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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 비리 의혹 이어지는데…계속 위탁?
입력 2021.05.05 (08:00) 취재K
수억 원의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북 음성군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수억 원의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북 음성군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 "대포 통장에 급여 수억 원 횡령" 의혹 불거져

충북 음성군이 1999년부터 20년 넘게 민간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 대표 A 씨가 수억 원에 달하는 직원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015년부터 5년 넘게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금액만 3억 원이 훌쩍 넘는데요.

A 대표는 직원 명의로 대포 통장을 만들게 하고, 친인척을 환경미화원으로 등록시키는 방식으로 급여 일부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포 통장에 100만 원가량 더 많은 돈을 입금한 뒤, 직원들의 임금 통장에는 그보다 적은 실제 급여를 이체하고 나머지 차액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또 가족 등 친인척 5명이 업체 직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 대표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포 통장을 만들게 된 건 신용 등급이 낮고 청각장애를 가진 한 직원을 도와주기 위해서였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직원 명단을 허위로 작성한 적도 없고, 직원 모두 각자 맡은 일을 했다고도 주장합니다. 환경미화원 업무 특성상, 현장에 있는 날이 많아 미처 마주치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 횡령 혐의 확인해도, 즉시 '계약 해지'하긴 어려워?

이 업체는 충북 음성군에서 해마다 20억 원의 위탁 대행비를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면서, 충북 음성군이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충북 음성군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곧바로 계약을 해지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충북 음성군의 폐기물 관리 조례와 민간위탁 업체와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군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
② 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이 두 가지 경우에 먼저 1차 경고 처분한 뒤, 계약을 해지하게 돼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에 해당하는 죄가 인정돼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혐의가 일부 사실로 확인돼도 확정판결까지 계약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모 청소용역업체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지난해 7월 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모 청소용역업체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전북 전주시의 한 청소 용역 업체에 대해서도, 대표가 수억 원의 직원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북 전주시는 사실 확인을 거쳐 문제가 된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는데요.

업체 측은 1심 판결 전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전북 전주시를 상대로 용역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은 이런 전북 전주시의 사례를 토대로 우선 해당 업체에 경고 조치한 뒤, 전담 공무원을 파견하고 특별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충북 음성군의 한 청소 용역업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지난달 28일 충북 음성군의 한 청소 용역업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끊이지 않는 청소 대행업체 비위… '직영화 요구' 거세져

전국 여러 지자체가 민간 위탁한 청소 용역 업체에서 비슷한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직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민주연합노조 충북 음성지부 등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비리가 불거진 업체를 규탄하면서 직접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직원 명의 통장으로 급여가 입금됐기 때문에, 해마다 정기 점검을 벌여도 내부 고발 없이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기 힘든 구조임을 꼬집었는데요.

정의당 충북 음성군 지역위원회도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청소 위탁을 직영화할 경우, 해마다 2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다른 지역 연구용역 사례를 인용해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직접 고용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충북 음성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연구 용역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간 위탁업체의 비위 적발도, 즉각적인 처벌도 어려운 제도적 한계 속에, 자치단체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 수억 원 비리 의혹 이어지는데…계속 위탁?
    • 입력 2021-05-05 08:00:34
    취재K
수억 원의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북 음성군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수억 원의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북 음성군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 "대포 통장에 급여 수억 원 횡령" 의혹 불거져

충북 음성군이 1999년부터 20년 넘게 민간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 대표 A 씨가 수억 원에 달하는 직원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015년부터 5년 넘게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금액만 3억 원이 훌쩍 넘는데요.

A 대표는 직원 명의로 대포 통장을 만들게 하고, 친인척을 환경미화원으로 등록시키는 방식으로 급여 일부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포 통장에 100만 원가량 더 많은 돈을 입금한 뒤, 직원들의 임금 통장에는 그보다 적은 실제 급여를 이체하고 나머지 차액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또 가족 등 친인척 5명이 업체 직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 대표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포 통장을 만들게 된 건 신용 등급이 낮고 청각장애를 가진 한 직원을 도와주기 위해서였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직원 명단을 허위로 작성한 적도 없고, 직원 모두 각자 맡은 일을 했다고도 주장합니다. 환경미화원 업무 특성상, 현장에 있는 날이 많아 미처 마주치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 횡령 혐의 확인해도, 즉시 '계약 해지'하긴 어려워?

이 업체는 충북 음성군에서 해마다 20억 원의 위탁 대행비를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면서, 충북 음성군이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충북 음성군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곧바로 계약을 해지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충북 음성군의 폐기물 관리 조례와 민간위탁 업체와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군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
② 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이 두 가지 경우에 먼저 1차 경고 처분한 뒤, 계약을 해지하게 돼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에 해당하는 죄가 인정돼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혐의가 일부 사실로 확인돼도 확정판결까지 계약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모 청소용역업체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지난해 7월 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모 청소용역업체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전북 전주시의 한 청소 용역 업체에 대해서도, 대표가 수억 원의 직원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북 전주시는 사실 확인을 거쳐 문제가 된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는데요.

업체 측은 1심 판결 전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전북 전주시를 상대로 용역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은 이런 전북 전주시의 사례를 토대로 우선 해당 업체에 경고 조치한 뒤, 전담 공무원을 파견하고 특별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충북 음성군의 한 청소 용역업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지난달 28일 충북 음성군의 한 청소 용역업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끊이지 않는 청소 대행업체 비위… '직영화 요구' 거세져

전국 여러 지자체가 민간 위탁한 청소 용역 업체에서 비슷한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직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민주연합노조 충북 음성지부 등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비리가 불거진 업체를 규탄하면서 직접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직원 명의 통장으로 급여가 입금됐기 때문에, 해마다 정기 점검을 벌여도 내부 고발 없이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기 힘든 구조임을 꼬집었는데요.

정의당 충북 음성군 지역위원회도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청소 위탁을 직영화할 경우, 해마다 2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다른 지역 연구용역 사례를 인용해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직접 고용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충북 음성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연구 용역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간 위탁업체의 비위 적발도, 즉각적인 처벌도 어려운 제도적 한계 속에, 자치단체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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