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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 탓에 ‘돌발해충’도…과수농가 ‘잔인한 5월’
입력 2021.05.09 (07:13) 수정 2021.05.09 (19:52) 취재K
돌발해충인 꽃매미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돌발해충인 꽃매미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

■ 돌발해충·과수화상병 이른 발생에 농민 '한숨'

꽃매미미국선녀벌레, 들어보셨나요? 이름만 들으면 예쁜 곤충 같기도 한데요. 현실은 과수 농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돌발해충'입니다. 농민에게는 어떤 벌레보다 두려운 존재이죠.

이런 돌발해충 때문에 올해 5월은 농민에게 유독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고온 탓에 돌발해충의 발생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지난해 최악의 피해를 낸 과수화상병도 빠르게 번지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선녀벌레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미국선녀벌레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

■ 돌발해충 등장 앞당긴 '기후 변화'… "지난해보다 7~12일 빨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 '돌발해충 3종'의 발생 시기지난해보다 7일에서 12일가량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봄철 평균 기온이 지난해보다 2.3도가량 높아진 것이 해충의 부화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기후 변화가 돌발해충의 등장까지 앞당긴 셈입니다.

충북 청주의 경우 이미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의 부화 시기가 됐고, 미국선녀벌레는 오는 16일에서 18일 사이 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도 5월 중하순쯤이던 돌발해충 부화 시기가 5월 초순으로 앞당겨졌다면서 과수 농가 등에 적극적인 방제를 당부했습니다.

꽃매미는 포도나무를 비롯해 사과, 배 등 과수에 피해를 주는 해충입니다. 한참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에 부화해 7월~11월까지 성충으로 활동합니다.

갈색날개매미충과 미국선녀벌레도 주로 과수에 피해를 주는데, 가지에 붙어 즙액을 빨아 먹거나 잎과 열매를 검게 그을리는 '그을음병'을 유발합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돌발해충 발생 면적은 미국선녀벌레가 10,700ha, 갈색날개매미충 10,104ha, 꽃매미 1,938ha로 조사됐습니다.

돌발해충 3종의 발생 면적을 모두 더하면 22,742 ha서울 여의도 면적(840ha)의 27배에 달하고 축구장 3만 개 크기와 비슷합니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산림과 과수에 돌발해충이 나타나 피해를 준 것이죠.

올해는 발생 시기까지 빨라지면서 농촌에서는 방제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충북 충주의 한 과수농가에서 예찰 활동에 나선 충북농업기술원 현장지원단충북 충주의 한 과수농가에서 예찰 활동에 나선 충북농업기술원 현장지원단

■ 예방·치료제 없는 '과수화상병'도 확산… 병해충과의 사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수화상병'도 예전보다 일찍 발생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나무의 잎과 줄기, 열매가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붉게 마르다 죽는 병입니다.

예방약이나 치료제도 없어 일단 발생하면 해당 나무뿐만 아니라 근처의 나무까지 땅에 묻는 것이 유일한 처방입니다. 한 번 매몰하고 나면 다시 발병하지 않도록 3년 동안은 다시 나무를 심을 수도 없습니다.

과수 농가들은 이 병이 한 번 발생하면 '잠정적인 폐업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걱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했는데요. 당시 59.9ha이던 매몰 면적은 2016년 19.7ha, 2017년 31.7ha에서 2018년 80.2ha로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에는 131.5ha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무려 395.1ha로 최악의 피해가 났습니다. 나무를 모두 매몰한 농가에 지급하는 보상금만 지난해 727억 8,500만 원에 달합니다.

18도~21도의 온도에서 병원균이 활동을 시작하는 과수화상병은 그동안 5월 중하순에 주로 발생했지만, 올해는 한 달 가까이 이른 4월 말부터 전국에서 피해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등 방제 당국은 이 역시 '따뜻했던 봄 날씨'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피해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충북 지역은 올해도 벌써 10건 넘는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가장 피해가 큰 충주에 현장 지원단을 파견해 선제적인 제거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과수화상병 발병이 의심되는 나무에서 시료를 채취해 농촌진흥청에서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사흘이 걸렸지만, 현장지원단은 빠르면 하루 만에 '양성'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나무로 병균이 옮겨가기 전 빠른 매몰 조치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니, 농민의 속은 병든 잎처럼 타들어 갑니다.

각종 돌발해충에 과수화상병까지.

