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 조직이 ‘무인거래소’ 운영한 이유는?

입력 2021.05.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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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휴대전화와 마약 등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휴대전화와 마약 등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베트남에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로 마약 판매조직 국내 총책 37살 남성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을 사들이고 투약한 17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올해 4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골목길. 경찰이 마약판매책 차량을 급습하고 있다.올해 4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골목길. 경찰이 마약판매책 차량을 급습하고 있다.

■ 마약 거래도 ‘비대면’…텔레그램·던지기 수법 등

이들 마약 판매책의 거래 수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 비대면’이었습니다. 우선 베트남 마약 판매 조직, 텔레그램 닉네임 ‘사라김’으로부터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합니다.

이렇게 받은 마약을 공중화장실 변기 뒤쪽 틈새나 소화기 받침대 밑, 계단 기둥 아래 등에 붙여놓으면, 국내 판매 총책이 이를 찾아낸 뒤 나눠서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하게 됩니다.

마약 판매자는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구매자와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사물함이나 공중화장실 등 특정 장소를 정해 마약을 전달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마약 거래 수법입니다.

일명 '던지기' 수법에 활용된 오토바이와 적재함에 실린 마약.일명 '던지기' 수법에 활용된 오토바이와 적재함에 실린 마약.

■ 던지기 거래로 신뢰 쌓이면 ‘무인거래소’ 거래

수법은 더 교묘해졌습니다. 던지기 수법 거래로 신뢰가 쌓인 구매자를 ‘VIP’라고 칭하고, 이들을 위한 무인거래소를 운영한 겁니다.

도심 한복판 오피스텔을 임대해 마약 거래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마약 밀매 조직이 해 온 이른바 ‘던지기 수법’은 매번 장소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무인 거래소는 밀매 조직 뿐 아니라 마약 구매자에게도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려고 평소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주택가를 선택했고, 판매책이 마약 거래 VIP에게 오피스텔 출입문과 그 안에 있는 ‘007 서류가방’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구매자들이 찾아가 마약과 돈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마약 무인거래소, 일명 '무인방'에서 발견된 서류가방. 이 안에 미처 팔지 못한 마약과 돈다발이 그대로 남아있다.마약 무인거래소, 일명 '무인방'에서 발견된 서류가방. 이 안에 미처 팔지 못한 마약과 돈다발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번에 검거된 단순 마약 투약자 17명 가운데 5명이 VIP로 ‘관리’받았고, 이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조직원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마약 투약자를 조사하는 경찰이 구매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덜미가붙잡혔습니다. 검거된 구매자 연령대 대부분이 30대였지만, 이 가운데 17살 청소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2만 명분 마약 압수…텔레그램 흔적까지 찾는다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수사 과정에서 2만 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537g과 케타민 632g, 엑스터시 약 400정 등 22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조직이 국내 밀반입 마약 중 30% 정도를 판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에서 마약류를 공급한 해외 공급책 ‘사라김’을 특정하고, 검거와 송환을 위해 현지 경찰 주재관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영길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마약류는 단 한 번의 호기심이나 실수로 접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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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7 16:46:50
    취재K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휴대전화와 마약 등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베트남에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로 마약 판매조직 국내 총책 37살 남성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을 사들이고 투약한 17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올해 4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골목길. 경찰이 마약판매책 차량을 급습하고 있다.
■ 마약 거래도 ‘비대면’…텔레그램·던지기 수법 등

이들 마약 판매책의 거래 수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 비대면’이었습니다. 우선 베트남 마약 판매 조직, 텔레그램 닉네임 ‘사라김’으로부터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합니다.

이렇게 받은 마약을 공중화장실 변기 뒤쪽 틈새나 소화기 받침대 밑, 계단 기둥 아래 등에 붙여놓으면, 국내 판매 총책이 이를 찾아낸 뒤 나눠서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하게 됩니다.

마약 판매자는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구매자와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사물함이나 공중화장실 등 특정 장소를 정해 마약을 전달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마약 거래 수법입니다.

일명 '던지기' 수법에 활용된 오토바이와 적재함에 실린 마약.
■ 던지기 거래로 신뢰 쌓이면 ‘무인거래소’ 거래

수법은 더 교묘해졌습니다. 던지기 수법 거래로 신뢰가 쌓인 구매자를 ‘VIP’라고 칭하고, 이들을 위한 무인거래소를 운영한 겁니다.

도심 한복판 오피스텔을 임대해 마약 거래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마약 밀매 조직이 해 온 이른바 ‘던지기 수법’은 매번 장소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무인 거래소는 밀매 조직 뿐 아니라 마약 구매자에게도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려고 평소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주택가를 선택했고, 판매책이 마약 거래 VIP에게 오피스텔 출입문과 그 안에 있는 ‘007 서류가방’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구매자들이 찾아가 마약과 돈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마약 무인거래소, 일명 '무인방'에서 발견된 서류가방. 이 안에 미처 팔지 못한 마약과 돈다발이 그대로 남아있다.이번에 검거된 단순 마약 투약자 17명 가운데 5명이 VIP로 ‘관리’받았고, 이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조직원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마약 투약자를 조사하는 경찰이 구매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덜미가붙잡혔습니다. 검거된 구매자 연령대 대부분이 30대였지만, 이 가운데 17살 청소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2만 명분 마약 압수…텔레그램 흔적까지 찾는다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수사 과정에서 2만 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537g과 케타민 632g, 엑스터시 약 400정 등 22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조직이 국내 밀반입 마약 중 30% 정도를 판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에서 마약류를 공급한 해외 공급책 ‘사라김’을 특정하고, 검거와 송환을 위해 현지 경찰 주재관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영길 강원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마약류는 단 한 번의 호기심이나 실수로 접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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