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19

입력 2021.05.08 (09:02) 수정 2021.05.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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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
■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그땐 왜 달랐을까?
■ 코로나 고용쇼크의 본질, 대면 서비스 업종과 육아 부담
■ 포스트 코로나, 여성 고용의 미래는?



■ '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

코로나19를 겪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었지만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특히 '직장인 엄마'에게 더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모습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앞선 두 경제위기 때는 남성이 더 많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왜 달랐을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차장은 6일 발표한 '코로나19와 여성고용' 보고서에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놨습니다.


■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그땐 왜 달랐을까?

역사적으로 경제침체가 진행될 때 여성보다는 남성의 고용난이 더 심했습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건설업과 제조업이었죠. 경기 민감 업종인 데다 남성의 고용비중이 높은 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기침체(regular recession) 때는 이른바 "추가근로자효과(Added Worker Effect)"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가정의 주 수입원인 남편의 소득이 줄면서, 이를 메꾸기 위해 직업이 없던 아내가 고용시장에 뛰어든다는 겁니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에는 적용하기 힘들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실제 고용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기혼 여성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미혼 여성보다 더 작게 나타난 겁니다.


■ 코로나 고용쇼크의 본질, 대면 서비스 업종과 육아 부담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고용 충격은 이전과 달리 여성, 특히 기혼 여성에게 집중됐습니다.

고용 측면에서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pandemic recession)'는 기존의 경기침체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 것이죠. 여성 일자리 비중이 높았던 대면 서비스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인 '비말에 의한 전파'를 막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여성 취업자는 보건·사회복지(81%), 교육(67%), 숙박음식(63%) 등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성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고, 지난 경제위기 때 관찰된 추가근로자효과(Added Worker Effect) 역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인 엄마'에게 코로나19는 더 가혹했습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경우가 가장 심각했는데, 육아 부담 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부담도 커졌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포스트 코로나, 여성 고용의 미래는?

고용충격 패턴의 변화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와 '일반적인 경기침체'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여성 고용의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한국은행 오삼일 차장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면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통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제 남성도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나눠서 지게 됐습니다. 실제 2020년 중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한 남성은 전년 대비 각각 23.0%와 120.9% 늘어났습니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달라진 근로조건 역시 여성 고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여파로 성공적인 유연근무제를 경험한 기업들이 앞으로도 우수한 여성 인재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성들이 일부 육아 부담이 있다고 해도 재택근무나 시간제 근무를 활용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라져버린 여성 일자리가 AI·기계를 활용한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David Autor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직업(일반 사무직, 서비스직)일수록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자동화가 널리 적용될 경우 이전의 여성 고용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취약계층 여성의 고용 특히 '직장인 엄마'에 대한 배려와 대책,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또 하나의 숙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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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19
    • 입력 2021-05-08 09:02:33
    • 수정2021-05-08 09:20:16
    취재K
■ ‘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br />■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그땐 왜 달랐을까?<br />■ 코로나 고용쇼크의 본질, 대면 서비스 업종과 육아 부담<br />■ 포스트 코로나, 여성 고용의 미래는?


■ '직장인 엄마'에게 더 혹독했던 코로나

코로나19를 겪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었지만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특히 '직장인 엄마'에게 더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모습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앞선 두 경제위기 때는 남성이 더 많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왜 달랐을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차장은 6일 발표한 '코로나19와 여성고용' 보고서에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놨습니다.


■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그땐 왜 달랐을까?

역사적으로 경제침체가 진행될 때 여성보다는 남성의 고용난이 더 심했습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건설업과 제조업이었죠. 경기 민감 업종인 데다 남성의 고용비중이 높은 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기침체(regular recession) 때는 이른바 "추가근로자효과(Added Worker Effect)"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가정의 주 수입원인 남편의 소득이 줄면서, 이를 메꾸기 위해 직업이 없던 아내가 고용시장에 뛰어든다는 겁니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에는 적용하기 힘들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실제 고용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기혼 여성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미혼 여성보다 더 작게 나타난 겁니다.


■ 코로나 고용쇼크의 본질, 대면 서비스 업종과 육아 부담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고용 충격은 이전과 달리 여성, 특히 기혼 여성에게 집중됐습니다.

고용 측면에서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pandemic recession)'는 기존의 경기침체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 것이죠. 여성 일자리 비중이 높았던 대면 서비스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인 '비말에 의한 전파'를 막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여성 취업자는 보건·사회복지(81%), 교육(67%), 숙박음식(63%) 등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성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고, 지난 경제위기 때 관찰된 추가근로자효과(Added Worker Effect) 역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인 엄마'에게 코로나19는 더 가혹했습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경우가 가장 심각했는데, 육아 부담 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부담도 커졌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포스트 코로나, 여성 고용의 미래는?

고용충격 패턴의 변화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와 '일반적인 경기침체'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여성 고용의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한국은행 오삼일 차장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면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통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제 남성도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나눠서 지게 됐습니다. 실제 2020년 중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한 남성은 전년 대비 각각 23.0%와 120.9% 늘어났습니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달라진 근로조건 역시 여성 고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여파로 성공적인 유연근무제를 경험한 기업들이 앞으로도 우수한 여성 인재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성들이 일부 육아 부담이 있다고 해도 재택근무나 시간제 근무를 활용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라져버린 여성 일자리가 AI·기계를 활용한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David Autor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직업(일반 사무직, 서비스직)일수록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자동화가 널리 적용될 경우 이전의 여성 고용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취약계층 여성의 고용 특히 '직장인 엄마'에 대한 배려와 대책,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또 하나의 숙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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