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진화하는 AI 저널리즘…기자는 사라질까?

입력 2021.05.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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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의 기술은 이미 저널리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AI가 쓰는 증권, 스포츠, 날씨 기사들은 2016년부터 상용화됐고 최근엔 AI 앵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AI가 기사의 팩트체크까지 하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AI가 기자의 일을 대체하게 된다면 기자는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질문하는 기자들 Q> 4회 2부 [Q플러스]에서는 AI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 "사람 앵커와 눈으로 분간 어려운 AI 앵커 개발이 목표"

YTN 플러스와 함께 AI 변상욱 앵커를 개발한 AI 전문업체, 이스트소프트에 AI 앵커 제작을 의뢰해봤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AI 앵커 제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스트소프트에서는 사흘이면 제작할 수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2018년에 주말 9시 뉴스 앵커를 했던 당시 영상들을 이스트소프트에 맡겨서 AI에게 학습을 시켜봤습니다.

AI가 딥러닝 학습을 시작한 지 48시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습한 데이터 분량이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입 모양이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꽤 그럴싸합니다. 학습 결과는 이렇습니다.


AI는 주어진 음성과 입 모양을 계속 맞추는 과정을 학습합니다. 앵커가 특정 발음을 할 때 입 모양들이 참고 영상으로 주어지면 AI는 그 영상을 가지고 유추를 해서 답을 내고 정답 이미지와 차이를 계속 비교 분석해서 맞는 방향으로 점차 수정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오류율을 떨어뜨리고 정확도를 계속 높이는 식입니다.

김윤경 이스트소프트 사업실장은 AI 아나운서도 기초 역량은 사람 아나운서와 같아서 전달력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음성에 맞는 입 모양을 더욱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게 기술 개발 목표"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사람 아나운서인지 AI 아나운서인지 사람의 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AI 앵커는 주어진 원고를 읽을 수만 있습니다. 사람 앵커처럼 능동적으로 질문하거나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의 개발은 현재로선 어렵습니다.

김윤경 이스트소프트 사업실장김윤경 이스트소프트 사업실장

AI 변상욱 앵커를 최근 선보인 YTN은 방송에서 AI 앵커의 실제 활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AI 변상욱 앵커를 기획한 윤현숙 YTN 제작2팀장은 "YTN은 24시간 뉴스 방송 채널로 앵커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AI 앵커의 기술 연구 개발을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앞으로 기술이 더 개발된다면 긴급 재난 방송이나 심야 시간대 방송 같은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투입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AI가 기사 팩트체크하는 시대 올까?

AI 저널리즘의 최신 연구 수준은 어떨까? 제작진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AI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이준환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이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의 로봇 기자 'IamFNbot', 프로야구 로봇 기자 '야알봇', 19대 대선과 21대 총선 때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던 SBS '나리봇' 등의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용자와 채팅 대화를 통해 뉴스 정보를 전달하는 '챗봇' 형태의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교수는 기사의 팩트체크도 AI가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백과사전을 학습한 AI가 문장의 사실 여부를 판별하는 수준입니다.

이를테면 백과사전을 학습한 AI에게 '한류라는 단어는 H.O.T의 베이징 공연 이후 처음 나왔다'라는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물어봅니다. 그러면 AI는 '1997년 CC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은 뭐길래> 이후에 일어난 한류 열풍, H.O.T의 베이징 공연은 중국 청소년 사이에 H.O.T 따라 하기 풍조를 가져왔을 만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에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라는 근거 문장들을 찾아 분석해서 주장 문장이 참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기사의 팩트체크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이 교수는 "기사 안에 있는 다양한 주장 문장들이 일부는 참이나 거짓일 수도 있고 일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도 굉장히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현재 기술들은 일부 주장들에 대한 근거 문장을 바탕으로 참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다 정도를 판별하는 거라서 저널리즘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취재 돕는 AI 등장…"사람 기자 대체 어렵고 협업 가능성 커"

우리나라보다 AI 저널리즘 연구가 앞선 외국에선 이미 기사 자동화는 일상화가 됐습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기사의 25% 정도를 AI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사람 기자의 취재를 돕는 AI도 쓰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2018년에 공개한 '링스 인사이트(Lynx insight)' 서비스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의미를 캐내는 작업을 합니다.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뒤져 기사 소재가 될 팩트를 찾아내 기자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입니다.

AI 스타트업인 SAM은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재난 재해 정보를 AI가 찾아내 기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 많은 언론들이 SAM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AI가 재난재해 정보 분석해 알려주는 SAM(www.samdesk.io)AI가 재난재해 정보 분석해 알려주는 SAM(www.samdesk.io)

그렇다면 AI 기술이 발전하면 AI가 사람 기자를 대체하고 사람 기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까? 현재로서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오히려 AI는 사람 기자의 취재와 기사 작성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준환 교수는 "AI가 지금 많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들을 내고 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을 대체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간단한 기사는 AI가 작성하고 사람 기자는 그것을 더 발전시켜서 심층 기사를 만들어 내는 형태로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4회는 <김태현 스토킹 살인...언론은 무엇을 쫓았나?>와 <AI로 팩트체크까지...기자가 사라진다? >를 주제로 9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4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세중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채널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ltnR6L9PTipGx7Q-FqjN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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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진화하는 AI 저널리즘…기자는 사라질까?
    • 입력 2021-05-08 11:00:27
    취재K

