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자격 팀닥터’ 동계올림픽에 2차례 출전…성추행 의혹도 제기

입력 2021.05.06 (07:00) 수정 2021.05.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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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모대학 의용전자공학과 졸업 …'의사 아닌 엔지니어'
'의사' 아닌데도 '국가대표 팀닥터'로 동계올림픽에 2차례 출전
이후 사업과 방송출연에 '국가대표 팀닥터' 명칭 사용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귀국한대한민국 선수단 . ‘무자격 팀닥터’ A씨는 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인사들과의 인맥 등을 활용해 팀닥터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귀국한대한민국 선수단 . ‘무자격 팀닥터’ A씨는 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인사들과의 인맥 등을 활용해 팀닥터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팀닥터' 사칭으로 인한 피해 사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의료인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성추행 의혹 등이 있는 일명 '무자격 팀닥터'가 동계 올림픽에 2차례나 출전한 사실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원 등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관련 인사들과 인연을 맺고, 2012년 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대학원에서는 한국 썰매 종목 관련자들이 석사 또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사무국은, 원칙적으로 팀닥터 자격이 없는 A씨가 자신의 지도 교수이자 서울시 봅슬레이 스켈레톤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모 인사의 추천을 받아 연맹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 선수단의 일원으로 출전한 데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국가대표 상비군 팀닥터 자격으로 출전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은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A씨를 채용할 당시 공개 채용을 통하지 않았고, 현재 해당 팀닥터의 자격증을 보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채용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팀닥터 고용 주체인 연맹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모 의대 산하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과 졸업했지만 이후 '의과대학 졸업, 진료 과목' 등의 명칭 사용

A씨는 2006년 2월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에 개설된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다른 사립대학에서 스포츠레저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의용전자공학과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첨단 의료기기를 다루고 개발하는 전자공학의 한 분야이다. 자기공명 영상 촬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장치 등을 다루는 것이 여기 해당한다. 말하자면 의사가 아니고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A씨는 그러나 자신의 이력에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은 생략하고 '의과대학 졸업'이라고만 표기해 활동했다. 자신이 일하는 사설 스포츠재활센터에도 위와 같은 이력만 새겨 넣고 '진료 과목'을 넣어 사람들로 하여금 의사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 했다.

A씨는 자신이 '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적극 활용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지상파와 종편 채널 등 방송 건강 프로그램에 여러차례 출연하면서 '국가대표 팀닥터'라는 것과 '의과대학 졸업'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해, 출연을 섭외했던 사람도 의사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A씨는 자신의 이력에서  ‘의과대학 졸업’과 ‘진료과목’이라는 부분을 적시해 의사로 오해할 소지를 만들었다.A씨는 자신의 이력에서 ‘의과대학 졸업’과 ‘진료과목’이라는 부분을 적시해 의사로 오해할 소지를 만들었다.

■ 팀닥터 명칭, 의사 면허 발급받은 자만 사용 가능
물리치료사·건강운동관리사·운동처방사는 '의무 트레이너'로 활동 가능

'팀닥터'라는 명칭은 국가에서 정식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사람만 쓸 수 있도록 한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 단체에서'의무 트레이너'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물리치료사'나 '건강 운동 관리사' 같은 국가 자격증이 필요하다.

'의무 트레이너'의 경우 '운동처방사'라는 민간 자격증 보유자도 인정하고 있는데, A씨는 '운동처방사'라는 자격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있다.

A씨는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라는 단체에서 발급받은 자격증으로 현재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는 취재 결과 협회 존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주소지에서는 개인 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고, 전화 연락처 또한 허위였다.

A씨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A씨가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의 이사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자격증을 남발하고 위조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보유한 운동처방사 자격증과 카이로프랙틱 지도자증. 이 자격증을 발급한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A씨가 보유한 운동처방사 자격증과 카이로프랙틱 지도자증. 이 자격증을 발급한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 2020년 성추행 사건으로 경찰에 고소당해...
피해자에게 2천만원 주고 합의해 불기소 처분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사설 스포츠재활센터에서 지난 해 성추행 사건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당한 사실도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모 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A씨는 2천만 원에 합의했고,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마사지에 필요하다면서 상의 탈의를 요구하거나 "치료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고, 자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대해 항의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왜 당신만 그러느냐'라는 식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해자는 합의문에서 '수치심과 불면증, 여성의로서의 큰 상처를 입었지만, 가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있고,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합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프로골퍼 4명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와 함께 일하고 있던 직장 동료들은 고소 전에 합의를 하는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A씨에게 합의금 6천만원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A씨는 오히려 직원들이 자신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고, 자신이 설립한 회사도 빼앗았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위 내용을 고소장에 담아 지난 2월 성북 경찰서에 접수했다.

