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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줘도 배 못 구해”…해상 운임 폭등에 수출기업 ‘발 동동’
입력 2021.05.04 (10:40) 수정 2021.05.04 (12:03) 취재K
3월 29일 포장해 선적해야 할 수출 기계들이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여있다.3월 29일 포장해 선적해야 할 수출 기계들이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여있다.

해상 운임 1년 새 3.6배 폭등…"급행료 줘가며 선박 구해"

경남 김해에서 철강 소재 등을 가공하는 공작기계를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김종철 대표는 올해 들어 수주 물량이 3배나 늘었지만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문받은 기계를 생산하고도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적할 배를 구하지 못해서입니다.

취재진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 안에는 지난 3월, 미국 시카고항 배에 선적해 수출할 예정이었던 기계들이 그대로 쌓여있었습니다.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한 겁니다.

며칠 전에는 수년째 거래해오던 해운선사 관계자가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공장을 찾아와 배를 못 구해 미안하다며 컨테이너 하나당 급행료 1,700달러(한화 약 190만 원)를 주면 어떻게든 배를 구해보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당장 수출해야 할 기계들을 실으려면 40피트 컨테이너 5개를 구해야 하니 급행료만 8,500달러(한화 약 950만 원)를 내야 하는 셈입니다.

김 대표는 그 선사 관계자에게 "그 음료수 한 상자가 천만 원짜리네요."라며 슬픈 농담을 건넸다고 전했습니다.

■ 웃돈 줘도 배 못 구하기도…'생선 운반선'에 컨테이너 실어 수출

급행료를 주고도 배를 구하기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며칠 전에는 급행료를 주고 배를 구했다고 연락이 와서 선적 날짜 이틀 전에 포장까지 마쳤는데 하루 전 취소됐다고 연락이 와, 수출품을 마당에 그래도 놔뒀습니다.

선적이 지연되는 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은 공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산품이 쌓이면 그다음 생산해야 할 물건들을 생산할 수가 없습니다. 수출지연이 생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부품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연쇄적으로 자금난까지 겪게 됩니다.

김 대표는 "해상운임이 세 배 넘게 올라 이런 추세면 수출하면 손해가 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 무역업체들도 배를 못 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에 20피트 컨테이너 30개씩 윤활유를 러시아에 수출하던 동광무역상사(주) 이상훈 대표는 최근에는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을 절반도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 대표는 컨테이너 선박을 못 구해 수리하러 부산항에 들어온 고기 싣는 배에 컨테이너를 실어서 러시아에 보낸 적도 있습니다.


■ 연일 사상 최고가 '경신'…이례적 폭등

상하이 거래소에서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의 지점 운임을 반영한 운임지수인 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20피트 컨테이너당 미달러(USD)의 컨테이너 해상 화물운임에 기초해 산정하는데 이 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30일 기준 SCFI는 852.27였는데 올해 4월 30일은 3,100.74 까지 폭등했습니다. 1년 새 3.6배가량 뛴 겁니다. 10년 동안의 운임지수 변화를 살펴봐도 최근 해상 운임은 이례적인 폭등입니다.

■ '항만 화물 적체' 미국 중심 확산 중…"물류 대란 갈수록 악화될 듯"

이처럼 배를 구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항만 상황 때문입니다. 미국에 도착해 하역하기까지 하루 이틀 대기하던 예전과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길게는 2주 이상씩 항만에 들어가지 못하고 항구 바깥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만이 폐쇄되거나 확진자 발생으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부산항에 띄워 컨테이너 8만 4천여 개를 실어날랐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지환 HMM 대외협력실 팀장 은 " 미주노선에만 적체 현상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적체 현상이 유럽노선과 동남아 쪽으로도 확대되고, 러시아 노선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희도 지금 임시 선박을 빨리 돌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 경기 부양책에 예산을 쏟아부으며 화물 수요가 폭증한 것도 이유입니다. 미국의 소비재 수요가 급증하며 수출 물량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운임 폭등 추세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문구 부산무역협회 전문역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그 숫자가 많이 줄었고, 지금도 합병이 추진 중이어서 선박 보유량 관리를 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과당경쟁으로 운임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실제 세계 1위 규모의 머스크 선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선박 보유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세계 물류대란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수출 현장에선 특단의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웃돈 줘도 배 못 구해”…해상 운임 폭등에 수출기업 ‘발 동동’
    • 입력 2021-05-04 10:40:37
    • 수정2021-05-04 12:03:36
    취재K
3월 29일 포장해 선적해야 할 수출 기계들이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여있다.3월 29일 포장해 선적해야 할 수출 기계들이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여있다.

