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로자의날…“필수노동자를 생각해주세요”

입력 2021.05.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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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오늘은 근로자의 날…코로나19 속 우리의 모습은

오늘(1일)은 5월 1일, 근로자의날입니다. 아쉽게도?! 토요일이라 노동자들이 바라는 '평일 휴일'은 아니지만, 노동자라면 잠시,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봄 직한 날입니다.

근로자의날은 아시다시피 노동자의 권리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이 권리와 연대의식을 다지는 법정 공휴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노동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날인거죠.

특히 올해는 전 세계 노동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죠.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장 의료 인력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노동자들이 고통과 불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성인 40% '코로나 블루' 경험"

당연히 우리나라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칠 줄 모르는 확진자 증가세에 의료인력은 물론 노동자라면 누구나 피로를 느낄 법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천3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이 50.7%로 34.2%의 남성보다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코로나 블루'는 의학 용어가 아니라 신조어로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과 유사한 의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우울함이나 분노, 스트레스 과다 등을 일컫는 심리 상태인데, 레드와 블랙이 블루보다 더 심각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재택근무? 상상도 못할 일이죠!"…코로나19 속 필수노동자들

필수노동자들이 일하는 고객센터(자료화면)필수노동자들이 일하는 고객센터(자료화면)

이번 근로자의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에도 반드시 직장에 나와 일해야 하는 이른바 '필수노동자'들입니다.

한 분은 시내버스 운전기사분, 또 한 분은 공단의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분입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터를 지켜온 분들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해도 시내버스는 멈추지 않고, 고객센터도 멈추지 않으니까요.

두 분의 말에는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재택근무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직종이니까, "재택근무다, 비대면이다"라는 말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나는 병에 걸려도 된다는 건가?",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또 이렇게 일을 해도 처우개선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시기에 어렵게 일을 하고 있으면 처우가 나아져야 할텐데도 오히려 나빠졌다는 겁니다. 버스기사 분의 경우 서울에서 742번 시내버스를 운행 중이셨는데, 노선이 10km 정도 갑자기 늘어나서 최소 5시간 이상은 꼼짝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평소에도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데 이제는 정말 못 마시게 됐다고 한숨 쉬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운전하는 상황과 같다고 했습니다.

고객센터 직원 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지난해에 일부 고객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서 민감하던 때에 사측에 가림막 설치를 4월에 요구했지만, 9월에서야 설치가 완료됐다고 전했습니다. 비말이 많이 나오는 직업인데, 마스크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진짜 필요한 인력이라고 하면서 우리한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마련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는 너무 험한 일을 많이 해가지고 바이러스도 잘 안 오나 봐,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그 상황에 민감하고 예민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동안 노동계에선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요구, 특히 필수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정부의 변화를 촉구해왔습니다. 올해 근로자의날은 코로나 상황 속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말하면 무리일까요, 그래서 노동계에선 '필수업무 지정'과 관련 종사자 보호책을 요구해왔습니다.

■필수업무 종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한 걸음 진전"


일단, 희소식은 근로자의날 이틀전, 지난달 29일에 이런 노력들이 일부 빛을 보게 됐다는 겁니다.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이 국회를 통과한 건데요.

필수업무의 정의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와 사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업무로, '필수업무 종사자'는 필수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필수업무라는 것을 정하게 될까요?

법에서는 재난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필수업무 및 그 종사자 범위를 지정하고, 보호와 지원방안, 재원 조달 등 계획을 수립하도록 합니다. 이후 이를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 각 지자체에서도 조례에 따라 지역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를 거쳐,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난이 종료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원계획의 이행결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자치단체와 공공·민간단체 등의 포상과 정부 업무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평상시에는 재난유형에 따른 필수업무의 현황과 종사자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재난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 노동계, 일단 환영…"실제 시행까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노동단체 집회 모습(자료화면)노동단체 집회 모습(자료화면)

노동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일단 도입은 환영하되, 실제 우리 생활을 바꾸기까지 구체적인 실행들이 남아있음을 강조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필수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고 개선대책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라며 "코로나19에 대응해 필수노동자의 안전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된 점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즉각 당사자가 참여하는 필수업무 지정과 종사자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원대책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며 "또 법률을 실질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할 수 있는 시행령 제정도 민주노총과 함께 논의하여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국노총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 이제부터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부가 '범정부 필수노동자 태스크 포스'를 출범시키며 공언했던 그대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필수노동자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며 필수노동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즉각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제 필수노동자를 위한 길에 한 걸음을 겨우 뗐습니다. 법이 통과된 후 세부사항들 때문에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수 없이 많은 경우들을 지켜봐왔죠. 그러나 이번 법안만큼은 그 취지가 잘 살려지도록, 필수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지도록, 세부 안이 잘 지켜지고 현장에 빨리 녹아드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근로자의날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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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근로자의날…“필수노동자를 생각해주세요”
    • 입력 2021-05-01 11:01:50
    취재K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오늘은 근로자의 날…코로나19 속 우리의 모습은

오늘(1일)은 5월 1일, 근로자의날입니다. 아쉽게도?! 토요일이라 노동자들이 바라는 '평일 휴일'은 아니지만, 노동자라면 잠시,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봄 직한 날입니다.

