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리모 스캔들’ 이어 탈세까지?…中 여배우가 불러온 파장

입력 2021.04.29 (18:51) 수정 2021.04.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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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Paradise 아침보다 더 눈부신…….'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자동 음성 지원되는 주제곡이죠.

2009년 초 최고시청률 32.9%를 기록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기억하시나요?

같은 해 여름, 이 드라마는 '같이 유성우를 보자'(一起來看流星雨)'는 제목으로 중국에서도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판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처: 연합뉴스)중국판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처: 연합뉴스)

여주인공은 18살 정솽.

이 드라마로 데뷔했던 정솽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중국의 톱스타로 떠오른 뒤 올 초까지 12년 동안 승승장구해 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올해 1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대형 스캔들이 터집니다.

■ '비밀결혼·대리모 출산' 폭로에 중국 '발칵'

프로그램 제작자 장헝의 폭로가 발단이었는데요.

1월 18일,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장헝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장헝이 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장헝 웨이보)장헝이 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장헝 웨이보)

한 아이는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인데요. 이 사진을 공개한 장헝은 이어 '폭탄 발언'을 합니다.

2018년 연애를 시작한 둘은 미국에서 비밀결혼을 했고 두 아이 모두 자신과 정솽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장헝과 정솽 (출처: 웨이보)장헝과 정솽 (출처: 웨이보)

장헝은 둘 사이 아이들은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할 뻔 했던 사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장헝에 따르면 대리모들이 임신한 지 7개월 정도가 됐을 무렵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솽은 아이들을 낳지 말 것을 종용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정솽이 태어난 아이들을 입양 보내기를 원했지만, 자신이 반대해 미국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미국 시민권자인 아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려면 정솽의 동의와 비자 발급 등의 서류 절차가 필요한데, 정솽이 거부하고 있어 중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했습니다.

■'충격 폭로'에 출연 금지…사실상 퇴출

중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낙태하려고 했었다는 점, 사실상 아이들을 버렸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까지 이어졌습니다.

정솽이 출연한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소’ 출연한 모습 (출처: 웨이보)정솽이 출연한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소’ 출연한 모습 (출처: 웨이보)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정솽은 바로 다음날 내용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매우 슬프고 사적인 문제다. 모든 이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드러나 답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나는 중국 본토에서 국가의 지시를 어기지 않았고 외국에서도 모든 법을 존중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중국 당국은 바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의 미디어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중국 중앙정보부 산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폭로가 나온 다음 날, 정솽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금지시키라는 공문을 각 방송국에 발송했습니다. 정솽은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게 된 것이죠.

■스캔들 잠잠해지나 했더니…탈세 조사는 왜?

그렇게 잠잠해지나 싶었던 정솽 스캔들이 오늘 다시 점화됐습니다.

이번에도 불을 붙인 사람은 장헝입니다. 파급력은 더 높아졌습니다.

4월 28일 중국 세무 당국, 베이징시 광전국(라디오·텔레비전국), 국무원까지 나서서 '조사와 단속'을 거론하게 만든 건 '탈세 의혹'입니다.

장헝은 정솽이 2019년 드라마 '천녀유혼'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실제로는 1억 6천만 위안, 우리 돈 약 270억 원을 출연료로 받았지만, 출연료를 대폭 줄인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탈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거로 둘이 나눈 출연료 관련 위챗(중국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는데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라마 촬영기간 77일 동안 하루에 정솽이 받은 돈은 208만 위안, 우리 돈 3억 5천만 원에 이릅니다.

28일 중국 CCTV 보도28일 중국 CCTV 보도

'탈세 폭로'가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중국 상하이 세무국이 나섰습니다. 정솽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정식으로 확인·조사 절차에 들어간 겁니다.

여기에 베이징시 광전총국은 과연 출연료가 적정한지, 제작 비용 등에 관한 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앞서 대리모 출산까지도 문제삼는 분위기입니다. 국무원은 올 초 제기됐던 정솽의 대리모 출산을 겨냥하듯 "대리모 등 위법 행위에 대해 엄격한 타격(단속)에 나서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네티즌들 초고액 출연료에 허탈… 유명 배우도 가차 없이 "타격"

정솽은 이번에도 바로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는 '이중계약'과 '탈세'로 활동에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한동안 행방까지 묘연했던 톱스타 판빙빙입니다.

2018년 전직 CCTV 아나운서인 추이융위안의 폭로를 계기로 탈세 의혹이 불거졌던 판빈빙은 중국 세무국의 조사를 받고 결국 8억 8천만 위안, 우리 돈 1천500억 원의 가산세와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중국 배우 판빙빙 (출처: 웨이보)중국 배우 판빙빙 (출처: 웨이보)

32억 원 정도의 수입을 숨기려다가 되려 40배 이상을 물게 된 셈입니다.

당시 판빙빙은 자신의 집 41채를 팔아 이틀 만에 벌금을 모두 내면서 중국 사회에서 '고액의 출연료'와 '빈부 격차'가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이후 연예계 전반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벌어졌고 주연 배우의 출연료를 제한하는 안까지 나왔습니다.

판빙빙은 즉각 자신의 SNS에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중국 내서 연기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중국 사회에 '빈부 격차'· '이중 계약'이라는 폭풍을 몰고 왔던 판빙빙의 탈세 사건에 이어 이번 정솽의 '초고액 출연료'와 '탈세 의혹'은 또 한 번 중국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내가 당나라 시대부터 일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라거나 "평생 한 사람이 벌어도 정솽이 하루 버는 것도 안된다니." 등의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중국인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 중국 당국은 왜 그렇게 시급히 조사와 단속에 나서는지 그 이유가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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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대리모 스캔들’ 이어 탈세까지?…中 여배우가 불러온 파장
    • 입력 2021-04-29 18:51:56
    • 수정2021-04-29 22:02:33
    특파원 리포트

'Almost Paradise 아침보다 더 눈부신…….'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자동 음성 지원되는 주제곡이죠.

