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디지털 위안화’ 추진 중국, 가상화폐 인정할까?

입력 2021.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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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몽골 자치구 지방정부가 연초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채굴업자들에게 4월 말까지 채굴 공장을 폐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전기값이 싼 내몽골로 몰려들면서 전력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채굴에 따른 전력량이 말레이시아나 스웨덴 같은 웬만한 국가의 1년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 내몽골 “비트코인 채굴 공장 폐쇄”

앞서 중국 정부가 2018년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했지만 채굴업자들은 내몽골, 신장 등지에서 계속 음성적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했습니다. 내몽골의 경우 전 세계 비트 코인 채굴량의 8%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채굴량 7.2%보다 많다고 중국 매체 시나재경은 전했습니다.

중국 내몽골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 (출처=텅쉰재경)중국 내몽골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 (출처=텅쉰재경)

중국의 경우 그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철저히 막았습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는 별개라며 지방 정부별로 강력히 단속해왔습니다.

■ 중국 정부, 비트코인 정책에 변화?

그런데 최근 이같은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계기는 4월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입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리보 부총재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 화폐가 아니라면서도 미래에 투자 또는 대안 투자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등에 대한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가상화폐 발행은 물론 채굴까지 막았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 비교해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4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는 리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사진=보아오 포럼 홈페이지)4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는 리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사진=보아오 포럼 홈페이지)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의 이같은 발언을 곧바로 가상화폐 허가로 확대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무게는 이른바 ‘디지털 위안화’로 확실히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입니다. 민간이 내놓은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통화여서 가치 변동의 위험도 없습니다.

■ 중국, 내년 ‘디지털 위안화’ 정식 출범 위해 전력

중국은 2014년 관련 연구에 착수한 뒤 지난해 이미 시범 사용도 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올해 설 연휴 때는 베이징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와 주요 기업들이 이른바 디지털 홍바오(세뱃돈)라며 일정액의 디지털 위안화를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의 경우 일부 직원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4월 급여를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디지털 위안화(왼쪽)와 위안화 (출처=연합뉴스)디지털 위안화(왼쪽)와 위안화 (출처=연합뉴스)

디지털 위안화는 내년 정식 출범합니다. 중국 정부는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 확산과 홍보의 주요 계기로 삼으려 합니다. 리보 부총재는 보아오 포럼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도 ‘디지털 달러’ 논의 속도...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검토 박차

중국 정부가 이처럼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 정부 역시 디지털 달러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책 자금이나 무역 결제 등에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그 쓰임이 국제적으로도 급격히 확산될 경우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디지털 달러가 더 빠르고 안전하며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투자은행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1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하자 디지털화폐 상용화를 실험하려는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에 디지털화폐 모의 실험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가능성을 타진하며 뛰고 있는 것입니다.

■ 코로나19로 ‘디지털 지불 수단’ 사용 의사 급상승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지불 수단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마스터카드가 2~3월 아태지역 18개국 만5천 명을 온라인 인터뷰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내년에 한가지 이상 ‘신흥 지불 수단’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전했습니다. 여기서 신흥 지불 수단은 가상화폐, QR코드, 생체 인식 등의 지불 기술을 의미합니다. 응답자의 84%는 1년 전에 비해 디지털 지불 수단에 더 접근했다고 답했습니다.

디지털 화폐든 가상 화폐든 코로나19가 디지털 지불 수단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대면 경제 생활이 늘고, 각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의 여파로 투자 수단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화폐와 가상 화폐는 얼핏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같은 흐름의 두 얼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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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6 07:00:12
    특파원 리포트

중국 내몽골 자치구 지방정부가 연초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채굴업자들에게 4월 말까지 채굴 공장을 폐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전기값이 싼 내몽골로 몰려들면서 전력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채굴에 따른 전력량이 말레이시아나 스웨덴 같은 웬만한 국가의 1년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 내몽골 “비트코인 채굴 공장 폐쇄”

앞서 중국 정부가 2018년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했지만 채굴업자들은 내몽골, 신장 등지에서 계속 음성적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했습니다. 내몽골의 경우 전 세계 비트 코인 채굴량의 8%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채굴량 7.2%보다 많다고 중국 매체 시나재경은 전했습니다.

중국 내몽골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 (출처=텅쉰재경)
중국의 경우 그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철저히 막았습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는 별개라며 지방 정부별로 강력히 단속해왔습니다.

■ 중국 정부, 비트코인 정책에 변화?

그런데 최근 이같은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계기는 4월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입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리보 부총재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 화폐가 아니라면서도 미래에 투자 또는 대안 투자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등에 대한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가상화폐 발행은 물론 채굴까지 막았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 비교해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4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는 리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사진=보아오 포럼 홈페이지)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의 이같은 발언을 곧바로 가상화폐 허가로 확대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무게는 이른바 ‘디지털 위안화’로 확실히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입니다. 민간이 내놓은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통화여서 가치 변동의 위험도 없습니다.

■ 중국, 내년 ‘디지털 위안화’ 정식 출범 위해 전력

중국은 2014년 관련 연구에 착수한 뒤 지난해 이미 시범 사용도 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올해 설 연휴 때는 베이징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와 주요 기업들이 이른바 디지털 홍바오(세뱃돈)라며 일정액의 디지털 위안화를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의 경우 일부 직원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4월 급여를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디지털 위안화(왼쪽)와 위안화 (출처=연합뉴스)
디지털 위안화는 내년 정식 출범합니다. 중국 정부는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 확산과 홍보의 주요 계기로 삼으려 합니다. 리보 부총재는 보아오 포럼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도 ‘디지털 달러’ 논의 속도...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검토 박차

중국 정부가 이처럼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 정부 역시 디지털 달러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책 자금이나 무역 결제 등에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그 쓰임이 국제적으로도 급격히 확산될 경우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디지털 달러가 더 빠르고 안전하며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투자은행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1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하자 디지털화폐 상용화를 실험하려는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에 디지털화폐 모의 실험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가능성을 타진하며 뛰고 있는 것입니다.

■ 코로나19로 ‘디지털 지불 수단’ 사용 의사 급상승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지불 수단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마스터카드가 2~3월 아태지역 18개국 만5천 명을 온라인 인터뷰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내년에 한가지 이상 ‘신흥 지불 수단’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전했습니다. 여기서 신흥 지불 수단은 가상화폐, QR코드, 생체 인식 등의 지불 기술을 의미합니다. 응답자의 84%는 1년 전에 비해 디지털 지불 수단에 더 접근했다고 답했습니다.

디지털 화폐든 가상 화폐든 코로나19가 디지털 지불 수단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대면 경제 생활이 늘고, 각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의 여파로 투자 수단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화폐와 가상 화폐는 얼핏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같은 흐름의 두 얼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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