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땅 사용료 내라” 주차장 출입구 둘 중 하나 막았는데…업무방해?

입력 2021.05.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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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현행 형법 제314조는 업무방해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계·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무 방해라는 결과가 아예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인데요.

식당 주차장 출입구 2곳 중 1곳을 손님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았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업무방해죄 관련 쟁점이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땅 사용료 내라" 주차장 주 출입구에 쇠파이프 설치

A 씨는 충남 공주시에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땅은 B 씨가 운영하는 식당 주차장 출입구 부지로 쓰이고 있었는데요. A 씨가 B 씨에게 땅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면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B 씨 식당의 주차장 출입구는 모두 2곳이었습니다. △식당 정면의 교차로에 설치된 주 출입구 △식당 우측에 샛길 형태로 설치된 부 출입구입니다. 두 출입구의 폭은 비슷했지만, 주 출입구 양쪽에는 출입구임을 표시하는 장식물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땅 사용료를 주장한 A 씨는 2019년 4월부터 7월까지 주 출입구에 쇠파이프 5개를 심고,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에 B 씨 식당 측에서는 "현재 영업 중"이라거나 "입구가 다른 쪽에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식당 영업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출입구 2개니 영업 방해 우려 없어…사용료 내라는 정당행위"

A 씨는 "주차장 입구에 쇠파이프를 심었지만, 식당 영업이 방해될 염려가 없었고 업무방해의 고의도 없었다"면서 "토지사용 문제에 대한 분쟁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식당 주차장에 다른 출입구가 있어, 식당 영업이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2007년 판례를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2007년 조경수 운반을 위해 쓰이던 토지 위 도로에 축대를 쌓아 통행을 막았다가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도로 폐쇄에도 불구하고 대체도로를 이용해 종전과 같이 운반차량 등을 운행할 수 있어 운반업무가 방해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 법원 "주 출입구 막히면 영업 안하는 것으로 오해…업무방해 맞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인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판사 고대석)은 "피고인의 업무방해 고의와 그로 인한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분쟁의 경위, 피고인이 업무를 방해한 방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A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식당에 방문하는 사람은 주차장 주 출입구를 식당의 주 출입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주 출입구가 쇠파이프로 차단된 이상, 손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주차장 주 출입구와 식당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출입구에서 식당의 영업 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는 현재 영업 중이라거나 입구가 다른 쪽에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는데, 이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식당의 업무가 방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A 씨가 쇠파이프를 설치한 건 식당 영업을 방해할 목적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든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불특정 다수인의 방문을 필요로 하는 식당의 영업 업무를 방해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급심인 2심과 대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고, 판결은 지난달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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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땅 사용료 내라” 주차장 출입구 둘 중 하나 막았는데…업무방해?
    • 입력 2021-05-01 09:09:03
    취재K
<span style="color: rgb(15, 9, 6);">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현행 형법 제314조는 업무방해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계·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무 방해라는 결과가 아예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인데요.

식당 주차장 출입구 2곳 중 1곳을 손님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았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업무방해죄 관련 쟁점이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땅 사용료 내라" 주차장 주 출입구에 쇠파이프 설치

A 씨는 충남 공주시에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땅은 B 씨가 운영하는 식당 주차장 출입구 부지로 쓰이고 있었는데요. A 씨가 B 씨에게 땅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면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B 씨 식당의 주차장 출입구는 모두 2곳이었습니다. △식당 정면의 교차로에 설치된 주 출입구 △식당 우측에 샛길 형태로 설치된 부 출입구입니다. 두 출입구의 폭은 비슷했지만, 주 출입구 양쪽에는 출입구임을 표시하는 장식물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땅 사용료를 주장한 A 씨는 2019년 4월부터 7월까지 주 출입구에 쇠파이프 5개를 심고,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에 B 씨 식당 측에서는 "현재 영업 중"이라거나 "입구가 다른 쪽에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식당 영업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출입구 2개니 영업 방해 우려 없어…사용료 내라는 정당행위"

A 씨는 "주차장 입구에 쇠파이프를 심었지만, 식당 영업이 방해될 염려가 없었고 업무방해의 고의도 없었다"면서 "토지사용 문제에 대한 분쟁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식당 주차장에 다른 출입구가 있어, 식당 영업이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2007년 판례를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2007년 조경수 운반을 위해 쓰이던 토지 위 도로에 축대를 쌓아 통행을 막았다가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도로 폐쇄에도 불구하고 대체도로를 이용해 종전과 같이 운반차량 등을 운행할 수 있어 운반업무가 방해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 법원 "주 출입구 막히면 영업 안하는 것으로 오해…업무방해 맞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인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판사 고대석)은 "피고인의 업무방해 고의와 그로 인한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분쟁의 경위, 피고인이 업무를 방해한 방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A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식당에 방문하는 사람은 주차장 주 출입구를 식당의 주 출입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주 출입구가 쇠파이프로 차단된 이상, 손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주차장 주 출입구와 식당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출입구에서 식당의 영업 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는 현재 영업 중이라거나 입구가 다른 쪽에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는데, 이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식당의 업무가 방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A 씨가 쇠파이프를 설치한 건 식당 영업을 방해할 목적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든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불특정 다수인의 방문을 필요로 하는 식당의 영업 업무를 방해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급심인 2심과 대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고, 판결은 지난달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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