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사에 ‘수당포기 각서’ 요구…법원 “무효”

입력 2021.05.02 (21:28) 수정 2021.05.0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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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대개 복지기관 등에 소속돼 일하는데요.

그런데 일부 기관들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이들에게 '수당 포기' 각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관행이라는데 여기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채린 기잡니다.

[리포트]

한 복지재단 장애인 활동지원사인 김영이 씨.

5년 전부터 매달 수당에 대해 확인서를 쓰라는 재단 측 요구를 받았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그 확인서가 법정 수당을 포기하는 내용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재단은 정부 지원이 부족해 수당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김영이/장애인 활동지원사 : "(재단 측 말이) 내가 이제 법을 알고 나니까 이거(수당)를 안 주면 안된다. 기관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근데 다 줄 수는 없고, 그래서 (확인서를) 쓰는 거다."]

김 씨 등 활동지원사 5명은 서명을 거부하며 맞섰고, 재단은 김 씨 등에게 주는 일거리를 줄였습니다.

김 씨 등은 2019년 재단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못받은 수당 천4백여만 원을 달라는 소송도 냈습니다.

결과는 엇갈렸습니다.

형사 1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효력이 없다며, 대표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민사 1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적법한 합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형사 2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무효라고 재차 판단했습니다.

자발적인 서명이 아니었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무효라는 겁니다.

서명 거부를 이유로 근로시간 제한 등 불이익을 준 것도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덕규/민주노총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 "저희 노조에서도 이렇게 확인서를 받는 사업장이 여러 곳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판결을 계기로) 이런 위법한 관행이 근절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단 대표 측은 이번 판결이 정부의 지원 부족 등 활동지원 기관들이 처한 상황을 간과했고, 확인서는 활동지원사들이 자율적으로 작성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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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활동지원사에 ‘수당포기 각서’ 요구…법원 “무효”
    • 입력 2021-05-02 21:28:39
    • 수정2021-05-02 21: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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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대개 복지기관 등에 소속돼 일하는데요.

그런데 일부 기관들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이들에게 '수당 포기' 각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관행이라는데 여기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채린 기잡니다.

[리포트]

한 복지재단 장애인 활동지원사인 김영이 씨.

5년 전부터 매달 수당에 대해 확인서를 쓰라는 재단 측 요구를 받았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그 확인서가 법정 수당을 포기하는 내용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재단은 정부 지원이 부족해 수당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김영이/장애인 활동지원사 : "(재단 측 말이) 내가 이제 법을 알고 나니까 이거(수당)를 안 주면 안된다. 기관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근데 다 줄 수는 없고, 그래서 (확인서를) 쓰는 거다."]

김 씨 등 활동지원사 5명은 서명을 거부하며 맞섰고, 재단은 김 씨 등에게 주는 일거리를 줄였습니다.

김 씨 등은 2019년 재단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못받은 수당 천4백여만 원을 달라는 소송도 냈습니다.

결과는 엇갈렸습니다.

형사 1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효력이 없다며, 대표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민사 1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적법한 합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형사 2심 재판부는 확인서가 무효라고 재차 판단했습니다.

자발적인 서명이 아니었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무효라는 겁니다.

서명 거부를 이유로 근로시간 제한 등 불이익을 준 것도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덕규/민주노총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 "저희 노조에서도 이렇게 확인서를 받는 사업장이 여러 곳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판결을 계기로) 이런 위법한 관행이 근절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단 대표 측은 이번 판결이 정부의 지원 부족 등 활동지원 기관들이 처한 상황을 간과했고, 확인서는 활동지원사들이 자율적으로 작성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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