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값 50% 급등…“공장 돌릴수록 손해”

입력 2021.05.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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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철강 가격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철강 가격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 철강업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연말까지 철강재값 계속 오를 듯"

포스코는 최근 열린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10년 만에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 만인 오늘(6일) 오전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요. 다른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1분기 3,0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요. 현대제철은 "철강 시황의 상승세에 맞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최근 높은 실적을 거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철강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 규제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국내산 철강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3·4분기까지 철강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합니다. 철강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뜻이지요.

올해 3분기까지는 철강 가격의 고공행진이 예상된다.올해 3분기까지는 철강 가격의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 "철강값 50% 올랐는데 공장 돌릴 수 있겠어요?"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립니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게 철강이죠. 작은 부품 하나에도 철강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세한 제조업체 일수록 철강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산 철강이 많이 수입되고 있지만 불순물이 섞여 있는 저품질 철강이 많아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나 전자업체들에 납품할 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한 업체는 '2차 밴더'입니다. 자동차 회사 하도급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자동차 공장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 운반용 철제 수레와 전자회사에서 부품을 올려두는 철제 적재함 등을 주로 만듭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불어닥친 불황을 간신히 버텼습니다.

올해 초부터 물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곧 공장 문을 닫아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주일에 7~8%씩 오르는 철강재 가격 때문입니다. 한 주 전에 t당 30만 원을 주고 샀던 '각형 강관'을 이번 주에는 t당 45만 원 넘게 줘야 구할 수 있는 지경입니다.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서 오래 거래하고 있는 업체에 사정사정 해야 합니다.

곽규문/소규모 철강업체 대표
"어느 정도의 예상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꾸 인상을 하면 저희 같은 업체는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휘발유나 버스 요금 같은 경우도 요금 한 번 올리려면 여러 기관에서 검토하고 미리 인상 폭을 알려주기도 하고 하는데, 철강재는 어제 가격이 오르면 오늘 공문이 옵니다. 미리 준비할 여력이 전혀 없는 거죠. 언제 얼마만큼 오른다 예상이라도 할 수 있으면 미리 준비라도 할텐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당황스럽습니다."


일주일에 7~8% 철강 가격이 오르는데 영세 제조업체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없다.일주일에 7~8% 철강 가격이 오르는데 영세 제조업체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없다.

■ "손해 보면서 공장 돌려도 말 못하는 '을'의 심정 아십니까?"

철강재 값이 오르면 원청업체에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납품업체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3년 전에 원청업체와 계약을 맺습니다. 가격 역시 계약서 작성 당시 결정되지요. 계약 이후 제품 설계를 하고, 설계 승인을 받으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철강 값이 수십%씩 오르면 공장을 돌릴수록, 제품을 만들어 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손해 난다고 해서 계약을 마음대로 파기할 수도 없죠. 신용을 잃으면 납품 기회가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서영훈/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 주임
"수익이 나지 않더라고 반강제적으로 납품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거래를 유지해야 해서… 영세업체들은 가격을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계약을 맺으면 그 가격에 맞춰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거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 단가에 적시에 반영되는 부분이 필요한데 지금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영세 제조업체들은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과거처럼 국영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생산량이나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 일정과 가격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서 동향과 예측치를 분석해서 영세업체들이 손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도 내놨습니다. 직원 5~6명이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쉴새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자료를 참고해 앞으로를 예측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영세 제조업체 대표 청와대 청원문영세 제조업체 대표 청와대 청원문

저희가 만난 제조업체 대표는 아무도 영세업체들의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관심도 없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넣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이른바 '신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서 소외되고 급여 수준과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 젊은 층도 외면하고 있는 단순 제조업. 하지만, 산업의 기초인 뿌리산업인 만큼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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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강재값 50% 급등…“공장 돌릴수록 손해”
    • 입력 2021-05-07 07:01:25
    취재K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철강 가격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 철강업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연말까지 철강재값 계속 오를 듯"

포스코는 최근 열린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10년 만에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 만인 오늘(6일) 오전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요. 다른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1분기 3,0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요. 현대제철은 "철강 시황의 상승세에 맞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최근 높은 실적을 거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철강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 규제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국내산 철강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3·4분기까지 철강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합니다. 철강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뜻이지요.

올해 3분기까지는 철강 가격의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 "철강값 50% 올랐는데 공장 돌릴 수 있겠어요?"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립니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게 철강이죠. 작은 부품 하나에도 철강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세한 제조업체 일수록 철강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산 철강이 많이 수입되고 있지만 불순물이 섞여 있는 저품질 철강이 많아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나 전자업체들에 납품할 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한 업체는 '2차 밴더'입니다. 자동차 회사 하도급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자동차 공장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 운반용 철제 수레와 전자회사에서 부품을 올려두는 철제 적재함 등을 주로 만듭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불어닥친 불황을 간신히 버텼습니다.

올해 초부터 물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곧 공장 문을 닫아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주일에 7~8%씩 오르는 철강재 가격 때문입니다. 한 주 전에 t당 30만 원을 주고 샀던 '각형 강관'을 이번 주에는 t당 45만 원 넘게 줘야 구할 수 있는 지경입니다.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서 오래 거래하고 있는 업체에 사정사정 해야 합니다.

곽규문/소규모 철강업체 대표
"어느 정도의 예상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꾸 인상을 하면 저희 같은 업체는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휘발유나 버스 요금 같은 경우도 요금 한 번 올리려면 여러 기관에서 검토하고 미리 인상 폭을 알려주기도 하고 하는데, 철강재는 어제 가격이 오르면 오늘 공문이 옵니다. 미리 준비할 여력이 전혀 없는 거죠. 언제 얼마만큼 오른다 예상이라도 할 수 있으면 미리 준비라도 할텐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당황스럽습니다."


일주일에 7~8% 철강 가격이 오르는데 영세 제조업체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없다.
■ "손해 보면서 공장 돌려도 말 못하는 '을'의 심정 아십니까?"

철강재 값이 오르면 원청업체에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납품업체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3년 전에 원청업체와 계약을 맺습니다. 가격 역시 계약서 작성 당시 결정되지요. 계약 이후 제품 설계를 하고, 설계 승인을 받으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철강 값이 수십%씩 오르면 공장을 돌릴수록, 제품을 만들어 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손해 난다고 해서 계약을 마음대로 파기할 수도 없죠. 신용을 잃으면 납품 기회가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서영훈/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 주임
"수익이 나지 않더라고 반강제적으로 납품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거래를 유지해야 해서… 영세업체들은 가격을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계약을 맺으면 그 가격에 맞춰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거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 단가에 적시에 반영되는 부분이 필요한데 지금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영세 제조업체들은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과거처럼 국영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생산량이나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 일정과 가격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서 동향과 예측치를 분석해서 영세업체들이 손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도 내놨습니다. 직원 5~6명이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쉴새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자료를 참고해 앞으로를 예측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영세 제조업체 대표 청와대 청원문
저희가 만난 제조업체 대표는 아무도 영세업체들의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관심도 없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넣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이른바 '신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서 소외되고 급여 수준과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 젊은 층도 외면하고 있는 단순 제조업. 하지만, 산업의 기초인 뿌리산업인 만큼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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