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지에 의료시설 없이 10여 년…땅값은 150억 올랐다

입력 2021.05.03 (12:00) 수정 2021.05.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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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의료시설용지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의료시설용지

2008년 첫 삽을 뜨고 현재 마지막 4단계 공사가 한창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유해 '비슬밸리(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에서 따온 명칭입니다)'라 불릴 만큼 연구·산업시설은 물론 주거와 상업 등 배후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준공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개발지구 한가운데 노른자 땅에는 10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 것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 의료시설 없는 의료용지…땅 소유자는 '식당 주인'

이 땅은 '의료시설용지'로 말 그대로 의료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토지입니다. 만 5천여 ㎡ 규모인데요. 분양 전 계획서를 보면 이 땅은 '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자에게 분양 처분'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이자 분양권을 가진 LH가 당초 계획을 바꿔 이 땅을 일반인에게 분양했는데요. 2014년 93억여 원에 비의료인 12명에게 분양했고, 이후 이 땅은 분양권 전매를 통해 같은 가격에 다른 비의료인 2명 소유로 넘어갔습니다.

이들 2명은 대구에서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로 전해졌습니다.


■ 땅 사 놓고 방치…10년간 값 3배 올랐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41조(산업용지의 환수) ① 관리기관은 입주기업체 또는 지원기관이 분양받은 산업용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되지 아니하고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39조 제5항 본문에 따른 가격을 지급하고 그 용지를 환수할 수 있다.
② 관리기관은 제1항에 따라 산업용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하기 전에 입주기업체 또는 지원기관에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여야 한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3조(산업용지의 환수) ① 관리기관은 법 제41조에 따른 산업용지의 환수에 관한 사항을 입주계약서에 명시하여야 한다.
② 법 제41조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기간은 6개월로 한다.

공공택지 내 공장 등 산업시설용지는 위 내용에서 볼 수 있듯 '산업용지의 환수에 관한 사항이 입주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되지 않을 경우' 그 용지를 환수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시설용지에는 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데요. 그렇다 보니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이곳, 환수 환매는커녕 땅값만 더 뛰었습니다.

지난해 땅 주인과 한 의료재단법인 간 입주계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 당시 계약금액은 공급가격인 93억여 원보다 약 3배 높은 250억 원이었습니다.


이제 의료시설용지로 계획됐던 이 공공택지에 본래 목적이었던 의료시설을 건립하려면 LH가 비의료인 12명에게 분양했던 가격의 3배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의료법인 관계자

"250억에 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두 소유주가 돌변해서 주위에 지하철 들어온다, 산업선 들어온다, 땅값을 누가 천만 원 준다 이런 식으로 해서 50억을 더 요구하고... 누가 봐도 이건 다운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는 이렇게 전매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간에 LH의 묵인, 그 여러 가지 관리 감독이 잘못됐기 때문에."


■ "응급실 가는 데만 30분"…병원 기다리는 주민들

사업 시행자이자 분양 책임자인 LH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분양 절차상 위법 사항은 없었으며, 이미 소유권을 이전한 만큼 LH가 가격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또 의료시설용지 분양이 시세차익 실현의 도구로 활용돼 병원설립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상 의료인 또는 의료 관련 법인으로 제한하여 공급 시에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 발생 및 설립지연이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병원 건립만 기다려온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입니다.

황선행/ 대구 달성군 유가읍 주민

"인구 7만 도시인데 24시간 응급실도 없고요, 아이들 다쳤을 때 갈 수 있는 마취과도 없어요. 저희는 고립됐다고 말해요, 수목 터널 막혀버리면. 수목 터널 뚫려서 그나마 가는 영남대병원도, 가는 데 30~40분 걸려요.

최근에 아는 주변인의 신랑분이 응급으로 구급차 타고 나가다 수목원에서 구급차 불이 꺼졌어요, 돌아가셔서. 그 얘기 들으니까 여기 진짜 제대로 된 병원 들어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갖 의혹만 무성한 가운데 주민들의 숙원인 병원 사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황.