AI(인공지능)의 기술은 이미 저널리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AI가 쓰는 증권, 스포츠, 날씨 기사들은 2016년부터 상용화됐고 최근엔 AI 앵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AI가 기사의 팩트체크까지 하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AI가 기자의 일을 대체하게 된다면 기자는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질문하는 기자들 Q> 4회 2부 [Q플러스]에서는 AI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 "사람 앵커와 눈으로 분간 어려운 AI 앵커 개발이 목표"

YTN 플러스와 함께 AI 변상욱 앵커를 개발한 AI 전문업체, 이스트소프트에 AI 앵커 제작을 의뢰해봤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AI 앵커 제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스트소프트에서는 사흘이면 제작할 수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2018년에 주말 9시 뉴스 앵커를 했던 당시 영상들을 이스트소프트에 맡겨서 AI에게 학습을 시켜봤습니다.

AI가 딥러닝 학습을 시작한 지 48시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습한 데이터 분량이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입 모양이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꽤 그럴싸합니다. 학습 결과는 이렇습니다.


AI는 주어진 음성과 입 모양을 계속 맞추는 과정을 학습합니다. 앵커가 특정 발음을 할 때 입 모양들이 참고 영상으로 주어지면 AI는 그 영상을 가지고 유추를 해서 답을 내고 정답 이미지와 차이를 계속 비교 분석해서 맞는 방향으로 점차 수정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오류율을 떨어뜨리고 정확도를 계속 높이는 식입니다.

김윤경 이스트소프트 사업실장은 AI 아나운서도 기초 역량은 사람 아나운서와 같아서 전달력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음성에 맞는 입 모양을 더욱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게 기술 개발 목표"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사람 아나운서인지 AI 아나운서인지 사람의 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AI 앵커는 주어진 원고를 읽을 수만 있습니다. 사람 앵커처럼 능동적으로 질문하거나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의 개발은 현재로선 어렵습니다.

김윤경 이스트소프트 사업실장
AI 변상욱 앵커를 최근 선보인 YTN은 방송에서 AI 앵커의 실제 활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AI 변상욱 앵커를 기획한 윤현숙 YTN 제작2팀장은 "YTN은 24시간 뉴스 방송 채널로 앵커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AI 앵커의 기술 연구 개발을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앞으로 기술이 더 개발된다면 긴급 재난 방송이나 심야 시간대 방송 같은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투입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AI가 기사 팩트체크하는 시대 올까?

AI 저널리즘의 최신 연구 수준은 어떨까? 제작진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AI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이준환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이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의 로봇 기자 'IamFNbot', 프로야구 로봇 기자 '야알봇', 19대 대선과 21대 총선 때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던 SBS '나리봇' 등의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용자와 채팅 대화를 통해 뉴스 정보를 전달하는 '챗봇' 형태의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교수는 기사의 팩트체크도 AI가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백과사전을 학습한 AI가 문장의 사실 여부를 판별하는 수준입니다.

이를테면 백과사전을 학습한 AI에게 '한류라는 단어는 H.O.T의 베이징 공연 이후 처음 나왔다'라는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물어봅니다. 그러면 AI는 '1997년 CC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은 뭐길래> 이후에 일어난 한류 열풍, H.O.T의 베이징 공연은 중국 청소년 사이에 H.O.T 따라 하기 풍조를 가져왔을 만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에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라는 근거 문장들을 찾아 분석해서 주장 문장이 참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기사의 팩트체크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이 교수는 "기사 안에 있는 다양한 주장 문장들이 일부는 참이나 거짓일 수도 있고 일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도 굉장히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현재 기술들은 일부 주장들에 대한 근거 문장을 바탕으로 참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다 정도를 판별하는 거라서 저널리즘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취재 돕는 AI 등장…"사람 기자 대체 어렵고 협업 가능성 커"

우리나라보다 AI 저널리즘 연구가 앞선 외국에선 이미 기사 자동화는 일상화가 됐습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기사의 25% 정도를 AI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사람 기자의 취재를 돕는 AI도 쓰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2018년에 공개한 '링스 인사이트(Lynx insight)' 서비스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의미를 캐내는 작업을 합니다.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뒤져 기사 소재가 될 팩트를 찾아내 기자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입니다.

AI 스타트업인 SAM은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재난 재해 정보를 AI가 찾아내 기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 많은 언론들이 SAM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AI가 재난재해 정보 분석해 알려주는 SAM(www.samdesk.io)
그렇다면 AI 기술이 발전하면 AI가 사람 기자를 대체하고 사람 기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까? 현재로서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오히려 AI는 사람 기자의 취재와 기사 작성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준환 교수는 "AI가 지금 많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들을 내고 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을 대체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간단한 기사는 AI가 작성하고 사람 기자는 그것을 더 발전시켜서 심층 기사를 만들어 내는 형태로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4회는 <김태현 스토킹 살인...언론은 무엇을 쫓았나?>와 <AI로 팩트체크까지...기자가 사라진다? >를 주제로 9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4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세중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채널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ltnR6L9PTipGx7Q-FqjN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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