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년’의 죽음…故 김용균 참사와 닮았다

입력 2021.05.06 (11:56) 수정 2021.05.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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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4월) 22일, 23살 이선호 씨가 숨졌다. 평택항 컨테이너 하역장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컨테이너 작업 중 300kg 무게의 부품에 깔려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 씨는 하청에 또 하청을 받은 재하청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였다. 작업 현장에 안전관리자는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만 1명 있었다.

위험의 외주화, 20대 비정규직 청년, 안전 규정 미준수… 24살이었던 故 김용균 씨의 죽음, 구의역 김모 군의 사망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마치 '참사의 공식'처럼 반복된 걸로 보인다.


■ 오픈형 컨테이너 작업 중 참사…투입 첫 날 일어난 사고

숨진 이선호 씨는 1년 가량 평택항에서 일했다. 평택항 신컨테이너 부두에서 수출입되는 컨테이너의 검수와 검역을 맡았다.

평택항은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총괄 관리한다. 사고가 난 신컨테이너 부두는 해수청의 위탁을 받아 한 항만하역 전문업체가 운영하고, 그 업체는 일용직 인력 회사에 또 위탁을 줬다. 이 씨는 그 인력 회사 소속이었다. 전형적인 재하청 구조다.

이 씨가 하던 일은 원래 하던 일은 동식물 검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항만하역업체의 관리자가 바뀌면서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FRC(Flat Rack Container) 라는 오픈형 컨테이너 작업까지 추가로 맡게 됐다.

사고가 난  유형의 FRC 컨테이너 : 고정형 상자인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바닥면만 있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비규격 화물을 싣기 위해 주로 쓰인다. 화물의 크기에 맞춘 뒤 천장 없이 앞뒷면만 막아 운송한다.사고가 난 유형의 FRC 컨테이너 : 고정형 상자인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바닥면만 있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비규격 화물을 싣기 위해 주로 쓰인다. 화물의 크기에 맞춘 뒤 천장 없이 앞뒷면만 막아 운송한다.

4월 22일 이 씨는 FRC 컨테이너 바닥의 나무 합판을 정리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았다. 이 씨가 이 업무를 맡은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컨테이너 왼쪽과 오른쪽 끝에 날개처럼 서있는 부품의 무게는 300kg 정도다. 지게차가 한쪽 날개를 접으려고 하는 순간, 반대편 날개가 쓰러졌다. 아래 있던 이 씨를 덮쳤다.

동식물 검역 일을 해오던 이 씨가 FRC 작업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고 투입됐는지는 의문이다. 재하청 위탁 계약이 정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각종 안전규정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숨진 이 씨가 안전모 등 기초적인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을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반복되는 참사의 공식…'제2의 김용균을 막자' 과연 가능할까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업무 지시와 안전 감독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히 따져볼 부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도 앞선 참사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가장 위험한 일을 재하청 업체에 맡겼고, 20대 청년이 충분한 교육도 못받고 작업에 투입됐다. 故
김용균 씨, 구의역 김모 군이 겪었던 사건과 유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일을 막고 책임자를 엄벌하자며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시행 전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이선호 씨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4월 28일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 제막된 故 김용균 씨 추모 조형물. ‘아프지 않고, 죽지 않게’ 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4월 28일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 제막된 故 김용균 씨 추모 조형물. ‘아프지 않고, 죽지 않게’ 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지난달(4월) 28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는 故 김용균 씨 추모 조형물이 세워졌다. '제2의 김용균을 막자'는 바람을 담아 건립됐다.

조형물 제막 엿새 전, 비슷한 또래의 한 청년이 또 숨졌다. 매우 유사한 과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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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청년’의 죽음…故 김용균 참사와 닮았다
    • 입력 2021-05-06 11:56:04
    • 수정2021-05-06 13:50:33
    취재K

지난달(4월) 22일, 23살 이선호 씨가 숨졌다. 평택항 컨테이너 하역장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컨테이너 작업 중 300kg 무게의 부품에 깔려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 씨는 하청에 또 하청을 받은 재하청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였다. 작업 현장에 안전관리자는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만 1명 있었다.

위험의 외주화, 20대 비정규직 청년, 안전 규정 미준수… 24살이었던 故 김용균 씨의 죽음, 구의역 김모 군의 사망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마치 '참사의 공식'처럼 반복된 걸로 보인다.


■ 오픈형 컨테이너 작업 중 참사…투입 첫 날 일어난 사고

숨진 이선호 씨는 1년 가량 평택항에서 일했다. 평택항 신컨테이너 부두에서 수출입되는 컨테이너의 검수와 검역을 맡았다.

평택항은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총괄 관리한다. 사고가 난 신컨테이너 부두는 해수청의 위탁을 받아 한 항만하역 전문업체가 운영하고, 그 업체는 일용직 인력 회사에 또 위탁을 줬다. 이 씨는 그 인력 회사 소속이었다. 전형적인 재하청 구조다.

이 씨가 하던 일은 원래 하던 일은 동식물 검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항만하역업체의 관리자가 바뀌면서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FRC(Flat Rack Container) 라는 오픈형 컨테이너 작업까지 추가로 맡게 됐다.

사고가 난  유형의 FRC 컨테이너 : 고정형 상자인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바닥면만 있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비규격 화물을 싣기 위해 주로 쓰인다. 화물의 크기에 맞춘 뒤 천장 없이 앞뒷면만 막아 운송한다.
4월 22일 이 씨는 FRC 컨테이너 바닥의 나무 합판을 정리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았다. 이 씨가 이 업무를 맡은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컨테이너 왼쪽과 오른쪽 끝에 날개처럼 서있는 부품의 무게는 300kg 정도다. 지게차가 한쪽 날개를 접으려고 하는 순간, 반대편 날개가 쓰러졌다. 아래 있던 이 씨를 덮쳤다.

동식물 검역 일을 해오던 이 씨가 FRC 작업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고 투입됐는지는 의문이다. 재하청 위탁 계약이 정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각종 안전규정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숨진 이 씨가 안전모 등 기초적인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을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반복되는 참사의 공식…'제2의 김용균을 막자' 과연 가능할까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업무 지시와 안전 감독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히 따져볼 부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도 앞선 참사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가장 위험한 일을 재하청 업체에 맡겼고, 20대 청년이 충분한 교육도 못받고 작업에 투입됐다. 故
김용균 씨, 구의역 김모 군이 겪었던 사건과 유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일을 막고 책임자를 엄벌하자며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시행 전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이선호 씨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4월 28일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 제막된 故 김용균 씨 추모 조형물. ‘아프지 않고, 죽지 않게’ 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지난달(4월) 28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앞에는 故 김용균 씨 추모 조형물이 세워졌다. '제2의 김용균을 막자'는 바람을 담아 건립됐다.

조형물 제막 엿새 전, 비슷한 또래의 한 청년이 또 숨졌다. 매우 유사한 과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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