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착륙 비행’ 해보니…여행 대리만족? 면세쇼핑?

입력 2021.05.03 (14:19) 수정 2021.05.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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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승무원이 기내에서 승객에게 면세품을 전달하고 있다.에어부산 승무원이 기내에서 승객에게 면세품을 전달하고 있다.

"1년 만에 찾은 공항, 너무 신납니다."
"진짜 해외여행 가는 기분이에요."
"면세품까지 사고…항공권 가격이 아깝지 않네요."

지난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한적하던 국제선 청사가 오랜만에 떠들썩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커다란 짐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요. 얼굴에는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손에는 여권과 항공권까지 들고 화사하게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누가 봐도 여행객들이었습니다. 다만, 목에 건 비표가 눈에 띕니다. 바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입니다.


■ 김해공항 출발해 일본 가고시마 '상공'까지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 기간 폐쇄돼 있었습니다. 지금도 매주 목요일 중국 청도행 정기 운항 일정 1편 외에는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날 승객들은 에어부산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김해공항을 찾았는데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말 그대로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고 외국 하늘길을 다녀오는 여행 상품인데요.

지난해 12월부터 인천공항에서 먼저 운영을 시작했고, 지역 공항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에어부산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은 공항을 출발한 항공기가 대마도와 나가사키, 사가, 가고시마 등 일본 상공을 돌고, 1시간 반 만에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이날 133석 규모 좌석을 119명이 구매해 예약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승객들.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승객들.

■ "외국여행 가는 기분에 면세품 쇼핑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실제 국제선 항공기를 탈 때처럼 출국 절차와 소지품 검사 등을 받아야 합니다.

한 승객은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공항에 오지 못했다"며 "출국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선을 타는 만큼 시내 면세점과 공항, 기내 면세점 등에서 면세품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공항에서 만난 승객 대부분이 양손에 면세품을 한가득 들고 있었습니다. 입국할 때는 면세품을 신고하기 위한 승객들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승객도 "실제 항공기를 탈 수 있고 면세품까지 싸게 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든다"며 "항공권 가격은 6만 원 정도로 인데, 면세품을 살 수 있어서 아깝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가 면제됩니다. 6백 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 최대 5천 달러까지 면세품 구매가 가능합니다.

매달 항공사별로 국토교통부에 새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번 달에는 에어부산 등 3개 항공사가 주말과 휴일에 13차례 비행할 예정입니다.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

■ 면세관광 전락?…관광 프로그램 보완은 '숙제'

일각에서는 좁은 기내에 여러 사람이 몰리는 만큼 항공기에서 내리지는 않더라도 코로나19 감염에 너무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사 측은 기내에서 좌석은 승객 사이 한 좌석을 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승객들이 지정된 좌석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기내식을 포함해 어떤 음식물도 기내에서는 먹을 수 없습니다.

한 승객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사실 있었는데 방역 수칙은 생각보다 잘 지켜지는 것 같아 안심"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면세점 쇼핑 외에 소홀했던 관광 프로그램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외에 기내에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없었는데요.

승무원들이 추첨을 통해 승객들에게 모형 항공기나 국내선 이용 항공권을 선물하는 것이 기내 프로그램의 전부였습니다. 일본 상공에 도착한 이후에도 별다른 방송이 없어서 대부분 승객은 일본에 도착한 상황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면세점 쇼핑'만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기내에서는 잠만 자는 승객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앞으로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비행 노선에 대해 안내방송을 하는 등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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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착륙 비행’ 해보니…여행 대리만족? 면세쇼핑?
    • 입력 2021-05-03 14:19:46
    • 수정2021-05-03 16:50:00
    취재K
에어부산 승무원이 기내에서 승객에게 면세품을 전달하고 있다.
"1년 만에 찾은 공항, 너무 신납니다."
"진짜 해외여행 가는 기분이에요."
"면세품까지 사고…항공권 가격이 아깝지 않네요."

지난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한적하던 국제선 청사가 오랜만에 떠들썩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커다란 짐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요. 얼굴에는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손에는 여권과 항공권까지 들고 화사하게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누가 봐도 여행객들이었습니다. 다만, 목에 건 비표가 눈에 띕니다. 바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입니다.


■ 김해공항 출발해 일본 가고시마 '상공'까지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 기간 폐쇄돼 있었습니다. 지금도 매주 목요일 중국 청도행 정기 운항 일정 1편 외에는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날 승객들은 에어부산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김해공항을 찾았는데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말 그대로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고 외국 하늘길을 다녀오는 여행 상품인데요.

지난해 12월부터 인천공항에서 먼저 운영을 시작했고, 지역 공항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에어부산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은 공항을 출발한 항공기가 대마도와 나가사키, 사가, 가고시마 등 일본 상공을 돌고, 1시간 반 만에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이날 133석 규모 좌석을 119명이 구매해 예약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승객들.
■ "외국여행 가는 기분에 면세품 쇼핑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실제 국제선 항공기를 탈 때처럼 출국 절차와 소지품 검사 등을 받아야 합니다.

한 승객은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공항에 오지 못했다"며 "출국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선을 타는 만큼 시내 면세점과 공항, 기내 면세점 등에서 면세품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공항에서 만난 승객 대부분이 양손에 면세품을 한가득 들고 있었습니다. 입국할 때는 면세품을 신고하기 위한 승객들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승객도 "실제 항공기를 탈 수 있고 면세품까지 싸게 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든다"며 "항공권 가격은 6만 원 정도로 인데, 면세품을 살 수 있어서 아깝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가 면제됩니다. 6백 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 최대 5천 달러까지 면세품 구매가 가능합니다.

매달 항공사별로 국토교통부에 새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번 달에는 에어부산 등 3개 항공사가 주말과 휴일에 13차례 비행할 예정입니다.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
■ 면세관광 전락?…관광 프로그램 보완은 '숙제'

일각에서는 좁은 기내에 여러 사람이 몰리는 만큼 항공기에서 내리지는 않더라도 코로나19 감염에 너무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사 측은 기내에서 좌석은 승객 사이 한 좌석을 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승객들이 지정된 좌석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기내식을 포함해 어떤 음식물도 기내에서는 먹을 수 없습니다.

한 승객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사실 있었는데 방역 수칙은 생각보다 잘 지켜지는 것 같아 안심"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면세점 쇼핑 외에 소홀했던 관광 프로그램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외에 기내에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없었는데요.

승무원들이 추첨을 통해 승객들에게 모형 항공기나 국내선 이용 항공권을 선물하는 것이 기내 프로그램의 전부였습니다. 일본 상공에 도착한 이후에도 별다른 방송이 없어서 대부분 승객은 일본에 도착한 상황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면세점 쇼핑'만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기내에서는 잠만 자는 승객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앞으로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비행 노선에 대해 안내방송을 하는 등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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