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人] 흙 쏟고 물 떨구고…10년 만에 서울 백화점, 무슨 일?

입력 2021.05.09 (15:15) 수정 2021.05.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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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y: Kyungsub Shin〉〈photograpy: Kyungsub Shin〉

최근 서울에서 가장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백화점 같지 않은 공간 활용과 실내 인테리어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현대 서울'의 인테리어 총괄 책임자인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으로부터 이 공간이 태어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흙 깊이는 최고 1m…. 나무는 10종류 모두 50그루

더 현대 서울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공간은 가운데 떠 있는 녹색 지대다. 건물 위나 안에 나무를 심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 나무가 살 수 있을 만한 양의 흙이 있어야 하고, 물이 빠질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5층으로 올라가 옆에서 가운데 공간으로 넘어가다 보면 경사가 살짝 생기면서 가운데 부분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무가 뿌리내릴 정도의 흙을 쏟아붓기 위해 가운데로 갈수록 올라가는 볼록한 모습이 됐죠."

하중을 생각해 흙이 가장 깊은 곳은 1m 정도가 최고. 이 정도에 뿌리내릴 수 있는 나무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생명력도 강한 나무를 수소문한 끝에 심어진 것이 '호랑가시나무'다. 모두 10종류의 나무를 찾아냈고, 50그루가 심어졌다.

"도심 속 숲, 편안한 안식처를 콘셉트로 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초 백화점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공간이라기보다 상업시설로 계획된 곳이었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를 콘셉트를 구현할 공간이 필요했죠"

참고로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도 많이 쓰인다.

"멋진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를 기대하셔도 됩니다."라고 귀띔한다.

■ 폭포는 12m….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보세요.

〈photograpy: Kyungsub Shin〉〈photograpy: Kyungsub Shin〉

녹색 지대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폭포다. 12m와 6m의 폭포 2개가 수직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폭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옆에서 보면 시선에 따라 공간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멋있기만 한 폭포지만, 누수도 걱정해야 하고 물을 담아 낙하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장치가 필요했다. 철로 된 수조를 먼저 만들고 그 위를 인조 대리석으로 덮는 등 고난도 기술을 총동원했다.

특히 많은 양의 물을 지속해서 떨어뜨려야 하는 탓에 시작 단계부터 폭포는 미리 자리를 정한 뒤 거기에 맞게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뚫린 구조가 예정된 상황에서 자칫 텅 비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채워야 했습니다. 아 물을 얼마나 쓰냐고요? 하하 글쎄요. 그것까지는…."

〈 photograpy: Kyungsub Shin〉〈 photograpy: Kyungsub Shin〉

■ 8개의 디자인 회사…. 8개의 공간감

더 현대 서울 실내 공간 제작에 참여한 인테리어 회사만 모두 8곳. 미국, 캐나다, 스페인, 영국, 일본 등등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하나의 디자인 회사에 일을 맡겨 공간에 통일감을 주는 보통의 선택과는 다르다.

"공간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자칫 하나의 느낌으로 가면 지루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색을 입히려 했고 저희 팀은 그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죠.
예를 들어 6층은 일본 회사가 했는데 그곳에 간 분들은 일본 쇼핑몰에 온 것 같다고 하세요. 또 5층은 파리 같고, 2~3층은 미국인가? 1층은 중국의 최신 쇼핑몰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 4가지 대리석으로 포인트 둔 1층 바닥…. 막판에 바뀐 설계회사

〈photograpy: Kyungsub Shin〉〈photograpy: Kyungsub Shin〉

이 정도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왜 우여곡절이 없으랴. 특히 1층을 담당하는 디자인 회사는 오픈을 앞둔 불과 1년 전에 전격 교체했다.

"위에서 보면 1층 바닥이 내려다 보이는데, 심심하면 안 될 것 같은 겁니다. 포인트를 둬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과감히 디자인 회사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시면 1층 바닥 패턴이 예쁘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4가지 대리석을 사용해서 패턴을 만들고 풍부한 표현감을 불어넣으려고 했습니다."

현장 감독 중인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현장 감독 중인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


■ 오픈 3일 전 자정에 떨어진 물방울….'브랜드'를 '전시'로 채우다

 〈photograpy: Kyungsub Shin〉 〈photograpy: Kyungsub Shin〉

1층에 특정 브랜드가 들어오기로 했던 자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고객을 위한 전시실로 만들어져 있다.

"갑자기 자리가 비게 된 겁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공모가 있었어요. 이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인테리어 팀에서 체험형 전시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2020년 연말에서야 작가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래형 백화점의 콘셉트에도 맞고 단순히 그림을 걸어놓는 공간이어서도 안된다.

"디자이너 부부가 진행하는 영국의 '스튜디오 스와인'이 다행히 작업에 응해줬습니다. 그런데 작업 진행 자체가 정말 난관이 많았어요. 원래는 기술자가 직접 입국해 설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국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만들어 보내고, 동영상을 따로 찍어 전송해주면 그걸 보면서 설치하는 식으로 진행했죠.

그런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물방울이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애를 태우다가…. 오픈 3일 전 밤 12시에 첫 물방울이 떨어졌어요. 우와. 그때 모두들…."

