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 불씨…2중, 3중 ‘변이’ 바이러스

입력 2021.05.03 (15:13) 수정 2021.05.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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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저서《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든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화를 거듭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한 게 바로 '변이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코로나 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 됐다지만, 우리 인간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는 다릅니다.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면,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어떤 변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변이가 세계 곳곳으로 번지는 양상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어떻게 일어나나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를 유전자 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S, V, L, G, GH, GR 그룹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유형을 살펴보면, 지난해 4월까지 유행 초기에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로부터 유입된 S와 V그룹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는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했던 G, GR, GH그룹으로 바이러스 유행이 대체됐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 때문에 지어졌습니다. 코로나(corona)라는 단어가 왕관을 뜻하죠.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체 세포의 ACE2라는 수용체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결합해 체내로 침투하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사진의 붉은 돌기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사진의 붉은 돌기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유형은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용체 결합 영역을 변화시킵니다.

수용체 결합 영역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의 표면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분인데요. 이 부위의 변이로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하기 더 쉬워지게 되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갈색 부분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부위다.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갈색 부분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부위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30~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냈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치를 최대 70%까지로도 추정하고 있습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영국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중대한 변이가 발생했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중의 변이가 일어나 사람 간 전파가 더 쉽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기존 백신 맞아도 변이 바이러스 극복될까

현재의 백신은 초기에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주요 표적으로 삼은 거죠.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변이가 발생하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백신이 인체 내에서 만들어낸 항체들과의 결합을 회피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행히도 현재 접종 중인 mRNA 백신들은 인체 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문에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항체결합을 회피하려면 다수의 변이가 누적돼 발생해야 합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시킨다고 해도, 인류가 갖고 있는 백신은 조정하기가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기존 백신을 재설계하고 수정해 수개월 내로 변이 바이러스에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는 독감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겁니다. 독감과 마찬가지로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중ㆍ삼중 변이도 나타나…인도발 바이러스

지난 해 10월에는 인도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났습니다. 인도 변이 바이러스는 보통 13개에서 17개 정도의 부위에서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중에서 전파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두 가지 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났습니다.

'L452R'와 'E484Q'라는 변이가 이중으로 나타난 건데요.

이 말의 의미는,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도 인체 세포의 표면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수용체 결합 영역의 452번째와 484번째 아미노산에서 변이가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남아공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 다른 지역의 변이 바이러스에서 나타난 주요 부위가 모두 포함돼, 세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출현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 남아공·브라질 변이 부위와 미국 변이 부위를 동시에 포함한다. 인도에서 출현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 남아공·브라질 변이 부위와 미국 변이 부위를 동시에 포함한다.

이달 초 인도에서 발견된 삼중 변이 바이러스는 이중 변이에 한 번의 변이가 더 일어난 것입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382번째 아미노산인 발린(V)이 류신(L)으로 바뀐 변이인 V382L이 추가된 겁니다.이러한 이중, 삼중의 변이는 현재 개발된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안심 못 해…국제적 협력대응 절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각국은 국제적인 추적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변이가 갖는 역학적 의미가 뭔지, 변이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속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번지느냐는 바이러스가 가진 능력과 우리의 대응이 결합돼 결정됩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는 있어도,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를 무력화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재까지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률이 적다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이는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변이까지 발생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중 변이인 '인도 변이'까지 유입됐습니다.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추가 유입과 확산을 막는 데 힘써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간 너무 늦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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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3 15:13:17
    • 수정2021-05-03 15:19:57
    취재K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든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화를 거듭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한 게 바로 '변이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코로나 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 됐다지만, 우리 인간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는 다릅니다.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면,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어떤 변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변이가 세계 곳곳으로 번지는 양상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어떻게 일어나나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를 유전자 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S, V, L, G, GH, GR 그룹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유형을 살펴보면, 지난해 4월까지 유행 초기에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로부터 유입된 S와 V그룹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는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했던 G, GR, GH그룹으로 바이러스 유행이 대체됐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 때문에 지어졌습니다. 코로나(corona)라는 단어가 왕관을 뜻하죠.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체 세포의 ACE2라는 수용체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결합해 체내로 침투하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사진의 붉은 돌기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유형은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용체 결합 영역을 변화시킵니다.

수용체 결합 영역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의 표면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분인데요. 이 부위의 변이로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하기 더 쉬워지게 되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갈색 부분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부위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30~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냈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치를 최대 70%까지로도 추정하고 있습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영국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중대한 변이가 발생했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중의 변이가 일어나 사람 간 전파가 더 쉽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기존 백신 맞아도 변이 바이러스 극복될까

현재의 백신은 초기에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주요 표적으로 삼은 거죠.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변이가 발생하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백신이 인체 내에서 만들어낸 항체들과의 결합을 회피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행히도 현재 접종 중인 mRNA 백신들은 인체 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문에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항체결합을 회피하려면 다수의 변이가 누적돼 발생해야 합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시킨다고 해도, 인류가 갖고 있는 백신은 조정하기가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기존 백신을 재설계하고 수정해 수개월 내로 변이 바이러스에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는 독감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겁니다. 독감과 마찬가지로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중ㆍ삼중 변이도 나타나…인도발 바이러스

지난 해 10월에는 인도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났습니다. 인도 변이 바이러스는 보통 13개에서 17개 정도의 부위에서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중에서 전파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두 가지 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났습니다.

'L452R'와 'E484Q'라는 변이가 이중으로 나타난 건데요.

이 말의 의미는,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도 인체 세포의 표면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수용체 결합 영역의 452번째와 484번째 아미노산에서 변이가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남아공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 다른 지역의 변이 바이러스에서 나타난 주요 부위가 모두 포함돼, 세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출현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 남아공·브라질 변이 부위와 미국 변이 부위를 동시에 포함한다.
이달 초 인도에서 발견된 삼중 변이 바이러스는 이중 변이에 한 번의 변이가 더 일어난 것입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382번째 아미노산인 발린(V)이 류신(L)으로 바뀐 변이인 V382L이 추가된 겁니다.이러한 이중, 삼중의 변이는 현재 개발된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안심 못 해…국제적 협력대응 절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각국은 국제적인 추적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변이가 갖는 역학적 의미가 뭔지, 변이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속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번지느냐는 바이러스가 가진 능력과 우리의 대응이 결합돼 결정됩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는 있어도,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를 무력화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재까지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률이 적다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이는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변이까지 발생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중 변이인 '인도 변이'까지 유입됐습니다.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추가 유입과 확산을 막는 데 힘써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간 너무 늦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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