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총장, 외출 통제된 신임장교에게 “애인들은 다른 사람 만날 것”

입력 2021.05.04 (14:27) 수정 2021.05.04 (15: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이 코로나19로 외출, 외박이 제한된 신임 장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KBS에 제보한 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 육군 상무대 훈련 시설을 방문해 신임 포병 장교 교육생의 훈련 모습을 참관하고, 훈시했습니다.

당시 신임장교들은 초급간부 지휘참모과정의 하나로 상무대 예하 포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중이었고, 약 200여 명이 집합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두 달여간 외출과 외박이 제한된 상태였습니다.

마무리 발언을 하던 남 총장은 "여러분들이 못 나가는 동안 여러분들의 여자친구, 남자친구들은 밖에서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한 뒤, "수고하라"며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듣고 난 뒤 귀를 의심했다"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에 당황했고, 분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또 "훈련을 받던 신임 소위들과 그 애인들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었며, 외출과 외박도 통제된 상황에서 사기를 상당히 저하하는 언행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 총장은 사과문을 내고, "신임장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언급됐다"고 시인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교육받고 있는 신임장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남 총장의 사과문에 대해 제보자는 KBS 취재진에게 "발언 의도가 우리를 모욕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본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관련 발언과 관련해 오늘(4일) 논평을 내고, "군 최고 군정권자인 참모총장이 신임 소위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해놓고, '농담으로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성희롱 가해자의 태도와 같다"며,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군이 장병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뇌부와 장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 교육과정이 지휘관을 대상으로도 적절히 구성되어 있는지, 교육은 실제 열심히 이수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는 장성급 지휘관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예방 교육 실태를 재점검하고, 실효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육군총장, 외출 통제된 신임장교에게 “애인들은 다른 사람 만날 것”
    • 입력 2021-05-04 14:27:33
    • 수정2021-05-04 15:28:06
    정치
육군참모총장이 코로나19로 외출, 외박이 제한된 신임 장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KBS에 제보한 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 육군 상무대 훈련 시설을 방문해 신임 포병 장교 교육생의 훈련 모습을 참관하고, 훈시했습니다.

당시 신임장교들은 초급간부 지휘참모과정의 하나로 상무대 예하 포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중이었고, 약 200여 명이 집합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두 달여간 외출과 외박이 제한된 상태였습니다.

마무리 발언을 하던 남 총장은 "여러분들이 못 나가는 동안 여러분들의 여자친구, 남자친구들은 밖에서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한 뒤, "수고하라"며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듣고 난 뒤 귀를 의심했다"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에 당황했고, 분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또 "훈련을 받던 신임 소위들과 그 애인들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었며, 외출과 외박도 통제된 상황에서 사기를 상당히 저하하는 언행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 총장은 사과문을 내고, "신임장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언급됐다"고 시인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교육받고 있는 신임장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남 총장의 사과문에 대해 제보자는 KBS 취재진에게 "발언 의도가 우리를 모욕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본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관련 발언과 관련해 오늘(4일) 논평을 내고, "군 최고 군정권자인 참모총장이 신임 소위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해놓고, '농담으로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성희롱 가해자의 태도와 같다"며,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군이 장병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뇌부와 장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 교육과정이 지휘관을 대상으로도 적절히 구성되어 있는지, 교육은 실제 열심히 이수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는 장성급 지휘관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예방 교육 실태를 재점검하고, 실효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