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페이스북에 ‘절교통보’?…살벌한 ‘생존경쟁’

입력 2021.05.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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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사실, 페이스북 입장에서 ‘절교통보’는 처음이 아니다. 다만, 앞선 절교통보 때 CEO 저커버그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이번엔 애플이 절교통보를 했다. ‘iOS 14.5’ 업데이트라는 방식이다. 이번엔 다르다. 페이스북은 떨고 있다.
“빨간 모델”과 “파란 모델”, 두 비즈니스 모델이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번 절교통보의 승자는 누구일까


■ 사실, 다른 '절교통보'도 있었다

증오를 부추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더 많이 퍼날라진다. 설계가 잘못된 알고리즘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이런 비판은 애플 전에도 있었다.

'경찰에 의해 무고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희생된 뒤에도 페이스북에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콘텐츠가 퍼지고 있다'

이런 내용의 뉴스가 나간 일주일 뒤, 케노사에서 시위대 두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엔 그 참극을 축하하는 짤과 글이 나왔다. 이 총격 가해자를 위한 모금을 제안하는 글도 나왔다. 그런데 이 글이 1만 7천 번 공유됐다.

NBC 방송은 페이스북에서 폭력과 범죄적 사건, 열차탈취, 영아납치, 살인 같은 링크가 방치돼 있다고 비판했다. 빅테크 기업이 사회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중에서(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 사람들, 지난해 6월 행동에도 나섰었다. '이익을 위해 증오를 조장하지 말라 Stop Hate for Profit'는 간명한 주장으로 한 달간의 광고 불매를 제안했다.

동시에 저커버그에겐 7월 7일 만나자고 압박했다. 불매운동의 힘을 모아 페이스북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자는 취지였다.

반향은 적지 않았다. 아래 NBC 방송 화면에 적힌 저 많은 회사가 페이스북 광고 불매에 동참했다. (주최자들은 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1,200개 사업체와 NGO가 참여해줬다고 밝히고 있다.)


7월 7일, 애초 이들이 요구한 만남도 성사됐다. 줌(Zoom)으로 한 시간 이상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저커버그는 핵심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보이콧을 조직한 사람들을 달래는 데 실패했다>는 기사를 썼다.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이 '오래된 얘기만 반복했다'며 '무척 실망스러웠다', 페이스북 조직이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그때 저커버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기업 광고 불매는 하나도 안 무섭다'

불매운동이 저커버그에겐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약 3주 뒤인 7월 30일 실적발표날, 이렇게 말한다.

"우리 비즈니스가 일부 큰 광고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비아냥이 느껴진다. 코웃음 치는 느낌... 실제로 운동이 광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보이콧 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7월의 첫 3주 동안에도 페이스북 광고수익은 10%(YoY) 성장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큰 광고주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회사 광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미디어들과 페이스북은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광고주가 수백만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간된 <포스트 코로나:위기에서 기회로>에서 NYU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페이스북이 700만 광고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상위 100위 광고주의 비중은 다 합해도 16%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상위 100위 광고주가 다 빠져도 페이스북은 버틸 수 있다. 700만에서 100 빼도 거의 700만이다.

'작은 기업'들은 여전히 '타겟 소비자'를 겨냥하는 '소액 광고'를 한다. 하나하나는 몇십 달러 밖에 안되지만, 그게 수백만 건이면 얘기가 다르다. 페이스북은 이런 롱테일 광고시장을 가졌다.

불매운동 참여 기업만 손해 봤다. 페이스북 광고는 경매 입찰로 단가가 결정되는데, 불매운동 덕에 광고 단가가 낮아졌다. 경쟁 회사들의 광고 비용만 줄여준 꼴이다.

또 만약 큰 회사들이 광고했더라면 그 공간을 따내지 못했을 신생 회사들엔 기회가 됐다.

페이스북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Robust) 광고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게 갤러웨이의 논점이다.


■ 이번엔 애플이 절교통보를 했다...'iOS 14.5'라는 방식으로

하지만 이번 '절교통보'는 다르다. 팀 쿡은 올 초 '데이터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어떤 사업이 사용자를 잘못된 생각으로 이끌며, 데이터를 착취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조에 기반했다면, 애플은 그런 사업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바꿔야죠.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수준이 아니고 보상까지 하면 어떻게 될까?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로 음모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하면 결과는 뭘까?

