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된 대청호변…국유지를 내 땅처럼

입력 2021.05.02 (09:03) 수정 2021.05.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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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원보호구역인데 불법 공사…황무지 된 대청호 변

봄에는 풀꽃이, 가을에는 갈대가 가득하던 방축골 대청호 변입니다. 대전시 신촌동에 있는 이곳은 잔잔한 호수와 경치가 어우러져 특히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대청호 물은 대전과 청주 등 충청권에서 식수로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방축골은 물론 대청호 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분류됩니다.

그런 방축골 대청호 변 일부가 황무지가 됐습니다. 풀꽃과 갈대가 있던 자리는 모래만 나뒹굽니다. 흙을 퍼내며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고 곳곳에는 장비가 지나다닌 바퀴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퍼올린 흙은 기존에 있던 길을 높이기 위해 성토작업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토작업은 땅에 새로 흙을 쌓는 작업입니다. 길은 대청호를 따라 바로 옆 카페와 펜션 앞으로 나 있습니다.

길 한쪽에는 흙을 한 번 더 쌓아올려 평평하게 만들어놨습니다. 배수시설도 설치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돌을 가져다 세워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땅만 2,000㎡가량입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공사를 한 땅이 국유지라는 점입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에 허가 없이 공사를 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그 공사를 한 땅마저 '제 땅'이 아니었던 겁니다. 누가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요.

■ 수자원공사 "카페·펜션 주인·경작인이 불법 행위"

땅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인근 카페 주인과 펜션 주인, 그리고 불법 경작인이 공사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유지를 침범하거나 훼손했다는 겁니다.

수자원공사와 관할 자치단체인 대전시 동구에 따르면 카페는 국유지 바로 옆에 있는 사유지에서 '전답 성토작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허가받은 작업을 하며 허가받지 않은 행위를 했습니다. 동구는 카페가 국유지를 490㎡가량 침범해 사유지를 넓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곳곳에 놓여있는 돌 너머로 평탄화 작업을 한 땅이 보인다.곳곳에 놓여있는 돌 너머로 평탄화 작업을 한 땅이 보인다.

또, 카페는 카페 앞 경사면 일부를 평탄화 작업을 통해 넓은 평지로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도 국유지입니다. 작업 허가는 받지 않았습니다. 해당 카페는 지난 2019년에도 같은 위치에 꽃을 심어 키우는 등 사용하다가 수자원공사에서 경고장을 받고 다음 해인 2020년 강제 철거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카페는 해당 경사면에 "잡풀과 돌이 방치돼 있고 장마 시 둑이 터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문제가 됐던 것처럼 꽃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유지이긴 하지만 위험해서 자신들이 조처했다는 이야깁니다. 또, 하천에서 흙을 퍼내며 훼손한 행위와 자신들은 절대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카페가 호수 주변에 있는 토석도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 내용을 근거로 수자원공사는 카페 주인을 경찰에 하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펜션 입구 쪽 국유지에 깔린 보도블록펜션 입구 쪽 국유지에 깔린 보도블록

수자원공사는 펜션에 대해서는 입구 앞에 진입로를 내기 위해 무단으로 흙을 퍼 성토작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유지에 길을 내고 보도블록까지 깔아두기도 했습니다.

불법 경작인도 땅을 넓히기 위해 역시 대청호 변 흙을 퍼다가 국유지를 침범해 성토작업을 했다고 봤습니다.

■ 경찰 수사 착수…속상한 시민들

수자원공사의 고발을 접수한 대전 동부경찰서는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은 대전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배당됐습니다.

카페와 펜션, 개인이 저마다 한 잘못의 크기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수사 결과에 앞서 황망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은 풀꽃이나 갈대가 있던 호수 변이 황무지로 변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대청호 500리 길'로 불리는 호수 주변을 걸으며 특히 방축골 일대를 좋아했는데 전과 모습이 너무 달라졌다는 겁니다.

