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펄펄 끓는 남중국해…바이든 “인도 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 유지”

입력 2021.04.30 (07:00) 수정 2021.04.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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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바이든 대통령. 이번에도 '중국'은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 군사력과 경제적 도전, 기술 경쟁, 인권 등 주요 의제를 망라해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 바이든 "나토가 분쟁 막기 위해 있듯 인도 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 유지할 것"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인도 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공개했습니다. 자신이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쟁을 막기 위해 있듯 인도 태평양에서도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상하 양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AP 연합뉴스)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상하 양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AP 연합뉴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이른바 해양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남중국해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해상로를 개척해왔습니다. 남중국해 기지 건설, 동중국해 진출 강화 역시 이같은 정책의 일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 태평양 안보를 위해 유럽의 집단방위조약까지 거론한 것입니다. 자연스레 최근 미국이 주도해 인도 태평양에 구축중인 쿼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쿼드(Quad)'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중인 비공식 안보협의체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스티브 비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쿼드 플러스' 형태의 추가 회원국도 가능하다고 밝히며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참여를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를 제안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북경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측도 한국에 쿼드 참여 의사를 타진한 일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 심상치 않은 남중국해 동향...미중 해군 신경전 치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인도 태평양 관련 대목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남중국해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4월 들어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 군함 간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4월 4일 미 해군이, 머스틴함 지휘관이 선박 난간에 다리를 올린 채 중국 항모 랴오닝함을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 상징적입니다. 미군 지휘관이 여유로운 태도로 중국 항모를 쳐다보는 장면은 중국 해군을 겨냥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해석됐습니다.

미해군 머스틴함 지휘관이 난간에 다리를 올린채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미 해군)미해군 머스틴함 지휘관이 난간에 다리를 올린채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미 해군)

4월 28일에는 또다른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미군 구축함이 필리핀해에서 중국 랴오닝함 항공모함 전단 한가운데를 밀고 들어간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입니다. 사진 속 장소는 타이완 동쪽 200여 km 해역입니다. 타이완 인근에서 해상 훈련 중인 중국 항모 선단 진형 안으로 미군 함정이 들어가 자극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 것입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이에 대해 타이완의 군 장교는 타이완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미국 군함이 중국군에 실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랴오닝 항모 전단 사이를 미 해군 구축함이 치고 들어간 모습을 담은 위성 사진 (사진 출처=트위터/OSINT-1)중국 랴오닝 항모 전단 사이를 미 해군 구축함이 치고 들어간 모습을 담은 위성 사진 (사진 출처=트위터/OSINT-1)

중국 해군의 최근 동향 역시 심상치 않았습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은 타이완 인근 해역은 물론이고 4월 27일 일본명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순찰했습니다. 중일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입니다.

랴오닝함에 있던 조기 경계 헬기가 비행하자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기도 했다고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이 전했습니다. 중국군축협회의 쉬광위 고급고문은 "랴오닝함 전단의 동향은 일본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3일 해군 창설 72주년을 맞아 하이난성 싼야 해군기지에서 열린 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에 참석해 하이난함 함장에게 인민해방군 깃발과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 출처=신화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3일 해군 창설 72주년을 맞아 하이난성 싼야 해군기지에서 열린 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에 참석해 하이난함 함장에게 인민해방군 깃발과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 출처=신화 연합뉴스)

앞서 4월 23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해군기지를 찾아 해군력 강화의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해군 창설 72주년을 맞아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 자리였습니다. 중국 해군은 이날 핵추진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창정18호와 대형구축함 다롄함, 수륙강습함인 하이난함을 취역시켰습니다.

중국 해군력 강화를 누구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상대는 타이완입니다. 중국 정찰기의 잦은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침입과 맞물려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타이완 국방부는 올해 들어 중국 공군이 타이완 상공에 270여차례 출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타이완 독립 이슈와 맞물려 갈등 증폭...남중국해 갈등은 한국에도 주요 현안

이같은 군사적 동향은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타이완은 정상화 국가가 됐다"고 발언하는 등 타이완 독립 논의가 확대되는데 대해 중국측의 반격이 거셉니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타이완 판공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세상에는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영원히 중국에서 분열할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남중국해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면 한국 역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쿼드도 언급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입니다. 격년으로 짝수 해에 미국 하와이에서 미국 주도로 실시하는 '림팩(RIMPAC:환태평양기동훈련)'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 통상국가인 한국에게 남중국해는 생명줄과도 같은 해상 무역로입니다. 이곳의 갈등은 안보 현안인 동시에 경제 현안입니다. 가뜩이나 북핵이라는 거대 현안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 외교 안보에 또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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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30 07:00:19
    • 수정2021-04-30 13:41:37
    특파원 리포트

