을 심사위원이 아닌 지도교수로 봐야 한다는 뜻일까요? 다른 대학교수인 남편이 임 후보자의 제자 석사 논문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었는지, 석사 논문 심사위원이 학술지 논문 제1 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관련해서 임 후보자 측이 앞서 해명했던, 남편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와 방법 등을 제공했다는 답만 들은 셈입니다.

■ 교수 출신 단골 '논문 의혹'과 '관행 해명' 되풀이될까?

하나 더 붙이자면, 심사위원인 2003년 조교수로 임용된 남편 임 모 교수는 2007년 부교수가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통 대학교에서는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교수 등으로 일하게 되는데 해당 대학교에 문의해보니 연구 실적과 연구비 수주 등 종합적 평가를 토대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학문을 탐구하는 연구계 관행을 모르는 무지에서 빚어진 오해일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시기 등이 공교롭게 맞아떨어진 것일까요? 다음 달 4일, 인사 청문회에서도 동상이몽이 이어질지, 제기된 여러 논문의 의혹이 속 시원하게 해명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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