경찰은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특혜 분양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땅 초기 분양자와 현 소유자, LH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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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용지에 의료시설 없이 10여 년…땅값은 150억 올랐다
    • 입력 2021-05-03 12:00:39
    • 수정2021-05-03 16:50:00
    취재K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의료시설용지
2008년 첫 삽을 뜨고 현재 마지막 4단계 공사가 한창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유해 '비슬밸리(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에서 따온 명칭입니다)'라 불릴 만큼 연구·산업시설은 물론 주거와 상업 등 배후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준공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개발지구 한가운데 노른자 땅에는 10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 것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 의료시설 없는 의료용지…땅 소유자는 '식당 주인'

이 땅은 '의료시설용지'로 말 그대로 의료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토지입니다. 만 5천여 ㎡ 규모인데요. 분양 전 계획서를 보면 이 땅은 '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자에게 분양 처분'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이자 분양권을 가진 LH가 당초 계획을 바꿔 이 땅을 일반인에게 분양했는데요. 2014년 93억여 원에 비의료인 12명에게 분양했고, 이후 이 땅은 분양권 전매를 통해 같은 가격에 다른 비의료인 2명 소유로 넘어갔습니다.

이들 2명은 대구에서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로 전해졌습니다.


■ 땅 사 놓고 방치…10년간 값 3배 올랐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41조(산업용지의 환수) ① 관리기관은 입주기업체 또는 지원기관이 분양받은 산업용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되지 아니하고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39조 제5항 본문에 따른 가격을 지급하고 그 용지를 환수할 수 있다.
② 관리기관은 제1항에 따라 산업용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하기 전에 입주기업체 또는 지원기관에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여야 한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3조(산업용지의 환수) ① 관리기관은 법 제41조에 따른 산업용지의 환수에 관한 사항을 입주계약서에 명시하여야 한다.
② 법 제41조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기간은 6개월로 한다.

공공택지 내 공장 등 산업시설용지는 위 내용에서 볼 수 있듯 '산업용지의 환수에 관한 사항이 입주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되지 않을 경우' 그 용지를 환수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시설용지에는 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데요. 그렇다 보니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이곳, 환수 환매는커녕 땅값만 더 뛰었습니다.

지난해 땅 주인과 한 의료재단법인 간 입주계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 당시 계약금액은 공급가격인 93억여 원보다 약 3배 높은 250억 원이었습니다.


이제 의료시설용지로 계획됐던 이 공공택지에 본래 목적이었던 의료시설을 건립하려면 LH가 비의료인 12명에게 분양했던 가격의 3배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의료법인 관계자

"250억에 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두 소유주가 돌변해서 주위에 지하철 들어온다, 산업선 들어온다, 땅값을 누가 천만 원 준다 이런 식으로 해서 50억을 더 요구하고... 누가 봐도 이건 다운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는 이렇게 전매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간에 LH의 묵인, 그 여러 가지 관리 감독이 잘못됐기 때문에."


■ "응급실 가는 데만 30분"…병원 기다리는 주민들

사업 시행자이자 분양 책임자인 LH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분양 절차상 위법 사항은 없었으며, 이미 소유권을 이전한 만큼 LH가 가격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또 의료시설용지 분양이 시세차익 실현의 도구로 활용돼 병원설립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상 의료인 또는 의료 관련 법인으로 제한하여 공급 시에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 발생 및 설립지연이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병원 건립만 기다려온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입니다.

황선행/ 대구 달성군 유가읍 주민

"인구 7만 도시인데 24시간 응급실도 없고요, 아이들 다쳤을 때 갈 수 있는 마취과도 없어요. 저희는 고립됐다고 말해요, 수목 터널 막혀버리면. 수목 터널 뚫려서 그나마 가는 영남대병원도, 가는 데 30~40분 걸려요.

최근에 아는 주변인의 신랑분이 응급으로 구급차 타고 나가다 수목원에서 구급차 불이 꺼졌어요, 돌아가셔서. 그 얘기 들으니까 여기 진짜 제대로 된 병원 들어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갖 의혹만 무성한 가운데 주민들의 숙원인 병원 사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황.

경찰은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특혜 분양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땅 초기 분양자와 현 소유자, LH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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