근로자의날은 아시다시피 노동자의 권리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이 권리와 연대의식을 다지는 법정 공휴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노동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날인거죠.

특히 올해는 전 세계 노동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죠.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장 의료 인력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노동자들이 고통과 불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성인 40% '코로나 블루' 경험"

당연히 우리나라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칠 줄 모르는 확진자 증가세에 의료인력은 물론 노동자라면 누구나 피로를 느낄 법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천3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이 50.7%로 34.2%의 남성보다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코로나 블루'는 의학 용어가 아니라 신조어로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과 유사한 의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우울함이나 분노, 스트레스 과다 등을 일컫는 심리 상태인데, 레드와 블랙이 블루보다 더 심각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재택근무? 상상도 못할 일이죠!"…코로나19 속 필수노동자들

필수노동자들이 일하는 고객센터(자료화면)
이번 근로자의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에도 반드시 직장에 나와 일해야 하는 이른바 '필수노동자'들입니다.

한 분은 시내버스 운전기사분, 또 한 분은 공단의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분입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터를 지켜온 분들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해도 시내버스는 멈추지 않고, 고객센터도 멈추지 않으니까요.

두 분의 말에는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재택근무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직종이니까, "재택근무다, 비대면이다"라는 말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나는 병에 걸려도 된다는 건가?",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또 이렇게 일을 해도 처우개선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시기에 어렵게 일을 하고 있으면 처우가 나아져야 할텐데도 오히려 나빠졌다는 겁니다. 버스기사 분의 경우 서울에서 742번 시내버스를 운행 중이셨는데, 노선이 10km 정도 갑자기 늘어나서 최소 5시간 이상은 꼼짝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평소에도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데 이제는 정말 못 마시게 됐다고 한숨 쉬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운전하는 상황과 같다고 했습니다.

고객센터 직원 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지난해에 일부 고객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서 민감하던 때에 사측에 가림막 설치를 4월에 요구했지만, 9월에서야 설치가 완료됐다고 전했습니다. 비말이 많이 나오는 직업인데, 마스크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진짜 필요한 인력이라고 하면서 우리한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마련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는 너무 험한 일을 많이 해가지고 바이러스도 잘 안 오나 봐,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그 상황에 민감하고 예민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동안 노동계에선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요구, 특히 필수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정부의 변화를 촉구해왔습니다. 올해 근로자의날은 코로나 상황 속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말하면 무리일까요, 그래서 노동계에선 '필수업무 지정'과 관련 종사자 보호책을 요구해왔습니다.

■필수업무 종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한 걸음 진전"


일단, 희소식은 근로자의날 이틀전, 지난달 29일에 이런 노력들이 일부 빛을 보게 됐다는 겁니다.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이 국회를 통과한 건데요.

필수업무의 정의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와 사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업무로, '필수업무 종사자'는 필수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필수업무라는 것을 정하게 될까요?

법에서는 재난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필수업무 및 그 종사자 범위를 지정하고, 보호와 지원방안, 재원 조달 등 계획을 수립하도록 합니다. 이후 이를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 각 지자체에서도 조례에 따라 지역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를 거쳐,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난이 종료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원계획의 이행결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자치단체와 공공·민간단체 등의 포상과 정부 업무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평상시에는 재난유형에 따른 필수업무의 현황과 종사자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재난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 노동계, 일단 환영…"실제 시행까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노동단체 집회 모습(자료화면)
노동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일단 도입은 환영하되, 실제 우리 생활을 바꾸기까지 구체적인 실행들이 남아있음을 강조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필수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고 개선대책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라며 "코로나19에 대응해 필수노동자의 안전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된 점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즉각 당사자가 참여하는 필수업무 지정과 종사자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원대책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며 "또 법률을 실질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할 수 있는 시행령 제정도 민주노총과 함께 논의하여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국노총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 이제부터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부가 '범정부 필수노동자 태스크 포스'를 출범시키며 공언했던 그대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필수노동자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며 필수노동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즉각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제 필수노동자를 위한 길에 한 걸음을 겨우 뗐습니다. 법이 통과된 후 세부사항들 때문에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수 없이 많은 경우들을 지켜봐왔죠. 그러나 이번 법안만큼은 그 취지가 잘 살려지도록, 필수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지도록, 세부 안이 잘 지켜지고 현장에 빨리 녹아드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근로자의날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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