해상 운임 1년 새 3.6배 폭등…"급행료 줘가며 선박 구해"

경남 김해에서 철강 소재 등을 가공하는 공작기계를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김종철 대표는 올해 들어 수주 물량이 3배나 늘었지만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문받은 기계를 생산하고도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적할 배를 구하지 못해서입니다.

취재진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 안에는 지난 3월, 미국 시카고항 배에 선적해 수출할 예정이었던 기계들이 그대로 쌓여있었습니다. 한 달 넘게 배를 구하지 못한 겁니다.

며칠 전에는 수년째 거래해오던 해운선사 관계자가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공장을 찾아와 배를 못 구해 미안하다며 컨테이너 하나당 급행료 1,700달러(한화 약 190만 원)를 주면 어떻게든 배를 구해보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당장 수출해야 할 기계들을 실으려면 40피트 컨테이너 5개를 구해야 하니 급행료만 8,500달러(한화 약 950만 원)를 내야 하는 셈입니다.

김 대표는 그 선사 관계자에게 "그 음료수 한 상자가 천만 원짜리네요."라며 슬픈 농담을 건넸다고 전했습니다.

■ 웃돈 줘도 배 못 구하기도…'생선 운반선'에 컨테이너 실어 수출

급행료를 주고도 배를 구하기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며칠 전에는 급행료를 주고 배를 구했다고 연락이 와서 선적 날짜 이틀 전에 포장까지 마쳤는데 하루 전 취소됐다고 연락이 와, 수출품을 마당에 그래도 놔뒀습니다.

선적이 지연되는 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은 공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산품이 쌓이면 그다음 생산해야 할 물건들을 생산할 수가 없습니다. 수출지연이 생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부품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연쇄적으로 자금난까지 겪게 됩니다.

김 대표는 "해상운임이 세 배 넘게 올라 이런 추세면 수출하면 손해가 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 무역업체들도 배를 못 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에 20피트 컨테이너 30개씩 윤활유를 러시아에 수출하던 동광무역상사(주) 이상훈 대표는 최근에는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을 절반도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 대표는 컨테이너 선박을 못 구해 수리하러 부산항에 들어온 고기 싣는 배에 컨테이너를 실어서 러시아에 보낸 적도 있습니다.


■ 연일 사상 최고가 '경신'…이례적 폭등

상하이 거래소에서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의 지점 운임을 반영한 운임지수인 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20피트 컨테이너당 미달러(USD)의 컨테이너 해상 화물운임에 기초해 산정하는데 이 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30일 기준 SCFI는 852.27였는데 올해 4월 30일은 3,100.74 까지 폭등했습니다. 1년 새 3.6배가량 뛴 겁니다. 10년 동안의 운임지수 변화를 살펴봐도 최근 해상 운임은 이례적인 폭등입니다.

■ '항만 화물 적체' 미국 중심 확산 중…"물류 대란 갈수록 악화될 듯"

이처럼 배를 구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항만 상황 때문입니다. 미국에 도착해 하역하기까지 하루 이틀 대기하던 예전과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길게는 2주 이상씩 항만에 들어가지 못하고 항구 바깥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만이 폐쇄되거나 확진자 발생으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부산항에 띄워 컨테이너 8만 4천여 개를 실어날랐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지환 HMM 대외협력실 팀장 은 " 미주노선에만 적체 현상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적체 현상이 유럽노선과 동남아 쪽으로도 확대되고, 러시아 노선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희도 지금 임시 선박을 빨리 돌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한국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전 현대상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 선박 21척을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 경기 부양책에 예산을 쏟아부으며 화물 수요가 폭증한 것도 이유입니다. 미국의 소비재 수요가 급증하며 수출 물량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운임 폭등 추세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문구 부산무역협회 전문역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그 숫자가 많이 줄었고, 지금도 합병이 추진 중이어서 선박 보유량 관리를 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과당경쟁으로 운임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실제 세계 1위 규모의 머스크 선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선박 보유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세계 물류대란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수출 현장에선 특단의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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