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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동절? 근로자의날?…‘알쏭달쏭 이름’ 3가지 까닭
입력 2021.05.01 (07:01) 취재K

오늘(5월 1일)은 전 세계가 기념하는 날입니다. 영어로는 May Day.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요구를 쟁취하려 했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하루입니다.

그런데 우리 말로 옮기면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노동절이라 하기도 하고, 근로자의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동자의날이라 칭하는 이도 더러 있습니다.

■ '빨간 날'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하루…알쏭달쏭한 이유는?

달력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달력은 빨간 날, 휴일로 표시합니다. 다른 달력은 그냥 검은 날, 일하는 날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쉬는 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니란 얘기입니다.

공무원이냐, 민간 기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휴일 여부가 달라집니다. 같은 회사원이라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고작 하루일 뿐인데…알쏭달쏭하고 오락가락한 이유,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심오하기도 합니다.

이름을 둘러썬 철학, 관점 등의 차이를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해봅니다.

■ 쟁점1. 근로(勤勞) : 부지런히 일함…부지런하면 좋은 것 아니야?

근로(勤勞)「명사」 부지런히 일함.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근로'라는 말의 연원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부지런함'을 의미하는 일종의 접두어를 덧댄 것입니다.

대체로 보면, 부지런함은 미덕이죠.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부지런히 일하면 좋은 것 아니야? 문제는 자신의 의지로 부지런한 것과 타인의 지시로 부지런해지는 것의 차이입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둘의 의미는 천양지차죠.

'근로'라는 단어에는 국가통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들을 더 수탈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일할 것을 강요하는 취지로 '근로'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는 해석입니다.

그런가 하면, 형평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근면함이라는 미덕은 노동자에게만 요구될까요? 경영자는 근면할 필요가 없을까요? 그럴리가 없겠죠. 직위의 무게를 생각하면 경영자는 더더욱 근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經營) 이라는 단어 외에 근경(勤經) 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동자에게만 근면함을 요구하는 편향적 조어라는 지적이 근거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로자의날’이라는 이름은 현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률의 본문은 단 한줄이다. 국내 법령 중 가장 단순하다.‘근로자의날’이라는 이름은 현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률의 본문은 단 한줄이다. 국내 법령 중 가장 단순하다.

■ 쟁점2. 임금 노동자만 해당…플랫폼 노동은 어쩌라고?

5월 1일의 이름은「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한 공식 명칭은 '근로자의 날'인 셈입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아주 짧습니다. 한 줄에 불과한데, 적용 대상을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만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모든 형태의 일을 포괄하지 않습니다.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이른바 '월급쟁이'만 근로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헐거운 규정을 빠져나가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가사 노동자는 물론이고,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로자가 아닙니다. 최근 급증한 배달 기사와 돌봄 도우미 등 플랫폼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는 싸움이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법은 요지부동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일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일할 권리'만 보호하고 있는 현실. 이게 옳건 그르건, 어쨌든 근로자의 날은 '월급쟁이'에게만 적용되는 까닭입니다.

임금이 아닌 수수료 혹은 포인트를 받으며 일하는 비임금 노동자는 앞으로 급증할 겁니다. 비임금 노동자는 5월 1일을 휴일로 누릴 수 없습니다. 국민의 일부만 쉬는 다소 이상한 반쪽짜리 휴일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 쟁점3. 공무원도 월급 받는데…공무원은 못 쉬는 날?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이들은 또 있습니다. 공무원입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같은 '월급쟁이' 아니냐? 법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공무원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비임금근로자가 그러하듯, 공무원도 근로자가 아니니 근로자의 날이 휴일이 아닙니다. 많은 직장이 쉬는데 백만여 명의 공무원만 일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를 키우는 공무원 맞벌이 부부입니다. 사립 어린이집은 휴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돌봄을 위해 연차를 내든지 이른바 할머니·할아버지 찬스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가 매년 5월 1일에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복무 조례를 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지자체만 그렇습니다.

■ 일부만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쉬는 날로…법안 3건 국회 계류 중

사실 이 논란은 해묵은 이슈입니다. 매년 5월 1일 즈음에 제기되고, 그러다 수그러들고, 다음해에 또 그러하고.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러 논란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름을 뭘로 할 것이냐의 문제 의식으로 수렴됩니다. 노동이 맞는 말인가? 근로가 맞는 말인가? 근로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등등등…

현재 국회에는「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바꾸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습니다. ▲ 이름을 노동절로 바꾸고 모든 국민이 쉬는 휴일로 하자는 법안,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은 유지하되 적용 범위에 공무원도 포함시키자는 법안 등 총 3건입니다.