알고리즘을 자양분 삼아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이 난무하는데 더는 눈 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양극화와 신뢰 상실, 폭력을 낳고 있단 걸 외면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을 초래하게 둘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업데이트된 아이폰 최신 운영체제 iOS 14.5로 '바꾸겠다'는 발언에 책임을 졌다. 새 iOS로 업데이트된 아이폰에는 앱 사용 때에 아래와 같은 팝업이 뜬다.


이 단순한 팝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광고모델을 무력화하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 있다.


■ 이번엔 코웃음 못 치는 저커버그

팝업이 뜨면 광고업계에선 70~90%가 '아니오'를 누를 것으로 본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할 수 없다.

페북에 사용된 단어, 댓글을 다는 글, 좋아요 누른 사진, 검색, 사용 습관... 모든 데이터가 광고를 위한 정보다.

페북은 자체 앱뿐만 아니라 다른 앱들도 추적한다. 사용자의 나이, 정치적 성향, 소비 패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표적 광고'에 활용하는데 이 정보가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저커버그, 이번엔 벌벌 떤다.

신문에 애플의 정책에 반대하는 광고를 하고, 저커버그는 '아이폰 쓰지 말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지난 연말엔 '오래전부터 삼성 갤럭시폰의 열혈팬'이라고 고백 아닌 고백도 했다.

페이스북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소기업들의 ‘광고 권리’를 생각한다며 신문에 낸 광고. 사실은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고백일 뿐이다.페이스북이 소기업들의 ‘광고 권리’를 생각한다며 신문에 낸 광고. 사실은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고백일 뿐이다.

그러나 순진하게 '백기사' 애플이 '말썽꾸러기' 페이스북을 단죄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애플이 왜 이러는지, 갤러웨이 교수 말을 좀 더 들어본다. 그는 지금 세상을 미국의 독과점 빅테크 기업(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기업들을 딱 두 카테고리로 나눈다.


■ "빨간 모델"과 "파란 모델"


파란 모델은 비싼 물건을 원가 이하에 파는 모델이다. 원가 이하가 아니라 무료일 때가 많다.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이다.

대신 다른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주로 광고주로부터 받는 광고의 형태다.

신문과 방송이 과거의 '파란'회사다. 이들은 독자와 자신 사이에 형성된 '신뢰'를 광고주에게 팔았다.

그러나 지금 '파란' 빅테크 회사가 파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 '데이터'다. 소비자에겐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최저가 상품 정보를 공짜로 주는 대신 '소비자의 데이터'를 가져간다. 데이터는 소비자가 '뭘 읽고, 사고, 말하고, 먹고, 살고, 만나는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구글이 이 '데이터 착취'의 선두주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제1의 '타겟광고' 미디어 회사다. 즉, '프라이버시'를 가져가는 회사다.

빨간 모델은 물건을 비싸게 파는 모델이다. 가능한 저렴한 원가로 물건을 만들고, 이 물건을 가능한 한 비싸게 판다. 고객의 지갑을 직접 열어야 한다.

애플이 빨간 회사다.

빨간 회사는 소비자가 제품에 충성하게 만들어 생존한다. 애플은 '프리미엄 디자인'과 '완벽한 생태계', 그리고 '최대한의 프라이버시'로 고소득층 고객의 취향에 부응한다.

하지만 공짜 서비스와 저가 폰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값 받겠다'는 모델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MS조차 파란 모델로 한 발 한 발 이동한다.) 생존을 위해선, 고객의 취향에 더 완벽하고 철저하게 부응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매일 1200개 데이터 포인트를 구글 데이터 센터로 보낸다. 반면, 아이폰은 200개만 보낸다. 애플은 고객 데이터를 이윤을 창출하는데 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팀쿡은 "우리는 고객을 현금화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어요. 만약에 우리가 고객을 우리의 제품으로 만든다면 말이죠.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 근본적 충돌... 빅테크 생존경쟁

결론 : 애플은 페이스북을 '괴롭히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애플 역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함으로써 충성을 획득하는 사업과 프라이버시를 데이터로 전환해 존속하는 사업의 충돌이다. 당장 보기엔 페이스북이 손 쓸 수 있는 건 없어 보인다.

이제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열면, 애플이 강제한 '추적 허용 여부 팝업'이 아래와 같이 뜬다.


페이스북은 팝업 띄우기에 앞서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렇게 하면 페이스북이 더 나은 광고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도 쓰여 있다.

