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부검 끝난 아들 뺨 비벼댔다. 영원히 간직하려고”…‘한강 사망’ 대학생 오늘 발인

입력 2021.05.05 (07:00) 수정 2021.05.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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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아들을 찾습니다’ 라며 새벽녘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린 아버지 손현 씨. 애타게 찾던 아들은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았던 추억, 너무 많겠지만 하나만 말씀해 줄 수 있을까요?”

냉정하고 차분하게 말하던 아버지의 눈꺼풀이 떨렸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변해 온 것과 달리 잠시 망설이는 모습. 그런 후에 아버지는 어렵게 한 가지를 꼽았습니다.

“하나…. 하나….
딱 어떤 순간이라기 보다도, 느낌이라고 할 때 저는 아들의 다리를 팔로 안았을 때의 느낌이 참 좋았거든요. 또, 아들을 꼭 안고 뺨을 비비댈 때의 촉감이 제일 좋았어요.

그건 디지털로 바꿀 수 없는 거잖아요. 영원히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서 부검 끝난 아들의 뺨을 대고 있었거든요. 아들과 뺨을 대고 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손현 / 손정민 씨 아버지 (5월 4일, 빈소에서)

엿새의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난 아버지와 아들, 그러나 또 한번의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5일) 故 손정민 군이 발인과 화장을 거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손정민 씨의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뒀던 메모.손정민 씨의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뒀던 메모.

■ “집에 오면 전화해, 너 찾으러 다니고 있어”…시신으로 돌아온 아들

많은 이들이 故 손정민 씨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시민들의 친숙한 휴식처라고만 생각했던 한강공원에서 건장한 20대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 사고냐 아니냐를 두고 각종 의문이 제기된 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아들 손 씨를 향한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역시 심금을 울렸습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손 씨의 빈소에는 지인들뿐만 아니라 일면식이 전혀 없는 시민들도 꽤 찾았습니다. 이들은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손정민 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 명 넘는 시민이 동의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니까, 지나가는 분들이 응원해주니까 힘이 되는 데 반해서 제가 너무 총알이 없는거에요. 마음의 응원말고는 총알이 하나도 없거든요. 실질적인 증거나 확실한 게 없으니까 그게 가슴이 아픈거죠.”

“단순 익사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고 설사 조사가 잘 되더라도 대단한 게 안 나올 것 같은 것을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니까요.”

■ 언론 보도 이후 본격화된 수색

실종 초기 손 씨의 아버지는 블로그에도 올렸듯 CCTV 하나 협조하는 데도 관할 문제로 시간이 지체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형사님’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내가 원하는 것만 말하며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실종된 아들을 찾아줄 것이라 믿고 기다린 것입니다.

하지만 손 씨의 외삼촌은 경찰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아침 10시쯤 반포한강공원을 찾았을 때 한강이든 주변이든 수색 인력을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KBS 인터뷰를 통해 “인력 좀 많이 동원해서 도와달라”라며 호소했습니다.

4월 29일 KBS 뉴스94월 29일 KBS 뉴스9
대부분 언론사에서 해당 소식을 다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는 그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나와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서초경찰서장도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손 씨의 시신이 실종지점 부근 강물 위에서 발견됐습니다. 최초 발견자는 경찰이 아닌 주변에서 며칠 동안 구조견을 데리고 수색을 해오던 차종욱 민간구조사였습니다.


■ 사고 전모 규명할 수 있을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형사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손 씨와 같이 술을 마시다 혼자 귀가한(지난달 25일 새벽 4시 반쯤) 친구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 진행됐고, 추후 조사가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손 씨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실종 당일 오전 3시 반~4시 반 사이의 목격자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잔디밭에서 놀고 있던 남자 3명의 그룹에 대해서는 편의점 구매 기록 및 참고인 조사, CCTV 화면 등을 통해 손 씨 사망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그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손 씨 사망의 원인을 밝혀줄 유의미한 진술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 씨와 친구 간에 뒤바뀐 휴대전화와 관련해서는, 친구가 가지고 있던 손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진행을 끝내고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당일 기록 등을 살피고 있습니다. 친구의 휴대전화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휴대전화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1일 진행된 부검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왼쪽 귀 뒷부분에 있는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은 직접사인이 아니라고 구두소견을 냈습니다. 정밀결과가 나오려면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합니다.

한시가 급한 손 씨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아버지는 서울중앙지검에 경찰이 수사를 미흡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습니다.

“경찰에서 완벽하게 조사를 해서 한 방에 할 수 있는거 준비하셔서 잘 하시리라 믿어요. 경찰 조사에 조바심을 갖진 않아요. 그런데 그나마 남은 증거들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게 불안합니다. 경찰이 하는대로 내버려둬서 잘 되면 좋을거 같은데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증거는 자꾸 소실되고 있고….”

경찰은 그 누구의 억울함도 없도록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손 씨 아버지의 의문점은 풀어주면서도, 동시에 죄가 없는 사람을 만에 하나 용의자나 피의자로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 “아쉬운 것은 없어…아들아 사랑한다”

손 씨 아버지에게 가장 좋았던 기억에 이어 아쉬운 기억도 하나 여쭤봤습니다. 구체적인 무언가를 대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아버지보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안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건 제 능력 밖이었습니다….”

