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뒤 집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사후관리 부실”

입력 2021.04.30 (06:20) 수정 2021.04.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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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몸 어르신 백신 접종 뒤 전화 안 받는데"…조치 없어

2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79살 할아버지가 지난 17일 전북 고창의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된 가족이 집을 찾아왔고, 119구급대에 신고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어르신은 뇌경색으로 인한 마비와 언어장애 등의 증세로 중환자실을 오가며 치료받고 있습니다.

백신 이틀 뒤 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백신 이틀 뒤 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
발견 이틀 전인 지난 15일, 어르신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습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75살이 넘는 홀몸 어르신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지자체 공무원이 적어도 3일 동안 전화나 방문 등의 방식으로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고령인 데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해 대처하는 겁니다.

어르신의 휴대전화를 보면 담당 면사무소 공무원은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발견될 때까지 이틀 동안 '3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르신은 모두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자택 방문 등의 추가 조치는 없었습니다.

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의 휴대전화 화면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의 휴대전화 화면
"전화를 안 받았을 때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의 해명입니다. "해당 면사무소 직원이 미숙했다" 고창군 보건소 공무원의 해명입니다. 누구 말을 들어봐도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르신에게 더 자주 연락하거나 찾아왔어야 했다고 후회하던 가족들은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전화를 안 받으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거나 이장 등에게 연락해 대신 찾아가게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역 당국이 백신과의 인과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설령 연관이 없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고 답답함을 드러냈습니다.

■ 재발 방지 지시했지만…정부 차원 점검 필요

전라북도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시군 방역 책임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지시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접 방문해 확인하라는 내용입니다. 안타까운 부분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더라면' 입니다. 직원이 미숙했더라도 지침에 따라 방문 확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김포시의 75살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 모니터링 실시계획경기도 김포시의 75살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 모니터링 실시계획
실제로 방역 당국으로부터 같은 지침을 받은 경기 김포시와 충남 당진시 등 일부 지자체는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침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안 될 경우 이장이나 통장 등과 연계해 방문 관리하라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경기도 김포시 담당 공무원은 "백신을 맞고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라는 게 모니터링의 목적인데 전화로는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현장에 가서 안전하신지 보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달 들어 시작한 75살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의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349만여 명입니다. 아직도 많은 어르신이 접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홀몸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 모든 단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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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접종 뒤 집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사후관리 부실”
    • 입력 2021-04-30 06:20:48
    • 수정2021-04-30 13:41:37
    취재K

■ "홀몸 어르신 백신 접종 뒤 전화 안 받는데"…조치 없어

2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79살 할아버지가 지난 17일 전북 고창의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된 가족이 집을 찾아왔고, 119구급대에 신고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어르신은 뇌경색으로 인한 마비와 언어장애 등의 증세로 중환자실을 오가며 치료받고 있습니다.

백신 이틀 뒤 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 발견 이틀 전인 지난 15일, 어르신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습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75살이 넘는 홀몸 어르신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지자체 공무원이 적어도 3일 동안 전화나 방문 등의 방식으로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고령인 데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해 대처하는 겁니다.

어르신의 휴대전화를 보면 담당 면사무소 공무원은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발견될 때까지 이틀 동안 '3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르신은 모두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자택 방문 등의 추가 조치는 없었습니다.

쓰러진 채 발견된 어르신의 휴대전화 화면"전화를 안 받았을 때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의 해명입니다. "해당 면사무소 직원이 미숙했다" 고창군 보건소 공무원의 해명입니다. 누구 말을 들어봐도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르신에게 더 자주 연락하거나 찾아왔어야 했다고 후회하던 가족들은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전화를 안 받으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거나 이장 등에게 연락해 대신 찾아가게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역 당국이 백신과의 인과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설령 연관이 없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고 답답함을 드러냈습니다.

■ 재발 방지 지시했지만…정부 차원 점검 필요

전라북도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시군 방역 책임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지시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접 방문해 확인하라는 내용입니다. 안타까운 부분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더라면' 입니다. 직원이 미숙했더라도 지침에 따라 방문 확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김포시의 75살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 모니터링 실시계획실제로 방역 당국으로부터 같은 지침을 받은 경기 김포시와 충남 당진시 등 일부 지자체는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침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안 될 경우 이장이나 통장 등과 연계해 방문 관리하라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경기도 김포시 담당 공무원은 "백신을 맞고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라는 게 모니터링의 목적인데 전화로는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현장에 가서 안전하신지 보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달 들어 시작한 75살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의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349만여 명입니다. 아직도 많은 어르신이 접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홀몸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 모든 단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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