최대한 사용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한 문구들이지만, 마지막 순간 사용자가 "앱에 추적금지 요청" 대신 "허용"을 누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애플의 '절교 통보'는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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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이 페이스북에 ‘절교통보’?…살벌한 ‘생존경쟁’
    • 입력 2021-05-06 09:06:33
    취재K
사실, 페이스북 입장에서 ‘절교통보’는 처음이 아니다. 다만, 앞선 절교통보 때 CEO 저커버그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br />이번엔 애플이 절교통보를 했다. ‘iOS 14.5’ 업데이트라는 방식이다. 이번엔 다르다. 페이스북은 떨고 있다.<br />“빨간 모델”과 “파란 모델”, 두 비즈니스 모델이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번 절교통보의 승자는 누구일까

■ 사실, 다른 '절교통보'도 있었다

증오를 부추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더 많이 퍼날라진다. 설계가 잘못된 알고리즘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이런 비판은 애플 전에도 있었다.

'경찰에 의해 무고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희생된 뒤에도 페이스북에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콘텐츠가 퍼지고 있다'

이런 내용의 뉴스가 나간 일주일 뒤, 케노사에서 시위대 두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엔 그 참극을 축하하는 짤과 글이 나왔다. 이 총격 가해자를 위한 모금을 제안하는 글도 나왔다. 그런데 이 글이 1만 7천 번 공유됐다.

NBC 방송은 페이스북에서 폭력과 범죄적 사건, 열차탈취, 영아납치, 살인 같은 링크가 방치돼 있다고 비판했다. 빅테크 기업이 사회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중에서(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 사람들, 지난해 6월 행동에도 나섰었다. '이익을 위해 증오를 조장하지 말라 Stop Hate for Profit'는 간명한 주장으로 한 달간의 광고 불매를 제안했다.

동시에 저커버그에겐 7월 7일 만나자고 압박했다. 불매운동의 힘을 모아 페이스북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자는 취지였다.

반향은 적지 않았다. 아래 NBC 방송 화면에 적힌 저 많은 회사가 페이스북 광고 불매에 동참했다. (주최자들은 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1,200개 사업체와 NGO가 참여해줬다고 밝히고 있다.)


7월 7일, 애초 이들이 요구한 만남도 성사됐다. 줌(Zoom)으로 한 시간 이상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저커버그는 핵심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보이콧을 조직한 사람들을 달래는 데 실패했다>는 기사를 썼다.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이 '오래된 얘기만 반복했다'며 '무척 실망스러웠다', 페이스북 조직이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그때 저커버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기업 광고 불매는 하나도 안 무섭다'

불매운동이 저커버그에겐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약 3주 뒤인 7월 30일 실적발표날, 이렇게 말한다.

"우리 비즈니스가 일부 큰 광고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비아냥이 느껴진다. 코웃음 치는 느낌... 실제로 운동이 광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보이콧 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7월의 첫 3주 동안에도 페이스북 광고수익은 10%(YoY) 성장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큰 광고주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회사 광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미디어들과 페이스북은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광고주가 수백만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간된 <포스트 코로나:위기에서 기회로>에서 NYU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페이스북이 700만 광고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상위 100위 광고주의 비중은 다 합해도 16%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상위 100위 광고주가 다 빠져도 페이스북은 버틸 수 있다. 700만에서 100 빼도 거의 700만이다.

'작은 기업'들은 여전히 '타겟 소비자'를 겨냥하는 '소액 광고'를 한다. 하나하나는 몇십 달러 밖에 안되지만, 그게 수백만 건이면 얘기가 다르다. 페이스북은 이런 롱테일 광고시장을 가졌다.

불매운동 참여 기업만 손해 봤다. 페이스북 광고는 경매 입찰로 단가가 결정되는데, 불매운동 덕에 광고 단가가 낮아졌다. 경쟁 회사들의 광고 비용만 줄여준 꼴이다.

또 만약 큰 회사들이 광고했더라면 그 공간을 따내지 못했을 신생 회사들엔 기회가 됐다.

페이스북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Robust) 광고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게 갤러웨이의 논점이다.


■ 이번엔 애플이 절교통보를 했다...'iOS 14.5'라는 방식으로

하지만 이번 '절교통보'는 다르다. 팀 쿡은 올 초 '데이터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어떤 사업이 사용자를 잘못된 생각으로 이끌며, 데이터를 착취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조에 기반했다면, 애플은 그런 사업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바꿔야죠.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수준이 아니고 보상까지 하면 어떻게 될까?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로 음모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하면 결과는 뭘까?

