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모욕죄’ 논란…野 “대통령 의한 시민 고소 부적절”

입력 2021.05.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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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 혐의로 30대 남성 김 모 씨를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욕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전단을 국회의사당 분수대 주변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모욕죄는 피해자 본인이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입니다. 정상적인 절차로 고소가 진행됐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고소가 진행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대리인을 통해 고소 절차를 진행한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내용이 너무 과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 野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

야권은 한목소리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오늘(3일) 대표단 회의에서 "독재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오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작년에 문 대통령이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고 말한 사실을 제시하며 "그래놓고 뒤로는 자신을 비판한 청년을 직접 고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 2020년 8월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 관련
서면 브리핑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 발언

성 의원은 그러면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라도 고소는 재고되어야 한다"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정신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 '모욕죄 폐지' 주장했던 진보 진영

'모욕죄 개정 또는 폐지'는 원래 진보 진영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오던 주장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교수였던 지난 2013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이란 논문에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모욕을 당할 사실상의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13년 12월, 19대 국회에서는 '모욕죄 삭제' 등을 포함한 형법 일부 개정안이 공동 발의됐는데, 당시 의원이던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홍영표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등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 32명이 발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모욕죄'에 대한 UN의 판단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 등 주요 국제인권기구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9조에서 명시한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철폐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대한민국 제4차 정기보고서' 46항과 47항에서 "대한민국에서 정부 활동을 비판하는 사람 등을 처벌하기 위하여 형사상 명예훼손죄 적용이 증가하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형사처벌은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영국은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전부 폐지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기존의 외국원수모욕죄를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 반대의 흐름도 있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혐오 표현'이 급증하면서, 인종주의적 혐오 표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성, 장애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3년 6월, 형법 311조가 규정하는 모욕죄에 대해 재판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모욕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헌재는 '모욕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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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되는 ‘모욕죄’ 논란…野 “대통령 의한 시민 고소 부적절”
    • 입력 2021-05-03 18:16:32
    취재K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 혐의로 30대 남성 김 모 씨를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욕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전단을 국회의사당 분수대 주변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모욕죄는 피해자 본인이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입니다. 정상적인 절차로 고소가 진행됐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고소가 진행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대리인을 통해 고소 절차를 진행한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내용이 너무 과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 野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

야권은 한목소리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오늘(3일) 대표단 회의에서 "독재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오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작년에 문 대통령이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고 말한 사실을 제시하며 "그래놓고 뒤로는 자신을 비판한 청년을 직접 고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 2020년 8월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 관련
서면 브리핑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 발언

성 의원은 그러면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라도 고소는 재고되어야 한다"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정신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 '모욕죄 폐지' 주장했던 진보 진영

'모욕죄 개정 또는 폐지'는 원래 진보 진영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오던 주장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교수였던 지난 2013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이란 논문에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모욕을 당할 사실상의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13년 12월, 19대 국회에서는 '모욕죄 삭제' 등을 포함한 형법 일부 개정안이 공동 발의됐는데, 당시 의원이던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홍영표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등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 32명이 발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모욕죄'에 대한 UN의 판단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 등 주요 국제인권기구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9조에서 명시한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철폐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대한민국 제4차 정기보고서' 46항과 47항에서 "대한민국에서 정부 활동을 비판하는 사람 등을 처벌하기 위하여 형사상 명예훼손죄 적용이 증가하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형사처벌은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영국은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전부 폐지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기존의 외국원수모욕죄를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 반대의 흐름도 있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혐오 표현'이 급증하면서, 인종주의적 혐오 표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성, 장애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3년 6월, 형법 311조가 규정하는 모욕죄에 대해 재판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모욕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헌재는 '모욕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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