■ 카피킬러 검색 결과, A씨 석사 논문 표절률 39%

한편, A씨가 쓴 석사 학위 논문은 표절 검색 사이트인 '카피킬러' 로 검색한 결과 표절률이 39%에 이르러 표절을 의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이 같은 사문서 위조, 의료법 위반 등이 담긴 내용을 제보한 제보자는 위 내용을 담아 경찰서에 조만간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폭행과 성추행 등을 저지른 무자격 팀닥터가 문제가 돼 사회적 공분을 산 일이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팀닥터'에 대해 보다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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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무자격 팀닥터’ 동계올림픽에 2차례 출전…성추행 의혹도 제기
    • 입력 2021-05-06 07:00:12
    • 수정2021-05-06 09:18:55
    취재K
모대학 의용전자공학과 졸업 …'의사 아닌 엔지니어'<br />'의사' 아닌데도 '국가대표 팀닥터'로 동계올림픽에 2차례 출전<br />이후 사업과 방송출연에 '국가대표 팀닥터' 명칭 사용<br />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귀국한대한민국 선수단 . ‘무자격 팀닥터’ A씨는 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인사들과의 인맥 등을 활용해 팀닥터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 '팀닥터' 사칭으로 인한 피해 사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의료인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성추행 의혹 등이 있는 일명 '무자격 팀닥터'가 동계 올림픽에 2차례나 출전한 사실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원 등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관련 인사들과 인연을 맺고, 2012년 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대학원에서는 한국 썰매 종목 관련자들이 석사 또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사무국은, 원칙적으로 팀닥터 자격이 없는 A씨가 자신의 지도 교수이자 서울시 봅슬레이 스켈레톤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모 인사의 추천을 받아 연맹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 선수단의 일원으로 출전한 데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국가대표 상비군 팀닥터 자격으로 출전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은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A씨를 채용할 당시 공개 채용을 통하지 않았고, 현재 해당 팀닥터의 자격증을 보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채용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팀닥터 고용 주체인 연맹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모 의대 산하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과 졸업했지만 이후 '의과대학 졸업, 진료 과목' 등의 명칭 사용

A씨는 2006년 2월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에 개설된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다른 사립대학에서 스포츠레저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의용전자공학과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첨단 의료기기를 다루고 개발하는 전자공학의 한 분야이다. 자기공명 영상 촬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장치 등을 다루는 것이 여기 해당한다. 말하자면 의사가 아니고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A씨는 그러나 자신의 이력에 '의학공학부 의용전자공학'은 생략하고 '의과대학 졸업'이라고만 표기해 활동했다. 자신이 일하는 사설 스포츠재활센터에도 위와 같은 이력만 새겨 넣고 '진료 과목'을 넣어 사람들로 하여금 의사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 했다.

A씨는 자신이 '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적극 활용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지상파와 종편 채널 등 방송 건강 프로그램에 여러차례 출연하면서 '국가대표 팀닥터'라는 것과 '의과대학 졸업'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해, 출연을 섭외했던 사람도 의사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A씨는 자신의 이력에서  ‘의과대학 졸업’과 ‘진료과목’이라는 부분을 적시해 의사로 오해할 소지를 만들었다.
■ 팀닥터 명칭, 의사 면허 발급받은 자만 사용 가능
물리치료사·건강운동관리사·운동처방사는 '의무 트레이너'로 활동 가능

'팀닥터'라는 명칭은 국가에서 정식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사람만 쓸 수 있도록 한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 단체에서'의무 트레이너'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물리치료사'나 '건강 운동 관리사' 같은 국가 자격증이 필요하다.

'의무 트레이너'의 경우 '운동처방사'라는 민간 자격증 보유자도 인정하고 있는데, A씨는 '운동처방사'라는 자격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있다.

A씨는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라는 단체에서 발급받은 자격증으로 현재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는 취재 결과 협회 존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주소지에서는 개인 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고, 전화 연락처 또한 허위였다.

A씨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A씨가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의 이사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자격증을 남발하고 위조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보유한 운동처방사 자격증과 카이로프랙틱 지도자증. 이 자격증을 발급한 한국체력건강관리협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 2020년 성추행 사건으로 경찰에 고소당해...
피해자에게 2천만원 주고 합의해 불기소 처분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사설 스포츠재활센터에서 지난 해 성추행 사건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당한 사실도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모 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A씨는 2천만 원에 합의했고,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마사지에 필요하다면서 상의 탈의를 요구하거나 "치료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고, 자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대해 항의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왜 당신만 그러느냐'라는 식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해자는 합의문에서 '수치심과 불면증, 여성의로서의 큰 상처를 입었지만, 가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있고,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합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프로골퍼 4명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와 함께 일하고 있던 직장 동료들은 고소 전에 합의를 하는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A씨에게 합의금 6천만원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A씨는 오히려 직원들이 자신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고, 자신이 설립한 회사도 빼앗았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위 내용을 고소장에 담아 지난 2월 성북 경찰서에 접수했다.

■ 카피킬러 검색 결과, A씨 석사 논문 표절률 39%

한편, A씨가 쓴 석사 학위 논문은 표절 검색 사이트인 '카피킬러' 로 검색한 결과 표절률이 39%에 이르러 표절을 의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이 같은 사문서 위조, 의료법 위반 등이 담긴 내용을 제보한 제보자는 위 내용을 담아 경찰서에 조만간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폭행과 성추행 등을 저지른 무자격 팀닥터가 문제가 돼 사회적 공분을 산 일이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팀닥터'에 대해 보다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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