알고리즘을 자양분 삼아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이 난무하는데 더는 눈 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양극화와 신뢰 상실, 폭력을 낳고 있단 걸 외면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을 초래하게 둘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업데이트된 아이폰 최신 운영체제 iOS 14.5로 '바꾸겠다'는 발언에 책임을 졌다. 새 iOS로 업데이트된 아이폰에는 앱 사용 때에 아래와 같은 팝업이 뜬다.


이 단순한 팝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광고모델을 무력화하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 있다.


■ 이번엔 코웃음 못 치는 저커버그

팝업이 뜨면 광고업계에선 70~90%가 '아니오'를 누를 것으로 본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할 수 없다.

페북에 사용된 단어, 댓글을 다는 글, 좋아요 누른 사진, 검색, 사용 습관... 모든 데이터가 광고를 위한 정보다.

페북은 자체 앱뿐만 아니라 다른 앱들도 추적한다. 사용자의 나이, 정치적 성향, 소비 패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표적 광고'에 활용하는데 이 정보가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저커버그, 이번엔 벌벌 떤다.

신문에 애플의 정책에 반대하는 광고를 하고, 저커버그는 '아이폰 쓰지 말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지난 연말엔 '오래전부터 삼성 갤럭시폰의 열혈팬'이라고 고백 아닌 고백도 했다.

페이스북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소기업들의 ‘광고 권리’를 생각한다며 신문에 낸 광고. 사실은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고백일 뿐이다.
그러나 순진하게 '백기사' 애플이 '말썽꾸러기' 페이스북을 단죄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애플이 왜 이러는지, 갤러웨이 교수 말을 좀 더 들어본다. 그는 지금 세상을 미국의 독과점 빅테크 기업(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기업들을 딱 두 카테고리로 나눈다.


■ "빨간 모델"과 "파란 모델"


파란 모델은 비싼 물건을 원가 이하에 파는 모델이다. 원가 이하가 아니라 무료일 때가 많다.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이다.

대신 다른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주로 광고주로부터 받는 광고의 형태다.

신문과 방송이 과거의 '파란'회사다. 이들은 독자와 자신 사이에 형성된 '신뢰'를 광고주에게 팔았다.

그러나 지금 '파란' 빅테크 회사가 파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 '데이터'다. 소비자에겐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최저가 상품 정보를 공짜로 주는 대신 '소비자의 데이터'를 가져간다. 데이터는 소비자가 '뭘 읽고, 사고, 말하고, 먹고, 살고, 만나는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구글이 이 '데이터 착취'의 선두주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제1의 '타겟광고' 미디어 회사다. 즉, '프라이버시'를 가져가는 회사다.

빨간 모델은 물건을 비싸게 파는 모델이다. 가능한 저렴한 원가로 물건을 만들고, 이 물건을 가능한 한 비싸게 판다. 고객의 지갑을 직접 열어야 한다.

애플이 빨간 회사다.

빨간 회사는 소비자가 제품에 충성하게 만들어 생존한다. 애플은 '프리미엄 디자인'과 '완벽한 생태계', 그리고 '최대한의 프라이버시'로 고소득층 고객의 취향에 부응한다.

하지만 공짜 서비스와 저가 폰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값 받겠다'는 모델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MS조차 파란 모델로 한 발 한 발 이동한다.) 생존을 위해선, 고객의 취향에 더 완벽하고 철저하게 부응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매일 1200개 데이터 포인트를 구글 데이터 센터로 보낸다. 반면, 아이폰은 200개만 보낸다. 애플은 고객 데이터를 이윤을 창출하는데 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팀쿡은 "우리는 고객을 현금화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어요. 만약에 우리가 고객을 우리의 제품으로 만든다면 말이죠.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 근본적 충돌... 빅테크 생존경쟁

결론 : 애플은 페이스북을 '괴롭히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애플 역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함으로써 충성을 획득하는 사업과 프라이버시를 데이터로 전환해 존속하는 사업의 충돌이다. 당장 보기엔 페이스북이 손 쓸 수 있는 건 없어 보인다.

이제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열면, 애플이 강제한 '추적 허용 여부 팝업'이 아래와 같이 뜬다.


페이스북은 팝업 띄우기에 앞서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렇게 하면 페이스북이 더 나은 광고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도 쓰여 있다.

최대한 사용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한 문구들이지만, 마지막 순간 사용자가 "앱에 추적금지 요청" 대신 "허용"을 누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애플의 '절교 통보'는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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