누가 봐도 소위 유명상표 보다 더 가치 있는 공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서울에 10년 만에 지어진 백화점이죠. 그리고 아마 서울의 마지막 백화점이 되지 않을까요?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기 다른 느낌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층이 어딘지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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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9 15:15:02
    • 수정2021-05-09 19:52:44
    취재K
〈photograpy: Kyungsub Shin〉
최근 서울에서 가장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백화점 같지 않은 공간 활용과 실내 인테리어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현대 서울'의 인테리어 총괄 책임자인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으로부터 이 공간이 태어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흙 깊이는 최고 1m…. 나무는 10종류 모두 50그루

더 현대 서울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공간은 가운데 떠 있는 녹색 지대다. 건물 위나 안에 나무를 심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 나무가 살 수 있을 만한 양의 흙이 있어야 하고, 물이 빠질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5층으로 올라가 옆에서 가운데 공간으로 넘어가다 보면 경사가 살짝 생기면서 가운데 부분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무가 뿌리내릴 정도의 흙을 쏟아붓기 위해 가운데로 갈수록 올라가는 볼록한 모습이 됐죠."

하중을 생각해 흙이 가장 깊은 곳은 1m 정도가 최고. 이 정도에 뿌리내릴 수 있는 나무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생명력도 강한 나무를 수소문한 끝에 심어진 것이 '호랑가시나무'다. 모두 10종류의 나무를 찾아냈고, 50그루가 심어졌다.

"도심 속 숲, 편안한 안식처를 콘셉트로 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초 백화점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공간이라기보다 상업시설로 계획된 곳이었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를 콘셉트를 구현할 공간이 필요했죠"

참고로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도 많이 쓰인다.

"멋진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를 기대하셔도 됩니다."라고 귀띔한다.

■ 폭포는 12m….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보세요.

〈photograpy: Kyungsub Shin〉
녹색 지대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폭포다. 12m와 6m의 폭포 2개가 수직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폭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옆에서 보면 시선에 따라 공간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멋있기만 한 폭포지만, 누수도 걱정해야 하고 물을 담아 낙하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장치가 필요했다. 철로 된 수조를 먼저 만들고 그 위를 인조 대리석으로 덮는 등 고난도 기술을 총동원했다.

특히 많은 양의 물을 지속해서 떨어뜨려야 하는 탓에 시작 단계부터 폭포는 미리 자리를 정한 뒤 거기에 맞게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뚫린 구조가 예정된 상황에서 자칫 텅 비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채워야 했습니다. 아 물을 얼마나 쓰냐고요? 하하 글쎄요. 그것까지는…."

〈 photograpy: Kyungsub Shin〉
■ 8개의 디자인 회사…. 8개의 공간감

더 현대 서울 실내 공간 제작에 참여한 인테리어 회사만 모두 8곳. 미국, 캐나다, 스페인, 영국, 일본 등등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하나의 디자인 회사에 일을 맡겨 공간에 통일감을 주는 보통의 선택과는 다르다.

"공간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자칫 하나의 느낌으로 가면 지루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색을 입히려 했고 저희 팀은 그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죠.
예를 들어 6층은 일본 회사가 했는데 그곳에 간 분들은 일본 쇼핑몰에 온 것 같다고 하세요. 또 5층은 파리 같고, 2~3층은 미국인가? 1층은 중국의 최신 쇼핑몰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 4가지 대리석으로 포인트 둔 1층 바닥…. 막판에 바뀐 설계회사

〈photograpy: Kyungsub Shin〉
이 정도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왜 우여곡절이 없으랴. 특히 1층을 담당하는 디자인 회사는 오픈을 앞둔 불과 1년 전에 전격 교체했다.

"위에서 보면 1층 바닥이 내려다 보이는데, 심심하면 안 될 것 같은 겁니다. 포인트를 둬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과감히 디자인 회사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시면 1층 바닥 패턴이 예쁘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4가지 대리석을 사용해서 패턴을 만들고 풍부한 표현감을 불어넣으려고 했습니다."

현장 감독 중인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

■ 오픈 3일 전 자정에 떨어진 물방울….'브랜드'를 '전시'로 채우다

 〈photograpy: Kyungsub Shin〉
1층에 특정 브랜드가 들어오기로 했던 자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고객을 위한 전시실로 만들어져 있다.

"갑자기 자리가 비게 된 겁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공모가 있었어요. 이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인테리어 팀에서 체험형 전시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2020년 연말에서야 작가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래형 백화점의 콘셉트에도 맞고 단순히 그림을 걸어놓는 공간이어서도 안된다.

"디자이너 부부가 진행하는 영국의 '스튜디오 스와인'이 다행히 작업에 응해줬습니다. 그런데 작업 진행 자체가 정말 난관이 많았어요. 원래는 기술자가 직접 입국해 설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국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만들어 보내고, 동영상을 따로 찍어 전송해주면 그걸 보면서 설치하는 식으로 진행했죠.

그런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물방울이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애를 태우다가…. 오픈 3일 전 밤 12시에 첫 물방울이 떨어졌어요. 우와. 그때 모두들…."

누가 봐도 소위 유명상표 보다 더 가치 있는 공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서울에 10년 만에 지어진 백화점이죠. 그리고 아마 서울의 마지막 백화점이 되지 않을까요?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기 다른 느낌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층이 어딘지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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