농촌에서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병해충과의 길고 긴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 이상고온 탓에 ‘돌발해충’도…과수농가 ‘잔인한 5월’
    • 입력 2021-05-09 07:13:27
    • 수정2021-05-09 19:52:47
    취재K
돌발해충인 꽃매미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돌발해충인 꽃매미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

■ 돌발해충·과수화상병 이른 발생에 농민 '한숨'

꽃매미미국선녀벌레, 들어보셨나요? 이름만 들으면 예쁜 곤충 같기도 한데요. 현실은 과수 농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돌발해충'입니다. 농민에게는 어떤 벌레보다 두려운 존재이죠.

이런 돌발해충 때문에 올해 5월은 농민에게 유독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고온 탓에 돌발해충의 발생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지난해 최악의 피해를 낸 과수화상병도 빠르게 번지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선녀벌레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미국선녀벌레 (사진제공: 충청북도농업기술원)

■ 돌발해충 등장 앞당긴 '기후 변화'… "지난해보다 7~12일 빨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 '돌발해충 3종'의 발생 시기지난해보다 7일에서 12일가량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봄철 평균 기온이 지난해보다 2.3도가량 높아진 것이 해충의 부화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기후 변화가 돌발해충의 등장까지 앞당긴 셈입니다.

충북 청주의 경우 이미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의 부화 시기가 됐고, 미국선녀벌레는 오는 16일에서 18일 사이 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도 5월 중하순쯤이던 돌발해충 부화 시기가 5월 초순으로 앞당겨졌다면서 과수 농가 등에 적극적인 방제를 당부했습니다.

꽃매미는 포도나무를 비롯해 사과, 배 등 과수에 피해를 주는 해충입니다. 한참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에 부화해 7월~11월까지 성충으로 활동합니다.

갈색날개매미충과 미국선녀벌레도 주로 과수에 피해를 주는데, 가지에 붙어 즙액을 빨아 먹거나 잎과 열매를 검게 그을리는 '그을음병'을 유발합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돌발해충 발생 면적은 미국선녀벌레가 10,700ha, 갈색날개매미충 10,104ha, 꽃매미 1,938ha로 조사됐습니다.

돌발해충 3종의 발생 면적을 모두 더하면 22,742 ha서울 여의도 면적(840ha)의 27배에 달하고 축구장 3만 개 크기와 비슷합니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산림과 과수에 돌발해충이 나타나 피해를 준 것이죠.

올해는 발생 시기까지 빨라지면서 농촌에서는 방제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충북 충주의 한 과수농가에서 예찰 활동에 나선 충북농업기술원 현장지원단충북 충주의 한 과수농가에서 예찰 활동에 나선 충북농업기술원 현장지원단

■ 예방·치료제 없는 '과수화상병'도 확산… 병해충과의 사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수화상병'도 예전보다 일찍 발생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나무의 잎과 줄기, 열매가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붉게 마르다 죽는 병입니다.

예방약이나 치료제도 없어 일단 발생하면 해당 나무뿐만 아니라 근처의 나무까지 땅에 묻는 것이 유일한 처방입니다. 한 번 매몰하고 나면 다시 발병하지 않도록 3년 동안은 다시 나무를 심을 수도 없습니다.

과수 농가들은 이 병이 한 번 발생하면 '잠정적인 폐업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걱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했는데요. 당시 59.9ha이던 매몰 면적은 2016년 19.7ha, 2017년 31.7ha에서 2018년 80.2ha로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에는 131.5ha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무려 395.1ha로 최악의 피해가 났습니다. 나무를 모두 매몰한 농가에 지급하는 보상금만 지난해 727억 8,500만 원에 달합니다.

18도~21도의 온도에서 병원균이 활동을 시작하는 과수화상병은 그동안 5월 중하순에 주로 발생했지만, 올해는 한 달 가까이 이른 4월 말부터 전국에서 피해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등 방제 당국은 이 역시 '따뜻했던 봄 날씨'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피해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충북 지역은 올해도 벌써 10건 넘는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가장 피해가 큰 충주에 현장 지원단을 파견해 선제적인 제거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과수화상병 발병이 의심되는 나무에서 시료를 채취해 농촌진흥청에서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사흘이 걸렸지만, 현장지원단은 빠르면 하루 만에 '양성'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나무로 병균이 옮겨가기 전 빠른 매몰 조치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니, 농민의 속은 병든 잎처럼 타들어 갑니다.

각종 돌발해충에 과수화상병까지.

농촌에서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병해충과의 길고 긴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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