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경찰관 폭행·소화기 분사…만취 행패 끝 실형

입력 2021.05.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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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공무집행방해죄의 양형이 세지는 추세입니다. 예전처럼 술에 취했더라도 '실수'로 받아주는 분위기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음주 상태에서의 공무집행방해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 만취해 택시비 안 내고 경찰관 걷어차고…친구는 소화기 '펑'

A 씨는 2020년 1월 새벽 4시쯤, 서울 지하철 청담역 부근에서 만취 상태에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A 씨는 강남구 인근 상점 앞에 도착했지만 1만원 남짓 나온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화장품'을 택시 기사에게 내밀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강남경찰서 파출소 소속 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A 씨는 경찰로부터 택시 요금을 내라고 요구받자 "XX, 지금 아저씨가 막 하고 있잖아, 꺼져. 나가라고 XXX아"라고 욕설을 하며 여성 경관의 다리를 걷어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혔습니다.

A 씨는 경찰관들이 자신을 경범죄처벌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욕설을 하며 10cm 굽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발로 남성 경관의 배와 다리를 수회 걷어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염좌 등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A 씨는 체포돼 순찰차 뒷좌석에 탑승한 채 파출소로 인치됐습니다. A 씨는 차량 내부에서 순찰차 내부에 설치된 플라스틱 안전 칸막이를 수회 차고, 뒷좌석 유리 창문을 여러 번 걷어차 순찰차를 파손시켰고, 여기엔 104만5000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어갔습니다.

A 씨는 파출소에 도착한 후 거기서 근무하던 경관에게 종이컵을 던지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민원인 안내데스크를 향해 던지고, 고성으로 "경찰XX들아, 개XX들아 XX놈들아"라는 등 욕을 하며 약 190분에 걸쳐 술에 취한 채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을 이어나갔습니다.

A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경관으로부터 현행범 체포 확인서 및 체포구속신체확인서 등을 제시받자 양손으로 이를 찢어버렸습니다.

A 씨는 이 외에도 2020년 8월 새벽 1시쯤 A 씨에게 전화상으로 욕설을 한 사람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주점 안에서 찾으며 "나한테 욕한 X 데리고 나와라, 왜 숨겼냐"라고 소리치며 그곳 종업원과 손님들을 밀쳤습니다.

A 씨와 동행한 친구 B 씨는 엘리베이터 앞 소화기를 들어 그곳 계단과 출입문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는 등 약 20분간 소란을 피웠습니다.

이 사건으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송파경찰서 소속 지구대 경찰관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던 중, A 씨는 경찰관에게 "XXX야"라고 욕설하며 발로 경관의 다리를 한 차례 걷어차고, 계속해서 순찰차 뒷좌석에 탑승해 지구대로 이동하던 중 손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A 씨는 공무집행방해, 상해, 공용물건손상, 공용서류손상, 경범죄처벌법위반,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2021년 초 저지른 화장품 2개의 절도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B 씨 역시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법원 "공무집행방해 중해…사용한 물건 반환은 의미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판사 이동희)는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50만 원을, B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범행은 주취상태에서 소란을 피우고 피해자 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면서 발을 걷어차는 등으로 상해를 가하고,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각 행위의 죄질이 무겁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화장품 절도의 경우 제품을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미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가치가 없다고 보인다"며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절도죄 등으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며 A 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만 A 씨가 범행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업무방해와 관련해 공범인 B 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또 "B 씨는 A 씨와 함께 타인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소란을 일으키다가 소화기를 분사해 영업을 방해하였는바, 그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점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번에 한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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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경찰관 폭행·소화기 분사…만취 행패 끝 실형
    • 입력 2021-05-08 09:02:33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br />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공무집행방해죄의 양형이 세지는 추세입니다. 예전처럼 술에 취했더라도 '실수'로 받아주는 분위기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음주 상태에서의 공무집행방해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 만취해 택시비 안 내고 경찰관 걷어차고…친구는 소화기 '펑'

A 씨는 2020년 1월 새벽 4시쯤, 서울 지하철 청담역 부근에서 만취 상태에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A 씨는 강남구 인근 상점 앞에 도착했지만 1만원 남짓 나온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화장품'을 택시 기사에게 내밀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강남경찰서 파출소 소속 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A 씨는 경찰로부터 택시 요금을 내라고 요구받자 "XX, 지금 아저씨가 막 하고 있잖아, 꺼져. 나가라고 XXX아"라고 욕설을 하며 여성 경관의 다리를 걷어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혔습니다.

A 씨는 경찰관들이 자신을 경범죄처벌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욕설을 하며 10cm 굽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발로 남성 경관의 배와 다리를 수회 걷어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염좌 등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A 씨는 체포돼 순찰차 뒷좌석에 탑승한 채 파출소로 인치됐습니다. A 씨는 차량 내부에서 순찰차 내부에 설치된 플라스틱 안전 칸막이를 수회 차고, 뒷좌석 유리 창문을 여러 번 걷어차 순찰차를 파손시켰고, 여기엔 104만5000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어갔습니다.

A 씨는 파출소에 도착한 후 거기서 근무하던 경관에게 종이컵을 던지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민원인 안내데스크를 향해 던지고, 고성으로 "경찰XX들아, 개XX들아 XX놈들아"라는 등 욕을 하며 약 190분에 걸쳐 술에 취한 채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을 이어나갔습니다.

A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경관으로부터 현행범 체포 확인서 및 체포구속신체확인서 등을 제시받자 양손으로 이를 찢어버렸습니다.

A 씨는 이 외에도 2020년 8월 새벽 1시쯤 A 씨에게 전화상으로 욕설을 한 사람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주점 안에서 찾으며 "나한테 욕한 X 데리고 나와라, 왜 숨겼냐"라고 소리치며 그곳 종업원과 손님들을 밀쳤습니다.

A 씨와 동행한 친구 B 씨는 엘리베이터 앞 소화기를 들어 그곳 계단과 출입문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는 등 약 20분간 소란을 피웠습니다.

이 사건으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송파경찰서 소속 지구대 경찰관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던 중, A 씨는 경찰관에게 "XXX야"라고 욕설하며 발로 경관의 다리를 한 차례 걷어차고, 계속해서 순찰차 뒷좌석에 탑승해 지구대로 이동하던 중 손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A 씨는 공무집행방해, 상해, 공용물건손상, 공용서류손상, 경범죄처벌법위반,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2021년 초 저지른 화장품 2개의 절도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B 씨 역시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법원 "공무집행방해 중해…사용한 물건 반환은 의미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판사 이동희)는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50만 원을, B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범행은 주취상태에서 소란을 피우고 피해자 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면서 발을 걷어차는 등으로 상해를 가하고,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각 행위의 죄질이 무겁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화장품 절도의 경우 제품을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미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가치가 없다고 보인다"며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절도죄 등으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며 A 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만 A 씨가 범행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업무방해와 관련해 공범인 B 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또 "B 씨는 A 씨와 함께 타인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소란을 일으키다가 소화기를 분사해 영업을 방해하였는바, 그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점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번에 한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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