각 개정안의 방향성은 조금은 다릅니다. 깔려 있는 노동관, 철학의 차이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묵은 논란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개정안의 교집합만큼은 바꾸는 국회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 오늘은 노동절? 근로자의날?…‘알쏭달쏭 이름’ 3가지 까닭
    • 입력 2021-05-01 07:01:57
    취재K

오늘(5월 1일)은 전 세계가 기념하는 날입니다. 영어로는 May Day.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요구를 쟁취하려 했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하루입니다.

그런데 우리 말로 옮기면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노동절이라 하기도 하고, 근로자의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동자의날이라 칭하는 이도 더러 있습니다.

■ '빨간 날'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하루…알쏭달쏭한 이유는?

달력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달력은 빨간 날, 휴일로 표시합니다. 다른 달력은 그냥 검은 날, 일하는 날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쉬는 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니란 얘기입니다.

공무원이냐, 민간 기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휴일 여부가 달라집니다. 같은 회사원이라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고작 하루일 뿐인데…알쏭달쏭하고 오락가락한 이유,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심오하기도 합니다.

이름을 둘러썬 철학, 관점 등의 차이를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해봅니다.

■ 쟁점1. 근로(勤勞) : 부지런히 일함…부지런하면 좋은 것 아니야?

근로(勤勞)「명사」 부지런히 일함.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근로'라는 말의 연원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부지런함'을 의미하는 일종의 접두어를 덧댄 것입니다.

대체로 보면, 부지런함은 미덕이죠.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부지런히 일하면 좋은 것 아니야? 문제는 자신의 의지로 부지런한 것과 타인의 지시로 부지런해지는 것의 차이입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둘의 의미는 천양지차죠.

'근로'라는 단어에는 국가통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들을 더 수탈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일할 것을 강요하는 취지로 '근로'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는 해석입니다.

그런가 하면, 형평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근면함이라는 미덕은 노동자에게만 요구될까요? 경영자는 근면할 필요가 없을까요? 그럴리가 없겠죠. 직위의 무게를 생각하면 경영자는 더더욱 근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經營) 이라는 단어 외에 근경(勤經) 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동자에게만 근면함을 요구하는 편향적 조어라는 지적이 근거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로자의날’이라는 이름은 현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률의 본문은 단 한줄이다. 국내 법령 중 가장 단순하다.‘근로자의날’이라는 이름은 현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률의 본문은 단 한줄이다. 국내 법령 중 가장 단순하다.

■ 쟁점2. 임금 노동자만 해당…플랫폼 노동은 어쩌라고?

5월 1일의 이름은「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한 공식 명칭은 '근로자의 날'인 셈입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아주 짧습니다. 한 줄에 불과한데, 적용 대상을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만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모든 형태의 일을 포괄하지 않습니다.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이른바 '월급쟁이'만 근로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헐거운 규정을 빠져나가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가사 노동자는 물론이고,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로자가 아닙니다. 최근 급증한 배달 기사와 돌봄 도우미 등 플랫폼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는 싸움이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법은 요지부동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일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일할 권리'만 보호하고 있는 현실. 이게 옳건 그르건, 어쨌든 근로자의 날은 '월급쟁이'에게만 적용되는 까닭입니다.

임금이 아닌 수수료 혹은 포인트를 받으며 일하는 비임금 노동자는 앞으로 급증할 겁니다. 비임금 노동자는 5월 1일을 휴일로 누릴 수 없습니다. 국민의 일부만 쉬는 다소 이상한 반쪽짜리 휴일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 쟁점3. 공무원도 월급 받는데…공무원은 못 쉬는 날?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이들은 또 있습니다. 공무원입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같은 '월급쟁이' 아니냐? 법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공무원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비임금근로자가 그러하듯, 공무원도 근로자가 아니니 근로자의 날이 휴일이 아닙니다. 많은 직장이 쉬는데 백만여 명의 공무원만 일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를 키우는 공무원 맞벌이 부부입니다. 사립 어린이집은 휴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돌봄을 위해 연차를 내든지 이른바 할머니·할아버지 찬스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가 매년 5월 1일에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복무 조례를 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지자체만 그렇습니다.

■ 일부만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쉬는 날로…법안 3건 국회 계류 중

사실 이 논란은 해묵은 이슈입니다. 매년 5월 1일 즈음에 제기되고, 그러다 수그러들고, 다음해에 또 그러하고.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러 논란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름을 뭘로 할 것이냐의 문제 의식으로 수렴됩니다. 노동이 맞는 말인가? 근로가 맞는 말인가? 근로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등등등…

현재 국회에는「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바꾸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습니다. ▲ 이름을 노동절로 바꾸고 모든 국민이 쉬는 휴일로 하자는 법안,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은 유지하되 적용 범위에 공무원도 포함시키자는 법안 등 총 3건입니다.

각 개정안의 방향성은 조금은 다릅니다. 깔려 있는 노동관, 철학의 차이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묵은 논란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개정안의 교집합만큼은 바꾸는 국회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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