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기상 해일’ 제주 덮쳤다…오늘 밤도 주의!

입력 2021.04.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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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전국 곳곳에 요란한 봄비가 쏟아졌습니다. 벼락이 치고 우박이 떨어지는가 하면, 돌풍까지 불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주도에선 '기상 해일'까지 관측됐는데요. 사람들의 활동이 적은 늦은 밤에 발생해 특별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오늘(30일) 밤 또다시 제주 지역에 기상 해일이 예보됐습니다. '기상 해일'. 생소한 분도 있을 텐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 어젯(29일)밤 서해 가거도에서 '기압 급변' 관측

[기상해일정보] 기압변동최초감지 /
가거도 04/29 21:00, 5.1hPa

어젯(29일)밤 9시 무렵 기상청이 보내온 문자 내용입니다. 서해 남부 해상의 가거도에서 한 시간에 5.1hPa의 급격한 기압 변동이 관측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해일'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아마 '해일'하면 많은 분이 '쓰나미'로 불리는 '지진 해일'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지진 해일은 바다 밑 지각의 변동이 바닷물에 파동을 만들어 발생시키는 현상이죠.

이에 반해 '기상 해일'은 바다 위 공기가 바닷물에 파동을 만들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바닷물을 누르는 공기의 압력에 갑작스러운 변동이 생겨 발생하는 해일입니다.

■ 13년 전 충남 보령서 9명 목숨 앗아간 '기상 해일'

큰 지진도 아니고 겨우 공기의 압력 변화가 해일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바꿔놓은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5월 충남 보령의 죽도에서 생긴 일입니다. 비교적 잔잔하던 바다에 갑자기 2m 가까운 높이의 해일이 들이닥친 건데요.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뛰어오르지만, 바닷물에 휩쓸린 9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훗날 분석 결과 '기상 해일'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서해 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기압이 급변하자 먼바다에서 파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이 파도가 저기압과 같은 속도로 해안가로 다가오면서 점점 증폭돼 2m 가까운 해일이 해안가를 덮친 겁니다.

■ 오늘 0시 30분 제주 모슬포에서 1미터 '기상 해일' 관측

그래서 기상청이 어젯밤 가거도에서 관측된 '기압 변동'에 주목한 건데요. 보통 한 시간에 3hPa 이상의 기압 변동이 발생하면 기상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어제 기압 변동 폭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5.1hPa로 관측됐습니다.

기상청은 이 파도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했는데요. 그 결과 남동쪽, 제주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가거도에서 기압 변동이 관측된 지 약 3시간 뒤인 오늘 0시 반쯤 제주 모슬포에서 기상 해일이 관측됐습니다.

오늘 새벽 제주 모슬포에서 관측된 기상 해일 현상오늘 새벽 제주 모슬포에서 관측된 기상 해일 현상

보시면 0시 30분 전후로 큰 출렁임이 나타났는데요. 0시 35분쯤 -60cm, 그러니까 해수면이 60cm쯤 낮아졌고요. 약 7분 뒤 +49cm의 진폭이 나타났습니다. 7분 새 1m가 넘는 큰 출렁임이 관측된 겁니다.

이 정도면 2008년 충남 보령 사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큰 기상 해일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인데요. 다행히 늦은 밤 시간대여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라도 서해안 지역에서도 일부 기상 해일이 관측됐지만, 규모는 제주보다 작았습니다.

■ 오늘 밤~내일 새벽, 제주에 또 '기상 해일' 가능성

문제는 또 기상 해일이 예보됐다는 겁니다. 지역은 마찬가지로 전라도 해안과 제주 해안입니다.
시간대도 어제와 비슷한 오늘 밤 10시부터 내일 새벽 4시 사이입니다.

내일 새벽 0시 기압 변화 경향 예상(자료 : 기상청)내일 새벽 0시 기압 변화 경향 예상(자료 : 기상청)

위 그림은 내일 새벽 0시 기압 변화 경향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붉은색일수록 큰 기압 변동이 나타날 수 있는 지역입니다.

보시면 제주 서쪽 해상과 서해 남부 해상에 5hPa 안팎의 기압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어제 서해 가거도에서 관측된 수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유승협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다만 어제보다 저기압이 좀 더 남쪽으로 치우쳐 지날 것으로 예상돼 주로 제주 지역에 기상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 제주 만조 시각 내일 새벽 1시 전후…해안가 접근 금지!

이러한 기상 해일은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 특히 위험합니다. 가뜩이나 만조로 바닷물이 높은 상황에서 기상 해일까지 덮치면 바닷물이 해안가로 더 크게 밀려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사이 제주 지역의 만조 시간대는, 북부 해안인 제주시는 내일 새벽 0시 56분, 남서부에 위치한 모슬포는 내일 새벽 1시 반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시간대에는 갯바위나 방파제 등 해안가 접근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또 소형 선박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미리 단단히 고정해야 합니다.

