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반려동물 랜덤박스’ 충격…반려견 사고 급증에 목줄 의무화

입력 2021.05.08 (08:01) 수정 2021.05.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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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 화물차에서 반려동물이 들어 있는 박스가 발견된 모습 (출처=바이두)중국 청두 화물차에서 반려동물이 들어 있는 박스가 발견된 모습 (출처=바이두)

중국 행정당국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최근 쓰촨성 청두의 한 도로에서 화물차 한 대를 멈춰세웠습니다. 화물차에는 상자가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상자 안을 들여다 봤더니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청두 구조센터 책임자인 천위롄 씨는 화물차 안에서 동물이 질식사 할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 중국에서 '반려동물 박스' 잇달아 발견

청두의 한 물류창고에 쌓인 택배 상자 160개에서는 생후 석달도 안된 개와 고양이는 물론 토끼, 거북이도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4마리는 상자 안에서 숨져있었습니다. 현장은 동물들의 신음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이처럼 수십, 수백마리 반려동물들이 박스에 갇힌 채 발견된 배경에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끈 '반려동물 랜덤박스'가 있습니다. 모형 인형, 화장품 등을 박스에 무작위로 담아 파는 마케팅 기법인 랜덤박스를 반려동물 거래에도 적용한 것입니다.

박스에 갇힌 반려동물 구조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CCTV 보도박스에 갇힌 반려동물 구조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CCTV 보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우리 돈 몇천원~몇만원 정도에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이 거래됩니다. 이때 소비자들은 동물의 종류만 처음에 선택할 수 있을 뿐 실제 정확히 어떤 동물이 올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랜덤'입니다. 생명에 대한 존엄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중국 SNS에 쏟아졌습니다.

■ '반려동물 호텔'도 성업

한쪽에서는 반려동물들이 이처럼 비참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반려동물 호텔'도 성업 중입니다. 5월 초 닷새동안 이어진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 반려동물 호텔로 흔히 부르는 보호센터가 특수를 누렸습니다. 베이징 도심에서는 하루 300위안(약 5만 2천원), 시 외곽에서는 80위안(약 만 3천원) 가량을 받는다고 중국신문사(CNS)는 전했습니다. 최고급 시설의 경우 하루 500위안(약 8만 6천원)을 받는데, 게임과 달리기, 수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중국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2019년 기준 6,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72만 명 늘었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결혼율 저하, 출산율 하락 등에 따른 1인 가구 증가 추세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 반려견 사고 늘자 5월부터 외출 시 목줄 착용 의무화

반려견이 늘다보니 사건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광둥성 포산에서는 한 노인이 반려견 목줄에 발이 걸려넘어졌습니다. 주인이 대형 반려견의 목줄을 놓친 직후였습니다. 88살 할머니는 땅에 머리를 부딪혔고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8년 하이난 싼야에서는 개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덮쳤습니다. 안고 있던 생후 7개월 아기가 크게 다쳤습니다. 개 주인이 배상을 기피하다 구류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중국 당국은 5월부터 외출시 반려견에 목줄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출처=펑파이)중국 당국은 5월부터 외출시 반려견에 목줄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출처=펑파이)

이처럼 사고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외출 시 반려견의 목줄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동물방역법을 개정해 2021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방 백신도 정기적으로 접종하도록 했습니다.

■ 중국 반려동물 산업 꾸준히 성장…반려동물 식품이 가장 비중 커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성장 중입니다. 2019년 기준 중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4억 위안인데,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입니다(중국 치엔잔산업연구원). 특히 중국 반려동물 식품 시장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데 2019년 701억 위안 규모로 커졌습니다. 2010년 대비 7배나 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반려동물 서비스 업체가 등록한 곳만 지난 연말 기준 37만 곳에 이릅니다. 한해 전에 비해 90%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중국 반려동물 산업이 2023년 6천억 위안(약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시장조사업체(아이미디어 리서치)의 전망도 있습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 1, 2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중국인 수는 계속 늘어나고 반려동물 생활의 질적 향상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득 증대에 따라 반려동물 식품도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산 제품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도 중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예컨대 반려동물 식품의 경우 2019년 기준 절반이 온라인 쇼핑으로 유통됐습니다. 편리한 결재와 빠른 배송, 다양한 할인 행사가 일상화된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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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8 08:01:16
    • 수정2021-05-08 17:35:23
    특파원 리포트
중국 청두 화물차에서 반려동물이 들어 있는 박스가 발견된 모습 (출처=바이두)
중국 행정당국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최근 쓰촨성 청두의 한 도로에서 화물차 한 대를 멈춰세웠습니다. 화물차에는 상자가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상자 안을 들여다 봤더니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청두 구조센터 책임자인 천위롄 씨는 화물차 안에서 동물이 질식사 할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 중국에서 '반려동물 박스' 잇달아 발견

