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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갑질 송구” 물러난 대표, 제보자에 소송 냈다 패소
입력 2021.05.05 (11:03)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2018년을 전후해 이어지던 기업의 ‘갑질’ 폭로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폭로 대상은 신생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갑질이 정말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민형사상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명예훼손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던 최신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 XX개인 거 몰라?”…‘갑질 폭로’ 당하자 제보자에 소송

앞서 A 씨는 지난 2018년 온라인 영상제작 콘텐츠 업체 ‘셀레브’의 임상훈 당시 대표가 직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임 대표가 △A 씨 등 직원들에게 야근과 장시간 근무를 강요했다는 내용 △회사 내에서 ‘XX 개’로 불리며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여 여직원들이 거의 매일 울었고, 또한 회의실에서 A 씨에게 종이를 던지며 “나 XX 개인거 알아, 몰라?”라고 말했으며, 직원들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 등 셀레브의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습니다.

A 씨는 또 임 대표가 △회식에서 A 씨 등 여직원들에게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도록’ 음주를 강요했다는 내용 △A 씨 등 회사 여직원을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에게까지 룸살롱 여성을 선택하여 옆자리에 앉히게 했다는 내용 △A 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퇴사처리했다는 내용 △A 씨에게 실적이 좋지 않으면 연봉을 깎겠다고 매일 협박했다는 내용 등도 함께 적었습니다. A 씨는 위의 내용에 대해 신문사 취재와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임 대표는 “지난 시간 저의 모습을 돌아보니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고성을 지르고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으며 직원들을 괴롭혀 왔다. 회식을 강요하고, 욕설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임 전 대표는 이후 “허위사실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기사화시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A 씨를 상대로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A 씨가 자신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함께 냈습니다.

진행된 형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회식에서 피고 등 여직원들에게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도록 음주를 강요했다는 부분’은 허위라며 A 씨에게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 사건은 A 씨의 상고로 대법원이 심리 중입니다.

■법원 “제보 및 인터뷰 내용 취지는 진실한 사실…배상책임 없어”

서울중앙지법 제201민사단독(판사 신현일)은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수용했지만, 임 전 대표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없으나,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1심 법원은 이같은 법리를 근거로 A 씨가 페이스북에 쓴 글의 위법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A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기자에게 제보를 하거나 인터뷰에 응한 동기가 그 당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던 소위 ‘갑질’이 미디어컨텐츠업계 및 중소 스타트업 기업에도 만연하고 있고 그러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고 보이므로 그 목적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A 씨가 적시한 갑질 행위의 대부분은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허위라고 인정되는 사실도 회식 과정에서 단정적이고 구체적이지는 아니하나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음주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던 것은 인정되고, 이러한 음주 강요행위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소위 ‘갑질’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적시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음주 강요행위가 다른 유형의 행위 등과 견주어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거나 특별히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A 씨가 쓴 갑질의 유형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에 관한 사실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거나 위 페이스북 게재 내용 또는 제보와 인터뷰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같은 점을 종합하면 A 씨가 쓴 글이나 제보 및 인터뷰 등의 내용 전체의 취지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임 전 대표의 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판결남] “갑질 송구” 물러난 대표, 제보자에 소송 냈다 패소
    • 입력 2021-05-05 11:03:33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br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br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2018년을 전후해 이어지던 기업의 ‘갑질’ 폭로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폭로 대상은 신생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갑질이 정말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민형사상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명예훼손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던 최신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 XX개인 거 몰라?”…‘갑질 폭로’ 당하자 제보자에 소송

앞서 A 씨는 지난 2018년 온라인 영상제작 콘텐츠 업체 ‘셀레브’의 임상훈 당시 대표가 직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임 대표가 △A 씨 등 직원들에게 야근과 장시간 근무를 강요했다는 내용 △회사 내에서 ‘XX 개’로 불리며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여 여직원들이 거의 매일 울었고, 또한 회의실에서 A 씨에게 종이를 던지며 “나 XX 개인거 알아, 몰라?”라고 말했으며, 직원들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 등 셀레브의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습니다.

A 씨는 또 임 대표가 △회식에서 A 씨 등 여직원들에게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도록’ 음주를 강요했다는 내용 △A 씨 등 회사 여직원을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에게까지 룸살롱 여성을 선택하여 옆자리에 앉히게 했다는 내용 △A 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퇴사처리했다는 내용 △A 씨에게 실적이 좋지 않으면 연봉을 깎겠다고 매일 협박했다는 내용 등도 함께 적었습니다. A 씨는 위의 내용에 대해 신문사 취재와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임 대표는 “지난 시간 저의 모습을 돌아보니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고성을 지르고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으며 직원들을 괴롭혀 왔다. 회식을 강요하고, 욕설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임 전 대표는 이후 “허위사실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기사화시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A 씨를 상대로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A 씨가 자신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함께 냈습니다.

진행된 형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회식에서 피고 등 여직원들에게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도록 음주를 강요했다는 부분’은 허위라며 A 씨에게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 사건은 A 씨의 상고로 대법원이 심리 중입니다.

■법원 “제보 및 인터뷰 내용 취지는 진실한 사실…배상책임 없어”

서울중앙지법 제201민사단독(판사 신현일)은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수용했지만, 임 전 대표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없으나,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1심 법원은 이같은 법리를 근거로 A 씨가 페이스북에 쓴 글의 위법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A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기자에게 제보를 하거나 인터뷰에 응한 동기가 그 당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던 소위 ‘갑질’이 미디어컨텐츠업계 및 중소 스타트업 기업에도 만연하고 있고 그러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고 보이므로 그 목적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A 씨가 적시한 갑질 행위의 대부분은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허위라고 인정되는 사실도 회식 과정에서 단정적이고 구체적이지는 아니하나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음주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던 것은 인정되고, 이러한 음주 강요행위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소위 ‘갑질’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적시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음주 강요행위가 다른 유형의 행위 등과 견주어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거나 특별히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A 씨가 쓴 갑질의 유형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에 관한 사실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거나 위 페이스북 게재 내용 또는 제보와 인터뷰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같은 점을 종합하면 A 씨가 쓴 글이나 제보 및 인터뷰 등의 내용 전체의 취지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임 전 대표의 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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