또 밤사이 다른 지역에서도 돌풍과 벼락을 동반한 요란한 봄비가 예보됐습니다. 바람에 날리기 쉬운 시설물은 철저히 점검하고,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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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미터 ‘기상 해일’ 제주 덮쳤다…오늘 밤도 주의!
    • 입력 2021-04-30 17:33:52
    취재K

지난밤 전국 곳곳에 요란한 봄비가 쏟아졌습니다. 벼락이 치고 우박이 떨어지는가 하면, 돌풍까지 불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주도에선 '기상 해일'까지 관측됐는데요. 사람들의 활동이 적은 늦은 밤에 발생해 특별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오늘(30일) 밤 또다시 제주 지역에 기상 해일이 예보됐습니다. '기상 해일'. 생소한 분도 있을 텐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 어젯(29일)밤 서해 가거도에서 '기압 급변' 관측

[기상해일정보] 기압변동최초감지 /
가거도 04/29 21:00, 5.1hPa

어젯(29일)밤 9시 무렵 기상청이 보내온 문자 내용입니다. 서해 남부 해상의 가거도에서 한 시간에 5.1hPa의 급격한 기압 변동이 관측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해일'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아마 '해일'하면 많은 분이 '쓰나미'로 불리는 '지진 해일'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지진 해일은 바다 밑 지각의 변동이 바닷물에 파동을 만들어 발생시키는 현상이죠.

이에 반해 '기상 해일'은 바다 위 공기가 바닷물에 파동을 만들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바닷물을 누르는 공기의 압력에 갑작스러운 변동이 생겨 발생하는 해일입니다.

■ 13년 전 충남 보령서 9명 목숨 앗아간 '기상 해일'

큰 지진도 아니고 겨우 공기의 압력 변화가 해일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바꿔놓은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5월 충남 보령의 죽도에서 생긴 일입니다. 비교적 잔잔하던 바다에 갑자기 2m 가까운 높이의 해일이 들이닥친 건데요.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뛰어오르지만, 바닷물에 휩쓸린 9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훗날 분석 결과 '기상 해일'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서해 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기압이 급변하자 먼바다에서 파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이 파도가 저기압과 같은 속도로 해안가로 다가오면서 점점 증폭돼 2m 가까운 해일이 해안가를 덮친 겁니다.

■ 오늘 0시 30분 제주 모슬포에서 1미터 '기상 해일' 관측

그래서 기상청이 어젯밤 가거도에서 관측된 '기압 변동'에 주목한 건데요. 보통 한 시간에 3hPa 이상의 기압 변동이 발생하면 기상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어제 기압 변동 폭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5.1hPa로 관측됐습니다.

기상청은 이 파도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했는데요. 그 결과 남동쪽, 제주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가거도에서 기압 변동이 관측된 지 약 3시간 뒤인 오늘 0시 반쯤 제주 모슬포에서 기상 해일이 관측됐습니다.

오늘 새벽 제주 모슬포에서 관측된 기상 해일 현상
보시면 0시 30분 전후로 큰 출렁임이 나타났는데요. 0시 35분쯤 -60cm, 그러니까 해수면이 60cm쯤 낮아졌고요. 약 7분 뒤 +49cm의 진폭이 나타났습니다. 7분 새 1m가 넘는 큰 출렁임이 관측된 겁니다.

이 정도면 2008년 충남 보령 사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큰 기상 해일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인데요. 다행히 늦은 밤 시간대여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라도 서해안 지역에서도 일부 기상 해일이 관측됐지만, 규모는 제주보다 작았습니다.

■ 오늘 밤~내일 새벽, 제주에 또 '기상 해일' 가능성

문제는 또 기상 해일이 예보됐다는 겁니다. 지역은 마찬가지로 전라도 해안과 제주 해안입니다.
시간대도 어제와 비슷한 오늘 밤 10시부터 내일 새벽 4시 사이입니다.

내일 새벽 0시 기압 변화 경향 예상(자료 : 기상청)
위 그림은 내일 새벽 0시 기압 변화 경향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붉은색일수록 큰 기압 변동이 나타날 수 있는 지역입니다.

보시면 제주 서쪽 해상과 서해 남부 해상에 5hPa 안팎의 기압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어제 서해 가거도에서 관측된 수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유승협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다만 어제보다 저기압이 좀 더 남쪽으로 치우쳐 지날 것으로 예상돼 주로 제주 지역에 기상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 제주 만조 시각 내일 새벽 1시 전후…해안가 접근 금지!

이러한 기상 해일은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 특히 위험합니다. 가뜩이나 만조로 바닷물이 높은 상황에서 기상 해일까지 덮치면 바닷물이 해안가로 더 크게 밀려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사이 제주 지역의 만조 시간대는, 북부 해안인 제주시는 내일 새벽 0시 56분, 남서부에 위치한 모슬포는 내일 새벽 1시 반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시간대에는 갯바위나 방파제 등 해안가 접근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또 소형 선박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미리 단단히 고정해야 합니다.

또 밤사이 다른 지역에서도 돌풍과 벼락을 동반한 요란한 봄비가 예보됐습니다. 바람에 날리기 쉬운 시설물은 철저히 점검하고,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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