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숨진 대학생 아버지 인터뷰

입력 2021.05.02 (20:02) 수정 2021.05.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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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예쁜 아이들 중 우리 아이는 없어"

오늘(2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은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딱 일주일 전, 故 손정민 씨는 이곳에서 실종됐는데요. 결국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바로 건너편, 병원 장례식장에는 손 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조문객들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인 손현 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숨진 아들의 친구들 외에 모르는 사람들도 조문을 오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어제랑 오늘, 정민이의 친구들이 정말 많이 왔거든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왜 저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 중에 제 아들이 없는지...


아들 손 씨 또래의 조문객들을 보면서, 아버지는 아들이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비통함을 드러냈습니다. 아직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다며, 눈물도 보였습니다.

지금도 꿈 같고, 지금도 집에가면 정민이가 있거나 올 것 같은데...우리 아들은 저기 누워있어요. 왜, 왜, 그랬는지를 알고 싶어요. 그것만 알면 정민이를 잘 보내줄 수 있거든요.

■ "어떻게 죽었는지만 알았으면..."

아들을 떠나 보낸 아버지가 지금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손현 씨는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 확인한 머리 쪽의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아들이 강물로 들어가게 됐는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처음 봤었을때도 그 긁힌 상처가 사인(死因)이라고 생각 안 했거든요. 상처가 난게 안타까워서 얘기한거지. 누가 머리에 상처났다고 죽겠습니까. 그건 아닌데요...

CCTV에는 지난달 25일 새벽 1시 반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던 손 씨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이후 새벽 4시 반쯤에는 아들과 함께 있었던 친구가 혼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이 둘은 새벽 2시쯤 개인 SNS에 동영상을 찍어 올립니다. 그 뒤 잠이 들었다가, 새벽 3시 반에 친구가 자신의 부모에게 '정민이를 깨울 수 없다'고 연락한 게 확인됐습니다.

손 씨의 아버지는 새벽 3시 반부터 4시 반 사이의 한 시간 동안 아들이 정확히 언제 혼자 남게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 아들이 물 쪽으로 가게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습니다.

스물두살의 팔팔한 애들이 깼는데, 그 다음에 한강에 걸어들어갔다는게 이해가 될 수 있습니까? 거기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실족할 수 없습니다.

술 먹고 자다 일어난 애가 걸어가서 한강에 빠졌다는 것을 어떤 부모가 납득을 하겠어요. 어쨌든 그걸 알아야. 저는 정민이 편하게 보내줄 거 아니에요? 그걸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면서 원망과 아쉬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았더라면, '혹시 아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늘 고민하죠. 반성하고. 어떻게 됐을까. 일주일전에 걔(아들)가 나가는걸 붙잡았어야 됐을까. 아니면 우리가 뭘 더 했으면 걔가 물에 빠지는걸 막았을까...

정민이 친구가 다시 집에 가서 우리한테 알려주지 않고, 온 가족이 나오는 새벽 5시 반까지...그 한 시간 동안 정민이가 만일 어딘가에 있었다면 그 시간에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어요. 다섯 시 반보다 먼저 나가서 물에 빠지는 걸 막았으면 살릴 수 있었을까...

■ 경찰 "부검 결과 기다리는 중...경위 파악할 것"

경찰은 어제(1일) 진행한 손 씨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사망 경위를 더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모두 들여다 볼 계획"이라면서, "보통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빨리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들이 다녔던 대학의 과 학생회도 자체적으로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목격자와 제보자를 찾고 있습니다.


손 씨의 가족들은 故 손정민 씨의 발인을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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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숨진 대학생 아버지 인터뷰
    • 입력 2021-05-02 20:02:41
    • 수정2021-05-03 11:40:38
    취재K

■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예쁜 아이들 중 우리 아이는 없어"

오늘(2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은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딱 일주일 전, 故 손정민 씨는 이곳에서 실종됐는데요. 결국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바로 건너편, 병원 장례식장에는 손 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조문객들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인 손현 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숨진 아들의 친구들 외에 모르는 사람들도 조문을 오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어제랑 오늘, 정민이의 친구들이 정말 많이 왔거든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왜 저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 중에 제 아들이 없는지...


아들 손 씨 또래의 조문객들을 보면서, 아버지는 아들이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비통함을 드러냈습니다. 아직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다며, 눈물도 보였습니다.

지금도 꿈 같고, 지금도 집에가면 정민이가 있거나 올 것 같은데...우리 아들은 저기 누워있어요. 왜, 왜, 그랬는지를 알고 싶어요. 그것만 알면 정민이를 잘 보내줄 수 있거든요.

■ "어떻게 죽었는지만 알았으면..."

아들을 떠나 보낸 아버지가 지금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손현 씨는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 확인한 머리 쪽의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아들이 강물로 들어가게 됐는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처음 봤었을때도 그 긁힌 상처가 사인(死因)이라고 생각 안 했거든요. 상처가 난게 안타까워서 얘기한거지. 누가 머리에 상처났다고 죽겠습니까. 그건 아닌데요...

CCTV에는 지난달 25일 새벽 1시 반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던 손 씨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이후 새벽 4시 반쯤에는 아들과 함께 있었던 친구가 혼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이 둘은 새벽 2시쯤 개인 SNS에 동영상을 찍어 올립니다. 그 뒤 잠이 들었다가, 새벽 3시 반에 친구가 자신의 부모에게 '정민이를 깨울 수 없다'고 연락한 게 확인됐습니다.

손 씨의 아버지는 새벽 3시 반부터 4시 반 사이의 한 시간 동안 아들이 정확히 언제 혼자 남게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 아들이 물 쪽으로 가게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습니다.

스물두살의 팔팔한 애들이 깼는데, 그 다음에 한강에 걸어들어갔다는게 이해가 될 수 있습니까? 거기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실족할 수 없습니다.

술 먹고 자다 일어난 애가 걸어가서 한강에 빠졌다는 것을 어떤 부모가 납득을 하겠어요. 어쨌든 그걸 알아야. 저는 정민이 편하게 보내줄 거 아니에요? 그걸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면서 원망과 아쉬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았더라면, '혹시 아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늘 고민하죠. 반성하고. 어떻게 됐을까. 일주일전에 걔(아들)가 나가는걸 붙잡았어야 됐을까. 아니면 우리가 뭘 더 했으면 걔가 물에 빠지는걸 막았을까...

정민이 친구가 다시 집에 가서 우리한테 알려주지 않고, 온 가족이 나오는 새벽 5시 반까지...그 한 시간 동안 정민이가 만일 어딘가에 있었다면 그 시간에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어요. 다섯 시 반보다 먼저 나가서 물에 빠지는 걸 막았으면 살릴 수 있었을까...

■ 경찰 "부검 결과 기다리는 중...경위 파악할 것"

경찰은 어제(1일) 진행한 손 씨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사망 경위를 더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모두 들여다 볼 계획"이라면서, "보통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빨리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들이 다녔던 대학의 과 학생회도 자체적으로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목격자와 제보자를 찾고 있습니다.


손 씨의 가족들은 故 손정민 씨의 발인을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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