청두의 한 물류창고에 쌓인 택배 상자 160개에서는 생후 석달도 안된 개와 고양이는 물론 토끼, 거북이도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4마리는 상자 안에서 숨져있었습니다. 현장은 동물들의 신음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이처럼 수십, 수백마리 반려동물들이 박스에 갇힌 채 발견된 배경에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끈 '반려동물 랜덤박스'가 있습니다. 모형 인형, 화장품 등을 박스에 무작위로 담아 파는 마케팅 기법인 랜덤박스를 반려동물 거래에도 적용한 것입니다.

박스에 갇힌 반려동물 구조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CCTV 보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우리 돈 몇천원~몇만원 정도에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이 거래됩니다. 이때 소비자들은 동물의 종류만 처음에 선택할 수 있을 뿐 실제 정확히 어떤 동물이 올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랜덤'입니다. 생명에 대한 존엄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중국 SNS에 쏟아졌습니다.

■ '반려동물 호텔'도 성업

한쪽에서는 반려동물들이 이처럼 비참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반려동물 호텔'도 성업 중입니다. 5월 초 닷새동안 이어진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 반려동물 호텔로 흔히 부르는 보호센터가 특수를 누렸습니다. 베이징 도심에서는 하루 300위안(약 5만 2천원), 시 외곽에서는 80위안(약 만 3천원) 가량을 받는다고 중국신문사(CNS)는 전했습니다. 최고급 시설의 경우 하루 500위안(약 8만 6천원)을 받는데, 게임과 달리기, 수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중국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2019년 기준 6,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72만 명 늘었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결혼율 저하, 출산율 하락 등에 따른 1인 가구 증가 추세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 반려견 사고 늘자 5월부터 외출 시 목줄 착용 의무화

반려견이 늘다보니 사건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광둥성 포산에서는 한 노인이 반려견 목줄에 발이 걸려넘어졌습니다. 주인이 대형 반려견의 목줄을 놓친 직후였습니다. 88살 할머니는 땅에 머리를 부딪혔고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8년 하이난 싼야에서는 개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덮쳤습니다. 안고 있던 생후 7개월 아기가 크게 다쳤습니다. 개 주인이 배상을 기피하다 구류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중국 당국은 5월부터 외출시 반려견에 목줄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출처=펑파이)
이처럼 사고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외출 시 반려견의 목줄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동물방역법을 개정해 2021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방 백신도 정기적으로 접종하도록 했습니다.

■ 중국 반려동물 산업 꾸준히 성장…반려동물 식품이 가장 비중 커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성장 중입니다. 2019년 기준 중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4억 위안인데,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입니다(중국 치엔잔산업연구원). 특히 중국 반려동물 식품 시장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데 2019년 701억 위안 규모로 커졌습니다. 2010년 대비 7배나 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반려동물 서비스 업체가 등록한 곳만 지난 연말 기준 37만 곳에 이릅니다. 한해 전에 비해 90%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중국 반려동물 산업이 2023년 6천억 위안(약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시장조사업체(아이미디어 리서치)의 전망도 있습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 1, 2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중국인 수는 계속 늘어나고 반려동물 생활의 질적 향상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득 증대에 따라 반려동물 식품도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산 제품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도 중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예컨대 반려동물 식품의 경우 2019년 기준 절반이 온라인 쇼핑으로 유통됐습니다. 편리한 결재와 빠른 배송, 다양한 할인 행사가 일상화된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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