정말로 아버지의 능력 밖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일어나 버렸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여전히 잘 모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어렸을 때부터 애교가 많았던 한 아들이 영원히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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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부검 끝난 아들 뺨 비벼댔다. 영원히 간직하려고”…‘한강 사망’ 대학생 오늘 발인
    • 입력 2021-05-05 07:00:07
    • 수정2021-05-05 10:10:04
    취재후·사건후

지난달 28일 ‘아들을 찾습니다’ 라며 새벽녘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린 아버지 손현 씨. 애타게 찾던 아들은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았던 추억, 너무 많겠지만 하나만 말씀해 줄 수 있을까요?”

냉정하고 차분하게 말하던 아버지의 눈꺼풀이 떨렸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변해 온 것과 달리 잠시 망설이는 모습. 그런 후에 아버지는 어렵게 한 가지를 꼽았습니다.

“하나…. 하나….
딱 어떤 순간이라기 보다도, 느낌이라고 할 때 저는 아들의 다리를 팔로 안았을 때의 느낌이 참 좋았거든요. 또, 아들을 꼭 안고 뺨을 비비댈 때의 촉감이 제일 좋았어요.

그건 디지털로 바꿀 수 없는 거잖아요. 영원히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서 부검 끝난 아들의 뺨을 대고 있었거든요. 아들과 뺨을 대고 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손현 / 손정민 씨 아버지 (5월 4일, 빈소에서)

엿새의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난 아버지와 아들, 그러나 또 한번의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5일) 故 손정민 군이 발인과 화장을 거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손정민 씨의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뒀던 메모.
■ “집에 오면 전화해, 너 찾으러 다니고 있어”…시신으로 돌아온 아들

많은 이들이 故 손정민 씨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시민들의 친숙한 휴식처라고만 생각했던 한강공원에서 건장한 20대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 사고냐 아니냐를 두고 각종 의문이 제기된 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아들 손 씨를 향한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역시 심금을 울렸습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손 씨의 빈소에는 지인들뿐만 아니라 일면식이 전혀 없는 시민들도 꽤 찾았습니다. 이들은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손정민 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 명 넘는 시민이 동의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니까, 지나가는 분들이 응원해주니까 힘이 되는 데 반해서 제가 너무 총알이 없는거에요. 마음의 응원말고는 총알이 하나도 없거든요. 실질적인 증거나 확실한 게 없으니까 그게 가슴이 아픈거죠.”

“단순 익사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고 설사 조사가 잘 되더라도 대단한 게 안 나올 것 같은 것을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니까요.”

■ 언론 보도 이후 본격화된 수색

실종 초기 손 씨의 아버지는 블로그에도 올렸듯 CCTV 하나 협조하는 데도 관할 문제로 시간이 지체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형사님’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내가 원하는 것만 말하며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실종된 아들을 찾아줄 것이라 믿고 기다린 것입니다.

하지만 손 씨의 외삼촌은 경찰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아침 10시쯤 반포한강공원을 찾았을 때 한강이든 주변이든 수색 인력을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KBS 인터뷰를 통해 “인력 좀 많이 동원해서 도와달라”라며 호소했습니다.

4월 29일 KBS 뉴스9대부분 언론사에서 해당 소식을 다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는 그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나와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서초경찰서장도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손 씨의 시신이 실종지점 부근 강물 위에서 발견됐습니다. 최초 발견자는 경찰이 아닌 주변에서 며칠 동안 구조견을 데리고 수색을 해오던 차종욱 민간구조사였습니다.


■ 사고 전모 규명할 수 있을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형사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손 씨와 같이 술을 마시다 혼자 귀가한(지난달 25일 새벽 4시 반쯤) 친구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 진행됐고, 추후 조사가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손 씨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실종 당일 오전 3시 반~4시 반 사이의 목격자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잔디밭에서 놀고 있던 남자 3명의 그룹에 대해서는 편의점 구매 기록 및 참고인 조사, CCTV 화면 등을 통해 손 씨 사망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그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손 씨 사망의 원인을 밝혀줄 유의미한 진술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 씨와 친구 간에 뒤바뀐 휴대전화와 관련해서는, 친구가 가지고 있던 손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진행을 끝내고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당일 기록 등을 살피고 있습니다. 친구의 휴대전화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휴대전화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1일 진행된 부검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왼쪽 귀 뒷부분에 있는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은 직접사인이 아니라고 구두소견을 냈습니다. 정밀결과가 나오려면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합니다.

한시가 급한 손 씨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아버지는 서울중앙지검에 경찰이 수사를 미흡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습니다.

“경찰에서 완벽하게 조사를 해서 한 방에 할 수 있는거 준비하셔서 잘 하시리라 믿어요. 경찰 조사에 조바심을 갖진 않아요. 그런데 그나마 남은 증거들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게 불안합니다. 경찰이 하는대로 내버려둬서 잘 되면 좋을거 같은데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증거는 자꾸 소실되고 있고….”

경찰은 그 누구의 억울함도 없도록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손 씨 아버지의 의문점은 풀어주면서도, 동시에 죄가 없는 사람을 만에 하나 용의자나 피의자로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 “아쉬운 것은 없어…아들아 사랑한다”

손 씨 아버지에게 가장 좋았던 기억에 이어 아쉬운 기억도 하나 여쭤봤습니다. 구체적인 무언가를 대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아버지보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안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건 제 능력 밖이었습니다….”

정말로 아버지의 능력 밖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일어나 버렸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여전히 잘 모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어렸을 때부터 애교가 많았던 한 아들이 영원히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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