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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언론자유지수 13위 독일의 고민…코로나 이후 언론인 위협 증가
입력 2021.05.04 (11:01) 특파원 리포트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1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색이 짙을수록 언론 자유 지수가 낮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1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색이 짙을수록 언론 자유 지수가 낮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

■ 獨 언론 자유 '만족스럽다'지만…극단 세력 공격 증가

독일 언론인들의 상황은 여전히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인들이 자유, 안전,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있지만 독일 기본법 5조에 의해 보장되는 언론 자유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만족스럽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단지 '만족스러울 뿐' 이전 처럼 좋은 건 아닙니다.

UN이 정한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 3일)을 맞아 독일 ntv 소냐 슈베트예 편집장은 자사 웹페이지에 독일 내에서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기획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계기는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위를 차지했던 독일은 올해 13위로 떨어졌습니다. 슈베트예 편집장은 "유럽의 언론인들이 모욕을 받고 위협을 받고 있다. (독일의 언론자유지수 순위 하락은) 독일에서 변화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경계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독일의 언론 환경에 대해 헌법이 언론 자유를 강력히 보장하고 있지만, 극단주의 세력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은 때때로 극단주의자들과 적대적인 시위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신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극우 세력의 위협이었지만 일부는 극좌 세력에 의해 행해졌다고 국경없는기자회는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은 관련 시위에서 기자들에게 폭력적인 한해였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13위로 발표됐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독일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13위로 발표됐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

■ 언론에 위협 가하는 '反코로나 방역' 시위대

독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적인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도 생겨났습니다. 그중에 크베어뎅커(Querdenker,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라는 극우 성향의 단체가 대표적입니다.

길고 강력한 봉쇄 조치로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은 상황에서 방역 조치에 반대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찌 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크베어뎅커의 시위는 선을 넘고 있습니다. 당국의 불허 조치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권력뿐만 아니라 언론을 향해서도 폭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소냐 슈베트예 ntv 편집장은 여러 언론인에게 자신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관해 물었습니다. 한 방송기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신이 크베어뎅커 시위를 취재한다면 긴장해야 합니다. '거짓말 언론'에서부터 '부끄러운 줄 알라'까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기자들을 모욕하고 겁주려 합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들은 종종 촬영을 중단하라고 합니다."

작센 주의 한 신문기자는 우익 유튜버가 자신을 촬영한 이후 크베어뎅커 시위대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레스덴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가 자신을 향해 '거짓말쟁이 언론'이라고 외치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 "놀랍게도 그들은 내 입을 막으려 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편집자 엘렌 이비츠는 현실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공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들은 놀랍게도 내 입을 막으려 한다"고 걱정했습니다.

30년 동안 취재를 했다는 독일 민영방송 RTL의 한 기자는 "예전에는 전쟁, 재난, 폭력배 등을 취재하는 것이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걱정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냥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길모퉁이 어디에서나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며 언론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언론자유지수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극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 새로운 형태의 뉴스 플랫폼으로 정보 수집의 방향이 옮겨지면서,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적 미디어가 진실을 전하지 않고 있다며 불신이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여전히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 속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을 중독시키는 증오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의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 [특파원 리포트] 언론자유지수 13위 독일의 고민…코로나 이후 언론인 위협 증가
    • 입력 2021-05-04 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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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1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색이 짙을수록 언론 자유 지수가 낮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1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색이 짙을수록 언론 자유 지수가 낮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

■ 獨 언론 자유 '만족스럽다'지만…극단 세력 공격 증가

독일 언론인들의 상황은 여전히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인들이 자유, 안전,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있지만 독일 기본법 5조에 의해 보장되는 언론 자유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만족스럽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단지 '만족스러울 뿐' 이전 처럼 좋은 건 아닙니다.

UN이 정한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 3일)을 맞아 독일 ntv 소냐 슈베트예 편집장은 자사 웹페이지에 독일 내에서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기획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계기는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위를 차지했던 독일은 올해 13위로 떨어졌습니다. 슈베트예 편집장은 "유럽의 언론인들이 모욕을 받고 위협을 받고 있다. (독일의 언론자유지수 순위 하락은) 독일에서 변화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경계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독일의 언론 환경에 대해 헌법이 언론 자유를 강력히 보장하고 있지만, 극단주의 세력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은 때때로 극단주의자들과 적대적인 시위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신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극우 세력의 위협이었지만 일부는 극좌 세력에 의해 행해졌다고 국경없는기자회는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은 관련 시위에서 기자들에게 폭력적인 한해였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13위로 발표됐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독일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13위로 발표됐다. (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

■ 언론에 위협 가하는 '反코로나 방역' 시위대

독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적인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도 생겨났습니다. 그중에 크베어뎅커(Querdenker,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라는 극우 성향의 단체가 대표적입니다.

길고 강력한 봉쇄 조치로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은 상황에서 방역 조치에 반대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찌 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크베어뎅커의 시위는 선을 넘고 있습니다. 당국의 불허 조치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권력뿐만 아니라 언론을 향해서도 폭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소냐 슈베트예 ntv 편집장은 여러 언론인에게 자신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관해 물었습니다. 한 방송기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신이 크베어뎅커 시위를 취재한다면 긴장해야 합니다. '거짓말 언론'에서부터 '부끄러운 줄 알라'까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기자들을 모욕하고 겁주려 합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들은 종종 촬영을 중단하라고 합니다."

작센 주의 한 신문기자는 우익 유튜버가 자신을 촬영한 이후 크베어뎅커 시위대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레스덴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가 자신을 향해 '거짓말쟁이 언론'이라고 외치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 "놀랍게도 그들은 내 입을 막으려 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편집자 엘렌 이비츠는 현실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공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들은 놀랍게도 내 입을 막으려 한다"고 걱정했습니다.

30년 동안 취재를 했다는 독일 민영방송 RTL의 한 기자는 "예전에는 전쟁, 재난, 폭력배 등을 취재하는 것이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걱정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냥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길모퉁이 어디에서나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며 언론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언론자유지수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극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 새로운 형태의 뉴스 플랫폼으로 정보 수집의 방향이 옮겨지면서,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적 미디어가 진실을 전하지 않고 있다며 불신이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여전히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 속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을 중독시키는 증오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의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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