취임 100일을 맞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바이든 대통령. 이번에도 '중국'은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 군사력과 경제적 도전, 기술 경쟁, 인권 등 주요 의제를 망라해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 바이든 "나토가 분쟁 막기 위해 있듯 인도 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 유지할 것"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인도 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공개했습니다. 자신이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쟁을 막기 위해 있듯 인도 태평양에서도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상하 양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AP 연합뉴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이른바 해양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남중국해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해상로를 개척해왔습니다. 남중국해 기지 건설, 동중국해 진출 강화 역시 이같은 정책의 일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 태평양 안보를 위해 유럽의 집단방위조약까지 거론한 것입니다. 자연스레 최근 미국이 주도해 인도 태평양에 구축중인 쿼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쿼드(Quad)'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중인 비공식 안보협의체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스티브 비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쿼드 플러스' 형태의 추가 회원국도 가능하다고 밝히며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참여를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를 제안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북경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측도 한국에 쿼드 참여 의사를 타진한 일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 심상치 않은 남중국해 동향...미중 해군 신경전 치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인도 태평양 관련 대목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남중국해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4월 들어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 군함 간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4월 4일 미 해군이, 머스틴함 지휘관이 선박 난간에 다리를 올린 채 중국 항모 랴오닝함을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 상징적입니다. 미군 지휘관이 여유로운 태도로 중국 항모를 쳐다보는 장면은 중국 해군을 겨냥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해석됐습니다.

미해군 머스틴함 지휘관이 난간에 다리를 올린채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미 해군)
4월 28일에는 또다른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미군 구축함이 필리핀해에서 중국 랴오닝함 항공모함 전단 한가운데를 밀고 들어간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입니다. 사진 속 장소는 타이완 동쪽 200여 km 해역입니다. 타이완 인근에서 해상 훈련 중인 중국 항모 선단 진형 안으로 미군 함정이 들어가 자극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 것입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이에 대해 타이완의 군 장교는 타이완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미국 군함이 중국군에 실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랴오닝 항모 전단 사이를 미 해군 구축함이 치고 들어간 모습을 담은 위성 사진 (사진 출처=트위터/OSINT-1)
중국 해군의 최근 동향 역시 심상치 않았습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은 타이완 인근 해역은 물론이고 4월 27일 일본명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순찰했습니다. 중일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입니다.

랴오닝함에 있던 조기 경계 헬기가 비행하자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기도 했다고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이 전했습니다. 중국군축협회의 쉬광위 고급고문은 "랴오닝함 전단의 동향은 일본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3일 해군 창설 72주년을 맞아 하이난성 싼야 해군기지에서 열린 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에 참석해 하이난함 함장에게 인민해방군 깃발과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 출처=신화 연합뉴스)
앞서 4월 23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해군기지를 찾아 해군력 강화의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해군 창설 72주년을 맞아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 자리였습니다. 중국 해군은 이날 핵추진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창정18호와 대형구축함 다롄함, 수륙강습함인 하이난함을 취역시켰습니다.

중국 해군력 강화를 누구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상대는 타이완입니다. 중국 정찰기의 잦은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침입과 맞물려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타이완 국방부는 올해 들어 중국 공군이 타이완 상공에 270여차례 출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타이완 독립 이슈와 맞물려 갈등 증폭...남중국해 갈등은 한국에도 주요 현안

이같은 군사적 동향은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타이완은 정상화 국가가 됐다"고 발언하는 등 타이완 독립 논의가 확대되는데 대해 중국측의 반격이 거셉니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타이완 판공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세상에는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영원히 중국에서 분열할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남중국해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면 한국 역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쿼드도 언급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입니다. 격년으로 짝수 해에 미국 하와이에서 미국 주도로 실시하는 '림팩(RIMPAC:환태평양기동훈련)'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 통상국가인 한국에게 남중국해는 생명줄과도 같은 해상 무역로입니다. 이곳의 갈등은 안보 현안인 동시에 경제 현안입니다. 가뜩이나 북핵이라는 거대 현안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 외교 안보에 또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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