대청호 변을 자주 찾던 또 다른 시민은 취재팀에게 "사유지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된 여러 공사에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모두의 휴식처이자 공유지였던 '대청호 변'이 심각하게 훼손된 현장에서 시민들은 사건의 정확한 진위를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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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무지 된 대청호변…국유지를 내 땅처럼
    • 입력 2021-05-02 09:03:15
    • 수정2021-05-02 22:05:45
    취재K

■ 상수원보호구역인데 불법 공사…황무지 된 대청호 변

봄에는 풀꽃이, 가을에는 갈대가 가득하던 방축골 대청호 변입니다. 대전시 신촌동에 있는 이곳은 잔잔한 호수와 경치가 어우러져 특히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대청호 물은 대전과 청주 등 충청권에서 식수로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방축골은 물론 대청호 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분류됩니다.

그런 방축골 대청호 변 일부가 황무지가 됐습니다. 풀꽃과 갈대가 있던 자리는 모래만 나뒹굽니다. 흙을 퍼내며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고 곳곳에는 장비가 지나다닌 바퀴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퍼올린 흙은 기존에 있던 길을 높이기 위해 성토작업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토작업은 땅에 새로 흙을 쌓는 작업입니다. 길은 대청호를 따라 바로 옆 카페와 펜션 앞으로 나 있습니다.

길 한쪽에는 흙을 한 번 더 쌓아올려 평평하게 만들어놨습니다. 배수시설도 설치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돌을 가져다 세워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땅만 2,000㎡가량입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공사를 한 땅이 국유지라는 점입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에 허가 없이 공사를 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그 공사를 한 땅마저 '제 땅'이 아니었던 겁니다. 누가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요.

■ 수자원공사 "카페·펜션 주인·경작인이 불법 행위"

땅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인근 카페 주인과 펜션 주인, 그리고 불법 경작인이 공사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유지를 침범하거나 훼손했다는 겁니다.

수자원공사와 관할 자치단체인 대전시 동구에 따르면 카페는 국유지 바로 옆에 있는 사유지에서 '전답 성토작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허가받은 작업을 하며 허가받지 않은 행위를 했습니다. 동구는 카페가 국유지를 490㎡가량 침범해 사유지를 넓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곳곳에 놓여있는 돌 너머로 평탄화 작업을 한 땅이 보인다.
또, 카페는 카페 앞 경사면 일부를 평탄화 작업을 통해 넓은 평지로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도 국유지입니다. 작업 허가는 받지 않았습니다. 해당 카페는 지난 2019년에도 같은 위치에 꽃을 심어 키우는 등 사용하다가 수자원공사에서 경고장을 받고 다음 해인 2020년 강제 철거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카페는 해당 경사면에 "잡풀과 돌이 방치돼 있고 장마 시 둑이 터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문제가 됐던 것처럼 꽃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유지이긴 하지만 위험해서 자신들이 조처했다는 이야깁니다. 또, 하천에서 흙을 퍼내며 훼손한 행위와 자신들은 절대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카페가 호수 주변에 있는 토석도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 내용을 근거로 수자원공사는 카페 주인을 경찰에 하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펜션 입구 쪽 국유지에 깔린 보도블록
수자원공사는 펜션에 대해서는 입구 앞에 진입로를 내기 위해 무단으로 흙을 퍼 성토작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유지에 길을 내고 보도블록까지 깔아두기도 했습니다.

불법 경작인도 땅을 넓히기 위해 역시 대청호 변 흙을 퍼다가 국유지를 침범해 성토작업을 했다고 봤습니다.

■ 경찰 수사 착수…속상한 시민들

수자원공사의 고발을 접수한 대전 동부경찰서는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은 대전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배당됐습니다.

카페와 펜션, 개인이 저마다 한 잘못의 크기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수사 결과에 앞서 황망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은 풀꽃이나 갈대가 있던 호수 변이 황무지로 변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대청호 500리 길'로 불리는 호수 주변을 걸으며 특히 방축골 일대를 좋아했는데 전과 모습이 너무 달라졌다는 겁니다.

대청호 변을 자주 찾던 또 다른 시민은 취재팀에게 "사유지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된 여러 공사에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모두의 휴식처이자 공유지였던 '대청호 변'이 심각하게 훼손된 현장에서 시민들은 사건의 정확한 진위를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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