2009년 초 최고시청률 32.9%를 기록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기억하시나요?

같은 해 여름, 이 드라마는 '같이 유성우를 보자'(一起來看流星雨)'는 제목으로 중국에서도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판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처: 연합뉴스)
여주인공은 18살 정솽.

이 드라마로 데뷔했던 정솽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중국의 톱스타로 떠오른 뒤 올 초까지 12년 동안 승승장구해 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올해 1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대형 스캔들이 터집니다.

■ '비밀결혼·대리모 출산' 폭로에 중국 '발칵'

프로그램 제작자 장헝의 폭로가 발단이었는데요.

1월 18일,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장헝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장헝이 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장헝 웨이보)
한 아이는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인데요. 이 사진을 공개한 장헝은 이어 '폭탄 발언'을 합니다.

2018년 연애를 시작한 둘은 미국에서 비밀결혼을 했고 두 아이 모두 자신과 정솽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장헝과 정솽 (출처: 웨이보)
장헝은 둘 사이 아이들은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할 뻔 했던 사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장헝에 따르면 대리모들이 임신한 지 7개월 정도가 됐을 무렵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솽은 아이들을 낳지 말 것을 종용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정솽이 태어난 아이들을 입양 보내기를 원했지만, 자신이 반대해 미국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미국 시민권자인 아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려면 정솽의 동의와 비자 발급 등의 서류 절차가 필요한데, 정솽이 거부하고 있어 중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했습니다.

■'충격 폭로'에 출연 금지…사실상 퇴출

중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낙태하려고 했었다는 점, 사실상 아이들을 버렸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까지 이어졌습니다.

정솽이 출연한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소’ 출연한 모습 (출처: 웨이보)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정솽은 바로 다음날 내용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매우 슬프고 사적인 문제다. 모든 이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드러나 답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나는 중국 본토에서 국가의 지시를 어기지 않았고 외국에서도 모든 법을 존중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중국 당국은 바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의 미디어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중국 중앙정보부 산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폭로가 나온 다음 날, 정솽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금지시키라는 공문을 각 방송국에 발송했습니다. 정솽은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게 된 것이죠.

■스캔들 잠잠해지나 했더니…탈세 조사는 왜?

그렇게 잠잠해지나 싶었던 정솽 스캔들이 오늘 다시 점화됐습니다.

이번에도 불을 붙인 사람은 장헝입니다. 파급력은 더 높아졌습니다.

4월 28일 중국 세무 당국, 베이징시 광전국(라디오·텔레비전국), 국무원까지 나서서 '조사와 단속'을 거론하게 만든 건 '탈세 의혹'입니다.

장헝은 정솽이 2019년 드라마 '천녀유혼'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실제로는 1억 6천만 위안, 우리 돈 약 270억 원을 출연료로 받았지만, 출연료를 대폭 줄인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탈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거로 둘이 나눈 출연료 관련 위챗(중국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는데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라마 촬영기간 77일 동안 하루에 정솽이 받은 돈은 208만 위안, 우리 돈 3억 5천만 원에 이릅니다.

28일 중국 CCTV 보도
'탈세 폭로'가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중국 상하이 세무국이 나섰습니다. 정솽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정식으로 확인·조사 절차에 들어간 겁니다.

여기에 베이징시 광전총국은 과연 출연료가 적정한지, 제작 비용 등에 관한 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앞서 대리모 출산까지도 문제삼는 분위기입니다. 국무원은 올 초 제기됐던 정솽의 대리모 출산을 겨냥하듯 "대리모 등 위법 행위에 대해 엄격한 타격(단속)에 나서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네티즌들 초고액 출연료에 허탈… 유명 배우도 가차 없이 "타격"

정솽은 이번에도 바로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는 '이중계약'과 '탈세'로 활동에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한동안 행방까지 묘연했던 톱스타 판빙빙입니다.

2018년 전직 CCTV 아나운서인 추이융위안의 폭로를 계기로 탈세 의혹이 불거졌던 판빈빙은 중국 세무국의 조사를 받고 결국 8억 8천만 위안, 우리 돈 1천500억 원의 가산세와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중국 배우 판빙빙 (출처: 웨이보)
32억 원 정도의 수입을 숨기려다가 되려 40배 이상을 물게 된 셈입니다.

당시 판빙빙은 자신의 집 41채를 팔아 이틀 만에 벌금을 모두 내면서 중국 사회에서 '고액의 출연료'와 '빈부 격차'가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이후 연예계 전반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벌어졌고 주연 배우의 출연료를 제한하는 안까지 나왔습니다.

판빙빙은 즉각 자신의 SNS에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중국 내서 연기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중국 사회에 '빈부 격차'· '이중 계약'이라는 폭풍을 몰고 왔던 판빙빙의 탈세 사건에 이어 이번 정솽의 '초고액 출연료'와 '탈세 의혹'은 또 한 번 중국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내가 당나라 시대부터 일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라거나 "평생 한 사람이 벌어도 정솽이 하루 버는 것도 안된다니." 등의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중국인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 중국 당국은 왜 그렇게 시급히 조사와 단속에 나서는지 그 이유가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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