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부부’의 귀환…사랑속에 새 생명도 탄생

입력 2021.04.30 (11:26) 수정 2021.04.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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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방사 따오기 첫 부화 뒤 새끼에게 먹이 주는 장면야생 방사 따오기 첫 부화 뒤 새끼에게 먹이 주는 장면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동요 '따오기'의 가사는 어딘가 구슬픈 느낌이 듭니다. 깊은 밤에 들리는 따오기 소리에는 사실 고양이나 삵 등 포식 동물에 대한 경계음의 기능이 들어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동요 속의 구슬픈 느낌은 포식자에게 새끼를 잃은 어미의 애절함이나 다가오는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가능하게 합니다.

3.5미터 높이의 소나무 둥지에서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3.5미터 높이의 소나무 둥지에서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

따오기는 지난 1979년 경기도에서 목격된 뒤 다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논과 밭에는 농약이 마구 뿌려졌고, 그로 인해 미꾸라지, 붕어,잉어 등 각종 민물고기와 개구리 등 따오기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이 농약에 중독되거나 죽으면서 따오기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역시 늦은 밤 자장가처럼 나 자신도 왠지 처량하게 들렸던 따오기 소리를 듣고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즈음부터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야밤에 울음 소리만 들었지, 절대로 그 모습은 보지 못했던 따오기. 그 만큼 따오기는 마을 근처에 둥지를 틀지만, 사람에게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조심성 많은 새입니다.

그 오랜 동안 듣지 못했던 따오기의 울음 소리가 지난 1월부터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 창녕군에서 방사한 2016년생 따오기 동갑내기 한 쌍이 둥지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 따오기 부부는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와, 인공부화기를 통해 인공번식을 시작, 그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공무원들이 24시간 감시와 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도 경사라며 되도록 둥지 근처에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황새며, 두루미며, 저어새며, 따오기까지 흔하디 흔한 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주민들도 아주 소중한 손님을 모시듯 마을 1호 따오기의 탄생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 입구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 입구
따오기 번식 둥지 숲 주변 광경따오기 번식 둥지 숲 주변 광경

이들 따오기 부부를 위해 주민들이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농약 사용입니다.

농사가 생계다 보니 농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둥지 주변 농지에는 농약 살포를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사용해야할 경우에도 친환경 농약을 써 새끼들의 먹이인 물고기 등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오기 번식 성공 행사장 주변 마을 주민 모습따오기 번식 성공 행사장 주변 마을 주민 모습

이런 노력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27일과 29일, 그리고 30일 세차례에 걸쳐 3개의 알을 낳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 농촌마을에 경사라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지난 4월 16일에는 알 1개가 부화도 되기 전에 부서졌다는 소식에 주민 모두가 안타까워 했습니다.

하지만 4월 26일과 28일에는 또 다시 새끼의 부화 소식에 온 마을이 들썩할만큼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금계포란형(새가 알을 품은 형상의 땅 모양)의 지세 때문에, 새를 닮았다는 이 마을 주민들은 따오기 부부가 가져온 새 생명의 희망에 기대에 부풀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맘껏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날개를 모은 새모양의 땅에 둘러쌓인 마을 전경날개를 모은 새모양의 땅에 둘러쌓인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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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오기 부부’의 귀환…사랑속에 새 생명도 탄생
    • 입력 2021-04-30 11:26:18
    • 수정2021-04-30 13:41:36
    취재K
야생 방사 따오기 첫 부화 뒤 새끼에게 먹이 주는 장면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동요 '따오기'의 가사는 어딘가 구슬픈 느낌이 듭니다. 깊은 밤에 들리는 따오기 소리에는 사실 고양이나 삵 등 포식 동물에 대한 경계음의 기능이 들어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동요 속의 구슬픈 느낌은 포식자에게 새끼를 잃은 어미의 애절함이나 다가오는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가능하게 합니다.

3.5미터 높이의 소나무 둥지에서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
따오기는 지난 1979년 경기도에서 목격된 뒤 다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논과 밭에는 농약이 마구 뿌려졌고, 그로 인해 미꾸라지, 붕어,잉어 등 각종 민물고기와 개구리 등 따오기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이 농약에 중독되거나 죽으면서 따오기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역시 늦은 밤 자장가처럼 나 자신도 왠지 처량하게 들렸던 따오기 소리를 듣고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즈음부터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야밤에 울음 소리만 들었지, 절대로 그 모습은 보지 못했던 따오기. 그 만큼 따오기는 마을 근처에 둥지를 틀지만, 사람에게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조심성 많은 새입니다.

그 오랜 동안 듣지 못했던 따오기의 울음 소리가 지난 1월부터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 창녕군에서 방사한 2016년생 따오기 동갑내기 한 쌍이 둥지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 따오기 부부는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와, 인공부화기를 통해 인공번식을 시작, 그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공무원들이 24시간 감시와 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도 경사라며 되도록 둥지 근처에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황새며, 두루미며, 저어새며, 따오기까지 흔하디 흔한 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주민들도 아주 소중한 손님을 모시듯 마을 1호 따오기의 탄생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 입구 따오기 번식 둥지 숲 주변 광경
이들 따오기 부부를 위해 주민들이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농약 사용입니다.

농사가 생계다 보니 농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둥지 주변 농지에는 농약 살포를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사용해야할 경우에도 친환경 농약을 써 새끼들의 먹이인 물고기 등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오기 번식 성공 행사장 주변 마을 주민 모습
이런 노력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27일과 29일, 그리고 30일 세차례에 걸쳐 3개의 알을 낳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 농촌마을에 경사라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지난 4월 16일에는 알 1개가 부화도 되기 전에 부서졌다는 소식에 주민 모두가 안타까워 했습니다.

하지만 4월 26일과 28일에는 또 다시 새끼의 부화 소식에 온 마을이 들썩할만큼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금계포란형(새가 알을 품은 형상의 땅 모양)의 지세 때문에, 새를 닮았다는 이 마을 주민들은 따오기 부부가 가져온 새 생명의 희망에 기대에 부풀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맘껏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날개를 모은 새모양의 땅에 둘러쌓인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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